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읽기 공부법 - 책 한 권이 머릿속에 통째로 복사되는
야마구찌 마유 지음, 류두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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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 책벌레로 유명한 이가 있다면 당연 이덕무일테지만, 그 앞전 시대에는 <사기>의 '백의열전'만 무려 1억 3천번 읽었다는 백곡 김득신이 있었다. 10살에 글공부를 시작할 만큼 학습능력이 부족했고, 학습한것을 자주 잊어버려 주변에서 학습 포기를  권유할 정도로 공부를 못했던 그였지만, 남들이 한 번 읽는것을 열번, 백번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학습법을 통해  59세에 과거 급제 라는 결실을 맺고 당대 명시인의 반열에 오르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어린시절부터  학습에 그닥 관심이 없던 탓인지 내게도 특별한 학습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져 열심히 읽고 쓰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 온전한 내 지식으로 만드는 반복학습의 중요성을 알 뿐이다.  이번에 읽은 책 <7번 읽기 공부법> 역시 반복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기>의 백의열전만 1억 3천번 읽었다는 김득신에 비할바 못되지만, 거듭 읽기를 강조하며 반복학습의 중요함을 일깨운다.

 

 

 

7번 읽기의 핵심은 이렇다. 처음부터 깊이 파고들어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주의하며  첫번째 통독(훑어읽기)을 통해 표제를 인식하고, 두 세번째 통독을 통해 전체적인 줄거리를 인식하고, 키워드를 인식하는 네번째를 끝내면  점차 심화과정을 거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며 읽어야 하고 일곱번째는 심화, 구체적 질문과 확인 과정을 끊임없이 거쳐 읽기를 권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하는 반복학습법은 온전한 내 지식을 위한 학습법은 아닌듯 싶다.  통독(通讀)으로 책의 대략적인 줄기를 이해하고 반복 학습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단순한 암기 학습으로 연결된다. 김득신이 반복 학습을 통해 기억하고자 애썼던 시간들. 혹은 어린시절부터 학습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내가 망망대해의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또는 입으로 구전되는 신화에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세기를 관통하는 고전, 철학, 역사에 관심을 갖는건 배우고 싶다는 욕구, 한뼘더 성장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있기 때문인데 이 책에서 말하는 학습이란 학교에서 가르치시는 선생님과 교수법만 다를뿐. 암기해야하는 것들을 좀 더 편하게 보이게 할 뿐 진정한 배움의 욕구로는 느껴지지 않아 실망스럽기도 했다.

 

 

 

물론 저자 야마구치 마유는 이 학습법을 통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고 사법시험에 통과하면서도 1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여 지금은 재무성에서 일하는 결실을 맺었다. 그녀의 꿈이 실현된건 확실하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는 과정속에서 학습에 대한 열정이 진지한 배움의 욕구가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라는 인식으로 읽혀지는 저자의 생각에 나는 깊은 공감을 하지 못하며  이집트 왕자의 일화를 떠올려본다.

 

한 이집트 왕자가 당시 위대한 수학자인 프톨레 마이오스에게 기아학을 배우러 알렉산드리아로 갔다. 왕자는 프톨레마이오스에게 군사 훈련과 사냥 때문에 시간이 없으니 기하학을 최대한 빠르고 쉽게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프톨레마이오스는 이렇게 말하면서 왕자를 돌려 보냈다. " 세상에 수많은 왕도가 있지만, 학문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 단단한 공부 / 윌리엄 암스트롱/ 유유출판사>

 

위의 일화처럼 공부에는 왕도란 없다. 다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접근하냐에 따라 즐거울 수 있고. 지옥이 될 수 있다. 내가 학생이 아닌 관계로 이 책을 쉽게 평가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지금 다시 학생이 된다면, 만일 내게 그런 시간이 주워진다면 나는 천천히 즐겁게할 수 있는 거북이 공부법을  택할 것이다.

 

 요즘은 서점가에가면 역사부터 철학, 과학, 수학등 재밌게 읽으며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 즐비하며 쉽게 구입하거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수 있다. 어떻게 공부시간을 보내느냐, 어떤 방법을 사용하느냐는 모두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같은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도, 또 힘겹게 만드는것도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 노력했던 시간들이 한 순간의 연기처럼 사라져 버릴지, 세상을 살아가는 단단한 텃밭이 되어 자양분이 되어줄런지는 모두 개인의 의지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다시한번 공부에는 왕도란 없다. 자신 스스로에게 배움의 원초적인 질문(왜 배워야만 하는가)을 찾아가는 첫 걸음이 바로 학습의 시작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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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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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이라면 멋진 일러스트를 보는 재미, 단점이라면 좋은 문구에 강조된 글씨체를 사용해서 마치 이부분에선 감명받아야하는 강요를 받는 느낌이랄까.
독자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빼앗겨버린듯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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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7-09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디고는 그림 때문에 구입하게 되는데, 막상 그림 때문에 글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ㅋㅋ 그림은 좋지만 강조 글씨체는 싫어요. ^^

해피북 2015-07-09 22:28   좋아요 0 | URL
저두 인디고 그림때문에 처음 구입해봤는데 앞으로는 인디고 책을 구입할 적엔 생각해봐야할 부분들이 있을거 같더라구요 ㅋㅁㅋ,

바람향 2015-07-1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인디고 그림이 예뻐서 다 모으고 싶어요^^ 책보다는 그림이 우선이 되어 버렸네요~ㅎㅎ

해피북 2015-07-22 10:53   좋아요 0 | URL
인디고 그림은 정말 이쁜거 같아요~~고교시절 읽던 순정만화 들 생각나게 하기도하고 글 과 그림이 멋지게 어울어지는것 같아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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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다양한 책을 읽어왔지만, 파울로 코엘료의 이 소설 만큼이나 오래도록 나의 머리속에 각인된 책은 없었던듯 싶다. 이 소설이 너무 좋아 코엘료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으며 느낀점이 있다면 그 깊이를 드러낼 수 없는 심오함 ,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넘나드는 플롯의 짜임새, 밀란 쿤데라 못지않은 성(性)에 대한 애착, 집착, 표현력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정신병원과 자살이라는 삶의 극단에서 청춘의 시간을 통과했다는 파울로 코엘료.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그의 삶을 닮았다고 느낀다. 주인공 베로니카가 문득 자살을 결심하고 수면제를 다량 복용하는 장면에서 부터 시작하는 소설의 첫 장면은 충격과 의문을 던져 주었다. 24살의 나이에 생의 허무함을 깨닫고 자살을 결심했다면 그녀가 너무 조숙했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은 그녀에게 어리석다 이야기해야 할까.

 

 

 시간이 지나면 나는 다시 똑같은 바, 똑같은 나이트 클럽에 드나들거야. 친구들과 세상의 불의와 문제점들에 대해 토론도 벌이고, 호수 주변을 산책 하기도 하겠지. 수녀원의 내 방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나는 책을 읽으려고 애쓰거나, 텔레비젼을 켜고 매번 똑같은 프로그램들을 볼거야. 전날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기 위해 자명종을 맞추겠지. 도서관에서는 내게 맡겨진 일들을 기계적으로 반복할 거야. 난 극장 맞은편 공원에서 샌드위치를 먹을거야. 언제나 똑같은 벤치에 앉아서. 역시 점심을 먹으려고 똑같은 벤치를 택해 앉은 여자들. 시선은 언제나 처럼 텅비어 있지만 뭔가 엄청나게 중요한 일에 몰두하는 척하는 다른 여자들 곁에서 p35~36

 

하지만 나는 베로니카에게 어리석음 또는 조숙했다는 표현보다도 너무 일찍 열어버린 그녀의 판도라 상자에 대한 연민을 느꼈다. 사람들은 누구나 존재하는 생의 권태로운 마음을 가슴속 깊은 곳에 꼭꼭 숨긴채 모르는척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날 문득 그 비밀스런 상자의 문에 도달해 버린 이들이 느끼는 삶의 공허한 마음들.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존재인지, 매일 똑같이 재깍재깍 돌아가는 시계바늘 처럼 규칙적인 삶을 살아가면서도 어떠한 희망도, 기쁨도 느껴지지 않던 절망감에 빠져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했던 그녀의 마음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 결국 따지고 보면 산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복잡한 것도 아닌데

   왜 다른 사람 처럼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느냐고 계속해서 물어대겠지" p37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절망적인 삶에 좌절하는 이들에게 세상은 말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지 못하느냐고.  그런데 말이다. 세상에서 요구하는것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자기만의 개성과 특색이 녹아든 스펙을 쌓으라 요구하면서도 인생은 다른이들처럼 똑같이 살고 똑같이 느끼며 평범하게 살아가는게 정답이라 이야기 한다. 이처럼 웃기며 모순된 말이 또 있을까.

 

 

자살이라는 선택 덕분에 정신병원에 입원하게된 베로니카는 의사로부터 길어야 일주일을 살 수 있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된다. 일주일의 시간을 기다리느니 빠른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병원을 나가고 싶어하는 베로니카는 병동에 돌아와 자신은 미친게 아니라 자살을 시도했을 뿐이라고 강력히 항의하다가  문득 의문을 갖는다. 도대체 미쳤다는게 무엇이냐고.

 

 

" 미친 사람이란 자기 세계속에 사는 사람이야. 정신 분열증 환자, 성격이상자, 편집광처럼 말이야, 다시말해 뭇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지.... 하지만, 시간도 공간도 없고 그 둘의 결합만 있다고 믿었던 아인슈타인, 또는 대양 저 너머에 절벽이 아니라 다른 대륙이 있다고 확신했던 콜럼버스, 또는 인간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에드먼드 힐러리, 또는 독창적인 음악을 창조해냈고 다른 시대 사람들처럼 옷을 입고 다녔던 비틀스, 아마 너도 이미 그들에 대한 이이기는 들은 적이 있을 거야. 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다른 수많은 사람들 역시 그들 자신의 세계 속에서 살았어"p53

 

 

같은 병실의 제드카에게서 자기만의 세계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두 미친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그 세계속에는 창조와 정복, 발견 그리고 미래를 바꾸어 놓았던 힘이 있음을 듣게되고 그런 의미에서 자신만의 세계속에 빠져살았던 베로니카 역시 '미친'사람의 일부였다는 사실과 이 세상이 자신을 판단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루 하루 지나갈수록 자신의 생의 불꽃이 꺼져가고 있음을 느낀 베로니카는 정신병원의 자유로운 생활에서 깊은 내면속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결국 자신이 원하던 삶은 도서관 사서 자리가 아니라 음악을 열렬히 원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 삶에 도달하지 못하고 파괴했던 이가 다름아닌 자신이였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후회스러움을 느낀다.

 

 

"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하루 하루가 지겹도록 똑같았던 건 바로 내가 원했기 때문 이라는 걸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p71

 

 

소설은 베로니카, 제드카, 마리아, 에드아르라는 네 명의 인물의 교차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은 괜찮느냔 물음을 던진다. 살아가면서 원하는 일에 대해 열렬히 갈망해본적이 있는지, 무언가를 원함에 있어 다른이들의 시선이 두려워 포기한 적은 없는지.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다르다고 도망치려고 했던적은 없는지, 다른사람에게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그들과 같은 삶을 모방하고 있진 않는지, 부모 혹은 주변의 기대심에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 못한채 살아가고 있진 않느냐고 말이다.

 

 

" 자존심이란게 뭔데? 모든 사람이 널 착하고 예의 바르고,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넘치는 사람으로 여기길 바라는게 자존심이야? 자연을 봐, 동물 다큐멘터리를 더 자주 보라구, 짐승들이 자기 영토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싸우는지 관찰해봐"p142

 

 

의사의 농간이라 말할 수 있는 결말에 도달하며(소설을 읽을분들을 위해 결말은 남겨둔다) 죽음에 이른 베로니카가 선물과도 같은 다음날을 맞이하며 마무리 되는 소설에는 인간에게 죽음이 두려운것은 한정된 삶이 있기 때문이며, 뒤집어 생각해볼때 그렇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행복함, 감사함, 꿈, 의지, 희망 같은 일렬의 감정들을 느낄 수 있고 삶이 더 풍요로워 질 수 있으며 그 의지는 온전히 자신에게 있음을 이야기 한다.

 

 

스물 중반에 읽었던 소설이 서른 중반에 읽은 지금까지 여전한 여운과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소설이 갖은 커다란 매력 중 하나인거 같다.  내 생의 순간마다 불쑥 찾아드는 권태로움과 지루함, 따분한 문제들의 선택이 분명 내 안에 있음을 끊임없이 들려주는 파울로 코엘료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이 소설이야 말로, 내 인생의 책 한 권이였노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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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Chaeg 2015.No 7 - June
(주)책(월간지) 편집부 엮음 / (주)책(잡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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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혹은 천재라는 수식어를 떠올릴때 마다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면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 랜드다.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였고, 잘 나가는 증권 브로커였던 그는 돌연 쪽지 한 장을 남긴채 사라져 버린다. 그가 사라져버리자 주변에서는 수 많은 추문이 나돌지만, 찰스 스트릭 랜드가 떠났던 진짜 이유는 온전히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였다.

 

< 달과 6펜스> 서머싯몸. 민음사

 

 

오로지 그림을 위해 모든것을 포기한 스트릭랜드는 추위와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질식할 것 같은 열망이 광기와 집념으로 표출되는데, 이 소설의 모티브가 폴 고갱에서 왔음을 생각해볼때 예술과 광기, 혹은 천재적인 이면에 숨겨진 모습들은 일반인으로써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찰스 스트릭랜드가 삶속에서 광기 어린 모습을 표현했을뿐 내면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출했다면, 삶과 그림 모두 광기를 내재한 섬뜩한 인물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탈리아의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1571년~1610년)다. (미켈란 젤로와 구분하기 위해 '카라바조'라고 부른다)

 

 

39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사는동안 16년을 화가로 살면서 신앙에 관한 그림을 많이 남긴 카라바조는 자신의 내면에 침잠한 폭력성과 잔혹함 마져 신성한 그림으로 드러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카라바조의 '다윗과 골리앗' ( 1609~1610)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그림에서  칼을 든 다윗은 카라바조의 젊은 초상이며, 잘린 골리앗의 얼굴은 카라바조의 중년의 얼굴이라고 한다. 또 '마태오의 순교' 라는 그림을 보면 쓰러진 마태오의 팔을 잡고 칼을 겨눈 망나니의 얼굴이 카라바조의 얼굴이라고 하니 그의 내면에 침잔된 폭력성과 잔인한 욕망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는 부분 이였다.

 

  '마태오의 순교' (1599~1600)

 

카라바조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면 폭행과 살인을 일삼다가 끝내 친구를 살해하고 도망자 신세가 되어 훗날 열병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때까지도 카라바조에겐 많은 그림들이 주문되었고, 그의 살인에도 불구하고 사면이 내려지는 특혜를 받기도 했다 한다. 그런 부분들을 살펴보면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는 왜 이토록 잔혹한 범죄자의 그림에 끌리는것일까.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하면 우리 모두 ' 잠재적인' 범죄자 라고 한다. 인간의 두가지 본능, 생산적이고 쾌락적인 측면과 파괴적이고 고통스러운 측면인 '죽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산적인 측면과 파괴적인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인간의 두가지 측면에 의해 인간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데 다행스러운 점은 파괴적인 측면이 유아기적 성향에 의해 제어가 될 수 있고 그 기원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서 찾을 수 있다한다.

 

 

오이디푸스 컴플레스 혹은 일렉트라 컴플렉스. 남자 아이가(혹은 여자아이가) 엄마(아빠)를 애착의 대상으로 삼고 아버지(어머니)를 질투하는 행동을 말하는데 가정의 환경,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올바른 역할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하는 유아기에 도덕과 윤리, 사회규범을 제어하는 초자아가 발달하게 되고, 사회적인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게 되면서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실들을 정리해볼때  올바른 가정 환경과 양육방식을 받지 못한 아이일수록 초자아가 발달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니, 유아기 시절의 환경과 양육태도가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데 올바른 초자아를 가진 사람들이 UFC와 같은 격렬한 격투기에 이끌리거나, 공포영화, 스릴러, 폭력성이 난무한 게임, 잔혹함이 내재된 그림들에 열광하는 이유를 프로이트는 '정화작용'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에게 내제된 파괴적인 욕구가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매체물들과 만나 간접적인 경험을 하므로써 정화작용을 일으키게 되며 파괴적인 욕구를 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로이트의 이론만 가지고 생각해볼때 우리에게 '초자아'가 발달한 일이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스런 일이지 안도의 숨을 몰아 쉬며 우리에게 도덕과 윤리, 사회규범이 사라져버린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와 같은 끔찍한 일들이 발생되지 않기만을 바래볼 뿐이다.

 

 

Chaeg라는 잡지는 페이스북 통신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읽게 되었다. 잠이 들듯 말듯한 새벽녘에 스토리가 긴 이야기보다 짧게 담긴 이야기를 찾다가 잠깐 읽어볼 요량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너무 재밌고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아 결국 2/3까지 읽게 되었고 다음날 마져 읽게 되었는데, 우리에게 6월하면 6.25 전쟁이 떠오르는 것처럼 7호 chaeg에서는 '범죄'와 '전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국전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알린 존 리치의 이야기, 콩고의 끔찍한 내전을 알린 사진작가 리차드 모스의 사진들, 범죄와 예술, 한눈으로 보는 범죄소설의 계보등 흥미로운 읽을 거리들이 많았다.

 

 

 

특히 '한눈으로 보는 범죄소설의  계보'는 추리소설이 무지했던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애드거 앨런 포우를 시작으로 연도별로 찾아 읽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찾아 읽으면 참 재밌을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관심이 가는 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에 관한 이야기다. 요 이야기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시리즈중 몇번째에 있는지도 알려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 미술과 범죄> 문국진. 예담. 2006

 

그리고 혹시 카라바조에 대해 더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것 같다. 이 책은 카라바조 뿐만 아니라 환청에 시달려 아버지를 살해한 화가 리차드 대드 (1817~1886)와 독설, 폭력, 강도와 살인까지 일삼은 화가 챌리니(1500~1571)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다음 7월과 8월 합본으로 나올 chaeg이 벌써 부터 기다려 진다.

 

 

(이 책의 오류가 있어 남기는데 55페이지에서 '카라바조는 짧지만 격정적인 삶을 살다간  카라바조는 짧지만 격정적인 삶을 살다간'이라 두번 언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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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7-01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라는 잡지가 있나봅니다. 아마도 신간이나 읽을만한 책을 소개하는 잡지겠지요.^^
해피북님,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해피북 2015-07-01 20:14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서니데이님^^ 책이야기, 출판사 이야기, 서점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가 가득 담긴 잡지고 저도 이번에 처음 읽어봤는데 꽤 재밌더라구요 ㅋ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0^~~

cyrus 2015-07-0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윗과 골리앗> 그림에 골리앗의 잘려진 머리 부분이 없길래 처음에 의아했었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림이 으스스해서 해피북님이 일부러 자체 편집한 걸로 이해했어요. ^^

해피북 2015-07-01 20:16   좋아요 0 | URL
음... ㅋㅁㅋ,
그러니까 cyrus님! 북플에서 요 사진이 자꾸 잘려서 보이더라구요.
사진을 눌러보면 원본이 보이는데 그냥 보면 자꾸 잘려보여서요 ㅜㅜ
컴퓨터로 보면 괜찮은데 어떻게 조절해야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뒀답니다 ㅋㅋ
잘려보여서 이상하쥬? 흐흐~~
 
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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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한 왕국을 무너뜨리려는 마법사가 있었다. 마법사는 사람들이 자주 마시는 우물에 미치는 마법의 묘약을 풀어놓았다. 다음날 아침 그 물을 기러먹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미쳐 왕국은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왕국엔 왕의 일가가 사용하는 우물은 따로 있었고 왕의 일가는 무사할 수 있었다. 백성들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낀 왕은 칙령을 선포하여 나라를 바로 잡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미 미쳐버린 백성들은 도리어 왕이 제정신이 아니라며 궁전으로 몰려와 왕권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실의에 빠진 왕이 모든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곁을 지키던 왕비가 말했다.

 

" 우리도 이 우물 물을 마셔요, 우리도 이들과 똑같아 질 거예요"라고

 

돌발 퀴즈~~!!

우물 앞에 선 왕은 과연 물을 마셨을까? 마시지 않았을까?

 

이 이야기는 파울로 코엘료의 책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의 일부분이며 퀴즈의 정답은 우물 물을 마신 왕이 죽을때까지 왕좌를 지키며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마법사만 불쌍한 꼴이 되어버렸다. 기껏 왕국을 무너뜨리고 왕좌를 차지할 욕심이였을텐데 왕이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미쳐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마법사는 왕의 신념을 너무 믿고 있었던것이 아닐까?

 

 

사회생활을 하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다 보면 신념을 지키는 일이 어려울 때가 있다. 분명 처리해야하는 일을 알면서도 함께 모르는 척 해야할때 혹은 분명히 처리해야 하는 일을 혼자라도 처리하고 있을때 느껴지던 따가운 눈초리에 포기하게 될때, 옳고 그름을 떠나 다수의 의견에 따라야 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눈치가 보여 그 행동을 포기해야 할때, 그럴때마다 나는 시커먼 우물 앞에 섰던 왕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 우물 앞에 당당히 맞선 사람을 알게 되었다. 아니 '당당히'라는 말은 좀 부족한거 같다. '신랄하게' 이게 좋겠다. 책 읽기를 가장한 정치, 의학, 교육, 민생, 종교까지 세상사 다루지 못하는 분야가 없는 그의 이름은 '서민'이라 쓰고 '기생충 학자'라 읽는다.

 

얼굴이 못나 학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얼굴도 못나고 학업도 형편 없던 나같은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싶어  좌절감을 맛보기도 했지만, 뭐 어째든 책을 관통하는 세상읽기는 이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서민 저자의 통찰력은 놀라웠고, 그의 신념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는 뿌리 깊은 나무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쉽게 꺼낼 수 없었던 현대사의 아픈 이야기들. 쌍용 자동차, 세월호 참사, 용산 참사, 천안함 침몰사건, 노무현 대통령서거, 4대강 사업의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또 의학계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관행, 교회들의 부정부패, 황우석 배아 줄기세포의 내막, 부러진 화살로 살펴본 법조계의 불편한 진실등 몇년동안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한민국의 아픈 현대사를 관통하는 그의 책읽기는 겁이날 정도로 날카로웠다.

 

마치 눈을 뜨지 못한 심봉사에게 세상의 밝기를 알려주는 것처럼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생각들을 또 무관심했던 의식들을 흔들며 이 우물 물은 절대 마시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좀 달라보였다. 내가 읽어온 어떤 책 속에도 이런 신랄한 비판은 들어본 적 없었는데 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것도 모자라 유머러스한 풍자까지 그려내는 그의 독서내공이 마냥 부러웠지만, 비판의식이 없고 시대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도 없는 젊은 세대p46들을 끊임없이 질책하는 것만 같아 반론을 제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반발심에도 단 한마디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던건 그간 너무 무심했던 세상살이가 내게 어떤 시각도 틔여주지 못했고 민 저자의 이야기만 쫓아가기에도 너무 벅찬 시간일 뿐이였다. 현대사에 대한 신념이 부족한 내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걸 느꼈다. 이 우물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을 할 수 있을 만큼과 서민 저자의 이야기에 조목 조목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들이. 그때 까지 틈틈히 오염된 세상에 맞서 생각을 키울 수 있는 책들을 한 권씩 읽어볼 생각이니  서민 저자는 부디 그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어떤 바람에도 흔들림이 없고, 깊은 샘물이 되어 마르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지켜 주시기를!

 

마지막으로 정찬우님의 추천사가 참 인상적이다 

 

" 민이 형이 여러분에게 책을 권유 한다면 책이 아닌 세상을 권유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원한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에 대해 이보다 더 멋진 표현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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