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하사와 그를 구하다 오른쪽 발목을 잃은

김정원 하사에게 진료비가 청구된다는 기사를 접했을땐,

내 두 눈을 의심했었다. 아무리 상식이 없고, 법적

제도장치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이건 말도 안되는

상황이라 생각했다. 꽃다운 나이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청춘의 시간을 국방에 쏟고 있는 젊은이들이 나라에

의해 두 다리를 잃었는데 고작 한달의 의료비만

지원된다니. 소름끼쳤다. 기사가 나온후 국방부에선

'예외적으로' 진료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우리는 국방의 의무에

충실했던 젊은이들을 평생 책임져주지 않는 국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토요일 무한도전에서는 일본 교토부 우지 이세탄초에 있는

우토로 마을을 소개했다. 1914년 교토 군비행장 건설을 목적

으로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 1,300여명이 합숙을 위해

건설했다가, 1945년 8월 일본이 패망하고 비행장 건설이 중단

되면서 실업자로 전락한 후 일본 정부와 기업으로 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어 버린 사람들이

이번에는 재개발지역에 포함되어 고향같은 그곳도 떠나야 한다는

사연이 소개되었다. 그중 아빠와 오빠의 강제 징집으로 함께

우토로 마을에 정착해야했던 김경남 할머니님은 고향인

사천의 바닷가와 푸른 들판의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는

모습이 소개되었다. 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셨냐는 물음에

돌아 갈 곳이 없다던 말과, 우리나라로 잘 돌아가라던 인사말이

메아리가 되어 두 MC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말았다.

 

 

 

 

'현재는 과거의 산물이며 미래는 현재의 연장이다.

그런 점에서 미래는 언제나 오래된 것이다' 는

 유시민 저자의 이야기가 귓가에 쟁쟁했다.

 55년간 저자가 바라본 대한민국의 역사는

거짓 명목으로 갖은 고문과 학살을 자행하고도

그 피해에 대한 보상은 여전히 부재중이며,

 역사속에서 강제 이주된 동포들의 아픔은

역사와 함께 묻혀버렸고, 바로 어제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던

하재원 김정원 하사의 아픈 두다리 만큼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고스란히 남길뻔했다. 1970년 4월 10일 부정부패,

비리로 일어난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나 1994년 10월 21일

한강 성수대교 참사는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를 집어 삼키는 참사로 이어졌다. 1971년 8월 10일

정부의 무계획적인 도시 정책으로 시작된 광주 대단지 사건 역시

현재에 이르러 하우스 푸어를 양상하고 빚더미로 내몰며

스스로의 생을 포기하거나, 가족간의 대 참사로 이어지고

삼포세대, 사포세대, 취업난민이라는 멍울을 만들었다.

 

 

 

55년동안 일어났던 수많은 '투쟁'의 역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의 무관심은

'소리없는 투쟁의 역사'를 만들어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후 알게된 사실이지만,

하재원 김정원 하사처럼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다 사고가난

병사들이 자비로 치료했던 사례가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하고 부당한 사례를 겪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외면하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미래는 끊임없는 부당함과 부정부패 그리고 비리의

역사속에 수많은 참사들을 잉태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그러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가 과거의

잘못된 만행의 결과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옳다는

생각을 갖게한다,

 

 

' 미래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들 각자의

머리와 가슴에 이미 들어와 있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 시각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나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된다. 

역사는 역사 밖에 존재하는 어떤 법칙이나 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욕망과 의지다. 더 좋은

미래를 원한다면 매 순간 우리들 각자의 내면에 좋은 것을 쌓아야

한다. 우리 안에 만들어야 할 좋은 것의 목록에는 역사에 대한 

공명도 들어 있다. 우리가 만든 대한민국현대사의 갈피마다

누군가의 땀과 눈물, 야망과 조절, 희망과 성공, 번민과 헌신, 

어리석은 악행과 억울한 죽음이 묻어있다. 그 55년의 이야기를 

마치면서, 나는 그 모든 것에 공명하고 싶어하는 동시대의

벗들에게 말하고 싶다.

벗이여, 미래는 우리 안에 이미 와 있습니다!'p418 

 

 

 

 

앞으로 우리의 역할은

현재의 우리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치유하고 화합할때 진정한 미래의 행복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한다. 그동안 관심없던 사회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기

이고 잘된 일에는 힘찬 응원과 박수를,

잘못된 일에는 지적과 격려로써

옳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의무를 다하는것,

국가가 국민에게 의무를 다해야하는 것처럼 국민으로써

의무가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였다.

 

 

 

이 책은 1959년도 부터 2014년 까지의 55년간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그리고 있지만, 중요한점은

역사의 통독이 아니라, 현재와 밀접하게 관련된

역사적 사실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미래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의 반복이 아니라 희망과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함께 읽고 함께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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