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찰스 스트릭랜드가 삶속에서 광기 어린 모습을 표현했을뿐 내면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표출했다면, 삶과 그림 모두 광기를 내재한 섬뜩한 인물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탈리아의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1571년~1610년)다. (미켈란 젤로와 구분하기 위해 '카라바조'라고 부른다)
39년이라는 짧은 생애를 사는동안 16년을 화가로 살면서 신앙에 관한 그림을 많이 남긴 카라바조는 자신의 내면에 침잠한 폭력성과 잔혹함 마져 신성한 그림으로 드러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카라바조의 '다윗과 골리앗' ( 1609~1610)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그림에서 칼을 든 다윗은 카라바조의 젊은 초상이며, 잘린 골리앗의 얼굴은 카라바조의 중년의 얼굴이라고 한다. 또 '마태오의 순교' 라는 그림을 보면 쓰러진 마태오의 팔을 잡고 칼을 겨눈 망나니의 얼굴이 카라바조의 얼굴이라고 하니 그의 내면에 침잔된 폭력성과 잔인한 욕망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는 부분 이였다.

'마태오의 순교' (1599~1600)
카라바조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면 폭행과 살인을 일삼다가 끝내 친구를 살해하고 도망자 신세가 되어 훗날 열병으로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그때까지도 카라바조에겐 많은 그림들이 주문되었고, 그의 살인에도 불구하고 사면이 내려지는 특혜를 받기도 했다 한다. 그런 부분들을 살펴보면 궁금증이 생긴다. 우리는 왜 이토록 잔혹한 범죄자의 그림에 끌리는것일까.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하면 우리 모두 ' 잠재적인' 범죄자 라고 한다. 인간의 두가지 본능, 생산적이고 쾌락적인 측면과 파괴적이고 고통스러운 측면인 '죽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산적인 측면과 파괴적인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인간의 두가지 측면에 의해 인간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데 다행스러운 점은 파괴적인 측면이 유아기적 성향에 의해 제어가 될 수 있고 그 기원을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서 찾을 수 있다한다.
오이디푸스 컴플레스 혹은 일렉트라 컴플렉스. 남자 아이가(혹은 여자아이가) 엄마(아빠)를 애착의 대상으로 삼고 아버지(어머니)를 질투하는 행동을 말하는데 가정의 환경,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올바른 역할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하는 유아기에 도덕과 윤리, 사회규범을 제어하는 초자아가 발달하게 되고, 사회적인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게 되면서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실들을 정리해볼때 올바른 가정 환경과 양육방식을 받지 못한 아이일수록 초자아가 발달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니, 유아기 시절의 환경과 양육태도가 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데 올바른 초자아를 가진 사람들이 UFC와 같은 격렬한 격투기에 이끌리거나, 공포영화, 스릴러, 폭력성이 난무한 게임, 잔혹함이 내재된 그림들에 열광하는 이유를 프로이트는 '정화작용'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에게 내제된 파괴적인 욕구가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매체물들과 만나 간접적인 경험을 하므로써 정화작용을 일으키게 되며 파괴적인 욕구를 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프로이트의 이론만 가지고 생각해볼때 우리에게 '초자아'가 발달한 일이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스런 일이지 안도의 숨을 몰아 쉬며 우리에게 도덕과 윤리, 사회규범이 사라져버린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와 같은 끔찍한 일들이 발생되지 않기만을 바래볼 뿐이다.
Chaeg라는 잡지는 페이스북 통신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읽게 되었다. 잠이 들듯 말듯한 새벽녘에 스토리가 긴 이야기보다 짧게 담긴 이야기를 찾다가 잠깐 읽어볼 요량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너무 재밌고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아 결국 2/3까지 읽게 되었고 다음날 마져 읽게 되었는데, 우리에게 6월하면 6.25 전쟁이 떠오르는 것처럼 7호 chaeg에서는 '범죄'와 '전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한국전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알린 존 리치의 이야기, 콩고의 끔찍한 내전을 알린 사진작가 리차드 모스의 사진들, 범죄와 예술, 한눈으로 보는 범죄소설의 계보등 흥미로운 읽을 거리들이 많았다.

특히 '한눈으로 보는 범죄소설의 계보'는 추리소설이 무지했던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애드거 앨런 포우를 시작으로 연도별로 찾아 읽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찾아 읽으면 참 재밌을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장 관심이 가는 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에 관한 이야기다. 요 이야기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시리즈중 몇번째에 있는지도 알려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는다.

< 미술과 범죄> 문국진. 예담. 2006
그리고 혹시 카라바조에 대해 더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것 같다. 이 책은 카라바조 뿐만 아니라 환청에 시달려 아버지를 살해한 화가 리차드 대드 (1817~1886)와 독설, 폭력, 강도와 살인까지 일삼은 화가 챌리니(1500~1571)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과 다음 7월과 8월 합본으로 나올 chaeg이 벌써 부터 기다려 진다.
(이 책의 오류가 있어 남기는데 55페이지에서 '카라바조는 짧지만 격정적인 삶을 살다간 카라바조는 짧지만 격정적인 삶을 살다간'이라 두번 언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