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곱가지 법칙
켄 로빈슨 지음, 유소영 옮김, 백령 감수 / 한길아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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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뭔가 학습에 관한 것이나 워크북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래 그런류의 책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재껴 두는 것이 보통인데, 그래도 제목 가운데 <창의력>이란 단어가 눈에 들어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나 같은 경우 "개성있다"란 말을 들으면 대체로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것은 남과 같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거니와 동시에 '창의적'이라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내가 정말 창의적일까에 회의가 든것이다. 창의적이라면 뭔가 도전적이고, 진취적이며, 실험적이어야 할텐데, 난 이제 그다지 그래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더 원했을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 가면서 나의 그런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일 수 있을까에 대한 도전 보단, 창의적이지 못한 현 교육을 비판하고 진단하면서, 앞으로의 교육이 창의적인 면모를 갖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 지도를 제시해 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럴까? 이 책은 나에겐 좀 어려웠고, 기대와는 좀 달라 리뷰를 쓰기가 대충 난감하다.

그래도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즉 교육에 있어서 창의적이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토록 발달된 선진국가에서 조차도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놀랍기도 했다. 무엇이 진정한 앎이고, 교육인가에만 고민을 하다보니 교육은 아카데믹해졌고, 지나치게 이데올로기화 되었다. 결국 주입식 교육의 폐단은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마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유학을 가지 못해 안달이고, 학위를 더 따지 못해 복달하는 것일까? 고학력 인플레션만을 양산할 뿐인데.
특히 우리나라의 교육열이라는 것은 새삼 얘기할 필요도 없는 것이긴한데, 그렇게 선행학습 위주와 내 아이 성적 고득점 따기에 혈안이 되면 결국 어느 틈엔가 눈이 높아져 평준화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모든 사람이 똑같아지는 교육은 똑같은 사람만을 양산해내고, 사회 역시도 하양평준화가 되는 것이다.

마침 나는, 지난 주말 TV를 보다가 어느 사회 초년생이 어렵게 회사를 들어갔지만 1년만에 사표를 낸 사연을 보게 되었다. 그것은 한때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져 회자가 됐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제야 알았던 겐지...아무튼 거기에 보면, 그가 회사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한마디로 회사가 너무 비능률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사람들 저마다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잦은 회식, 불필요한 야근 등.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이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바른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소위 조직에서 찍힐 것이 두려워서라고 한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그저 그렇게 묻어가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결국 이 시대 교육의 패단 때문은 아닐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힘들게 회사를 들어왔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비슷하다면 저자가 말했던대로 교육은 패혈증을 앓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것은 사람들이 구사하는 언어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나 역시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사람들은 하나 같이 비슷한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그런 사고를 가지고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창의적이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가수 박진영이 모일간지와의 인터뷰를 읽은 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는 그 인터뷰 중에 사람에게 투자를 한다면 학교에서 모범적으로 공부 잘 하는 학생에게 하기보다 오히려 소년원의 아이에게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해서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의 말이 좀 지나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획일적인 교육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것은 아닌성 싶다.

이 책이 나름 갖는 의의는 있긴 하겠지만, 책이 쉽지마는 않아 뭔가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정책적인 진단만 할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기엔 저자는 의도가 없어 보이는 듯하다. 차기 저술에서나 기대해 봐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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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1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의성이 대세이지만 온전히 창의적일 수 있을까요?
우리의 언어나 생각도 모두 다른 사람의 것을 차용하는 셈이지요.
그게 내것인양 착각이 되는 것이고.. 박진영의 발언은 확실히 튀네요.
그사람 좋더군요.^^

stella.K 2007-07-1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온전히 창의적이 될 수 없을 겁니다. 그것만 강조해서도 안될거구요.
이번 독서는 저에겐 다소 버거웠죠.
신해철과 함께 박진영은 항상 튀잖아요. 그튐이 매력이고 거부할 수 없게 만들어요.
그게 창의적이라는 걸까요? 흐흐

책읽기는즐거움 2007-07-17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없이 반복되는 대안 없는 비판,,,,,, 너무 지겹네요. 역설적으로 저자의 책이 오히려 창의성이 떨어지는 듯 하네요ㅋㅋ

stella.K 2007-07-18 09:37   좋아요 0 | URL
그럴지도...^^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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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씨는 그 명성에 비해 나에겐 오히려 생소한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난 지금껏 그의 작품을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의 읽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아주 오래 전 그의 작품을 읽은 것도 같고, 안 읽은 것 같기 때문이다. 그만큼 작가는 나의 관심 밖이였던 것이다.

내가 그를 관심 밖에 뒀던 건, 그가 한창 필봉을 휘둘렀을 때 나는 한국문학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그의 문학적 위치가 참여문학의 최선봉에 있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그 시절 작가들이 참여문학을 하지 않으면 달리 무슨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런데도 난 문학하면 참여문학 밖엔 할게 없었던 이 나라의 문학풍토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정말 문학을 몰랐고, 배부른 생각을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은 문학이 너무 개인주의화 됐고, 너무 말랑말랑해졌다. 그래서 솔직히 재미가 없어졌다. 요즘에 주목받는 작가들은, 아예 문학이 엄숙해질 필요가 있냐고 하며 스스로 탈엄숙주의를 선언하고 나오고 있으니,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그런 문학을 읽고 있을 바에야 차라리 지금이라도 참여문학을 독파해 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니 읽고난 후 무슨 말을 써야할지 리뷰 쓰기가 좀 막막해졌다. 읽을 땐 너무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작가는 한가지 방법으로만 이야기를 풀어 나가지 않고 여러가지의 것을 혼합해서 풀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우선 주인공 바리는 작가가 창조해낸 인물이 아닌, 실제로 알고 있는 탈북의 어떤 사람을 그린 것 같이 생생하다. 게다가 바리공주의 구전설화를 완벽히 재탄생시켜 놓았다. 그리고 환상적인 요소까지 리얼하게 살리고 있어, 아, 이런 작가도 있었구나! 읽는내내 탄성을 지르게 만들었다. 게다가 작가는 참여문학의 대부(代父)답게 여전히 북한 문제와 미국의 9.11 사건,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을 바리라는 주인공을 통해 노련하게 병치시켜 놓았다. 게다가 이슬람의 내세관까지 녹여놓았으니 과연 대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과연 문학은 어때야 하는가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개기가 되었다. 나는 아무래도 탈이데올로기화 되고, 개인주의화된 그리고 가벼움과 재미만을 추구하는 오늘 날의 문학에 찬성할 수가 없다. 그것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역시 문학은 인생을 얘기해야 하고, 공동체적 삶을 얘기해야 하며, 그것이 옳든 그르든 작가의 인생관이 녹아져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읽는다는 건 나에게 크나큰 기쁨이었다. 이 작품을 읽고나니 작가의 이전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

물론 나 개인적으론 작가의 다소 샤먼적인 색채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그것을 통해 우리나라의 의식의 뿌리를 파헤칠려고 했다는 문학적 성과는 높이 사고 싶다. 또한 작가가 이전에 연극작업에 참여한 이력이 있어서일까? 작품에서 다분히 연극적 이미지가 베어있어 조만간 누군가에 의해 이 작품은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공연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게 만들었다. 그것은 운이 좋아서일까? 가제본으로 읽으면서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연극대본을 넘기는 것 같은 기분도 한몫 더 했으리라. 지금은 읽은지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잔상이 쉬 지워지지 않는다. 바리데기. 과연 추천할만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작가의 건필을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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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07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연극적 요소를 찾아내셨나 보군요. 황석영은 이야기꾼이지요. 이 책은 아직 안
읽어봤지만 다음에 읽을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stella.K 2007-07-08 18:39   좋아요 0 | URL
그럴리야 없겠지만, 아무도 작업을 안 하면 나라도 하고 싶어요. 물론 머리 빠지는 일이지만...ㅎㅎ

mira95 2007-07-07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도 기대중인데..빨리 읽고 싶어요. 황석영은 언제나 생각할 거리를 주는 작가지요..

stella.K 2007-07-08 18: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전 기회있는데로 <심청>이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황석영의 <심청>은 어떨까 궁금해지더라구요.^^

쿠자누스 2007-08-27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와 우연케 어느 식당에서 마주쳤을 때, 9/11을 소설로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하려다가 공연히 실망만 하게 될 것 같아서 그만 둔 적이 있었는데요, 이 책에 무얼 썼을까 궁금하네요.
 
카페 여주인 프랑스 현대문학선 24
레몽 장 지음, 이재룡 옮김 / 세계사 / 199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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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작가다. 하지만 나는 애석하게도 아직 그 작품은 읽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저자의 또 다른 책, 이<카페 여주인>이란 작품을 읽게 되어 나름 행운이란 생각이 든다.

내용은 간단하다. 어떤 작은 마을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여자에게 편지 한장이 날아든다. 그것은 어느 작가로부터, 하룻밤을 같이 지내주면 10만 프랑을 주겠다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소설은 시작하고 있다.

생각해 보라. 정말 누군가가 하룻밤을 지내주는 댓가로 적지 않은 돈이 생긴다면 제의를 받는 사람의 마음은 어떻겠으며, 주위의 반응은 또 어떻겠는가? 이것을 작가는 아주 그럴듯한 설득력을 가지고, 한 여름 밤의 꿈처럼 아주 섬세하고도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여기에 작가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솔직히 나는 작가의 내공에 좀 놀랐었다. 대작을 쓸만한 작가에겐 그다지 놀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만한 역량이 되서 그렇게 쓰는 것인데 새삼 놀라고 할 필요가 무엇이 있겠는가? 그저 작가가 펼쳐 준 잔칫상에 독자는 편안히 앉아서 즐겨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소품. 즉 작은 이야기를 이만큼 능청스럽게 펼쳐 나가는 작가들 보면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다.

그런데 문득 읽다가, 만약 이와 똑같은 이야기를 우리나라의 어느 작가가 그려낸다면 어떻게 그려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를 비하 할 마음은 없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정서엔 돈과 섹스를 동의어로 보는 경향이 있어, 한푼어치의 에누리도 없이 과감하게 까발리려고만 했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갖는 신비감이 반감이 되면서 또 똑같은 얘기하고 앉았구나, 하지 않을까? 이것을 클리셰라고 한다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는 결국 작가의 몫이다. 레몽 장은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위해, 주인공인 카페 여주인과 10만 프랑을 제의한 작가를 파리의 어느 박물관으로 대려다 놓는다. 그리고 사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가 하면, 역사의 한 단면을 얘기하게도 만든다. 그리고 프랑스 유명작가의 말도 인용하게 만든다. 과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상당히 육감적이며 흥미롭고, 지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책을 읽는 내내 마치 프랑스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아주 괜찮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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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6-3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끌리네요. 님이 매혹된 소설 읽어보고 싶어 담아갑니다.

stella.K 2007-06-30 10:40   좋아요 0 | URL
네.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몇년 전에 사놓고 벼르고 벼르다 이제야 읽었네요. 이런 여름 날, 특히 조용한 밤에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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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김훈의 문학을 일컬어 “마초”적이라고 말한다. 나는 아직 그가 낸 책들을 다 읽어내진 못했지만, 그의 글들은 거의 대부분 남성을 대상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것도 있긴 하다. 그의 단편 “언니의 폐경”같은 경우는 이례적으로 남성이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소설은 순전히 두 자매가 이야기를 주도하고 이끌어 간다. 그래서일까? “언니의 폐경”을 읽었을 때 나의 느낌은 마치 차가운 쇳조각에 살을 덴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김훈이 마초들의 이야기를 썼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겠는가? 어차피 이 세상의 이야기 중 거의 대부분이 남자가 나오고, 남자에 의해서 씌여지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러다가 그의 문학을 일컫어 마초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는 내는 책마다 화제가 아닌 적이 없었고, 특히 이 책 <남한산성>은 상종가를 치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왜 그럴까? 요즘 인기 있다는 펙션 또는 역사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몰랐던 병자호란이나 인조에 관한 얘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그는 이 소설을 시작할 때,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작가 김훈이 이 소설에서 얘기하려 했던 건 무엇일까?

알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듯, 김훈도 그런 것 같다. 그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호불호가 확실해 보인다. 그를 좋아한다면 왜 좋아하는 것일까? 나는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문체’를 좋아하는 것일 게다. 나는 그의 소설 <칼의 노래>로부터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의 문체는 한마디로 저기압 문체다. 읽고나면 가위에라도 눌린 듯 무겁지만, 뭔가의 깊은 울림이 있다. 이 작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마치 그때 당시를 여행하듯 명징하고, 인물이나 배경묘사가 적확하다. 모름지기 작가라면 이런 각을 세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그를 좋아한다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런데 싫어하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의 작품엔 여성을 비하시키는 내지는 반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작품이 여성이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꼭 그렇게 말해도 좋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 보단 그를 변호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읽은 바로는)그는 여성을 다룰 마음이 아예 없어 보이는 듯 하다. 그에겐 오로지 마초 다시 말해 남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의 문학을 마초적이라고 했을 때, 작가는 과연 그 말에 동의할까? 아마도 그 말은 평론가들이 자기내들끼리 뭉뚱그려 말했던 것이 세상에 전파된 것은 아닐까, 싶다. 여성의 비하 역시 그가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마초적이라는 것도 그렇다. 그가 주로 남성을 그리긴 했지만 전형적인 마초를 표현하지는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국민이 그리도 흠모해 마지않는 이순신 장군을 형상화 한 작품 <칼의 노래>에서 보면, 그는 이순신을 영웅호걸로 그리지 않았으며, 고뇌하는 남자로 그렸다. <남한산성> 역시도 우리가 익숙히 보아 온, 파벌이나 당쟁을 그리지 않고 고뇌하는 남자들을 그렸다. 인조도, 김상헌도, 최명길 역시도...

 

 

그렇다면 그의 작품에서 그리는 남성들은 왜 그리도 하나 같이 고뇌하고 있는 것일까? 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남성은 그다지 전형적인 마초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하나의 상상이며,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남성들은 늘 선택을 강요받으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그것이 가정이든 나라든) 끊임없이 고군분투하고, 밥벌이의 지겨움에 몸서리치는 건 아닐까? 작가 김훈은 이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게 되길 바랬을지도 모른다. 치욕을 기억하라고 하면서까지 하면서 말이다.

제법 비장해 보이긴 하지만, 역시 그것은 우리가 원하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마초는, 우리에겐 정복당해 온 역사만 있지, 어느 때고 정복한 역사는 없거나 감추어져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반작용은 아닐까? 그래서 더더욱 마초적이 되길 바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늘 이것을 의도적으로 반(反)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떠냐? 이 책 어디에선가 작가가 그렇게 표현한 것처럼, 그는 어느 쪽도 아니며 그저 글을 쓸 뿐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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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훈이 "남한산성"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05 02:26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2007년 10월 31일 읽은 책이다. 올해 내가 읽을 책목록으로 11월에 읽으려고 했던 책이었다. 재미가 있어서 빨리 읽게 되어 11월이 아닌 10월에 다 보게 되었다. 총평 김훈이라는 작가의 기존 저서에서 흐르는 공통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다분히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매우 냉정한 어조로 상황을 그려나가고 있다. 소설이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읽었음에도 주전파..
 
 
mira95 2007-06-2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오랜만이죠? 리뷰 좋네요. 저도 김훈 좋아하는데..<칼의 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남한산성>도 봐야죠.. 추천 누르고 갈게요^^

stella.K 2007-06-24 20:49   좋아요 0 | URL
아, 미라님! 반가워요! 그동안 잘 지내셨죠. 이렇게 반가울 수가...!^^

마노아 2007-06-2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한산성보다 김훈의 문학을 논하셨군요. 마지막의 마초에 관한 이야기는 신선합니다. 그런 속내가 있을 수 있단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stella.K 2007-06-24 20:50   좋아요 0 | URL
김훈에 중독됐다고나 할까?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다락방 2007-06-2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굉장한 글이예요. 추천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글입니다. 위에서 언급하셨던 [언니의 폐경]은 『강산무진』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단편입니다.

stella.K 2007-06-25 09:3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고맙습니다. <언니의 폐경>은 확실히 작가의 작품중 단연 독보적인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07-06-24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칸이 오줌을 휘갈기는 장면이요! 마초적이랄까.

stella.K 2007-06-25 09:32   좋아요 0 | URL
그렇긴 하죠. 하지만 칸의 비중은 그다지 커 보이지는 않았죠.^^

드팀전 2007-06-25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초 이야기는 일단 김훈의 소설도 소설이지만 그보다 그가 가끔씩 하는 인터뷰나 기타 잡글들에서 보인 가부장적인 자신감과 반여성적인 멘트들에서 파장된게 아닐까요?

stella.K 2007-06-25 09:33   좋아요 0 | URL
아, 그런 게 있었군요. 왜 나는 잘 몰랐을까요...
 
여자들이 모르는 남자들의 비즈니스 룰10
이자벨 니체 지음, 윤혜정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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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이 흥미롭다. 나 여렸을 때 만해도 여자들이 사회 진출은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었고, 자라 온 환경도 남자와 여자가 함께 지내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래서 남자가 어떻게 활동을 하고, 일이나 인간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남자는 일을, 여자는 관계를 중요시 한다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 안 사실이다. 어디 나만 그런가?

그나마 최근 십 몇 년 사이에 남자와 여자를 비교해 놓은 책들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그 전엔 어땠단 말인가? 어느 분야든 글을 써서 책을 내놓는 사람들이 여성 보다는 남성이 더 많았을테니, 이런 연구는 별로 필요치 않았을 것이고, 여성도 자기 같으려니 하고 지내지 않았을까? 어떻게 이 방면의 연구가 이제야 이루어진 건지 알 수다 없다.

이 책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여자와 남자가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그렇다. 아무리 남자는 일을 중요시하고, 여자는 관계를 중요시 한다고는 하지만, 오늘 날의 사회에 있어서 일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똑같이 중요하게 주어지는 것진다. 그러기 때문에 여자에게 있어서 일은 새로운 도전인 것이다.

아무리 여자가 관계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고는 해도 관계를 위해서 일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여자에게 있어서 일도 잘하고, 관계도 잘 하다면 금상첨화겠지. 심지어 어떤 사람은 관계 보다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여자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안 사실은, (어딘가에 보면) 남자들은 아무리 위에 상관이 있더라도 자기가 많은 분야에선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게 되길 바라고, 여자는 윗전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이냐를 아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그것에 맞출려고 하는 것이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내가 남자와 여자와 함께 일을 해 봐도 알 수 있고, 나 역시 윗사람이 원하는 바가 무엇이냐에 늘 초점을 맞춰 일을 해왔었다. 그리고 윗전이 확실한 방향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의심과 불평을 한다. 과연 내가 저 사람을 믿고 따라가도 될 것인가? 확실한 방향제시도 못하면서 이 일은 뭐하러 하자는 것이냐 하면서 말이다.

또한  나는 일에 대해서, 특히 처음 시도하는 일에 대해선 엄청 부담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혹시라도 나 하나로 인해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거진 대부분의 여성들이 똑같이 느끼는 것을 나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은, 일에 대하여 여성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또한 어떻게 하면 남자들과 어울려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해 낼 수 있는가를 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서는 많이 호의적이라고는 해도 일에 돌입하면 남자, 여자 가리지 않으며 심하면 오히려 여자를 걸림돌 내지는 귀찮은 존재로 여기기도 하니까. 그런 것에 대해 이 책은 나름 코치적 관점에서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읽다보면 일에 있어서 여자는 상당히 취약하며, 남자와 잘 지내려면 눈치를 잘 봐야하는데 그것으로는 이러 이러한 방법들이 있다고 가르치는 것 같아, 나는 그닥 좋은 느낌으로 와 닿지는 않았다. 또한 너무 친절하다 보니 여자는 남자와 함께 일을 함에 있어서 이 정도도 못한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썼을까?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저자도 보아하니 여자인 것 같은데 말이다. 이건 어찌보면 이 책이 갖고 있는 한계일수도 있고, 남자와 그다지 부딪힐 일 없는 나의 상황이나환경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또한 책판형도 나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그림 보다는 글이 더 많이 들어간 촘촘한 책을 좋아하는 탓도 있긴 하겠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제발 부탁하는 건데, 예쁘게 만들려고 하기 보단 독자들이 보기 편한 책이 먼저 생각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예쁘게 만들어서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보기 편한 것이 선행이 되고, 그 다음이 예쁘게 만드는 것이 되야될텐데, 예쁘게만 만들려고 하다 보니 소제목에 야광색 글씨가 오히려 나의 눈을 시리게 만들어서 나름 짜증이 날려고 했다. 물론 이 책은 2,30대 여성을 타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 감성에 맞는 컨셉을 지향했겠지. 하지만 이 사회에 일하는 여성이 어디 그뿐이랴? 4,50대도 많다. 연배에 맞는 디자인을 따로 만들어 낼수없다면 차라리 조금은 덜 세련되도 모든 사람들이 공통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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