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투쟁 - 조선의 왕, 그 고독한 정치투쟁의 권력자
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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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조선 역대 임금 중 세종, 연산군, 광해군 그리고 정조의 파란만장한 삶과 정치적 투쟁을 역사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사실 읽기는 그다지 수월한 편은 아니었다.  

사실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위인전기나 최근 역사 드라마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인물이나 사건을 다룸에 있어서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흥미위주로 다루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위인전기는 그 시람의 훌륭한 점만을 부각시키고, 역사 드라마는 극적인 부분만을 너무 극대화시키려고 하다보니 사실을 지나치게 부각시키거나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위인전기나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속성을 들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는데 확실히 석연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그것을 해소시키는 것은 요즘의 역사 출판물인 것 같다. 드라마가 해소시켜주지 못하는 것을 책이 대신하기도 하는 것이다. 역사물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출려고 하는 노력들은 확실히 반갑기는 하다. 드라마가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단초를 제시한다면 그것을 책이 풀어준다면 좋은 일이 아닌가?

하지만 어느새 출판물 역시 상업성을 무시할 수 없는지라 해당 출판물중 드라마만큼이나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책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 모양인가 보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진다.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그 얄팍한 심리가 보여 안타까운 심정이 드는 것이다.

이 책의 경우  그렇게 읽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덕은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저자가 각각의 임금을 다룸에 있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시야를 견지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세종을 다룸에 있어서 우리는 그가 한글을 창제했고, 어진 임금이고 그가 나라를 다스리는 동안 태평성대를 구가했다는 정도만 알고 있지만, 그의 가리워진 부분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드러내주고 있고 그것을 흥미꺼리를 위해 다룬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정황들도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예로, 우린 연산군이 그저 폭군으로만 알고 있는데 그가 폭군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엔 반드시 생모인 폐비윤씨에 대한 연민과 그를 모함했던 주변인물에 대한 적대감으로만 알고 있지만, 당시 그야말로 뻑하면 대신들의 사직상소 역시 그가 폭군이 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어 냈다던 정조 역시도 지혜롭고 용맹하며 업적을 칭찬하는데 그의 어두운 이면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그러면서 그들 임금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역사적 조명 또한 다루고 있어 어찌보면 오랫만에 역사 교과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런 면에선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 것엔 그만큼 쉽게 풀어내지 못하고 딱딱함 또한 있다는 것을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으로 지적하고 싶다. 아니면 내가 너무 말랑말랑한 책에만 익숙해졌다고 하면 지나친 겸손이 되려나?

어쨌거나 나는 역사의 대중화를 반기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다. 그것은 역사 드라마의 독주와 맹신을 끌어내릴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미지와 비주얼로만 승부수를 두겠는가? 시청자가 이렇게 똑똑해지고 있는데 당해낼 제작진과 작가가 있겠는가? 그런 점에서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드라마 '이산'이나 '대왕 세종'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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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2008-01-3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기 쉽진 않았지만 정말 잼나게 읽었어요. ^^
드라마를 못 봐 그런지 더 재밌게 느껴지더라구요.

stella.K 2008-01-31 17:53   좋아요 0 | URL
^^
 
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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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8년 무자년 새해 나의 첫번째 완독 도서는 바로 이 책이다. 더 정확히 나는 이 책을 작년 12월 31일에 붙들었다. 무슨 심술인지 나는 항상 마지막과 처음에 항거하고 싶어진다. 변함없이 오늘의 해는 지고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떠오를텐데 그것을 나눈다는 게 왠지 시간의 편에선 억울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또 어쩌면 내일이면 내가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게 싫어서인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그러는 것은 그것을 애써 무마하려는  감출 수 없는 나의 조그만 몸부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어 온 것은 아니지만,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이후로 꾸준히 책을 읽어왔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독후감이나 리뷰는 쓰지 않았다. 그나마 내가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하고도 한참 후였다. 도대체 내가 읽은 책에 대해 말한다면 뭘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도 써 버릇하니 쓰겠다. 리뷰를 쓰는 것에 왕도가 있는 것도 아닐텐데 매주 잘 쓴 리뷰를 뽑고 그 리뷰어에게 얼마의 시상을 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왕도는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어떤 리뷰어는 상금은 물론 댓글도 많이 달리더구만, 지금도 그렇지만 초기에 내가 쓴 리뷰에 대해선 무플이 더 많으니 그때 받은 충격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주목 받는 리뷰를 쓸 수 있는 것인가? 고민이 되기도 했다.(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내가 리뷰를 쓴지 이제 5년차로 들어 가고 여전히 댓글 없는 고독한 리뷰를 쓴다만, 그동안 왕도처럼 느껴졌던 우수 리뷰에도 턱걸이로 들어 보기도 했으니 더 이상 원은 없다.(얼마 전 난 세번째로 대박을 건졌다.) 어차피 글쓰기는 고독한 작업이라고 자위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확실히 정혜윤의 <침대와 책>은 이런 나의 자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저자의 빼어난 글솜씨를 자랑한다. 일종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수필 형식의 독서 체험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이도 나 보다는 훨씬 젊은 것 같은데 나 보다 훨씬 많은 책을 읽고 글은 훨씬 잘 쓴다. 문장 인용도 자유로우며 상당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나 자신을 스스로 위로는 한다지만 확실히 이렇게 쓰는 사람을 보면 부럽지 않을 수가 없고 셈도 난다. 

이 사람은 그 나이에 이런 독서기도 써 내는구만 나는 도대체 뭐하는 거냐? 자책이 절로 나온다. 과연 나도 평생 이런 글을 써 볼 수나 있을까? 책을 읽을 때는 나름 재미있고 관심있게 읽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덮고나면 단 한 문장도 기억해 내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좋은 문장이 있으면 메모도 하고, 또 그것이 책을 사랑하는 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난 도무지 이것에 익숙치 않다. 이 책의 인용구를 보면 저자는 어지간히 밑줄긋기도 하고 메모도 부지런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런 글이 나올 수가 있겠는가? 어쩌면 인용을 잘 하는 것도 리뷰를 잘 쓰는 방법중의 하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지. 하지만 난 여전히 인용구 하나 없는 리뷰를 쓰고 있다.ㅜ.ㅜ

사람들은 책의 제목에서 관능적인 뭔가를 느끼고 멋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겐 그닥 와 닿지는 않았다. 실제로 내 방엔 침대가 없고, 취침을 위해 독서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므로 나는 대체로 책을 읽다 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침대에서 관능을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믿거나 말거나).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란 부재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내용이 관능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건, 이 책은 누가 보아도 잘 쓴 책이다. 하지만 독서체험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저자가 유려한 인용구에도 불구하고 내가 읽지 않았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에 저자의 생각을 쫓으려니 조금은 버겁고 지루한 느낌도 없지 않았다. 만일 나도 수필 형식을 빌어 독서기를 쓴다면 어떻게 쓸까? 한번 생각해 보게도 된다. 물론 읽은 건 많은데 기억나는 것은 없으니 쓸 확률은 극히 미미하긴 하지만.(헉, 그렇게 생각하니 좀 억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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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4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8-01-04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금도 리뷰에는 댓글 별로 안달리던데요. ㅎㅎ
저도 인용도 잘 못하고.... 글 잘 쓰는 사람 보면 부럽긴하죠. 근데 뭐 어쩌겠어요. 저는 그냥 여기까지가 내 한계다 인정해버리고 그냥 딱 제가 써지는 만큼만 쓴다 생각해요. ^^;;

stella.K 2008-01-04 19:2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렇다면 동병상련...? 그건 좀 그렇죠?
그래요. 딱 써지는 만큼만 쓰는 거죠. 그러다 보면 또 늘지 않겠어요?^^

프레이야 2008-01-05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필 형식의 독서기, 쉽지 않은 일이네요.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 인칭은 1인칭, 내용은 어디까지?
그런것들이 기준을 먼저 두고 통일성과 자제력을 잃지 않아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무지 어려울 것 같아서 전 안 할래요 ㅎㅎ
스텔라 님의 글은 지금 이대로가 솔직하니 좋은걸요.
새해 리뷰상도 받으셨잖수? ^^ 솔직함에 꾸욱^^

stella.K 2008-01-06 16:3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혜경님처럼 댓글도 써 주시고
추천도 좀 받고 그러면 얼마나 좋냐고요...ㅜ.ㅜ

진달래 2008-01-1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친구들이 다들 읽길래, 저도 읽으려고 하는데...
이 책도 좀 평이 나뉘는 것 같아요.
스텔라님 리뷰를 보니 왜인지 알 것 같네요. ^^
스텔라님, 전 열심히 쓰면 는다고 믿어요. 처음 기본 출발은 다를지라도.
조금이라도 진보하면 그것도 좋지 않아요?
그리고 스텔라님 글, 좋아해요, 저... ^^*

stella.K 2008-01-11 14:43   좋아요 0 | URL
ㅎㅎ 그래서 이만큼 늘여서 여기까지 왔지요. 진달래님 말씀이 맞아요.
저도 질달래님 글 좋아합니다.^^

2008-01-30 1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 제왕의 생애 (반양장)
쑤퉁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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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쑤퉁의 소설을 이제야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쑤퉁은 상당한 이야기꾼이란 생각이 든다.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15세 때 왕위에 등극한 단백이 어떤 과정을 통해 몰락해 가는가를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어린 나이에 왕위를 이어 받았기 때문에 어머니와 할머니의 간섭(수렴첨정이라 해야 옳겠지만 그 말은 이 소설에서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과 눈치를 봐야했고, 많은 비빈들의 치마폭에 쌓여 그들의 시기와 질투를 지켜봐야 했으며, 형제들의 시해의 위험속에 살았으며, 결국 모반으로 왕위에서 쫓겨나 한낱 줄타기 광대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부다. 이것은 역대 몰락의 길을 걸었던 제왕들의 전형이다. 하지만 저자가 가상의 역사 소설이라고 했던만큼 아무리 픽션이라고는 해도 허위라도 꾸밀만한 역사적 사건 같은 것은 없다. 단지 우리나라에 <조선왕조실록>이 읽는 것처럼 이 책에도 <섭궁비사>라는 것이 있어 이야기에 비중을 실을려고 하지만 이것 역시 가상의 역사책일 뿐이다.

읽고 있노라면 꼭 동화를 읽는 듯한 분위기다. 나는 바로 저자의 이런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뻔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깔로 변주해 내는 솜씨가 가히 탁월하다. 읽고 있노라면 영화 <마지막 황제>도 생각이 나고, 광대가 마지막까지 줄타기를 즐겼던<왕의 남자>도 생각이 난다. 몰락한 제왕 단백이 마지막에 줄타기 광대가 된다는 설정에서 묘한 아우라 마져 느끼게 한다. 왕위에서 쫓겨나 궁을 나와서야 비로소 세상을 알게되고, 광대가 되어서야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것은 생의 아이러니를 알게 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또한 <논어>에 대한 글귀는 단 한줄도 인용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주는 미장센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잘 빚어낸 우아한 이미지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면서 가까운 시일내에 그의 또다른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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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2-3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곱번째 줄에 전형다>>>전형이다. 수정해 주셔용^^
쑤퉁의 이름을 많이 들으면서 저도 참 궁금했던 작가에요. 오늘 오랜만에 책장 정리하면서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 새해에는 가급적 새 책 안 사기 운동을 펼쳐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했어요. 그래도 언젠가 쑤퉁을 만나볼 겁니다. 스텔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stella.K 2007-12-31 18:21   좋아요 0 | URL
ㅎㅎ 역시 예리하시군요. 이 책에 대한 호불호가 좀 나뉘는 것 같은데, 저는 좋았습니다. 마노아님도 기회 있으면 꼭 한번 읽어 보세요. 님도 복 많이 받으시길...!^^
 
녹파잡기 - 개성 한량이 만난 평양 기생 66인의 풍류와 사랑
한재락 지음, 이가원.허경진 옮김 / 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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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세기 명문가 출신인 한재락이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한량으로 개성을 떠 돌면서 그가 만났던 기생들에 관해 짤막하게 기록해 놓은 말 그대로 잡기다. 현재는 2종의 필사본만이 남아 있다고 하니 가히 역사가 꽤 있는 서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대의 기생이라고 하면 천기나 다름없는데 그는 짧지만 나름 애정을 가지고 기록해 놓고 있다. 그는 기생이 좋아 훗날에라도 잊지 않을 요량으로 이렇게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오늘 날에도 전해져 읽혀지고 있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

이 책은 200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비교적 얉은 책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빨리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66명이라고 해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기술이 워낙에 짧고 평이하게 씌여져 있어서 (쓰는 사람이야 좋아서 썼다지만)과연 이것을 읽는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언제부턴가 모르게 (막연하긴 하지만)기생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중에 발견하게 된 책이라 나름 기쁘기도 했고, 기생에 관한 이런 평이한 기술이 오히려 낮선 체험으로 와 닿았다. 이 책은 기생을 알기위해 역사적으로 고찰한 학술 서적이 아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솔직하며 인격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기생들이야 하룻밤 웃음을 팔고 놀이개감으로만 생각하지, 뉘라서 이렇게 기록을 해 놓는단 말인가? 그러고 보면 한량이라는 것도 급수가 있고 할 일이 있다 싶기도 하다. 한재락 그가 기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그들은 아무 것도 아니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기록이란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마주하고 새삼 또 한번 깨닫게 된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낮설다. 이 책 앞뒤로 <녹파잡기>에 대한 해설을 읽지 않고 중간부분을 차지하는 기생에 대한 인간적인 느낌만 가지고는 이 책이 그닥 와 닿지 않을 것이고, 기생을 우리식으로 알고자 한다면 더 실망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름 역사적 자료로서는 품위가 있는 책이기에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니 기록에 대해 좀 더 충실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하찮은 기록일지라도 내가 쓴 기록이 훗날 어떠한 대접을 받을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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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12-3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연말이라 더 마음이 바쁜 것 같아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래요^^
 
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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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처음 내 눈에 띄었을 때 왠지 모르게 참 많이 읽고 싶어었더랬다. 그리고 언젠가는 꼭 사서 읽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나는 지인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마치 그가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또 그 반가움도 무색하게 여러가지 읽어야 할 책에 파 묻혀 앞의 몇 페이지만을 읽고는 덮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을 잊고 있었던 아니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마음 먹고 있었다. 문제는 그 언젠가는의 언제는 과연 언제일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한때는 기자였으며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12명의 각기 다른 사람의 삶과 죽음의 극한을 글로 엮은 책이다. 이름있는 산악인이었지만 등정의 길에서 열 손가락을 잃고도 장애인 산악회를 조직한 박태원 씨, 유조선 사고로 직장 동료와 삶과 죽음을 맞바꾼 김학실 씨의 이야기, 사랑하는 아내와 중국을 여행하려다 비행기 추락 사고 중 구사일생으로 살아 남았지만, 뱃속의 아이를 위해 상처도 치료하지 못하고 죽음과 같은 고통을 이겨 낸 후에 지금은 건강을 되찾은 아내와 예쁜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김보현 씨, 물난리로 자신의 집뿐만 아니라 동네가 물에 떠내려가다시피 했을 때, 다시 갱생의 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키우던 애견 시베리안 허스키 라라를 남의 손에 넘겨 주며 사랑의 또 다른 선택을 한 김진문 씨의 이야기 등. 삶과 죽음의 순간에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스럽게 쓰여있다.

솔직히 난, 이런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숙연해지면서 다소 게으르고 방만한 나의 삶을 돌아 보게 된다. 어디 그뿐인가? 며칠 전에도 쌍둥이 자매가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오늘 날 너무나 만연되어 있는 허무주의와 인명경시 풍조에 이 책은 경종을 울릴만 하다고 생각했다. 이토록이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인 것을 왜 사람들은 그것을 미쳐 깨닫기도 전에 삶을 마감하려 하는가? 책을 읽고 있노라면 12인과 또 한 분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12인은 이 책에 나온 삶의 증인들이고 또 한 명은 바로 이 책을 엮은 저자다.

저자는 이 책을 엮으면서 그 작업이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그의 윤문에 실어 재현하려니 말대로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죽기로 결심한 어떤 사람에게 또 하나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면 저자는 작가로서의 삶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보아진다.

가끔 생이란 삶 보단 죽음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12명을 취채하고 난 후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생은 매순간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라고. 자, 이제 그것을 확인할 때다. 다행히도 나는 이 세밑에 이 책을 다시 손에 들었다. 이 책을 언제 읽을까 생각만 하고 올해를 마감했더라면 나는 이 책에 그리고 선물해 준 이에게 큰 실례를 범할뻔 했다. 특별히 나을 것이 없었던 한해였긴 했지만, 이 책을 읽고 올해를 마감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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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야호! 여러분, 새해엔 운수대통하십시오!
    from 2008-01-02 17:19 
    제가 이번 주 마이리뷰에 당선이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얼마 전 송년 모임에 갔었는데 빙고게임에 두번이나 돼서 선물을 두 개나 얻는 쾌거를 이뤘지요. 전 웬만해서 그런 일 없걸랑요. 너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아 내년에 뭐 좋은 일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정초부터 마이리뷰 대박이라니...! 올핸 웬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전조인 것 같습니다. 이 좋은 일 여러분께도 함께 하시길 빕니다. 제가 얼마 전 알라딘 나쁘다고 불평했는데 그거
 
 
마노아 2007-12-18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선물 받았는데 아직 보지 못했어요. 인생수업을 읽었을 때처럼 숙연한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읽고 싶어 쌓아둔 책이 많은데 요새 마음이 방황하느라 통 독서가 되질 않아요. 어여 마음 잡아야겠어요.

stella.K 2007-12-18 20:51   좋아요 0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선물 받고 읽지 못한 인생수업을 읽어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