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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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려운 책을 읽는것보다도 책을 읽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더 힘들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해일처럼 밀려드는 감동으로 책을 덮어도, 한 꼭지씩 꾹꾹 눌러 읽느라 느린 독서를 해도 마무리 단계의 글쓰기 시간이면 내 입에선 짜증섞인 신음소리가 튀어나오고야 만다.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거나, 절절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원대한 꿈 보다도 그저 내가 읽었던 책을 '내 느낌'과 '내 생각대로 표현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을뿐이건만, 엉클어져버린 실타래처럼 두서없고 느낌도 없고 생각도 없이 써지는데다 알맹이마져 없음을 체감하는 날이면 '이걸 꼭 써야하나' 하는 포기심 마져 생겨버리고 만다. 이런 답답한 마음으로 찾게 된 책이 <서평 글쓰기 특강>이였고 그중 김미영씨의 사례가 가장 인상적이였다.

 

 

'직장인 김미영 씨의 예를 볼까요,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읽어주는 남자>(시공사,2013)를 읽고 토론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말 그대로 멘붕이 되어버렸습니다. 책을 잘못 읽었다는 자책 때문이었지요. 다른 사람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문제, 독일 전후세대의 고백, 한나 아렌트가 말한 '무사유의 죄' 등을 이야기하는데, 그녀는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겁니다. ' 저는 로맨스로만 봤는데....., 정말 충격이었어요. 제 눈에는 전차 장면에서 여자가 남자를 외면해서 상처주고 상처받는 부분이 가장 가슴 아프고 와 닿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봤던건 왜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까요?'

p21~22

 

 

김미영씨의 사례처럼 어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 줄거리 위주로 정리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작가의 색깔과 의도, 가치관, 문제의식까지 줄줄이 꿰뚫어 놓는것일까 하는 의문을 나역시 갖곤 했다. 왜 같은 책을 읽고도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며, 전자에 해당하는 나는 무엇이 부족하기에 허무함을 느끼는지 궁금했다. 저자는  '출력 독서법'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출력독서법이란, 독후 활동(글쓰기)을 생각하며 독서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들어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밑줄과 발췌, 메모를 통해 기록을 남기는 1차 독서와. 1차 독서가 끝나면 발췌해 놓은 문장, 메모와 밑줄등을 토대로 책의 목차를 살펴 작가의 의도가 빠짐없이 들어갔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이어 2차 독서를 하며 놓친 부분은 없는지 살피는 과정을 의미했다.

 

 

' 하지만 우리가 글을 쓸때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떠올려 본다면 출력 독서법에 공감할 수 밖에요. 바로 생각, 문제의식, 남다른 관점 부족이 결정적 한계잖아요? 더 이상 쓸 것이 없다고 느낄 때, 더 이상 생각이 나아가지 못할 때, 내용이 빈약하다고 느낄 때 우리는 생각의 한계를 느낍니다"p45

 

 

'책은 최소 두 번은 정성 들여 읽어야 합니다. 1차 독서 후엔 밑줄과 표시를 따로 빼서 정리합니다. 필사나 발췌 연습이 되겠지요. 1차 독서 후에는 '조사' 단계로 들어갑니다. 무엇을 조사할까요? 그렇쵸. 이 작품의 배경, 작가 연구, 작품론, 조사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해석해보려 했는데 관련 자료와 리뷰에 휘둘린다면 조사 결과를 생략해도 됩니다. 하지만, 다른 리뷰를 보고 오히려 보는 관점이 넓어졌다면 조사 과정을 거쳐야 겠지요. 다른 글을 읽으면서도 나의 감각을 깨워야 합니다. 내 생각을 단단히 곧추세우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표시한 부분을 다시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책의 핵심적인 내용인지 집필 의도가 잘 반영된 부분인지, 아니면 내 생각을 잘 표현한 구절인지 객관적으로 봐야 합니다. 또한 표시하지 않는 부분을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 밑줄을 치거나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는 공감을 하지 못했거나 어려워서 넘어가게 되니까요. 내가 알지 못하거나 불편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꼼꼼히 2차 독서를 하면서, 빠른 독자는 서평의 얼개를 짜기도 합니다. 그게 어려운 분들은 2차 독서에서 발견한 이 책의 주요 키워드 혹은 내 서평에 담고자 하는 주제 키워드를 찾으시면 됩니다' p47

 

 

2차 독서가 마무리된 후에는 글을 쓸 '키워드'와 '개요'를 짜면 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글의 특성을 구분하는 일이다. 감동, 재미, 유익, 의문에 초점을둔  주관적 발췌는 독후감(독후 에세이)에 가깝고, 작품의 주체나 작가의 메세지, 작가의 주장과 근거등에 초점을 둔 객관적인 발췌가 이루워진다면  '서평과 비평'에 가깝기에 책을 읽기전 어떤 특성으로 글을 쓸것인지 미리 생각하는게 좋다.

 

 

 

이렇게 정리해봤을때 내 글은 '독서 에세이' 쪽에 가깝다는 것과 그동안 짚어내지 못했던 내 문제들은 정확히 느낄 수 있었는데, 독서를 하며 열심히 발췌했던 문장들과 메모들을 다시 확인하거나 정리하지 못하고, 단순히 기록했다는 것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니 저자가 말하는 '출력 독서법'은 단순히 책을 읽고 기록하는 것을 넘어 한 호흡 멈춰 기록들을 되돌아보고, 살펴보며 책을 더 꼼꼼히 점검하는 습관임을 느낀다. 더불어 글은 몇번씩 묵히고 봐야 좋다는 말처럼 p134 조급한 성질을 누르며 차분히 들여다 보는 습관으로 구부진 내 삶에 든든한 이정표 역할이 되어주길 소망해본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쓴 김민영 저자가 낯익다 했더니 전작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에서 이미 만나본 작가였다는 사실에 반가움을 느낀다.

 

 

글쓰는게 너무 좋아 잘다니던 증권회사도 박차고 나와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기까지 고난의 시간을 거쳤다는 저자는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책을 통해 글쓰기의 온전한 즐거움과 글쓰는 방법을 정말 알차게 전하고 있어 추천할만한 책이다. 특히나 4년전쯤 읽은 이 책이 아직까지 인상적이였던 부분은  '6하 원칙'에 입각한 글쓰기를 시도해보라는 부분이였다.

 

 

' 여기서 팁을 하나 들이자면, 줄거리 역시 6하 원칙에 따라 요약하면 쉽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설명하죠. 어디서? 서울역에서. 누가? 엄마가 . 무엇을? 실종되는 이야기. 왜? 자식들이 배웅을 나오지 못해서. 6하 원칙 중 네 가지 요소만 활용해도 이처럼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왜'에 해당하는 항목을 찾을 차례입니다.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 즉 집필 의도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지요. 실제로 신경숙 작가는 며칠간 어머니와 동거를 해보고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그 시간을 통해 가까운 거리에서 어머니를 관찰하면서 어머니의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거죠. 이런 내용을 덧붙여 < 엄마를 부탁해>의 탄생 경위를 설명하면 됩니다. 다른 요소 역시 같은 방법으로 채워넣으면 친절한 독후감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죠."p140~141

 

 

이 책에는 글을 구성하는 개요부터 퇴고하기까지의 글쓰는 전과정을 살펴보고 각 단락마다 실전연습을 통해 독자들이 실제 참여해볼 수 있는 부분 역시 인상적이였다. 또  부록편에 실린 서평, 독후감, 에세이까지의 7편의 글을 실제 첨삭해보는 과정을 통해 글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부분들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첨삭되어진 글이 다 내 입맛에 맞는것은 아니지만, 단어의 미세한 변화의 차이에 따라 글에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필 수 있었던게 인상적이였다. 또 <서평 글쓰기 특강>에 담겨있는 서평과 독후감, 비평을 구분할 수 있는 내용은 물론, 여행에세이, 리뷰, 영화평등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길잡이까지 포함하고 있는데 두 권을 놓고 살펴본다면 나는 전작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를 더 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서평 글쓰기 특강>에는 전편보다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담이 담겨있지만, 실천편에서는 좀 약하다는 생각, 그러니까 집을 짓는다고 봤을때 <서평 글쓰기 특강>은 설계도에 해당한다면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는 집의 설계도와 사용해야하는 공구와 마감재, 벽지, 가구 배치도 까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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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1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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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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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 가제본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언급된 페이지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일전에 단양 도담상봉과 고수동굴에 다녀온적이 있다. 한가로운 휴일이였고 ' 단양 가볼만한 곳' 이라는 검색만으로 '단양 8경'과 여러 볼꺼리 먹거리들이 쏟아져 나와 망설임 없이 향하게 되었다. 몇 시간을 달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여느 관광지처럼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는데, 사진의 포인트가 되는 자리엔 너나 할것없이 포즈를 취하느라 발 디딜틈 없었다. 멀리서 도담 상봉을 구경하고 석문으로 올라가는데, 길목에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설치되어있었고 때마침 어떤 취객분이 목청껏 뽑는 곡조에 두 귀를 틀어막고 올라야 했다. 올라서는 계단마다 풍겨오는 술냄새와 중간쉼터인 정자엔 이미 만취한 취객들의 모습이 어지러이 앉아있어 스치듯 둘러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8권 남한강편은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영월 주천강을 시작으로 단양, 충주, 원주, 여주, 이천을 거쳐 북한강과 만나는 양수리 두물머리까지의 오백리길을 말한다. 여기서 단양은 8경(옥순봉, 구담, 도담, 석문, 사인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소개하는데 읽다보니 그때의 좋지 못했던 기억이 떠올라 교수님의 걱정하는 마음이 이해 되었다. 단양 8경의 아름다움이야 조선시대 문인들이 여러 시화로 전할만큼 빼어나기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아끼면 좋으련만, 하루밤 사이에 달라지는 외관과 부쩍여지는 소음이 왠지 '문화유산'이라는 틀과 어울리지 않아 할수만 있다면 이 책을 꽁꽁 숨겨두고 혼자 읽고 싶은 마음이다. 문화유산을 평가하는건 특정한 외형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자연경관(자리앉음새)과 하나가 될때, 옛 조상들이 아끼고 사랑했던 그 모습 그대로가 아닐까? 자꾸만 관광특화단지로 경관이 변하고, 그 변화되어지는 모습만을 간직하게될 후손들의 마음을 한번쯤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게한다.

 

 

특히나 신경림 시인이 노래한 영월의 <주천강가의 마애불- 주천에서>p33편만 읽어봐도 그 익살스럽고 호젓한 그곳이 번잡해지고 복닦거려질 생각을 하니 상상만으로도 참 슬픈일이된다.

 

 

' 전체 높이 3.5미터로 결코 작지 않은 이 마애불은 참으로 기묘한 모습이다. 얼굴만 보았을 때는 통통하고 복스럽게 돋을새김한 것처럼 보이지만 목 아래로는 몸체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이 또한 언뜻 보면 서 있는 입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좌상이다. 양각의 얼굴에 음각의 몸체 표현이 조화롭지도 않은데다 인체비례라는 것은 처음부터 생각도 않은 것이고 자세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미술사가 입장에선 참으로 솜씨 없고 불성실한 조각이라 할 수밖에 없다.p30'

 

 

그동안 답사기를 숱하게 읽으며 교수님의 이런 혹평은 처음이였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불상이기에 이런 평가를 하셨나 살펴보고나서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입상과 좌상의 웃지못할 경계에 도드라진 얼굴이라니. 그동안 근엄하거나 인자했던 오묘조묘 신기한 불상의 모습만 숱하게 보다가, 이런 인간미 넘치는 불상을 만나니 한층 더 살가워진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신경림 시인의 시가 더 정답게 느껴지는가보다.

 

 

 

 

' 다들 잠이 든 한밤중이면

몸 비틀어 바위에서 빠져나와

차디찬 강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뻘겋게 머리가 까뭉개져

앓은 소리를 내는 앞산을 보며

천년 긴 세월을 되씹기도 한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논틀밭틀에

깊드리에 흘린 이들의 피는 아직 선명한데

성큼 성큼 주천 장터로 들어서서 보면

짓눌리고 밟히는 삶 속에서도

사람들은 숨가쁘게 사랑을 하고

들뜬 기쁨에 소리 지르고

뒤엉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참으려도 절로 웃음이 나와

애들처럼 병신걸음 곰배팔이 걸음으로 돌아오는 새벽

별들은 점잖지 못하다.

하늘에 들어가 숨고

숨 헐떡이며 바위에 서둘러 들어가 끼여앉은

내 얼굴에서는

장난스러운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p33

 

 

저녁이면  삐죽거리며 빠져나와 장난을 치고, 동트는 아침이 오는줄도 몰랐던 마애불이 서둘러 들어가느라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했구나 하는 상상을 해보게되는 곳이다. 이외에도 주천강변은 숙종, 영조, 정조 세 임금이 주천강을 노래한 시가 새겨진 현판이 있을만큼 아름다운 곳이라 한다. 그래서 더욱 매스컴에 보도되거나, 책에 소개되어 유명세를 타게되면 하루아침에 관광특화단지로 조성해버리는 재빠름에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게된다. 부디 이렇게 아름답고 익살스러운곳이 오래도록 간직되기를, 부디 책을 읽으며 이런 걱정거리로 마음쓰는 일이 없어지기를 간절함을 담아본다.

 

 

물론 특화단지가 꼭 나쁜것만은 아니다. 청령포에가면 관람로가 잘 설치되어 있어 한바퀴 돌아 선착장 모래톱까지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산책할수 있다고 하니 관람객으로써는 호젓한 길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잘 조성되어진 곳이라도 본연의 아름다움까지 담아낼수는 없는바, 답사기에서 담고있는 이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가 변하지 않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이번 답사기 8권은 남한강물을 따라 흐르기 때문인지 아름다움뿐 아니라 애통함과 비통함의 한마져 느껴진다. 특히 단종을 사사하고 한양으로 돌아가던 왕방연이 읊었다는 시구 (' 천안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놋다)나, 전란중에 지었다는 유성룡의 <속 청풍 한벽루>라는 시구가 강물따라 참 애처럽게 느껴진다.

 

' 지는 달은 희미하게 먼 마을로 넘어가는데

까마귀 다 날아가고 가을 강만 푸르네.

누각에 머무는 나그네는 잠 못 이루고

온밤 서리 바람에 낙엽소리만 들리네.

두 해 동안 전란 속에 떠다니느라

온갖 계책 근심하여 머리만 희었네.

일어나 높은 난간 향하여 북극만 바라보네'p130 

 

 

 이런 애잔한마음이 폐사지로 이어져 더 스산한 마음이 생겨났지만, 이전의 답사기에서 볼 수 없던 희귀한 모습의 탑비들이 울쩍한 마음을 달래주며 이번 답사기에 한층 풍미를 더한다. 비두리 마을의 '귀부와 이수' 돌탑은 정면을 응시하던 기존의 탑과 다르게 뒤를 돌아보는 거북이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생동감도 느껴지고, 도대체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것인지 궁금증과 호기심을 갖게 한다. (원주에는 인목대비의 아버지 김제남 신도비가 있는데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한다.)

 

답사기를 읽다보니 훌쩍 떠나고싶은 마음이 일어나면서 애끛은 청명한 하늘만 원망하게 되는것 같다. 이런 마음을 잘 아시는지 교수님은 와유(臥遊)독서를 권한다. 병을 얻은 화가가  산수화를 누워서 감상하는 와유에서 산수화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답사 현장에 다닐 수 없는 사람들에겐 편안하게 누워 답사기로나마 감상해보시라는 자상함이 담긴 이야기다. 그런 자상함의 와유독서를 권하기에 나는 부족하게나마 화답으로 시구를 만들어봤다.

 

' 하늘은 나를 보고 나오라 손짓하고

삶은 나를 보고 앉으라 손짓하네.

풀잎 머금은 바람은 물결따라(남한강) 가자는데

억센 시간은 못난 발걸음 놓아주지 않는구나.

 

무심한 구름은 세월따라 흐르며

인생도처 유상수라 희롱하는데

이내 나서지 못한 애끛은 마음 소쩍새만 슬피 울리네.

 

듣자하니 화가 종병 산천을 와유로 즐겼다기에

답사기 산천삼아 와유독서로 마음달래노니,

외산인 교수님 무병장수 하시여

나같은 천치들 오유지족 하게 해주오''

 

 

교수님이 아니면 이런 책을 어떻게 만날 수 있겠냐며 감사의 마음 듬뿍담아 적어본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지내시면서 끝없이 이어질 이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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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9-1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유산을 소개한 교수님의 책을 가지게 된다면 그 책에 나온 장소들을 한 번씩 가보는 방식으로 여행하고 싶어요. 지인이 예전에 유홍준 교수님과 함께하는 답사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인증샷을 봤는데 너무 부러웠어요. 저는 교수님의 책을 배낭 안에 넣고, 혼자 여행을 해봐야겠어요. ^^

2015-09-16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7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18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샘터 2015.9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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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옛날, 집집마다 수도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샘터에서 필요한 용수와 식수를 길어야했다.

동이터오는 아침이면 머리에 찰랑이는 물동이를 이거나,

양어깨에 물지게를 지며 오며가며 만난 이웃들과

하루밤사이 안부인사를 나누는것은 물론,

세상사는 이야기부터 자식 자랑꺼리를 풀어놓는

샘터는 그야말로 사랑방같은 공간이였다.

 

 

현대에이르러 집안 구석구석 완비된 수도시설

덕분에 사람들은 더이상 물동이를 이거나, 무거운

물지게를 나르느라 어깨에 시퍼런 멍자국을 남기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은 생겼지만, 이웃끼리 모여

하루밤 사이의 안부인사를 나누고 정을 나누던

공간은 소멸되어버렸다. 그렇게 편리함으로

무장된 현대는 왠지모를 쓸쓸함과 삭막함만이

가득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번 샘터 9월호를 읽으며

우리의 추억속으로 사라져버린 '샘터'라는

공간이 지면을 통해 이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프로에서 부터 아마추어까지 지구촌 곳곳의

정보와 소식을 나누고 소중한 물품을 함께

나눠쓰는 교류의 장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특히나 아버지의 안타까운 죽음을 경험하고

현재의 앰뷸런스를 만들게 되었다는 임요한

총재의 사연이나, 4만점의 축구물품을 수집한

축구광 이재형씨 혹은 맥주가 좋아서 

세계여러나라의 맥주를 하루에 한잔씩

꼭 맛을 본다는 권경민씨의 별난 취미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특집으로

실린 '힐링 레시피'편이였다.

 

 

힐링레시피에서는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공간이였다. 수박, 통닭, 도토리묵,

부대찌개. 소풍도시락, 꿀토스트등 다양한

음식만큼 뭉클한 사연들이 담겼는데,

개중에 어릴적 할아버지댁에서 사연을 담았던

'꿀토스트'와 엄마의 아픔 마음이 담겼던 

'소풍 도시락'이 인상적이였다.

 

 

어린시절 잠시 구례의 외가댁에 맡겨진 유현호씨는

빵이 너무 먹고 싶어 시름시름 앓자 할아버지는

하루에 3번다니는 버스를 이용해 먼 장터까지가서

식빵을 사다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먹고 싶던 빵이

아니였던지라 울며불며 투정을 부리자, 곁에 계시던

할머니께서 후라이팬에 식빵을 노릇하게 굽고 위로

꿀을 얹어주셔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는 사연.

손자를 위해  먼길 마다않고 다녀오신 할아버지의

마음과 투정부리는 손자를 혼내지 않으시고

맛있는 음식으로 만들어주신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뭉클함을 느꼈다.

 

 

또는 돈이 없지만 자식들 기죽이지 않기 위해

이 끝난 저녁 뒷산에 올라 꽃을 뜯어 화전을 만들고

개망초를 데쳐 시금치 대신 김밥에 넣어 소풍 도시락을

싸셨다는 박성현씨의 사연에  어린시절  항상 자식들

먹는것만 지켜보시던 부모님의 눈길이 떠올라 울컥한

마음이 들었던거 같다.

 

 

마지막으로 아나바다에서는 함께 나눠쓰고 싶은

물품을 기증하고 필요한 분께 전달하는 코너가 인상적이며,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는 물건을 기꺼이 내놓은 문자연씨

사연에 훈훈함을 느낀다. 샘터는 서로 복닥거리며

현대인들의 삭막해진 마음을 구석구석 데워주는

온기와도 같다. 여기서 만날 수 있는 서민교수님,

이해인 수녀님, 성석제 작가님은 덤이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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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9-07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샘터, 참 오랜친구 같은 잡지죠. 잊고있었네요. 오랜만에 한번 사볼까요. 서민교수님도요?!

해피북 2015-09-07 22:20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 처음 샘터를 읽게되었는데 장수하게된 비결을 느꼈어요 ㅎ 짧은 지면이 아쉬웠지만 사람들 정이 느껴지던 공간 ㅎ 오랜만에 프레이야님도 느껴보시길! 서민교수님의 기생충이야기도 재미졌어요 ㅋㅂㅋ

오후즈음 2015-09-07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간 잊고 있었던 잡지였네요. 밑에 열거하신 분들을 만날 수 있다니!! 성적제 작가님까지 있다니 완전 반가운데요!

해피북 2015-09-07 22:23   좋아요 0 | URL
저는 북플 이웃님들이 샘터이야기 자주들려주시길래 이번에 처음 읽어봤어요. 읽어보니 뭉클한 이야기며 사람사는 냄새 물씬 느껴지더라구요 ㅎ 이래서 사랑받는구나 했던. 성석제 작가님 글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역시 하면서 말이죠 ㅋㅂㅋ

cyrus 2015-09-08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군 복무할 때 화장실에 가면 샘터를 챙겼어요. 그땐 변비가 있어서 화장실 안에 있으면 샘터를 3쪽 이상 읽었어요. ^^

인디언밥 2015-09-08 20:48   좋아요 0 | URL
푸흐하하하 공감ㅋㅋㅋ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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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와 그를 구하다 오른쪽 발목을 잃은

김정원 하사에게 진료비가 청구된다는 기사를 접했을땐,

내 두 눈을 의심했었다. 아무리 상식이 없고, 법적

제도장치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이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꽃다운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청춘의 시간을 국방에 쏟고 있는 젊은이들이 나라에

의해 두 다리를 잃었는데 고작 한달의 의료비만

지원된다니. 소름끼쳤다. 기사가 나온후 국방부에선

'예외적으로' 진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우리는 국방의 의무에

충실했던 젊은이들을 평생 책임져주지 않는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토요일 무한도전에서는 일본 교토부 우지 이세탄초에 있는

우토로 마을을 소개했다. 1914년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목적

으로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 1,300여명이 합숙을 위해

건설했다가, 1945년 8월 일본이 패망하고 비행장 건설이 중단

되면서 실업자로 전락한 후 일본 정부와 기업으로 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버린 사람들이

이번에는 재개발지역에 포함되어 고향같은 그곳도 떠나야 한다는

사연이 소개되었다. 그중 아빠와 오빠의 강제 징집으로 함께

우토로 마을에 정착해야했던 김경남 할머니님은 고향인

사천의 바닷가와 푸른 들판의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이 소개되었다.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셨냐는 물음에

돌아 갈 곳이 없다던 말과, 우리나라로 잘 돌아가라던 인사말이

메아리가 되어 두 MC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말았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는 언제나 오래된 것이다' 는

 유시민 저자의 이야기가 귓가에 쟁쟁했다.

 55년간 저자가 바라본 대한민국의 역사는

거짓 명목으로 갖은 고문과 학살을 자행하고도

그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부재중이며,

 역사속에서 강제 이주된 동포들의 아픔은

역사와 함께 묻혀버렸고, 바로 어제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던

하재원 김정원 하사의 아픈 두다리 만큼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고스란히 남길뻔했다. 1970년 4월 10일 부정부패,

비리로 일어난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나 1994년 10월 21일

한강 성수대교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를 집어 삼키는 참사로 이어졌다. 1971년 8월 10일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 정책으로 시작된 광주 대단지 사건 역시

현재에 이르러 하우스 푸어를 양상하고 빚더미로 내몰며

스스로의 생을 포기하거나, 가족간의 대 참사로 이어지고

삼포세대, 사포세대, 취업난민이라는 멍울을 만들었다.

 

 

 

55년동안 일어났던 수많은 '투쟁'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의 무관심은

'소리없는 투쟁의 역사'를 만들어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후 알게된 사실이지만,

하재원 김정원 하사처럼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다 사고가난

병사들이 자비로 치료했던 사례가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하고 부당한 사례를 겪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외면하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끊임없는 부당함과 부정부패 그리고 비리의

역사속에 수많은 참사들을 잉태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그러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과거의

잘못된 만행의 결과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옳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들 각자의

머리와 가슴에 이미 들어와 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각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나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된다. 

역사는 역사 밖에 존재하는 어떤 법칙이나 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욕망과 의지다. 더 좋은

미래를 원한다면 매 순간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 좋은 것을 쌓아야

한다. 우리 안에 만들어야 할 좋은 것의 목록에는 역사에 대한 

공명도 들어 있다. 우리가 만든 대한민국현대사의 갈피마다

누군가의 땀과 눈물, 야망과 조절, 희망과 성공, 번민과 헌신, 

어리석은 악행과 억울한 죽음이 묻어있다. 그 55년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나는 그 모든 것에 공명하고 싶어하는 동시대의

벗들에게 말하고 싶다.

벗이여, 미래는 우리 안에 이미 와 있습니다!'p418 

 

 

 

 

앞으로 우리의 역할은

현재의 우리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치유하고 화합할때 진정한 미래의 행복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한다. 그동안 관심없던 사회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기

이고 잘된 일에는 힘찬 응원과 박수를,

잘못된 일에는 지적과 격려로써

옳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무를 다하는것,

국가가 국민에게 의무를 다해야하는 것처럼 국민으로써

의무가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였다.

 

 

 

이 책은 1959년도 부터 2014년 까지의 55년간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그리고 있지만, 중요한점은

역사의 통독이 아니라, 현재와 밀접하게 관련된

역사적 사실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미래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의 반복이 아니라 희망과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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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의 시대 1 - 나쓰메 소세키 편 세미콜론 코믹스
다니구치 지로 그림, 세키카와 나쓰오 글,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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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소세키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읽었는데, 더 복잡해진 느낌. 이 시기의 문인들이 대거 출동하여 소설을 먼저 읽지 않았더라면 누가 누군지 이해하긴 어려웠을성 싶다. 또 나쓰메소세키가 술꾼이였다니, 때론 내 상상만으로 작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들게한 책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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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09-04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다가 포기한 책이에요^^ 책도 나와 인연이 맞는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은 어쩐지 책장이 잘 안넘어가더라고요~ 다음에 인연이 닿으면 또 보게 되겠죠^^

해피북 2015-09-05 09:48   좋아요 0 | URL
ㅎㅎ 저두 읽으면서 머리를 갸우뚱거리는게 참 많았어요 특히 나쓰메 소세키의 모습이 자주 변해서? 읽다가 나중에 나쓰메 소세키구나 했던 생각이 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