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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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집에 대한 관심이 강한 민족이 또 있을까? 풍수지리라는 것이 있어 '명당'을 꽤나 따진다. 하지만 요즘엔 어떠한가? 사람이 버젓이 사는 집이 재테크의 수단이 된지 오래고, 한뼘의 땅이라도 있으면 그땅에 나무 한그루 심기는커녕 풀한포기 자랄수도 없게 어떻게 해서든지 건물로의 활용도는 높일수 없을까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어디 그뿐인가? 모르긴 해도 나서부터 아파트 아니면 연립같은 공동주택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 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과연 어린 시절 단 한순간만이라도 마당에서 놀며 자랐다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그나마 마당이 있는 시골집도 요즘은 다 버리고 도시로 떠나 폐가가 그렇게 많다고 하니, 우리는 집을 너무 홀대하는 것은 아닐까 때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집은 이제 집 자체의 개념 보다 공동숙소의 개념으로 바뀌어버린 듯 하다. 그래도 여기, 집에 대한 옛 정취와 진정한 개념을 일깨워 주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이 책 <이지누의 집이야기>이다. 사진작가인 이 책의 저자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옛집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며, 인간이 사는 집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복원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집의 인문학적 지식을 녹여내며 서양의 집과 우리나라의 집이 어떻게 다르며, 오늘 날 우리의 집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가에 대한 날카로운 질책도 잊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집에 대한 공간적 개념을 적용해서 각각의 쳅터에 그 이름을 달았는데, 마당 이야기, 골목 이야기, 부엌이야기 등등, 각각의 소주제에 의미를 더 했다. 그중 내가 관심있게 본  건 공교롭게도 변소 이야기였다. 나는 어렸을 때 변소에 대한 고심을 나름 많이하고 살아서 그럴까, 왜 사람 사는 집을 지으면서 변소에 대해선 왜 그리도 소홀한 걸까, 내심 불만이 많았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우리나라처럼 변소에 대해 그리고 사람의 생리적 현상에 대해 그처럼 자연 그대로의 의미와 문학으로까지 승화시킬 줄 아는 사고방식에 새삼 경의를 표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특히 서양에서 한때 창궐했던 흑사병과 하이힐을 비롯한 망토 등이 뭐 때문에 발전했는지를 읽는 부분에선 그저 놀라울뿐이었다. 암튼 이런 저자의 집에 대한 역사적 추적이 흥미로웠고, 더구나 잘 쓴 수필에 녹아들어 읽는 즐거움이 컷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 역시 지금까지 몇 번 이사를 했던 건 아니지만, 어렸을 때 내가 자라 온 집과 그 집에서의 추억이 고스란히 생각이나, 나도 저자처럼 인문학적 지식까지는 녹여낼수는 없겠지만, 뭔가 집과 관련하여 나의 추억을 글로 복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들 편하고, 안락하고, 쾌적한 집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린 그럴 때 얼핏 떠올리는 것이 서양식으로 된 발코니와 테라스, 고급자제를 쓴 벽이나 기둥을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집을 깊이 생각해 보면 집은 인간의 삶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훨씬 더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요소가 담겨져 있다. 나는 그런 의미를 좀 더 많이 찾아내, 무조건 서양의 합리적인 것만을 쫓아가려 하지 말고 좀 더 인간을 닮은 집에 촛점을 맞췄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 것도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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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민들레의 서정, 그 수줍은 미소
    from 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2008-04-10 02:54 
    봄 빛은 곱고 맑고 좋은데 선거가 있던 휴일이어서인지, 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미루어 두었던 점심 약속을 챙기며 마음이 더 바빴던 날이었습니다. 그 동안 밀렸던 글도 좀 쓰고, 요즈음 가장 큰 숙제거리가 되어버린 중국어도 좀 예습하려 했는데, 어느 것 하나 건드리지도 못한 채, 온종일 부산하였습니다. 온 천하 만물이 온통 봄 기운으로 물들었습니다. 위 이철수님 말씀처럼, 대지 위에도, 서 있는 나무마다에도 봄 기운이 오를 대로 올랐습니다...
 
 
가시장미 2007-10-0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립죠. 사람냄새, 자연냄새가 나는 고향의 집들... 그런데 사실.. 이미 편리한 주거환경에 익숙해진 탓에, 그리움은 그리움일 뿐, 그것을 복원하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도 같아요.
그래서 이런 책이 의미가 있겠죠.

stella.K 2007-10-07 19:38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본 것처럼 말하네. ㅎㅎ 해장은 든든하게 잘 했니? 나하고도 한잔 해야지...^^

드팀전 2007-10-08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집이 사람을 만든다는 공간문화적 입장에 어느정도 동의해요.물론 비과학적인 주장이긴하지만요.제 스타일의 집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행복이 가득한 집>에 소개되는 멋진 집들을 보곤하는데 입맛만 쓰라리죠.대개 돈들이 좀 있거나 예술하시는 분들이거든요..
어디서 읽었더라..."비가 세지 않는 집은 숨쉬지 않는 집" 이라는데 ...^^ 비세는게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의미인지는 이해가 가더군요

stella.K 2007-10-08 14:08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의 마지막 말씀 정말 의미심장하네요.
맞아요. 집이 마음 먹는다고 나에게 맞는 집을 지을 수 있는 건 아니죠. 그래도 드팀전님은 마음만 먹으면 하실 수 잇지 않을까요?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지금이라도 버려진 폐가라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흐흐

바람돌이 2007-10-0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참 재밌게 읽었어요. 한 장 한장마다 어릴때의 제 추억이 겹쳐지더라구요. 하지만 지금은 편리함에 너무 익숙해서인지 다시 그집에서는 살기 힘들것 같아요. 그 시절의 추억과 공간을 복원하고 편리함까지 갖추고자 한다면 돈이 많이 들겠죠? ㅎㅎ

stella.K 2007-10-08 14: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전 광희동에서 어린 시절 전반부를 보냈는데, 그 집에 대한 추억이 아련하긴 하지만 또 그 집에 들어가 살라고 하면 살아질지 의문이어요. 편한게 우선이죠.^^

하늘바람 2007-10-0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책 궁금했었는데 잊었다가 다시 떠오르네요.

stella.K 2007-10-08 14:11   좋아요 0 | URL
한번 읽어보세요. 나름 생각할 것도 많고 수필식이라 따뜻한 느낌도 있어요.^^

수양버들 2007-10-12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루 방문자 수가 이렇게 많아요?
대단하십니다.

stella.K 2007-10-13 11:27   좋아요 0 | URL
어제 그분이 다녀가셨답니다. 검색로봇이라나 뭐라니...^^

초하(初夏) 2008-04-10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덕분에 좋은 글 읽고 관련하여 오늘 올린 제 글도 엮어놓고 갑니다.
많이 추워졌습니다. 따듯한 하루 보내시길~~
 
이지누의 집 이야기
이지누 지음, 류충렬 그림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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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처럼 집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는 민족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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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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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다보면(그것이 자신의 신앙을 위해서건 아니면 연구를 위해서건), 꼭 반드시 역사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은 이스라엘 역사와 이집트의 역사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택하셨던 것만큼, 이스라엘 고대 역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성경을 읽다보면 이스라엘 보단 이집트의 역사가 더 많이 부각되는 느낌이다.

내가 성서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창세기 후반 무렵에 나오는 야곱의 아들 요셉에 관한 이야기이다. 요셉의 이야기는 그가 애굽 즉 다시말해 이집트에 팔려가고부터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을 토마스 만은 <요셉과 그 형제들>이란 장대한 역사소설에 담아내고 있다. 이 소설은 요셉이 애굽에서의 활약상을 묘사해 내고 있는데, 읽다보면 정말 이집트에 대해 알고 싶은 생각이 절로나게 만든다.

이렇듯 내가 이 책을 붙든 것도 시누헤라는 인물이 궁금해서라기 보단, 조금이라도 이집트를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컷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집트하면  그 이름만으로도 신비스럽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의외로 책을 읽기 시작한 첫부분에서 의외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것은 어린 시누헤가 갈대배에 누인채 강물에 떠내려 온 것을 어느 의사 부부가 발견해서 그들의 양자로 키워졌다는 부분에서 인데,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성경 출애굽기를 읽으면서 갈대배는 어린 모세만 탄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면 그런 어린 아이가 한둘이 아니었고, 띄우게 되는 사연은 여러가지다. 이를테면 가난 때문에 아이를 키울 수 없어서라든지, 또는 치정으로 인한 불의한 열매였기 때문에 버릴 목적으로 버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나의 편협한 사고를 바로잡게 될 때 책을 읽는 기쁨은 커지기도 한다. 그뿐인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의외로 역사소설이 갖는 정치적 배경이나 인간 개인의 욕망도 그렇긴 하지만, 오히려 그 시대의 문화적 배경이 더 많은 흥미가 느껴졌다.

시누헤는 의사이면서 홀로있는 자였던 만큼 어디에도 구애됨이 없이 자유로웠고, 동시에 고독했으며, 지식에 목마른 자였다. 어떠한 야망도 꿈도 없었던 자였기 때문에 그는 자기 이외의 것들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소설속에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렇듯 이 책은 한 나라의 정치와 문화 그리고 종교가 어떻게 연결이되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희곡 작가로도 알려졌기 때문일까? 파라오를 비롯한 역사적 인물뿐만 아니라 조연처럼 등장하는 시누헤의 사람들(즉 이를테면 그의 충복 카프타 그리고 시누헤의 여인들)의 인물 묘사나 우아한 대사들에서 확실히 이 소설은 충분히 매력적이긴 하다. 하지만 왠지 역사소설이 갖는 덕목중의 하나인 '빠르게 읽한다.'는 측면에선 이 소설은 아타깝게도 조금은 비껴난 느낌이다. 솔직히 나는 역자의 무난해 보이는 번역에도 불구하고 읽는데 애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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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7-09-2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왜 자꾸 시누이란 단어가 떠오르는건지...-_-+

메리 추석,스텔라님! ^^

stella.K 2007-09-25 10:52   좋아요 0 | URL
어머낫! 야클님, 반가워요. 제목이 좀 거시기 하긴하죠?
야클님도 메리 추석이옵니다.^^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 랜스 암스트롱, 삶으로의 귀환
랜스 암스트롱.샐리 젠킨스 지음, 김지양 옮김 / 체온365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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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쯤이던가? 우연히 아는이의 블로그에서 이 사진을 보았다. 이 사진이 어찌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지, 나는 이 사람에 대해서 당장에라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에 대한 이야기는 고환암을 이긴 세계적인 싸이클 선수가 고작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이 책을 집어들어을 때야 비로소 그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암스트롱이란 성은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 온 이름이라, 나는 이 사람이 나이가 꽤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의 현재 나이는 아직 40이 채 되지 않았고, 고환암이 그토록이나 위험한 병인 줄은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물론 암이 사람의 신체중 어디에 발병하느냐에 때라 더 위험하고, 덜 위험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요즘엔 의학의 발달로 암도 완치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암은 아직도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병임엔 틀림없다. 그 중 랜스 암스트롱이 걸렸다는 고환암이란 완치률이 누구는 40%라고도 하고, 누구는 50%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그냥 위로 하느라 형식적으로 하는 말이고, 당시 랜스 암스트롱의 완치률은 고작 3%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하지만 이 책의 면면을 볼 때 그의 성격이나 인생관을 볼 수가 있는데, 그런 낮은 수치에도 불구하고 그는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삶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봐, 그는 굉장한 의지의 사람이고, 긍정적이며, 성격이 급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 자신의 삶을 강렬하게 불태울 줄 아는 정열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암을 이긴 사람은 랜스 암스트롱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쩌면 건강한 사람 아니 적어도 아직 암에 걸려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겐 진부하게 느껴질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투병 과정이야 뻔한 스토리 아니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이 조금은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치료 과정과 재기하기 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녹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책은 멋진 승리의 한 편의 드라마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고환암은 완치률이 3% 밖에 안 되는 위험한 병이다. 더구나 수술과정에서 고환을 잘라내야 하기 때문에 남자에게는 가히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고환을 잘라내기 전에 정자를 받아 은행에 넣어 둔다. 혹시 훗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을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하지만 암이라는 끔찍한 고통에서 죽음 대신 삶을 선택하기란 말처럼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끼는 거지만, 암 자체가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결국은 죽음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결국 그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암으로 죽어 가는 것일 것이다. 오죽 고통스러웠으면 죽음을 선택할까? 하지만 랜스 암스트롱은  달랐다. 그는 죽을 것 같은 고통속에서도 끝내 삶을 선택했다. 그는 자신의 병에 당당했고, 의사에게 항암제를 더 많이 사용해 줄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병을 이겼다.

그러나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는 한동안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고, 암 발병 전까지 그렇게도 잘 나가던 싸이클 선수였지만, 완치 후에 한동안 우울해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에게 많은 시련과 절망을 가져다 주었다. 여기서 그는 많은 암환자들이 완치된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후의 치료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에 새삼 놀라움을 표했다고 했다고 하는데, 공감이 간다. 또한 사람들은 의외로 냉정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하다. 완치가 되면 금방이라도 복귀가 가능할 줄 알았는데, 복귀는 의외로 쉽지 않았고, 그것도 모자라 어떤 사람에게 그가 고환이 없다는 것에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고 하니 그때의 그가 느껴야 하는 절망이 어떤 것인지 가히 짐작이 갔다.

그래도 그런 어려움이 있었기에 그가 이룬 업적은 값진 것일 것이다. 여느 사람에게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되는 것이, 그가 갖는 기쁨만큼 커 보이지 않을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고난 뒤에 갖는 생의 의미는 깊고도 클 것이다. 더구나 그는 한때 너무 절망스러워 선수생활을 접을까도 생각했지만, 그 절망을 이기고 값진 승리를 일구어 냈을 때 그 기쁨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이것이야 말로 책의 부제가 말하듯 '삶의로의 귀환'이 아닐까?  그는 말한다. 싸이클과 암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냐고 묻는다면 당연 암을 선택하겠노라고. 왜 그런지는 직접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긍정의 사람이다. 그가 얼마나 긍정의 사람이었는지 책의 한 대목을 인용하므로 이 글을 마칠까 한다.

나는 암이 죽음의 한 형태가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다. 암을 다시 정의하고 싶다. 암은 삶의 한 부분이라고 말이다. 회복기에 있던 어느 날 오후, 나는 암(cancer)이라는 단어로 6행시를 지었다.

courage-용기

attitude-태도

never give up-절대 포기하지 않기

curabilty-치료

enlighenment-깨달음

remembrance of my fellow patients-동료 환자들에 대한 기억 (3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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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18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저 사진 몇 년 전에 님이 올리셨던 것 기억이 나요.
정말 멋지단 표현밖에 안 나오는 사진이에요.
6행시 중 동료, 동료 환자들에 대한 기억.. 뭉클하네요.

stella.K 2007-09-19 10:10   좋아요 0 | URL
아, 기억하시는군요. 그렇죠? 이 사람 참 멋있는 사람이에요.^^
 
당신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
앨리슨 베이버스톡 지음, 김원옥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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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다소 통속적여 보이기는 하다. 마치 작가지망생이 책을 못 내 안달이 난 듯한 느낌이다. 아니, 작가라고 꼭 베스트셀러만을 내라는 법있나? 작가가 너무 그런 것만 밝히면 '구라'같아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반발심도 느껴진다. 모름지기 작가란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하는 묘한 권위도 내세워지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또 모름지기 작가라면, 베스트셀러 한 두 권은 내봐야 하는 것도 아니겠는가? 이렇게 작가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묘한 이중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작가가 글 써서 대박내면 좋은 거 아닌가?

사실 난, 지금까지 글쓰기 또는 소설작법에 관한 책들 심심찮게 읽어왔던 것 같다. 그중 최근 가장 재밌게 읽은 책이 있다면, 스티븐 킹의 책과 소설가 이승우의 책이다. 예전에 소설작법에 관한 책들을 보면 너무 딱딱하고 어렵게 써져서 지레 질려버리지만, 내가 말했던 저자의 책들은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하다. 특히 예전에 아주 잠깐 이승우 선생 밑에서 창작을 배워 본 나는, 그 분의 소설작법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 육성으로 그분의 글쓰기에 관한 잔소리를 듣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들 책들은 오로지 글 쓰기에 관한 것에만 촛점을 맞췄지, 요즘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어떤 일들을 해야하는지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10년 전, 아니 5년 전만 하더라도 작가는 오로지 집필실에 칩거에서 글만 쓰면 되는 줄 알았다. 책에 대한 판매는 편집자와 출판사가 다 알아서 해 주니까, 작가는 글만 쓰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요즘 어디 그런가? 이젠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발로 뛰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강연회도 해야하고, 사인회도 해야하며, 각종 독자와 함께하는 문학관련 행사에도 참여해서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작가도 마케팅에 능해야 하고, 바빠졌다. 작가의 칩거란 말은 확실히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처럼 옛말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어떤 면에선 신예작가나 무명작가(작기지망생들까지 포함 해서) 호사처럼도 보인다. 물론 요즘엔 자비출판이다 1인 출판이다 하여 책을 내기가 쉬워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막상 내 작품을 출판하고 작가로 활동하고 싶어도 발이 크지 못한 관계로 어느 출판사를 가야하는지, 어떻게 내 작품을 알려야 하는지 전무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참으로 유용해 보인다.

저자는 글만 잘 쓰면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물론 글도 잘 써야 겠거니와 이제 막 작품을 출판하려거든 어떻게 하라고 깐깐하게 조언해 주고 있다. 단지 작가가 외국 사람인만큼 외국의 현실을 얘기하는 듯도 하지만, 다행히도 역자가 우리나라 출판현실은 이렇다고 조목조목 짚어주고 있고, 그 나라의 현실이나 우리나라의 현실이나 별반 크게 차이나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저자는 책을 낸다는 것을 너무 만만히 보거나, 너무 어려울거라고도 보지 말라고 충고한다. 예를들어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도, 그 책을 내기 위해 여러 출판사를 전전했다고 한다. 그러면 한편 위로도 된다. 그만큼 경우의 수도 존재할 수 있으니, 내 작품도 그러지 말라는 법 없지 않은가,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집자들을 얕보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들은 대체로 노련하기 때문에 그렇게 대박이 날 작품을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성공할 작품과 그러지 못할 작품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헛된 망상을 꾸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출판에 있어서 여러가지 일을 두루 거쳐본 사람으로서, 도서전시회에 여러 개의 자격으로 참가해 본 경험을 얘기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출판 경연인으로, 편집자로, 작가로 신분을 달리해서 참여해 본 결과, 작가는 출판관계자들에게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성공한 작가를 제외하고는.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어쩌랴? 자본주의 시장인만큼 그 현실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세상이 그렇듯, 끝까지 인내하는 사람에게 결국은 작가의 면류관은 쓰게 되어있는 법이다. 어떤 창작교수가 그렇게 말했단다. 가장 유명한 작가는 가장 재능 있는 작가가 아니라 가장 강한 의지를 가진 작가라고. 이 말은 정말 두고두고 새겨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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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7-08-1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09님,왜 이리 오랜만이셔요.저도 스티븐 킹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이 책도 읽어봐야겠네요.

stella.K 2007-08-12 13:44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도넛공주님! 잘 지내셨죠?^^

하양물감 2007-08-11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작가를 떠나서 모든 창작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한 의지!! 말이에요^^

stella.K 2007-08-12 13:4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강한 의지!!

마노아 2007-08-12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이름 보고 무척 반가웠어요. 스텔라님의 연재도 어여 다시 해주세요(>_<)

stella.K 2007-08-12 13:47   좋아요 0 | URL
아, 이런...그렇다면 조만간 노력해보죠.암튼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