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에 살다 - 조선 지식인 24인의 서재 이야기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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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행과 북학의 시대.

 

조선사 중에서도 특히 정조의 시대였던 18~19세기의 이야기들을 무척 좋아하는데, 탕평책의 시행으로 능력있는 인재들을 골고루 등용했던 일들은 문화 부흥을 이뤄냈을 뿐아니라, 일명 백탑파(오늘날엔 원각사지 10층 석탑)라 불리우는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홍대용, 박지원등의 자칫 놓치면 아까웠을 인재들의 이야기가 꽃피우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나라와 문물교환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연행이 시작되고, 그로인해 박지원의 『열하일기』나 박제가의 『북학의』등이 저술되면서 북학의 시대가 꽃피웠기 때문이다.

 

『서재에 살다』의 저자 박철상님 역시 19세기야 말로 문화부흥기라 이야기 한다. 어느때보다 외래문화와 접촉이 빈번했던 시대였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지식인들은 문화 수용에 앞서 깊은 고민에 빠졌던 시기이므로 오늘날 범람하는 외래문물에 대한 우리 시대와도 고민이 닮아있다고 이야기 한다.p10 그러므로 친숙한 그들의 삶과 그들이 추구했던 이상과 이념에 관해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기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2년동안 『국회도서관보』에 실린 내용을 묶어놓았다.

 

2. 19세기의 문화샬롱.

 

그 옛날 조선시대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대신 별명으로 '호'를 부르거나, 그 사람의 덕됨이나 성향을 담아 '자'를 만들어 부르기를 즐겼는데 그 사람의 호나 자를 살펴만 봐도 그 사람이 지향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름이 귀한 시대이기도 했지만, 유교사상이 깊었던 조선사회에서는 자신의 '이상'이나 '이념'이 실현되는것이야 말로 최고 중에 최고라고 생각했던 시대 였기에 늘 잊지 않고 기리기는 마음으로 호나 자로써 불렀던 것이다. 그것은 비단 이름에만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서재'에도 자신의 이상과 이념을 담아 부르곤 했는데 간서치(看書痴) 이덕무에 서재는 '구서재(九書齋)' 라 하여 독서(讀書), 간서(看書),장서(藏書),초서,교서(校書),평서(評書),저서(著書)라 하였다. 풀이해보면 읽고, 보고,소장하고, 베끼고,교정하고,평을달고,저술하고,빌리고,볕에 말리는p79 등 책으로 할수 있는 모든 일을 의미했다. (후에 이덕무는 팔분당이란 이름을 짓고 성인의 뜻을 품기도 했다) 또한 정약용의 서재는 노자의 도덕경중에 '여(與)가 겨울에 시내를 건너는 것 처럼하고 유(猶)가 사방에서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p14의 글자를 따서 여유당(與猶堂)이라 이름 하였는데 정조의 총애를 받던 정약용을 호심탐탐 노리는 세력들로 부터 경계하겠다는 뜻을 품기도 했다. 서재에는 때론 그리운 마음을 담아내기도 했는데, 헌종에 대한 마음이 남달랐던 윤현정은 헌종이 생전에 좋아했던 벼루들을 모아 '세개의 벼루가 있는 서재'란 뜻의 삼연재(三硯齋)이름 짓기도 했고,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를 스승으로 모셨던 황상은 '일속산방(一粟山房)' 이라 하여 좁쌀보다 좁은 집 이란 뜻을 품고 은자가 되길 소망하기도 했다.

 

 

각자의 '이상'을 담고 있는 서재는 교류와 만남의 공간이 되기도 했는데 연경길에 올랐던 홍대용이 유리창 거리에서 반정균과 엄정의 만남으로  훗날 이덕무, 박제가, 김정희등이 옹방강과 같은 인물을 만나 문화를 교류하는 장으로 발전하기에 이른다. 두 문화의 만남은 그림, 글, 서책을 나누고 편지로 서로의 안부를 전하거나, 존경하는 인물들의 그림, 좋은 글귀, 받아온 편액(扁額)을 걸어 즐기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 책에선 덜 다뤄진 부분이라 아쉽긴 하지만, 때론 서재에 모여 악기를 연주하며 풍류를 즐기며 시를 짓고 다양한 문인들이 발걸음하여 서로의 지식을 나누며 때론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간이 되기도 했으며 가까운 벗이 밤늦게 찾아오면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좋은 책이 생기면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는 문화의 공간이였기에 오늘날로 치면 문화샬롱쯤이 되지 않을까.

 

 

이런 문화의 흐름은 정조라는 인물이 탕평책의 시행이나, 청나라 문물의 수용을 거부했더라면 오늘날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열하일기』라는 파격적인 글을 써서 문체반정이라는 곤욕을 치뤄야했던 박지원이나 박제가의 사정은 문물의 수용에 엄격한 기준이 있었고, 그것으로 혼란한 시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앞선 시대의 몸살이야말로 오늘날에 다양한 문화발전에 기틀이되고 더욱이 출판산업의 발전은 오늘날 무엇보다 큰 문화유산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의 표지에서 사용된 '책가도'를 병풍으로 사용할 정도로 책을 좋아했던 정조였기에 19세기에 이르러 장서가들의 풍경이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것은 배움에 대한 갈증, 갈망, 허기짐, 욕구등은 문화사에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풍경이자 오늘날의 모태가 되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3. 책의 아쉬운 점.

 

지금은 원각사지 10층 석탑이라고 불리우는 백탑 아래 모여 살던 인물들에 관심이 많아 일명 백탑파라 부르며 그와 관련된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던 내겐 좀 아쉬운 책이였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원전을 쓰고 풀이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읽고 있다보면 분명 잘 차려진 음식인데 뭔가 밍숭하고 간이 들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분명 재밌는 이야기, 때때로 보여지는 사진자료도 좋지만, 저자의 깊은 생각들이 빠져서 그저 원전을 풀이해주는것에 그치고 일전에 읽었던 책들과 상당부분 겹쳐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책의 주제를 '서재'로 삼았으메도 서재의 이야기는 크게 와 닿지 았다는점이 아쉽다.차라리 주제를 '서책에 살다'로 해서 책에 더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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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2-17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같은 이유로 저도 읽을까 말까 머뭇거리고 있어요. 서재 이야기가 아니라서_ 쿨럭;; 그래도 도서관에서 마주치게 되면 한번 펼쳐보려구요.

해피북 2015-02-17 15:42   좋아요 0 | URL
저두 백탑파에 혹해서 구입했는데 ㅎ 아쉬운 부분이 생기더라구요 쿨럭 ㅋㅡㅋ

봄덕 2015-02-1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군요. ㅎㅎ 오늘 백탑파에 대한 네이버 자료가 떴던데요. 리뷰를 보니... 박지원, 홍대용 등 실학자들에 대한 각각의 책이 훨씬 나을 것 같아요. ^^

해피북 2015-02-17 20:24   좋아요 0 | URL
오! 네이버에 자료가 있군요 훗딱 가서 보고와야겠어요ㅋㅡㅋ 감사해요 ㅋ
 
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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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밀 싱클레어 혹은 헤르만 헤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p9

 

삶은 매 순간이 고민이고 선택이며 결과의 연속이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해 올바른 고민과 선택을 했더라면  아마 지금쯤은 나는 다른 결과(인생)에 놓여져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서른 중반을 훌쩍 넘은 나이에 한번쯤 진지하게 거쳐왔어야할 사춘기적 문제에 빠져 한심스럽게 보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내 자신에 이르는 길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방황 속에 있다. 그래서 헤세의 '데미안'이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꿈'과 '이상'에 관한 성장 소설이자, 자신의 세계로 이르기 위한 투쟁의 이야기인데, 재밌는 사실은 이 작품을 필명으로 발표한 헤세가 훗날 이 사실을 해명 해야하는 해프닝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다. 필명으로 발표한 이유로는 '작품성만을 평가받기 위해서' 나, ' 오해 받지 않기 위해'라는 이유를 댔지만, 나는 그가 주인공 싱클레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싱클레어'라는 인물이 헤세의 시인 친구 휠덜린의 이름에서 따온 것과 어릴적부터 헤세의 꿈이 시인 이였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충분히 그가 자전적 요소를 많이 투영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선교사셨던 아버지와 시인이 되고 싶었던 헤세라는 두 공간의 대립이야 말로 헤세가 탄생시킨 '데미안'이라는 신비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이 아니였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경쾌하지 않다. 시종일관 자신의 세계에 대한 투쟁, 알 이라는 견고한 세계로 부터 깨어져 나오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그렸기에 거센 풍랑속의 중심에 떨어진듯 깊고 음침하였다.

 

 

2. 자신에게 이르는 길은 결국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운명을 동경했고, 운명을 두려워 했지만, 운명은 늘 거기에 있었다. 늘 내위에 있었다.p128

하지만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고 있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것을 알고 모든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것을 우리들 자신 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p116

 

그래. 나는 알고 있었던듯 하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이였는지를. 직장에서 돌아와 지내는 시간들이 왜 그토록 불편하기만 했는지. 마치 숙제를 하지 않은 아이처럼 늘상 내 삶에 불편감을 느끼던 그 순간들을. 이후 펼쳐든 안상헌 저자의 책 『인문학공부법』북포스 통해 '진정 원하는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으로 내 삶은 황량한 들판을 걷는듯, 우주의 망망대해를 떠도는듯 안정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싱클레어 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길은 아버지가 원하는 길 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는 압락사스라는 선과 악의 공존의 신의 세계 즉, 따스함을 이끄는 아버지의 세계인 '선'과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의 세계 '악'(아버지의 기대로 부터 벗어났다는 죄책감)이라는 두 공간의 대립으로 부터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싱클레어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공간 속에서 살고 있었다. 아버지가 원하는 규율과 규칙은 늘 따뜻하고 환한 빛과 같은 공간이라 기억한다. 그래서 그곳에서 한발짝만 멀어져도 죄를 짓은 것처럼 죄책감에 짓눌린다. 그가 속한 세계는 아버지라는 안정된 세계였기에 금지되는 많은 것들에 의문을 갖을 수 없었다. 내가 속한 현재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무엇하나 어긋남이 없이 안정되어 돌아가는 세계. 의미없이 째각째각 돌아가는 시계 바늘처럼. 늘 일정하게만 돌아가는 견고한 세계에서 한발짜국만 내밀면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있음을 알면서도 알을 깨트리고 나갈 투쟁심도 용기도 없었기 때문에 늘 머뭇거리는 것이라고 말이다.

 

' 모든 사람에게 있어 진실한 직분이란 다만 한가지 였다. 즉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것... 누구나 관심 가질 일은, 아무래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내는 일이였다.p172

 

그러나 말해 두겠는데. 그것을, 그 꿈을 그대로 살게, 그것을 유희하게, 그것을 제단을 세워두게! 그것은 아직은 완전하진 않지만, 하나의 길이야. 우리가, 자네와 나, 그리고 몇몇 다른사람들이, 세계를 한번 새롭게 개혁하게 될지 못하게 될지 그거야 두고 봐야지 그러나 저 안쪽 우리들 마음 속에는 우리는 그것을 날마다 새롭게 해야하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야p150

 

안전하고 견고한 세계로 부터의 탈피는 분명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꿈과 이상이 명확하지 않다거나, 단기간에 걸쳐 이뤄낼 수 없다면 더욱이 큰 용기가 필요할터고 나역시 내 이상을 향해 나아간다면 수많은 시간이 필요할 터다. 이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로 이르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설득 시키며 묵묵히 헤쳐 나가야할지 그 의지력과 끈기력 또한 시험해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 단 한번뿐이라면, 또 내 삶을 계획하고 이끌 수 있는 시간이 지금 뿐이라면 온전히 열렬히 내 자신을 위해 한번쯤 쏟아낼 수 있는 용기를 갖어도 좋지 않을까. 나 때문에 곁에서 기다리며 힘든 시간을 보내야할 가족들에게 현재의 행복이 진실하지 않았노라 고백할 용기를 갖어본다면 먼 훗날에 맞이할 나의 진짜 행복 앞에 함께 기뻐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어본다. 싱클레어는 이런 방황스런 마음을 자신의 이상형 베아트리체로 부터 위안을 받고 다시 길위로 들어설 수 있었지만, 내가 찾을 수 있는건 오직 시간을 견뎌내준 책과 그 속에 담긴 한 편의 위안과 감동을  불어넣어줄 뿐이다. 싱클레어에게 많은 조언을 준 파스토리우스가 내겐 헤르만 헤세일 뿐이고 또 신비의 소년 데미안은 아직 이르지 못한 나의 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꿈이라는것은 언제나 교체 가능하기 때문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p191. 한 가지의 꿈이라도 온전히 모든것을 던져 열렬히 원하고 임할때에야  이룰 수 있는 것 이지만 실패하더라도 집착하지 말고 다른 꿈도 생각해보라는 이야기 왠지 박웅현 저자의 이야기도 떠오르는것 같다. 가끔 권장도서 목록을 보면 이 책이 왜 올라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마구마구 샘솟는 경우가 많았지만, 『데미안』이야 말로 성장통에 꼭 필요한 책임을 느낄 수 있어 모처럼 권장도서에 맞는 책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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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1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세의 소설들은 항상 고민하면서 사는 주인공이 많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에요. 그래서 헤세의 소설만 집중적으로 읽게 되면 나도 모르게 주인공의 심적 상황에 몰입되어서 피로감이 느껴졌어요. 작년에 헤세의 초기작 <페터 카멘친트>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수레바퀴 밑에서>와 <게르트루트>를 읽었을 뿐인데 답답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주인공이 불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 답답해요.

해피북 2015-02-17 16:12   좋아요 0 | URL
저는 `크눌프`와`데미안`의 책을 읽어봤지만, 말씀처럼 깊은 고민과 방황을 담고 삶에 대한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것 같아요. 그런데 읽어보면 명확한 답을 내놓진 않는다는점에서 여러가지 각도로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ㅎ 때론 답답함도 있고 왜 이렇게 명쾌하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마치 우리네 삶을 들여다보는듯. 무튼 헤세의 날카로운 문장들은 정말 멋졌어요! 그래서 헤세에 모든것을 알고 싶어 헤세 따라잡기?를 하고 있답니다 ㅋㅡㅋ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3 - 근대편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 3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정병수 그림, 최수민 옮김 / 꼬마이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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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계역사이야기3』은 구어체의 이야기 형식이라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처럼 술술 읽을 수 있는 장점이자 매력이 있다. 고대와 중세를 넘어 탐욕의 시대, 혁명의 중심기의 혼란한 모습을 다루는 근대편이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구어체를 만나 더 빛을 발하는것 같다.

 

' 수심이 옅은 호수나 습지 바닥의 진흙을 퍼 날라다가 거대한 흙벽들을 곳곳에 쌓았는데, 이 흙벽을 다이크dikd라고 해. 그 흙벽들이 바닷물의 침입을 막아주었어. 네델란드에 가서 그 흙벽 아래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말이야. 벽 너머의 바닷물이 네 머리위에 있는 걸 보는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단다'p33

 

' 그런데 식물의 생장을 지배하는 보편적 법칙들을 탐구하기 시작한 영국과

네델란드의 농부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광물질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p248

 

 

지리,기후, 생활방식, 습관, 제도, 인물, 전쟁등 어느것 하나 놓치지 않고 방대하게 풀어내는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마치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문학사상사 를 읽는것 처럼 착각에 빠져들며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곳곳에 삽입된 지도, 그림 자료를 통해 더 풍성하게 이해하고 받아 들 일 수 있는 기회가 되는것 같다. 더불어 파리의 크루아상 빵이 오스만 투루쿠 깃발의 모양에서 본떠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와 같이 곳곳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상식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런데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의 세계사를 그리며 해가 떠오르는 땅 '일본'과 '중국'의 건륭제 이야기를 싣고 있으면서도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우리나라에 관한 글귀는 몇 토막에 불과하다. 그저 일본이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길을 열어달라고 했다는 말뿐 우리나라의 왕조사는 단 한톨도 들을 수 없어 실망감을 맛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가 역사를 끊임없이 배우고 알아야하는가 보다. 세계사에서 미비한  우리의 역사를 우리마저 외면해버린다면 훗날 우리의 뿌리는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며, 한창 일본이 요구하는 독도나,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무시무시한 일들을 막기 위한 역사적 자료와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끝내 지켜내지 못하리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근대화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나라의 흥망성쇄나 인디언 부족과 나폴레옹, 표도르 대제등을 알아가는 재미도 좋지만,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삶의 모습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노예제도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통해 반란이나 혁명이 파생되고 권력이라는 달콤한 유혹 앞에 무너져버린 사람들의 욕망과 잔혹함에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할 역사라는 사실을 느껴보기도 했다. 다음에 읽게된 현대는 보다 우리의 삶과 근접한 모습을 볼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편에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담겨 있을지 조금의 기대심도 갖어보며 다음 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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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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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4인의 독서강호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있다. 194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냉혹한 도끼파에 들어가고 싶었던 동네 양아치 싱(주성치)은  빈민가 돼치촌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려 행패를 부려보지만 되려 호되게 당하고 보니 무림 강호들이 숨어 살고 있었다는 영화 쿵푸허슬(2005). 변태성향의 세탁소 아저씨, 도넛가게 아저씨, 여자의 뒷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집주인 아저씨등 일상의 평범해 보이는 인물들이, 어느날 그들에게 닥친 위협으로 부터 숨겨왔던 무술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통해 통쾌함과 희열, 해소감을 느끼며 한 장면도 놓칠 수 없었던 그 영화가 윤성근저자의 책 『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으며 떠올랐다.

 

 

서울 은평구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 윤성근씨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헌책방을 차리게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상한 나라'라는 건 아마도 저자가 좋아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따온 제목인거 같은데 세계 여러나라의 앨리스 책을 수집 중 인 저자는 조만간 수집한 책을 가지고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헌책방은 책을 '만나러'오는 공간을 넘어 여러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친분이 있어 그분의 서가를 윤성근씨가 운영하는 헌책방의 모습과 비슷하게 인테리어 했다는 글도 본적이 있다. 그런 저자가, 자신의 헌책방 손님이였던 23인의 애서가들과 나눈 이야기를 글로 묶어 놓은 책이 『책이 좀 많습니다』 인데 윤성근씨 역시 독서내공이 상당한 애서가이기에 '24인의 독서강호'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다.

 

 

 

 

 

 

 

 

 

 

 

 

 

 

 

길을 가다 만날것만 같은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집과 30분 거리에 떨어진 컨테이너 박스를 빌려 서가를 만들고, 건물을 빌려 '학사재'라는 서가를 만드는가 하면, 여기저기 책탑을 쌓아올려 자칫 위태로움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 자신보다 더 '가치'를 알아 줄 수 있는 이에게 책을 나눠주는 사람, 좋아하는 주제로 책을 모으고, 개인 도서관을 만든 각양 각색의 사람들의 집념과 결단 그리고 용기로 부러움을 사는가 하면 그들만의 독서편력으로 형성된 가치관에서 생기는 울림이 좋아 책을 읽으며 자주 웃음이 났다.

 

도대체 어쩌면 이렇게도 책 모으기를 좋아하고 책 읽기 또한 즐길 수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책을 사랑하면 된다. 책을 정말 사랑하니까 한 시라도 책하고 떨어지기 싫은 것이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고 읽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것이, 책이란 곧 평생을 함께하는 사랑하는 연인 같다고 그이는 말한다p17

책을 읽기에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할까? 커다란 파도 만큼? 모든걸 날려버릴 정도로 강한 허리케인? 그 용기는 우리가 용기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까 싶을 만큼 아주 작은 것이라고 나는 오래전부터 믿었다. 봄을 알리는 첫 산들바람 같은 용기가 꽃에 전해 지듯이 그런 작은 것들이 때로는 가슴을 흔들고 세상을 움직이게 할 때가 있다. 말하자면 시가 지닌 힘이 그렇다고 믿는다.p220

 

삶의 기준이 돈이 될 수 없는 것같이, 사랑의 기준도 양이 될수 없다. 책을 많이 읽었다거나, 책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을 '애서가'라고 부르진 않는다. '책'이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고 쌓아올린 내공으로 삶을 바라보며 거침없이 표현하는 당당함과, 책을 발견하고 만나는 기쁨을 알고 즐길 줄 아는 진정한 '고수'라는 점에서 절로 겸손해짐을 느낀다. 누구하나 부유한 환경에서 살진 않았지만 녹록치 못한 삶 속에서도 책과 함께 할 수 있던 어린시절에 감사하고,  그 경험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져 직장이되고, 재능이 되고, 기회가 되고, 꿈이 되었으며 여전히 꿈을 꾸는 사춘기 아이들과 같았다.

 

 

 

2. 진정한 독서의 내공은 책의 '가치'를 아는 것.

 

요즘부쩍 늘어난 호기심에 내 책장의 책들은 순환 운동 중이다. 다시 말해 읽어보고 두번 펼치지 않을 책들은 정리하며 책과 책이 겹쳐 가려지는 현상 만큼은 막아보고자 무던히 노력중이다.( 우리집 책은  대략 500~600권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안방에 들어차 있기엔 좀 버거운 양이다) 책에 관련된 에세이를 읽다보면 늘어나는 장서로 인해 고충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인거 같다. 집, 컨테이너 박스, 건물을 빌려 서재를 만들거나 방 전체를 책장으로 꾸민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엔 늘 고민스럽게 만드는 것이 책을 보관할 것인가, 나눠 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살다보면 필요한 순간이 생길것 같고, 지금은 읽히지 않지만 세월이 흐른뒤에 읽을 수 있을것 같은 온갖 욕망들이 뒤섞여 한참을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책의 '가치'에 대해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나보다도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져 죽은듯 책장 한켠에 차지하고 있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로 표현하는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애서가 이자 책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

 

책을 사면 한 두 번 읽고 나름 판단을 합니다. 이걸 내가 계속 갖고 있으면서 써먹을 책인지, 아니면 몇년이 지나도 그냥 꽂아 두기만 할 책인지를 고민을 해본 다음 오랫동안 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은 과감하게 다른 사람에게 줘요, 내가 갖고 있으면 몇 년 동안 책장 안에서 빛을 못 볼 운명인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장 필요한 책일 수도 있거든요p148

 

더불어 빌려 읽을 수 있는 책들은 빌려 읽으며 나름의 가치로 판단하는 그들만의 내공이 빛이나 보였다. 내게도 책을 구입할 적에 나름의 기준이 있다. 세계문학은 함께 세월을 느끼며 읽어야 제 맛을 톡톡히 낼 수 있기 때문에 구입해서 보는 편인데, 윤성근 저자의 표현을 빌려 여러번 곱씹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거친 곡식과도 같아서 꼭 구입해서 읽는다. 두번째론 기초체력을 키워줄 역사서 역시 꼭 구입하고, 삶의 울림을 주고 행동으로 이끌어주는 인문서 역시 구입하는 편이다. 그리고 관심분야인 독서에세이다. 그외에는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서점에서 확인해보고 마음에 이끌리면 사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은 마음을 이끄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독서 고수들의 내공을 익히며 자제의 미덕, 비움의 미덕을 실천해봐야 할 시점인거 같다.

 

 

인터뷰 중간마다 읽을만한 책에 관한 정보가 책을 더 값지게 한다. 평소에 자주 듣지 못했던 책들이 더 많고, 다양한 분야들의 이야기에 이끌려 나도 두 권 구입해 보기도 했는데 이번에 구입한 책은 문학과 사상사의 『기형도 전집』 과 알베르토 망구엘의 『밤의 도서관』세종서적  이다. 기형도 시인의 풍문은 익히 들었고, 시도 만나본 적이 있어 무척 기대가 되며, 책과 영혼이 만난다는 부제가 너무 흥미로워 빨리 읽어보고 싶은 책 '밤의 도서관' 역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또한 고서 수집가 릭게코스키의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르네상스 역시 조만간 만나 볼 예정이며 상당히 기대가 되는 책이다.

 

 

3. 필사하며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는 좋아하는 구절에 밑줄도 긋고 포스트 잇으로 표시하며 읽었는데, 두 번째로 펼쳤을때 그어진 밑줄에 신경이 쓰이고, 새로운 구절을 발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따로 옮겨 적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유독 오타를 발견하게 되는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 책에서는 조금 많은 오타를 발견하여 몇자 적어본다.

 

72페이지 밑에서 7번째줄 ' 일기를 쓰고 있고 있다고 생각했다.'에서 있고 를 빼야하며

95페이지 두번째줄 ' 무카미 하루키'를 무라카미로,

101 페이지 첫째줄 ' 자기 것이 됐기 때문에 지닐가질 수 있는 자유로운' 에서 가질은 빼줘야 겠고,

136페이지 아래서 다섯째줄 <서부전 이상없다> 에서 서부전선으로.

147페이지 위에서 9째줄 ' 책을 많 사기 때문에' 에서 많이로 바꿔야하며

261페이지 밑에서 4째줄 '그런 쪽으로 많은 사랑을 은 책이다'에서 받은으로 고치고

269페이지 위에서 11째줄 '메모 양이 엄청나서 이 휘둥그레졌다' 은 설마 등은 아니겠죠? 눈으로 고치면 좋겠고,

277페이지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세프' 밑에서 3째줄 ' 남긴 기한 인간' 은 기이한 으로 고치면 좋겠다.

 

나도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다보면 웃지도 못할 오타들이 눈에 띈다. 동생이 자주 발견하여 신고해준 덕분에 고치기도 하지만, 고치지 못한 글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럴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책이라는건 언제나 정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2판 인쇄시에는 오타가 교정된 멋진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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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12 17: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면 사랑한다’라는 최재천 교수의 말이 생각나요. 살아가면서 책 한 권씩 읽으면서 그 재미를 알게 되면 저절로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상한나라의헌책방’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을 겁니다. 윤성근씨가 페이스북에 책 사진과 글을 업로드해요. 해피북님이 발견한 오타를 ‘이상북’ 페이스북 페이지에 알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해피북 2015-02-12 19:48   좋아요 0 | URL
이상북 페이스북 친구 맺었어요 ^~^ 책 소식과 다양한 소식들을수 있어 좋더라구요ㅋ

라로 2015-02-1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큼 오타가 있을라구요!! ㅋㅎㅎ 그런데 동생분도 알라디너에요???? 와아~~~
암튼 이 책 알라딘에서 몇 번 봐도 관심 없었는데 해피북님 때문에 담아욧!!ㅋㅎㅎ

해피북 2015-02-12 19:44   좋아요 0 | URL
동생도 알라디너는 맞는데 활동을 잘하는편은 아니구 네이버 블러그에 올려놓은 글 보구 알려주더라구요

저는 독서 에세이를 무지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어요 ㅋㅡㅋ

수이 2015-02-1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려니 했는데 ㅋㅋ 해피북님 글 읽고 장바구니에 퐁당!!

해피북 2015-02-12 19:46   좋아요 0 | URL
^~^ 저는 독서에세이 무지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는데 야나님께도 즐거움이 가득하면 좋겠어요 ㅎ

책방꽃방 2015-02-13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지기님의 책이군요. 예전에 이분이쓰신 [침대밑의 책] 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일어보고 싶은걸욤!^^

해피북 2015-02-13 16:17   좋아요 0 | URL
앗! 제가 이분의 책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과 `심야책방`까진 구입 했는데 `침대 밑의 책`도 있었군요! 재밌게 읽으셨다니 말씀해주신 책두 구입해놔야 겠어요^~^ 요즘 헌책방에 관심도 생기구 저두 작은 책방이나 도서관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기네요ㅎ 영영 꿈으로만 남겠죠?ㅠㅜ

책방꽃방 2015-02-1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대밑의 책은 작가가 자신이 읽은책을 추천하는건데 독서리스트만들기에 도움이 되는거 깉아여. 그리고 책 끄트머리에 그려진 작은 그림이 있는데 책을 스르륵 남기는 움직이는 그림이 되는 재미난 구성도 했더라구요. 암튼 이분 글은 참 재미난거 같아요!^^
 
우리가 사랑한 헤세, 헤세가 사랑한 책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엮음.옮김 / 김영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필사하고 필사해도 멈출수가 없어라.

 

 

 

 

 

독서를 하다보면 항상 다른 사람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했다. 가끔 집에가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표지를 힐끔거리며 남몰래 훔쳐보는 스토커가 되는가 하면 서점가 한쪽으로 모여든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어떤 책에 그토록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힌트를 찾아볼 요량으로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한다. 이렇듯 나는 늘 다른 사람이 읽는 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집엔 '독서 에세이'집이 참 많다.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이점에 대한 통찰력은 뒷전이고, 책을 '읽고' 정리된 '생각'이 주요 관심사였고, 지금도 그런 부분들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는데,  가끔 기대 이상으로 좋은 책을 만나 필사하고 필사해도 멈출 수 없는 희열을 느낄때면 아! 이 책 정말 사랑스럽다! 라고 외치곤 한다. 그러나 그런 책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한 달에 읽게되는 10권의 책중에 한 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로.  그런데 이 책  『헤세가 사랑한 책.들』은 문장속에서 느껴지는 감탄과 울림의 변주를 느끼며 필사하고 필사해도 멈출 수 없는 희열과 말 못할 감동이 밀려듬을 느끼며 결국 이 책에 붙여진  '헤세의 서평집'은 잘못된 표현임을 느꼈다. 이 책은 인생의 소용돌이 속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 대한 통찰이며, 독서에 대한 기쁨의 변주곡이다. 

 

 

그토록 언뜻 보기에만 우연일뿐, 실은 고도로 계산되고 상세히 연주된 조명이다. 램프의 각도를 조금만 바꾸면 그 유령 같은 모습에서 우리는 친구를, 형제를, 사촌들, 이웃들을 알아볼 수 있으며, 이따금 가장 잘 알고 있는 자신의 모습도 알아보게 된다.p40

 

하지만 아메리카 에서 홀로 삶을 개척해야 할 소년이 이토록 위험에 빠져서도 보여주는 그 젊음과 무죄함, 선량함과  사랑스러움은 카프카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 모든것을 더 밝고도 즐겁고 명랑하게 만들어 준다 p34

 

냉철한 비판과 고백하지 못한 동경이 뒤섞인 채로 세계를 바라보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 날에는 사람들과 온 세상 물건들이 모조리 토마스 만이 그려낸 것 같은 얼굴을 한다. 웃음이 터지도록 진지하고 눈물이 쏟아지게 웃기는 모습 말이다.p41

 

 

하지만 이렇게 말해보자. 모로씨가 늙어간다는 것, 달이 가고 해가 가고 또 해가 간다는 것이 사건이라고 말이다. 이 책의 헤아리기 어렵고 감동적이고 압도적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삶이 천천히, 알아채지 못하는 가운데 하지만 끊임없이, 돌이킬 길 없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본다. 이 사람이 불확실한 충동에 이끌려 어떤 운명을 기다리는 것을, 수수께끼가 풀리기를, 진짜 마음을 사로잡는 뜨거운 사랑을, 구원을 만족을, 자기존재의 정당화를, 운명을 기다리는 것을 바라본다. 그는 절반만 의식한 채 막 우연히 찾아 헤매면서도 자기 운명이 바로 자기 위에 있음을, 이미 자기를 둘러싸고 있음을 보지 못한다. 이렇게 기다리고 예감하고 찾아 헤매면서도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말이다.p49

 

모든 진짜 시인의 작품은 이와 같다. 마치 폭풍위에 휩쓸린 듯 거기 귀를 기울이고, 바닷가에서 처럼 거기 눈길을 빼앗기고, 자연의 힘에 홀린 듯 작품에 빠져들어 자신을 잊는다. 훨씬 나중에 두 번째 세 번째 다시 읽을 때에야 비로소 고요해진 감각으로 전체 구조와 각각의 부분에서 예술성을 찾아내고 즐거워하며, 점점 새로운 기쁨으로  수많은 크고 작은 아름다움을 찾아낸다.p132

 

헤르만 헤세가 사랑한 책. 들

 

2008년 부터 시작된 나에 독서기록을 살펴보면  현재에 이르기 까지 143편. 물론 흩어진 기록들을 전부 찾아보진 않았지만, 7년 동안의 기록이라고 하기엔 좀 미비한 숫자긴 하다. 거기에 반해 63년 동안을 읽고 쓰는데 무려 3000편의 서평을 기록했고 거기에 더해 그가 쓴 여러 소설, 에세이 들을 떠올려 본다면 헤르만 헤세는 정말 대단한 애독가임은 분명하다. 그가 책을 사랑하게된 계기가 무엇인지 살펴보면 그의 삶이 그리 평탄하지 않았음을 알게된다.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신학교를 다녀야 했던 헤세는 시인이 되고 싶어 집을 나와 서점 견습공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살을 경험할 만큼 거칠고 황폐한 사춘기를 보낸 그는 틈틈히 작성한 글을 기고하며 이십대 초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해 평생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여러 출판사에서 헤세의 서평을 얻기 위해 많은 책을 보낸 덕분에 헤세는 읽지 않은 책들 더미에 쌓여 살았다는 이야기는 그가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그의 도전과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이 책에 수록된 73편의 책 중에 내가 읽은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아직 그의 책 『데미안』까지도 읽지 않았음에도 이 책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이 책 읽어봐라' 식의 명령조나, 자신의 생각만을 뭉쳐놓고 책 이야기는 뒷전인 이야기도 아닌 순수한 목적의 '독서'로 읽는 독자를 즐겁게 한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된 감정에서 생겨난 믿음을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출판사에 대한 믿음, 번역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흘러 넘쳐 그가 진정으로 '책'을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가 읽은 책들을 살펴보면 유럽권의 책 뿐만 아니라 동양의 책들도 다수 있음을 알게된다. 헤세가 인도여행한 후  동양에 관심을 보이며 적은 책  『인도기행』범우문고221. 이나 『싯다르타』 민음사. 2002 를 봐도 동양에 대한 사상이 남달랐음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 미친 사람을 향한 아시아 사람의 감정'p69이라는 표현이나 문장에 종종 등장하는 아시아 라는 단어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동양의 종교에 대한 사상이 남달랐음을 느끼게 한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세가지.

 

『헤세가 사랑한 책.들』을 읽으며 나는 세가지를 얻을 수 있었는데 하나는 헤르만 헤세라는 인물에 대해. 둘째는 헤세가 사랑한 책에 대해. 셋째는 번역가 안인희님 이다.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중에  꼭 좋은 번역가의 책을 선택하라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저자의 정서, 감정, 생각들을 문장으로 이끌어내는 번역가와, 감성으로 이끌어내는 번역가가 있다면 안인희님의 번역은 감성이 풍부한, 그래서 헤세와 너무나 잘 어울어졌던 글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유려한 문장, 풍부한 표현력,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저자와 책에 대한 이야기는 글의 흐름을 망치지 않게 적재적소에 개입하여 안내해주는 글들이 어울어져 이 책을 빠르게 읽어나갈 수 없었다. 한 장 한 장 손떼를 묻혀가며 두고두고 펼쳐들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며 안인희 번역가님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며 ' 좋은 번역가의 책을 선택하라'는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헤세가 사랑한 책들 중엔 ' 작가들에 대한 기억' 이라는 파트(1.5)가 있는데 헤세가 기억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짧막하게 옮겨놓았다. 그중 도스토엡스키에 대한 헤세의 기억이 가장 인상적이라 적어 놓는다. 헤세가 생각하는 도스토엡스키를 읽는 방법에 관한 글이다.

 

안락의자에 누워 『죄와벌』을 읽으며 이 유령의 세계에서 편안한 두려움을 구하는 사람은 이 작가의 진짜 독자가 아니다..... 우리는 비참할 때, 우리의 고통 감내 능력의 경계에 이르기까지 고통받고 삶 전체가 그냥 하나의 타는 듯한 아픈 상처로 느껴질 때, 절망을 숨쉬고 희망 없음의 죽음을 느낄 때  도스토엡스키를 읽는다.

 

비참함으로 고독해지고 마비되어 망연히 삶을 건너다 볼 때, 삶의 거칠고도 아름다운 잔인함을 더해 이해하지 못하고 더는 삶을 바라지 않을때, 우리는 비로소 이 무시무시하고 위대한 작가가 울리는 음악에 마음을 연다.

 

그럴때 우리는 구경 꾼이 아니요, 즐기면서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작품속 온갖 가련한 존재들의 가련한 형제가 된다. 그들의 고통을 함께하며, 그들과 함께 경직되어 숨도 못 쉬면서 삶의 소용돌이 속을, 죽음의 영원한 물레방아를 멍하니 들여다본다. 그럴때 우리는 도스토엡스키의 음악, 그의 위안, 그의 사랑에 귀를 기울이고 그럴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경악 스러운 지옥과도 같은 그의 세계의 경이로운 의미를 체험한다..

 

 

이렇듯 책을 망연히 손에 잡히는데로 읽기보단, 그 작가를 열렬히 느낄 수 있을때 내 삶을 관통하여 하나의 세계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때 읽게된다면 완전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담으로 78페이지에 아래서 7째줄에 '모두'에 씌여진 한자어는  그 아래 '만유'자리로 옮겨야 하며, 26페이지에 아래서 5째줄 ' 이 소설을 절반 성숙한 힘든 소년의'라는 문맥이 조금 이상스럽다 '절반 성숙한'이라는 단어를 몇번씩 되뇌이며 생각해보았다. 차라리 '미숙한 소년'이나 '성숙하지 못한 소년'등의 문장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278페이지 도스토엡스키에 대한 생각중에  다섯번째줄 '희망없음의 죽음을 죽을 때' 는 뭔가 이상스럽다. '죽음으로 죽을때' 혹은 '죽음을 느낄때'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나는 '죽음을 느낄때'를 선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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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07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헤세의 글은 읽을 게 너무 많아요. 고전 추천도서로 알려진 작품만 읽어도 헤세 문학 절반도 못 미치는 정도에 불과할 겁니다. 저도 헤세의 소설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해피북 2015-02-08 14:48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번에 헤세 책을 거의 구입해봤는데 제법 많더라구요ㅋ 그리구 여전히 새로운 책들이 나오기도해서 읽어야 할 책은 많지만 넘 좋아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