(이 글은 A.B. 에이브람스의 책 끝나지 않은 전쟁 II -미 대결 70년사에 있는 부록 2를 읽고 개인적으로 정리해본 소감입니다.)

 

아마 2016년과 2017년 쯤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박근혜의 국정 교과서 사태로 점차 운동권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시점이었고, 군복무를 소방서 공익으로 시작하던 201610월 말은 박근혜 탄핵 정국으로, 퇴진 집회에 열심히 나가서 싸웠었다. 비록 사회복무요원 출신이었지만, 박근혜 사태는 나에게 있어 거리로 뛰쳐나가게 한 사건이었다. 촛불집회를 참여하며 박근혜의 탄핵을 앞당기던 때였다. 아마 2017년 초였을 것이다. 당시 뉴스에서는 북한의 현 지도자 김정은의 친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당했음을 시시하는 보도를 했다.

 

뭐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상당 부분 반북성향이 있었고, 당연히 반김일성·반김정일·반김정은주의자였기에, 독재자 김정은이 자신의 친형을 암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으로 너무나도 단순무식하게 생각했다. 비록 탄핵정국이었지만, 일반적인 한국인들이 인식하는 북한이란 항상 부정적이고 악의적인 이미지니 나 또한 그 흐름에서 못벗어났던 것 같다. 지금이야 내가 북한의 역사를 포함하여 팩트체크를 위해 여러 자료들을 찾으면서 그런 반북주의를 많이 희석시켰지만, 그 당시에는 아니었다.

 

김정남이 북한 정권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2017년 내가 주목했던 북한 관련 보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가 북한을 상대로 화염과 분노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대북강경자세로 나왔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 북한에 놀러갔다가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음에도 미국으로 송환된 대학생 오토 웜비어 관련 보도였다. 물론 오토 웜비어(Otto Warmbier)에 대한 국내와 서구의 언론은 북한은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라는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씌우려는 목적이 분명히 있었지만, 당시 나는 그런걸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비교적 최근까지도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 미국인 청년이 놀러갔다가 혼수상태로 귀국했으니,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해 반북주의를 버리고 보려고 해도, 무작정 옹호하기에는 내심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만큼 말하기 제법 민감한 사안이기도 하고 말이다. 물론 지금도 신중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해 북한이 내린 판결이 전적으로 옳다고만은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한 한국의 극우 언론과 서구의 언론들의 보도는 또 다른 측면에서 해석되고 분석되야하며 비판적으로 접근되야 한다 생각한다.

 

우선 오토 웜비어에 대해 당시 북한 법정이 내린 판결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오토 웜비어가 평양에서 체포된 것은 201612일이었다. 당시 오토 웜비어가 체포된 이유는 평양에 있는 양각도 호텔의 출입금지구역에서 포스터를 훔치려 했다가 국가에 대한 적대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되었기 때문이었다. 두 달 후 북한 법정은 형법 60조에 따라 유죄 판결을 내렸고, 오토 웜비어에게 내려진 형은 15년 강제 노동형이었다.

 

당시 북한 법정은 관련 재판에서 나온 오토 웜비어의 자백과, 북한 측 포스터를 훔치는 것이 들통난 CCTV 영상, 법의학적 증거, 목격자 증언을 인용해, 15년 형을 내렸다. 2016년과 2017년 한국 언론과 서구의 언론은 오토 웜비어가 15년 강제 노동형을 받았다는 점에만 주목하여, 북한을 최악의 인권 유린 국가로 몰아갔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오토 웜비어가 저지른 유사한 행위가 미국이나 서방의 몇몇 동맹국들에서 받을 수 있는 것보다 더 가혹한 것이 아니었다는 맥락은 당연히 생략됐다.

 

예를 들어, 201912월 교회 밖에 내건 LGBT 깃발을 손상해 못쓰게 만든 히스패닉계 미국인 남성 아돌포 마르티네즈의 경우, 그 혐의 때문에 오하이오주 교도소에서 16년 형이 선고됐다. 심지어 아돌포 마르티네즈는 웜비어와 달리 외국인도 아니었고, 그 깃발에 접근하고자 제한구역에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태국에서는 외국인들을 포함해서 그들의 군주제 상징물에 대한 무례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층 더 가혹한 선고가 반복적으로 내려졌다.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훨씬 더 심각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 여성기자가 트위터 글로 정부 비판하는 글 썼다고 34년 형을 선고하기까지 한다. 물론 이 나라의 인권상황은 전 세계적으로도 악명높으며, 당연히 북한인권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반면 2015년 간첩과 체제 전복 혐의로 북한 당국에 붙잡혀 옥고를 치른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씨의 경우 20185월에 풀려났다. 그리고 실제로 그는 2019729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실제로 CIA 간첩이었음을 실토했다. 거기다 그는 단순히 북한 체제 비판이 아닌,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여 CIA에게 넘겨주기까지 했었다. 그런데도 북한 정부는 3년 만에 그를 석방했다.


나는 2016년 당시 친한 탈북자 출신의 페친인 홍강철씨와 함께 오토 웜비어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홍강철씨의 경우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토 웜비어가 미국인이니까, 형량을 비교적 적게 준거지, 만약 한국인이었다면 형량이 더 높게 나왔을 수 있다.”고 언급했고, 그것과 더불어 북한 정부도 국제적인 신경을 쓰고 눈치도 본다. 그러니 언론에 나오는 것만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된다.”고도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홍강철씨의 말이 일리가 있다.

 

, 이러한 사실에 입각하여 보자면, 북한 정부가 소위 체제에 대한 위협 혹은 반국가적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되는 외국계 인사들에게 무조건 가혹한 판결만 내리는 것은 아니다. 오토 웜비어가 한국 언론과 서구 언론에 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더욱 더 많은 동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가 혼수상태로 본국 송환되어 사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만큼 미국과 한국의 반공주의자들에게 선전하기 좋은 수단은 찾기 힘들다.

 

어찌됐건 오토 웜비어는 사망했고, 병의원인은 불분명했다. 미국 언론은 웜비어가 혼수상태에 빠진 모습을 전 세계에 보도하면서, 그의 죽음이 고문이나 폭행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2017년 당시 나는 오토 웜비어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같은 곳에서 그런 가혹한 인권유린을 경험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작년까지만 해도(비록 작년에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같은 것들이 새빨간 거짓말이라 확신하게 됐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변하지는 않았었다. 적어도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했고, 일정부분 구타도 있었을 거라 적어도 작년까지는 그리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혹은 올해 내 미국인 친구인 Austin Bashore(한국 이름 배진태)와의 대화를 통해, 오토 웜비어가 구타나 폭행을 당했을 거라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 내 미국인 친구의 경우 오토 웜비어와 같은 고향인 오하이오주 출신인데(현재 미국 녹색당 오하이오주 소속이다.), 그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오토 웜비어는 미국에 돌아온 직후 의사로부터 종합적인 검진을 받았고, 구타나 폭행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의사 또한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지속적으로 구타를 당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친구는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다음 나는 구타나 폭행같은건 분명히 없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물론 더 많은 정보를 찾기 위해 나무위키에도 접속해봤지만, 기본적으로 북한 하면 이만갑 종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성향을 보이는 곳이라 오토 웜비어에 관한 신뢰할만한 자료를 전혀 찾지 못했었다. 분명한 사실은 신시내티 대학 메디컬센터 신경중환자 치료 프로그램 국장 다니엘 캔터 박사는 웜비어의 상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의 신경학적 손상의 원인이나 상황에 대한 확실하거나 검증 가능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손상은 통상 심폐 정지의 결과로 보이고, 이는 뇌에 혈액 공급이 일정 기간 불충분한 경우 그 결과로 뇌 조직의 사망을 낳는다.”

 

이와 더불어 캔터 박사는 오토 웜비어의 머리나 두개골에 외상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 원비어는 15개월 정도 신경학적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것은 그가 북한 유치장에 들어가기 전에 건강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고도 밝혔다. 물론 웜비어의 부모들은 아들의 죽음이 고문의 결과라 주장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의학적인 검사 결과와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거기다 이는 북한에서 구금된 이전의 미국인 수감자들의 경험과도 모순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미국 시민 매튜 토드 밀러는 20144월에 그 나라에 적대적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6년의 노동형이 선고됐다. 구금되어 있는 동안, 그는 자신을 억류한 사람들에게 좋은 대우를 받았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했으며, 그로 인해 서방의 자칭 소식통들은 그가 그런 주장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추정했다. 밀러의 경우 212일간 구금되었다가 조기 석방되었고, 밀러 또한 뜻밖의 좋은 대우에 자신도 놀랐다고 확증했다. 심지어 그는 감옥에서 자신의 아이패드와 아이폰으로 음악을 듣도록 허용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또한, 미국에 돌아오자마자, 북한에 대한 자신의 변화된 인식을 묘사하면서 감옥에 있었던 시간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이것은 희한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고문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대신, 지나친 친절이 오히려 놀라웠고, 그로 인해 내 마음이 바뀌었다.”

 

밀러는 또한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자신의 공개 사과가 강요된 것이었다는 서방의 보도들에 나타나는 광범위한 추정을 부인하고 자신은 전적으로 진실했다고 말했다. 석방 전후 이뤄진 인터뷰에서 밀러는 노동교화소에서의 상황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부분 땅을 파고, 돌을 옮기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농사일을 한다.”라면서, 구타나 폭행 같은 것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따라서 이런 점을 보자면, 오토 웜비어의 고문이나 폭행을 강변하는 입장은 상당부분 다른 미국측 억류자들과도 대치되는 증언이다. 심지어 고문이나 구타 및 폭행이 없었다는 증언은 2017년 당시 SBS에서 방영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북한에 억류되었던 한 선교사를 통해서도 증언되기까지 했다. 그의 경우 잘못을 하면, 벽을 보게하는 벌을 주기는 했어도 구타나 고문같은건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다.

 

지금까지 오토 웜비어 사건을 다루면서 내 단상 위주로 글을 써봤다. 오토 웜비어 사건의 또 다른 이야기를 알게 되니 나 또한 새로운 것을 배운 기분이 든다. 북한도 엄밀히 말해서 국가다. 그것도 161개국과 정상적인 수교를 맺은 국제사회의 일원이다. 그러한 점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보다 이성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오토 웜비어 사건도 서구나 국내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것만 믿을 게 아니라, 이러한 이면을 봐야 하며 끊임없이 의심하는 자세가 지식인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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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dvs117 2024-03-25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우디아라비아... 지구상에서 가장 악랄한 인권탄압을 자행하는데도 ‘미국의 동맹‘이라는 이유로 제재나 규탄을 받지 않는 참 이상한 나라죠. 그런데 왜 국제사회는 북한 인권 문제에만 관심을 쏟고, 사우디 인권 상황에는 침묵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