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좀 많습니다 - 책 좋아하는 당신과 함께 읽는 서재 이야기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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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4인의 독서강호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있다. 194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냉혹한 도끼파에 들어가고 싶었던 동네 양아치 싱(주성치)은  빈민가 돼치촌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려 행패를 부려보지만 되려 호되게 당하고 보니 무림 강호들이 숨어 살고 있었다는 영화 쿵푸허슬(2005). 변태성향의 세탁소 아저씨, 도넛가게 아저씨, 여자의 뒷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집주인 아저씨등 일상의 평범해 보이는 인물들이, 어느날 그들에게 닥친 위협으로 부터 숨겨왔던 무술실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통해 통쾌함과 희열, 해소감을 느끼며 한 장면도 놓칠 수 없었던 그 영화가 윤성근저자의 책 『책이 좀 많습니다』를 읽으며 떠올랐다.

 

 

서울 은평구의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하는 저자 윤성근씨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헌책방을 차리게 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상한 나라'라는 건 아마도 저자가 좋아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에서 따온 제목인거 같은데 세계 여러나라의 앨리스 책을 수집 중 인 저자는 조만간 수집한 책을 가지고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의 헌책방은 책을 '만나러'오는 공간을 넘어 여러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친분이 있어 그분의 서가를 윤성근씨가 운영하는 헌책방의 모습과 비슷하게 인테리어 했다는 글도 본적이 있다. 그런 저자가, 자신의 헌책방 손님이였던 23인의 애서가들과 나눈 이야기를 글로 묶어 놓은 책이 『책이 좀 많습니다』 인데 윤성근씨 역시 독서내공이 상당한 애서가이기에 '24인의 독서강호'라는 제목을 붙여 보았다.

 

 

 

 

 

 

 

 

 

 

 

 

 

 

 

길을 가다 만날것만 같은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집과 30분 거리에 떨어진 컨테이너 박스를 빌려 서가를 만들고, 건물을 빌려 '학사재'라는 서가를 만드는가 하면, 여기저기 책탑을 쌓아올려 자칫 위태로움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 자신보다 더 '가치'를 알아 줄 수 있는 이에게 책을 나눠주는 사람, 좋아하는 주제로 책을 모으고, 개인 도서관을 만든 각양 각색의 사람들의 집념과 결단 그리고 용기로 부러움을 사는가 하면 그들만의 독서편력으로 형성된 가치관에서 생기는 울림이 좋아 책을 읽으며 자주 웃음이 났다.

 

도대체 어쩌면 이렇게도 책 모으기를 좋아하고 책 읽기 또한 즐길 수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책을 사랑하면 된다. 책을 정말 사랑하니까 한 시라도 책하고 떨어지기 싫은 것이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고 읽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것이, 책이란 곧 평생을 함께하는 사랑하는 연인 같다고 그이는 말한다p17

책을 읽기에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할까? 커다란 파도 만큼? 모든걸 날려버릴 정도로 강한 허리케인? 그 용기는 우리가 용기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까 싶을 만큼 아주 작은 것이라고 나는 오래전부터 믿었다. 봄을 알리는 첫 산들바람 같은 용기가 꽃에 전해 지듯이 그런 작은 것들이 때로는 가슴을 흔들고 세상을 움직이게 할 때가 있다. 말하자면 시가 지닌 힘이 그렇다고 믿는다.p220

 

삶의 기준이 돈이 될 수 없는 것같이, 사랑의 기준도 양이 될수 없다. 책을 많이 읽었다거나, 책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을 '애서가'라고 부르진 않는다. '책'이라는 주제를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을 만들고 쌓아올린 내공으로 삶을 바라보며 거침없이 표현하는 당당함과, 책을 발견하고 만나는 기쁨을 알고 즐길 줄 아는 진정한 '고수'라는 점에서 절로 겸손해짐을 느낀다. 누구하나 부유한 환경에서 살진 않았지만 녹록치 못한 삶 속에서도 책과 함께 할 수 있던 어린시절에 감사하고,  그 경험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져 직장이되고, 재능이 되고, 기회가 되고, 꿈이 되었으며 여전히 꿈을 꾸는 사춘기 아이들과 같았다.

 

 

 

2. 진정한 독서의 내공은 책의 '가치'를 아는 것.

 

요즘부쩍 늘어난 호기심에 내 책장의 책들은 순환 운동 중이다. 다시 말해 읽어보고 두번 펼치지 않을 책들은 정리하며 책과 책이 겹쳐 가려지는 현상 만큼은 막아보고자 무던히 노력중이다.( 우리집 책은  대략 500~600권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안방에 들어차 있기엔 좀 버거운 양이다) 책에 관련된 에세이를 읽다보면 늘어나는 장서로 인해 고충은 피할 수 없는 과제인거 같다. 집, 컨테이너 박스, 건물을 빌려 서재를 만들거나 방 전체를 책장으로 꾸민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엔 늘 고민스럽게 만드는 것이 책을 보관할 것인가, 나눠 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살다보면 필요한 순간이 생길것 같고, 지금은 읽히지 않지만 세월이 흐른뒤에 읽을 수 있을것 같은 온갖 욕망들이 뒤섞여 한참을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책의 '가치'에 대해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 이 책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나보다도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그져 죽은듯 책장 한켠에 차지하고 있는 것보다 더 소중한 일이 되지 않겠느냐는 말로 표현하는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애서가 이자 책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

 

책을 사면 한 두 번 읽고 나름 판단을 합니다. 이걸 내가 계속 갖고 있으면서 써먹을 책인지, 아니면 몇년이 지나도 그냥 꽂아 두기만 할 책인지를 고민을 해본 다음 오랫동안 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은 과감하게 다른 사람에게 줘요, 내가 갖고 있으면 몇 년 동안 책장 안에서 빛을 못 볼 운명인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장 필요한 책일 수도 있거든요p148

 

더불어 빌려 읽을 수 있는 책들은 빌려 읽으며 나름의 가치로 판단하는 그들만의 내공이 빛이나 보였다. 내게도 책을 구입할 적에 나름의 기준이 있다. 세계문학은 함께 세월을 느끼며 읽어야 제 맛을 톡톡히 낼 수 있기 때문에 구입해서 보는 편인데, 윤성근 저자의 표현을 빌려 여러번 곱씹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거친 곡식과도 같아서 꼭 구입해서 읽는다. 두번째론 기초체력을 키워줄 역사서 역시 꼭 구입하고, 삶의 울림을 주고 행동으로 이끌어주는 인문서 역시 구입하는 편이다. 그리고 관심분야인 독서에세이다. 그외에는 도서관에서 빌리거나, 서점에서 확인해보고 마음에 이끌리면 사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은 마음을 이끄는 책들이 너무 많아서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독서 고수들의 내공을 익히며 자제의 미덕, 비움의 미덕을 실천해봐야 할 시점인거 같다.

 

 

인터뷰 중간마다 읽을만한 책에 관한 정보가 책을 더 값지게 한다. 평소에 자주 듣지 못했던 책들이 더 많고, 다양한 분야들의 이야기에 이끌려 나도 두 권 구입해 보기도 했는데 이번에 구입한 책은 문학과 사상사의 『기형도 전집』 과 알베르토 망구엘의 『밤의 도서관』세종서적  이다. 기형도 시인의 풍문은 익히 들었고, 시도 만나본 적이 있어 무척 기대가 되며, 책과 영혼이 만난다는 부제가 너무 흥미로워 빨리 읽어보고 싶은 책 '밤의 도서관' 역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또한 고서 수집가 릭게코스키의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르네상스 역시 조만간 만나 볼 예정이며 상당히 기대가 되는 책이다.

 

 

3. 필사하며 책을 읽다보니...

 

예전에는 좋아하는 구절에 밑줄도 긋고 포스트 잇으로 표시하며 읽었는데, 두 번째로 펼쳤을때 그어진 밑줄에 신경이 쓰이고, 새로운 구절을 발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따로 옮겨 적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그러다보니 유독 오타를 발견하게 되는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번 책에서는 조금 많은 오타를 발견하여 몇자 적어본다.

 

72페이지 밑에서 7번째줄 ' 일기를 쓰고 있고 있다고 생각했다.'에서 있고 를 빼야하며

95페이지 두번째줄 ' 무카미 하루키'를 무라카미로,

101 페이지 첫째줄 ' 자기 것이 됐기 때문에 지닐가질 수 있는 자유로운' 에서 가질은 빼줘야 겠고,

136페이지 아래서 다섯째줄 <서부전 이상없다> 에서 서부전선으로.

147페이지 위에서 9째줄 ' 책을 많 사기 때문에' 에서 많이로 바꿔야하며

261페이지 밑에서 4째줄 '그런 쪽으로 많은 사랑을 은 책이다'에서 받은으로 고치고

269페이지 위에서 11째줄 '메모 양이 엄청나서 이 휘둥그레졌다' 은 설마 등은 아니겠죠? 눈으로 고치면 좋겠고,

277페이지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세프' 밑에서 3째줄 ' 남긴 기한 인간' 은 기이한 으로 고치면 좋겠다.

 

나도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다보면 웃지도 못할 오타들이 눈에 띈다. 동생이 자주 발견하여 신고해준 덕분에 고치기도 하지만, 고치지 못한 글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그럴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책이라는건 언제나 정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2판 인쇄시에는 오타가 교정된 멋진 책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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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2-12 17: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면 사랑한다’라는 최재천 교수의 말이 생각나요. 살아가면서 책 한 권씩 읽으면서 그 재미를 알게 되면 저절로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상한나라의헌책방’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도 있을 겁니다. 윤성근씨가 페이스북에 책 사진과 글을 업로드해요. 해피북님이 발견한 오타를 ‘이상북’ 페이스북 페이지에 알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해피북 2015-02-12 19:48   좋아요 0 | URL
이상북 페이스북 친구 맺었어요 ^~^ 책 소식과 다양한 소식들을수 있어 좋더라구요ㅋ

라로 2015-02-1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큼 오타가 있을라구요!! ㅋㅎㅎ 그런데 동생분도 알라디너에요???? 와아~~~
암튼 이 책 알라딘에서 몇 번 봐도 관심 없었는데 해피북님 때문에 담아욧!!ㅋㅎㅎ

해피북 2015-02-12 19:44   좋아요 0 | URL
동생도 알라디너는 맞는데 활동을 잘하는편은 아니구 네이버 블러그에 올려놓은 글 보구 알려주더라구요

저는 독서 에세이를 무지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어요 ㅋㅡㅋ

수이 2015-02-1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러려니 했는데 ㅋㅋ 해피북님 글 읽고 장바구니에 퐁당!!

해피북 2015-02-12 19:46   좋아요 0 | URL
^~^ 저는 독서에세이 무지 좋아해서 재밌게 읽었는데 야나님께도 즐거움이 가득하면 좋겠어요 ㅎ

책방꽃방 2015-02-13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지기님의 책이군요. 예전에 이분이쓰신 [침대밑의 책] 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일어보고 싶은걸욤!^^

해피북 2015-02-13 16:17   좋아요 0 | URL
앗! 제가 이분의 책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과 `심야책방`까진 구입 했는데 `침대 밑의 책`도 있었군요! 재밌게 읽으셨다니 말씀해주신 책두 구입해놔야 겠어요^~^ 요즘 헌책방에 관심도 생기구 저두 작은 책방이나 도서관 만들고 싶다는 꿈이 생기네요ㅎ 영영 꿈으로만 남겠죠?ㅠㅜ

책방꽃방 2015-02-13 1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대밑의 책은 작가가 자신이 읽은책을 추천하는건데 독서리스트만들기에 도움이 되는거 깉아여. 그리고 책 끄트머리에 그려진 작은 그림이 있는데 책을 스르륵 남기는 움직이는 그림이 되는 재미난 구성도 했더라구요. 암튼 이분 글은 참 재미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