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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궁금했던 적이 있긴 하다. 어른들은 "세계"랑 "세상"을 다르게 쓰는지. 그 차이를 아는 건 중요했다. 적어도 온라인 공간에서 책을 함께 읽을 때는! 고양이라디오님은 [~~~세계]를 염두했고, 나는 [~~~~세상]을 얘기했으니, 동상이몽(될 뻔!). 


2년차, 앞으로 3년차 혹은 10년차가 될지 모를 펜데믹 터널 안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어지간히 터널 밖이 궁금했다 보나. 'POST' 코비드_19을 예측, 분석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오죽하면 "세계"와 "세상" 한끝 차이만 두는 책 제목들을 뽑았겠나. 실수로 두 권 구비한 김에, 함께 읽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2020년 팬데믹 발발 이후, "뭉크 디베이트 Monk Debate" 출연진의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말콤 글레드웰, 파라드 자카리아, 니얼 퍼거슨 외 6인 총 9인 등장한다. 이들의 트위터 팔로워를 (중복일 수 있겠지만) 모두 합하면 490만명이라 하니 '글로벌 인플루언서'라는 출판사의 홍보문구가 과장은 아니다. 2022년을 5일 앞둔 시점에서 읽기에는 다소 설익은 전망이 등장하는데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제목으로 택하기까지 편집진의 설왕설래가 있었겠다. 특히 제1화자로 등장하는 말콤 글레드웰의 경우, WHO가 팬데믹 선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2020년 4월에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2021년 12월 시점에서 보면, 당황스러운데 2020년 4월의 대담은 팬데믹 이후에 초점을 두고 있다. 말콤 글래드웰은 COVID-19가 사회의 약한 고리weak link를 드러내며, 사회는 이 약한 고리 때문에 붕괴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되리라 전망한다. 이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다만 파라드 자카리아 등 다른 대담자들도 지적했듯, 팬데믹은 지구적 차원의 시련인데 불구하고, 세계가 이에 대응하는 방식은 여전히 자국중심적이거나 편협하고 글로벌 약자를 배제하기도 한다. 

그 외 7인의 대담에서 '한국'이 모범 방역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점이 흥미롭다. 대담자들은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며 "왜 한국이?"에 대한 해석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니얼 퍼거슨은 한국이나 이스라엘은 심각한 안보 위협을 경험해본 적 있어 위기 상황에서 현실에 대응하기 보다 발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해석한다. 갤펀드 교수의 tight/loose culture를 인용하며 한국 국민이 질서 순응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등장하고. 


[코로나 이후의 세상]이 저널리즘, 문화, 정치, 경제, 안보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글로벌한 식견을 드러낸다면 [코로나 이후의 세계]은 제이슨 솅커를 단일 저자로 한다. 맥킨지에서 일했었고 Prestige Economics와 Futurist Institute CEO이며, 블룸버그 선정한 미래학자라 한다. 총 21권의 책을 썼다는데, [코로나 이후의 세계] 본문 중간중간 솅커 본인의 책을 자주 언급했기 때문에 짐작은 했다. 책날개 약력 말고, 저자의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주는 글을 일부 인용해본다. 



2001년 경기 불황에 휩싸인 후 나는 경제학자가 되었다. 과거에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었다. 경제를 잘 몰랐기 때문에 지난날 입지가 좋지 못했다....(대학원 진학하면) 난 석사 학위가 있을 테고 그러면 난 돈을 더 벌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이게 내 인생의 첫 번째로 멍청한 생각이었다. 난 경제학자처럼 생각하지 못했다. (179-180)"

본문을 직접 읽기 전, 위 인용문 행간을 살피면 제이슨 솅커가 어떤 관점에서 세상 흐름을 읽고, 개입하고 싶어하며, 스스로 경제 전문가이자 미래학자라고 자부하는지 추측할 수 있다. 독자로서 나는, 경제학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몇 번이고 강조한 제이슨 솅커가 왜 POST Covid-19논의에서 '교육, 에너지, 금융, 일자리, 농업, 안보, 먹거리 공급망, 미디어, 국제관계, 리더쉽, 여행과 레저, 스타트업, 지속가능성.....'등 온갖 키워드를 끌어와 겉만 두드리고 가는 방식으로 글을 썼는지 의아하다. 게다가, '블룸버그 선정 세계 제 1의 미래학자'가 아닌 대중도 뻔히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문가 진단인양 제시한다. 예를 들어, Covid19로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 어려워지면 농업이 중요해진다거나, 팬데믹이 지속되면 의료인력이 부족하니 이 분야 일자리를 노려보라는 식이다.


 이 분은 현상의 명과 암 중, "명"을 부각시키는 방식에 익숙한지, 온라인 교육의 확산으로 교육격차, 일자리 격차가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재택근무를 하니 자동차 타고 이동이 적어져서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거나, 재택근무 덕분에 회사 공간이 다른 용도로 전환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단순전망) 한다. 한 마디로, 재택근무가 post Covid19시대에는 더 돈이 되니까, 재택근무 하는 게 유리하다는 "전망"은 하지만, 재택근무 직종에 속하지 못한 채 "필수 인력"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 분이 쓴 21권의 책 중 다른 책을 더 읽어볼 생각이 없어졌다. 





[딴 소리] 미니멀리스트 공간 꾸리기에 골몰하는 나로서는, 두꺼운 양장본 보다는 얇고 부피 작은 페이퍼백이 좋다. 양장본 3권 꽂을 자리에, 잘 편집한 페이퍼백 6권은 들어갈 걸?

[코로나 이후의 세계]와 [코로나 이후의 세상] 두 권, 모두 적어도 "몸집 줄이기" 항목에서는 ★★☆☆ 이하 평점. 

예를 들어, 아래 본문 사진을 보시면, 총 195쪽, 19장 구성의 [코로나 이후의 세계] 중 15장은 고작 2쪽 분량이다. 페이지를 1장만 넘기면 바로 16장이 시작된다. 편집이 헐렁헐렁하다. 눈은 편하지만, 150쪽 아래로 모양 갖췄으면 좋았을 텐데.



[코로나 이후의 세상]도 마찬가지. 대담 형식인만큼, 들여쓰기 편집을 통해 Q&A를 차별화했다. 문제는 과하게 들여 썼고, 여백도 과하다는 점.알뜰한 편집을 했더라면 최종판의 2/3로 몸집 줄여서 나올 수 있었겠는데...... 종이도 아끼고, 책값도 낮아지고, 서가 공간 차지하는 부담도 덜어주고.....


콘텐츠가 아닌, 모양새를 두고 잔소리 딴소리만 늘어놓다니. 책 만들어주시는 분들께 미안해지니,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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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2-27 13: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러니 하게도 코로나에 대해 언급한 책들은 죄다 편집이 저렇더라고요. 여백 텅텅에 쓸데없이 행간 넓고 저자 사진 양쪽에 다 박아놓고... 환경을 생각하자고 부르짖는 책들인데 정작 그 책이 환경보호에서 가장 멀리 있지 뭡니까. 저도 두 권인가, 코로나에 대해 말하는 책 읽고 화나서 리뷰 썼던 기억이 나네요.

얄라알라 2021-12-27 15:58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넉넉한 편집, 트렌드인가 이해하고 싶어도, 담은 내용은 많지 않은데 책 무게가 늘어 있으니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아이러니˝ 맞다고 생각해요.

챕터 챕터 계속 환경, 기후위기 이야기를 하는 책이면서, 정작....

고양이라디오 2021-12-27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벌써 리뷰 올리셨군요! <코로나 이후의 세계>의 저자 제이슨 생커는 블룸버그 선정 세계 1위 미래학자라고 하는데... 전 앞으로 블룸버그 선정은 안 믿기로 했다는ㅎ

저도 다음 주까지 읽고 리뷰 올릴께요~

얄라알라 2021-12-27 15:59   좋아요 1 | URL
저는 고양이라디오님의 말씀을 아주 자~~알 알아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블룸버그 말고 ˝La& La˝ 선정으로!
 


   




12월 6일부터 시행 중인 "백신 패스"를,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어른사람과 대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화두로 꺼냈지만, 번번이 대화로 진행하지 못했다. 대부분은 에둘러 차단했지만, 화내려는 사람도 있었다. 팬데믹 장기화의 시대, 백신 접종은 단지 개인의 안녕뿐 아니라 시민의 의무와 권리, 그리고 국가가 복잡하게 얽힌 배선이기도 하다. 독일의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Richard David Precht)의 표현대로 코로나는 우리를 "타인과 의학적 운명 공동체"(15)로 엮어 놓았다. 프레히트는 불확실성과 예외성이 증폭된 코로나 시대야말로, 사회구성원의 입장과 태도가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전제 아래, 다음의 화두를 던진다. 


  • 국민은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 이와 관련해 코로나 사태는 현재의 사회적 상태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


[의무란 무엇인가?]는 위 질문들을 정치철학자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비판하고, 제언까지 하는 프레히트의 최신작이다.



© Raimond Spekking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얇아서 금세 읽을 거라 생각했지만, 반쪽짜리 이해력을 보충하고자 [의무란 무엇인가?]를 깨알 메모하며 읽고 관련 도서도 찾았다. 칸트, 벤담, 키케로, 푸코, 토크빌 등의 인용 파트가 어려워서 이해력이 반토막 나기도 했지만, 프레히트가 방역 비협조자에 보이는 모멸적 태도를 완전히 수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두 번 읽었다. 본문에서 프레히트가 코로나 방역에 덜(혹은 안) 협조하는 국민들을 표현하는 용어들을 찾아보았다. 다음과 같다. 


  • 반항몰이해, 트집
  • 이기주의자연대파괴자
  • 스스로 핍박 받는 레지스탕스 혹은 영웅이라 착각
  • 폭력 수반한 음모론자 - 5G 통신탑 파괴
  • "분노한 소수의 바보들(34)"
  • 국가를 불복종 대상 삼아 저항. 저항할 대상도 제대로 모르고 저항하면 이는 바보 같은 짓. 
  • "근거 없는 의심에 기반(101)"
  • "국가로부터 좋은 보살핌을 받는 시민들이 오히려 성을 내며 소아병적으로 반항하고고의로 공익의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 (109)



위에 나열한 국민의 속성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탈도덕화"인 셈이다. 프레히트는 의무를 다하지 않으며 권리주장 하는 국민을 이해할 의향이 전혀 없다. 비판의 수위를 높인다. 당신들은 국가를 적 삼아 음모론이나 퍼뜨리고, 방역 협조도 안 하고 세금은 내기 싫어하면서 왜 경찰서, 소방서, 공공병원, 무상공교육, 수도와 전기를 당연한 권리인 양 누리고 사느냐고 조롱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예멘이나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나라가 천국"(108)이라면서. 


프레히트는 시민들의 (파렴치한??) 탈도덕화가, 이익추구를 최우선시하는 터보 자본주의와 관련된다고 분석한다. 즉 사람들이 "국가를 서비스 제공자로 보기 시작하고, 자기 자신은 언제나 최상의 서비스가 주어지기만 바라는 고객 또는 소비자"(108) 행세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인간의 내면, 정신세계, 인간의 공동체에 스며든 결과라는 것이다. 



프레히트가 보기에 자본주의가 부추기는 이기심은 민주적 시민의식과 충돌한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민주적 시민의식의 생성과 발현을 저해한다. "성과 사회를 대체한 이익 우선 사회는 성실, 공정, 신뢰성 같은 시민 계급의 중심 가치를 비웃는다. (132)" 프레히트는 독일 사회에 제안했다. 자발적으로 안 되면, 강제로 연습이라도 시키자고. 그는 "사회적 의무 복무 통해서 시민 문화와 새로운 사회계약의 실천을 연습" (147) 시킬 수 있다고 본다. 시민 참여와 봉사 등 사회적 의무복무를 제도화하여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내면화하고 실천하라는 제안으로 나는 이해했다. 



정치도, 철학도, 정치철학이라는 학문도 모르는 독자로서 나는 이 대목에서 이해력 반토막 났다. 프레히트에게 국가는 증류수처럼 불순물 없는, 터보 자본주의의 파쇄력 영향을 받지 않은 신성영역인가?  물론 프레히트의 표현처럼  코로나 시대 국가(독일)의 방역정책이 "연대적 생명 정치의 의무를 다하는 일"(54)이자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가가 '적절성의 원칙'을 지켜 '필수적인 조치'를 수행하는지 궁금해하거나 딴죽 거는 시민의 행위도 '소아병적 반항'인가? 통치에 의문을 품는 시민은,  '탈연대, 탈의무, 탈도덕''의 이기적 연대파괴자로 비약되는가? 만약 국가가 당장의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에 전력투구하면서 기후위기 문제를 뒤편으로 던져두었을 때, 딴죽을 거는 방편으로 비협조하는 시민이 있다면 그는 이기적 연대파괴자인가?(내가 프레히트를 오해했는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의무란 무엇인가?]를 읽고, 국가, 국민의 의무와 권리에 대한 생각이 선명해진 부분도 있지만 혼란스러워진 부분도 있었다. 프레히트야 말로, 자본주의가 조장하는 이기심과 탈연대를  진정한 적(?)으로 제시하면서 그 극복을 위해 결국 국가에 과의존(?)하지 않는가? 한국 사회 병역의무처럼, 독일 사회 정년퇴직한 은퇴자들에게 '의무적 사회 복무'를 수행시킴으로써 시민으로서 연대의식과 소속감을 키우자는 제안은 굉장히 국가 의존적 방편이 아닌가? 국가의 힘을 덜 빌고, 자본주의의 파쇄력에서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의무란 무엇인가?]  읽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아서......
오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를 종일 공부했다! 1987년생 사이토 고헤이!!!!!!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진보적 저술에 주는 '도이처 기념상' 역대 최연소 수상자이다! He deserves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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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0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0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0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1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3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거서 2021-12-21 19: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읽었는데 심봉사가 한쪽 눈을 먼저 뜬 기분! 실눈으로… ㅋㅋㅋ
저도 공부하고 있어요! ^^

얄라알라 2021-12-20 22:51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저도 실은 오늘 종일 제 책상에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빨간 표지 보이게 해놨어요.
저는 자본론 발췌발췌 읽고 기억도 못하는데, 사이토 고헤이는 마르크스가 남긴 독서 일기며 작은 단서들까지 탐정처럼 훑고 읽으며, 어마어마한 공부력을 감추지 못하네요. 이런 책은 한 두 번 읽어야 정리가 될 것 같아서 오늘 밤 다시 2차 리딩 도전하려합니다^^

오거서님께서도 읽었다고 하시니 같이 공부하는 기분이라 좋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2-21 18:33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말씀하시는 거죠? 민주주의라고 쓰셔서ㅎ

오거서님과 얄라님이 좋다고 하니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오거서 2021-12-21 19:30   좋아요 2 | URL
덕분에 오기를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북사랑님이 핵심을 짚어주셨고요,
이 책 말고도 자본주의의 위기를 경고하는 책들이 최근에 많아지고 있는데 특히 이 책은 마르크스를 다시 보게끔 해주더라구요. 마르크스를 잘 몰랐다는 깨달음도요. 저자의 쉬운 설명 덕분에 저한테 공부 의지가 생겼어요. ^^

고양이라디오 2021-12-23 15:46   좋아요 3 | URL
오오!!! 오거서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욱 보고 싶어요! 새해에 꼭 읽어보겠습니다^^

오거서 2021-12-23 19:40   좋아요 3 | URL
고양이라디오님 새해 목표 중 하나를 알게 되었어요. 비밀을 알게 된 기쁨 ㅎㅎㅎ
완독을 응원합니다! ^^;
 


[침묵의 봄]을 읽다가, 커다란 통유리를 뚫고 내려 쬐이는 햇살이 강렬해서 눈을 감았다. 온통 진한 주홍빛 세상. 무한히 내어주는 태양. 원할 때 언제든지 불순물 거치지 않고 태양세례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내일도, 그 언제라도 태양이 불순물 없이 인간의 몸에 닿으리라는 믿음. 

[침묵의 봄]을 읽으며 처음 깨달았다. 아침에 새소리가 들리지 않고,  끈끈한 초록의 인공호수와 물고기 없는 강을 내가 편안할 만큼 익숙하게 느낀다는 것을. 레이첼 카슨이 그토록 안타까워했던, 생명의 색채와 소리가 사라져감을 나는 사실화의 일부인 양 무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

[침묵의봄]은 두 가지 지점에서 나를 당혹스럽게 했다. 첫째, 수년 전부터 별러온 책인지라 긴장하며 읽는데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레이첼 카슨의 주장마다 동조하면서도 익숙해서 새롭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둘째, 레이첼 카슨이 묘사하는 자연의 풍경은 이미 나에겐 영화적 연출로나 가능한 이질적인 것이었다. 나는 이미 새소리가 소거되고, 가을에도 코스모스 보기 어렵고, 꿀벌은 세밀화그림책에서나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침묵의 봄] 세부 내용과는 별개로, 나의 이런 반응 자체가 놀라워서 곱씹어 생각 중이다. 왜 그러한가? 

※  ※  ※

바로 위 두 가지 지점이 레이첼 카슨이 진정 20세기 이후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란 것을 깨달았다. 2021년에서야 화학물질, DDT는 물론 음식이나 화장품에 첨가되는 인공향료, 잔디에 뿌리는 제초제의 유독성이 상식으로 공유된다. 하지만 [침묵의 봄]이 나온 1962년이라면, 녹색혁명으로 상징되는 과학과 기술로 세상을 진보시킬 수 있다는 "녹색" 믿음이 얼마나 기세 높던 때인가! 거대 화학회사 등 봄을 침묵시켜 부를 증식하는 세력들이 레이첼 카슨을 얼마나 집중 포격했는가? 레이첼 카슨은 자연애가 묻어 나오는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관찰력 때문에 도리어 "非과학적"이라는 부당한 비난을 얼마나 받았던가?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읽고, 또 읽은 [침묵의 봄]은 2021년 상식이 된 생각들의 단초가 되어 주었다.

※  ※  ※  ※

두 번째 지점. 레이첼 카슨이 그 상실을 두려워하며 묘사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나에게 도리어 어색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까? '지키고 싶다,' '지켜내야만 하겠다'라는 투사 정신 대신, 그나마 태양을 쬐일 수 있어 다행이라는 소심한 생각이 올라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까? 영국의 정치철학자 브래드 에번스가 우려했던 '허무주의,' 인류는 머잖아 자초한 대종말을 맞게 되리라는 허무주의에 나는 이미 젖어 있는 것인가? 집합적 허무주의야말로, 봄의 침묵을 가속화시키지 않을까? Covid19라는 2021년의 전염병 X, 그리고 '전염병 Y' '전염병 Z'는 현재처럼 애그리비즈니스가 세계의 식량 생산과 흐름을 쥐락펴락하고, 나무를 쓰러뜨린 자리에 소와 바이오연료를 위한 옥수수를 심는다면 반드시 인류를 찾아올 텐데 그냥 예견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것인가? 

※  ※  ※  ※  ※

레이첼 카슨이 카메라에 자연을 담고, [침묵의 봄] 문장에 영혼을 담아 후대에 전하면서 나 같은 독자를 원하지를 않았을 것이다. 봄을 침묵시키려는 힘들에 짓눌리더라도 어깨 맞대고 함께 밀어내려는 투지를 독자들이 발휘하길 바랐을 것이다. 마을에서 환경 운동을 꾸준히 실천해왔다. 같은 자리에 머물러서 맥 빠진다고 투덜거리는 중이다. '에코'백 수집하듯 '에코'활동을 마일리지로 쌓고 이력서 한 줄 거리 삼으려는 사람들, 시간당 돈으로 '에코'실천 환산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고개 도리도리하기만 했다. 정작 나는 다음 단계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침묵의 봄]에 수록된 경고음들은 이미 익숙히 들어왔다. 레이첼 카슨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경고음을 자장가 삼지 말라는 더 엄중한 경고. 나부터 움직이고, 내 곁을 움직이고, 또 그 곁의 곁이 파동을 일으켜 봄의 소리 출력을 키우도록 "움직이라"는 메시지. 인간은 어차피 태양 잃은 회색 하늘 아래 살 것이라는 암울한 허무주의는 버리라고! 


ㅂㅂㅌㅌ님, ㄱㅇㅇㄹㄷㅇ님^^

저는 [침묵의 봄]을 끝까지 다 읽었는데, 어째 리뷰는 감정에 호소하는 일기가 되어 버려서 책 내용이 없네요. 저에게 [침묵의 봄]은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정서적 충격을 크게 주었어요. 내용 자체는 평소에 늘 생각하는 부분과 겹쳐서, 도리어 그런 제 태도를 자기분석했습니다.

 다음 2차 리뷰에서는 책 내용에 집중한 글을 쓰겠습니다. 같이 이 소중한 책을 읽고 이야기할 기회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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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11-16 20: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감정 호소 일기형이시라 명명한 이 리뷰가 저는 넘 맘에 듭니다. 북사랑님이 책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얻어 가는지 잘 드러나 있어 읽지 않은 저도 그 정서를 느낄 수 있었어요.^^ 시린 겨울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지금, 볼륨 끝까지 올린 봄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감솨!!!^^

scott 2021-11-16 21:13   좋아요 5 | URL
동감합니다!🖐^^

[인간은 어차피 태양 잃은 회색 하늘 아래 살 것이라는 암울한] 디스토피아 세상 ㅜ.ㅜ
새들이 사라진 곳은 더이상 어떤 생명체도 싹을 틔우거나 숨을 쉬고 살 수 없는 곳이라고 합니다.

북사랑님에 이어서 담번 리뷰는 북플의 셀럽 툐툐님 !^^

붕붕툐툐 2021-11-16 22: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슨 너무 멋진 수필 한 편이네요~ 같은 작품 다른 리뷰고 다 읽어버리셨다니 너무 놀라워요! 아, 진짜 북사랑님의 넓은 시야를 본받아야겠습니당~ 그나저나 ㄱㅇㅇㄹㄷㅇ님은 풀네임 적어주시고, 저는 왜 ㅌㅌ죠? 저도 ㅂㅂㅌㅌ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사진도 너무 좋아요! 흐엉흐엉~~

얄라알라 2021-11-16 23:59   좋아요 2 | URL
^^ 저 사진은 바로 ˝지혜의 숲˝에서 찍었답니다^^ 넘 잘어울리죠? 붕붕툐툐님^^ 제가 맘 속으로 항상 툐툐님 하고생각했더니 ㅌㅌ라고 한거 같아요, 의식도 못하고 있었네요^^

˝지혜의 숲˝ 파스쿠치 커피숍 한쪽 창가, 정말 끝내주는 일광욕 자리더라고요! 붕붕툐툐님께서는 산에서 더 순수한 빛을 만나시겠지만 순도 높은 빛을 경험하고 왔어요^^

coolcat329 2021-11-16 23: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감정호소라뇨~~ 읽으면서 너무나 공감했고 나라면 이런 생각 못했을텐데 ...생각도 했어요.
멋진 한 편의 수필 저도 한표!

얄라알라 2021-11-17 00:01   좋아요 2 | URL
쿨켓님^^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항상 머릿 속은, 플라스틱 많이 쓰는 회사 고객센터에 연락할 일, 분리수거장 순례하며 사진 찍고 글 쓸 일, 동네 꼬마들과 줍줍할 일, 머릿 속은 항상 바쁜데 10분의 1이나 실천하나봅니다.

쿨캣님, 좋은 밤 되세요~

책읽는나무 2021-11-17 08: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러한 리뷰!! 너무나 제 스탈이라 좋아합니다.책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깨닫는 것도 좋겠지만 저는 책을 읽고 내 생활에 스며들어 개인의 의식을 변화시켜 주는 그런 삶이 바로 진정한 책 읽기가 아닌가?란 생각을 해봅니다~^^
북사랑님의 글을 읽으면서 감동을 느꼈습니다♡
환경 오염,기후 위기 때문에 저도 참 걱정입니다.지난 달에는 그래도 플로킹을 좀 했었는데 무릎 아프다는 핑계,귀찮다는 핑계로 플로킹 휴식기간이네요ㅜㅜ
환경에 관한 책도 자주 읽어 자극을 줄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북사랑님께도 소중한 같이 책 읽기시간 되셨겠어요^^


혹시 저기 카페가 그 한 자리에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연이어 마신다는 그 맛집 카페인가요????ㅋㅋㅋ

얄라알라 2021-11-17 09: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있는 나무님께.바로댓글 하지못해서 여긴 남깁니다^^저곳은 아마 책읽는 나무님께서도 다녀오셨을 지혜의 숲 건물 내 까페랍니다^^ 제가 애정하는 카페 저 어제 2잔 웟샷하고 새벽4시까지 똘망똘망 괴로웠어요 ㅎ

고양이라디오 2021-11-17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혜의 숲은 파주 지혜의 숲인가요?

얄라님의 이런 에세이 스타일의 리뷰 너무 좋은데요ㅎ?? 얄라님의 글에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허무주의‘ 에서 벗어나서 ‘봄의 소리‘ 를 키우도록 움직이자! 라는 메시지! 멋져요^^ㅎ

얄라알라 2021-11-17 11:57   좋아요 3 | URL
네에~^^ 파주 맞습니다! 햇살이 너무 좋아서 절로 졸음도 왔다는 건 비밀^^

저 어제 새벽 4시까지 Rachel Carson을 인용한 Covid19사태 진단하는 글들 뒤져봤어요.
21세기에도 계속 인용되고 영감을 주는 학자시더라고요^^ 조만간 15장까지 내용 자체를 정리한 리뷰 올리도록 할게요^^

고양이라디오 2021-11-18 11:39   좋아요 1 | URL
저도 궁금해요. 레이첼 카슨을 인용한 코로나19사태 글들이요^^

저도 파주 지혜의 숲 가봤는데 좋더라고요. 또 가고 싶네요ㅎ

독서괭 2021-11-17 1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것이 바로 레이첼 카슨이 독자에게 바랐던 반응이 아닐까요? 60년 뒤의 독자가 이 책을 읽고 정서적 충격과 함께 현실을 다시 인식했다는 걸 알면 기뻐할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책 참 좋았는데.. 실천은.. 실천은.. ㅠㅠ 텀블러 사용, 설거지바 사용, 고체치약 사용으로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어봅니다.

얄라알라 2021-11-30 23:38   좋아요 1 | URL
샴푸바는 많이 쓰시던데, 설거지바는 설거지용 비누인가봐요? 저도 모르던 아이템이네요. 플라스틱을 어떻게 해서든 줄이려고 눈에 불을 켜다 보면, ‘일상 상비용품‘들이 달리 보이더라고요...

독서괭님 말씀처럼, 치약 케이스도 문제고, 플라스틱 용기 담긴 샴푸나 린스통은 그 안에 스프링이 들어 있어 재활용이 안 된다 하더라고요...저도 친환경 샴푸만 쓰지만, 결국 용기만 놓고보면 친환경이 아닌지라 고민입니다.

독서괭님 좋은 12월 시작하시길^^

독서괭 2021-12-01 06:44   좋아요 1 | URL
네 고체형 설거지비누입니다^^ 동구밭 거 쓰는데, 좋아요!

서니데이 2021-11-18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읽었습니다.
얄라알라북사랑님, 좋은 밤 되세요.^^

얄라알라 2021-11-30 23:38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많이 늦었지만
좋은 12월 시작하시라고 인사 드립니다^^

2021-11-22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30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30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11-23 0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못 봤지만, 여기 나온 것에서 많은 게 현실이 됐을 듯합니다 벌은 아주 많이 줄기도 했지요 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살지 못한다고 하는데... 새도 많이 줄었겠습니다 이번주는 춥지만 지난주가 이상했던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따듯한 십일월... 겨울 추워서 안 좋다 해도 추운 겨울이 있어야 따듯한 봄이 오죠


희선

얄라알라 2021-11-30 23:33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희선님,

[침묵의 봄]을 첫 몇 챕터만 읽으시던 지인 분과 대화를 최근 나누었어요. 그 분은 실제, 벌들이 농약 등 유해화학물질 때문에 빙빙뱅뱅 돌다가 죽어가는 걸 보신 적이 있었고, 그래서 [침묵의 봄]을 끝까지 한 번에 읽으실 수 없었다 하시더라고요.....자연에 대한 감각이, 오감으로 경험했던 이와 상상으로만 벌을 만났던 세대와 상당히 다를 것 같아요. 희선님 말씀 덕분에 제가 마지막으로 벌들을 본 적이 언제인가 생각해봅니다.

2021-11-25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30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 [함께 읽기] 가상 공간의 닉넴으로만 서로 인지하지만, 기꺼이 '책 친구'가 된 이웃님과 함께 읽기로 꼽은 첫 책이 [장애의 역사]이다. 우리에게는 사회역학자 김승섭 교수에 매혹된(?) 독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 김승섭 교수가 지적인 냉철함뿐 아니라 정서적인 헌신까지 담아 번역해낸 책이 바로 [장애의 역사].
  • [빼어난 번역] 보통 옮긴이의 말은 책 뒤편에 실린다. 동아시아 출판사는 저자 킴 닐슨 Kim. E. Nielson의 서문 앞에 무려 7페이지에 걸쳐 "옮긴이의 말"부터 배치하는 선택을 했다. 사회역학이라는 비대중적 분야로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아픔이 길이 되려면] (2017)과 [우리 몸이 세계라면](2018)으로 옮긴이와 신뢰관계를 쌓았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그 보다는, 김승섭 교수의 글이 다 그러하지만, "옮긴이의 말" 자체가 점잖으나 격렬한 선언문처럼 독자의 뇌리를 강타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제 "침묵과 고립에 맞서 빼앗긴 몸을 되찾는 투쟁의 연대기"를 한국 독자에게 소개해주는 김승섭 교수의 번역노동은 그 자체가 침묵을 깨는 참여 행위. 2019년 5월 즈음 시작한 번역을 일 년 넘게 끌어갔던 김승섭 교수는 단어 하나, 표현 하나하나 고심하며 선택하면서 번역자 자신의 '비장애인 중심주의'를 성찰한다. 예를 들어, 'deafness'를 '청각장애' 대신 '농'으로, 'blindness'를 '시각장애' 대신 '맹'으로 바꿔 쓰기 까지 김승섭 교수는 충분한 고민을 하였다. 
  • [초벌 번역 알바를 기말고사 대신 시켰던 교수] 김승섭 교수의 빼어난, 혼이 담긴 번역문을 읽자니 한 교수가 생각난다. 본인이 번역 계약한 책의 초벌번역을 수강생들에게 N분의 1로 나눠 맡기고는, 그것으로 기말고사를 대체한 학점을 주었던 분. 머리가 굵은 선배들은 그 짓이 무슨 짓인지 알기에 욕하면서 번역파일을 넘겼는데, 순진했던 신입생들은 하늘같은 교수님이 시키시니 수업과는 상관도 없는 짓을 했던. 그 분 성함으로 검색하면 책들이 뜨지만, 번역의 성실성을 믿지 않음. 김승섭 교수의 극성실한 프로페셔널리즘과 대비해 자신을 기억해내는 수강생이 있다는 것을 알면 뜨끔하실려나! 


  

오른쪽 이미지 Ann Magill, / CC0 


인간의 다양한 언어를 인간 정신성의 루브르 박물관에 비유한다. 그러한 수사법에 혹하는 내 자신이 정작 책 표지를 온건하게 파악할 수 있는가? 아니, 최소한 궁금해한 적이라도 있는가? [장애의 역사] 표지에는 "장애자부심 disability pride" 을 뜻하는 점자가 새겨져 있다. 책 다 읽은 후에 발견했다. 이 역시, '활자 중독'을 명함의 한 문구인양 내밀지만 정작 생명의 존엄, 다양성을 포용하는 면에서 반쪽짜리 세계관을 지닌 아둔함을 반영한다. [장애의 역사]는 관심의 편향성과 자기중심성을 콕콕 집어 반성하게 해주는 "질문 덩어리"이다. 실제 저자이자 역사학자 킴 닐슨 역시 [장애의 역사] 집필 목적 중 하나로 "장애의 역사에 대해 대답하기 보다는 질문을 하는 데 집중(28)"하여 연구가 필요한 지점을 짚어주는 것으로 제시한다. 또 다른 목적은 "장애를 분석 도구로 활용해 미국 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이 과정에서 "장애가 어떻게 인종, 젠더, 계급, 성적지향과 얽혀 있는지 (27)" 를 보이고자 한다. 


이 개척자적 작업의 결과를 독자에게 풀어놓기 이전에, 저자 킴 닐슨은 개인적 삶이 자신의 연구주제와 어떻게 얽혀왔는지를 고백한다(이 책의 계약서에 서명한 후, 당시 10대였던 딸이 갑자기 '장애 여성'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백인 박사학위 소지자에 남성 배우자를 가진 사람으로서 자신이 (암묵적으로 누릴 수 있고 누려온) 특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역사학자들의 작업에 무지한 나로서는 킴 닐슨의 이런 낮은 자세와 접근법에 큰 감명을 받았다. 




[장애의 역사] 1장은 역사적 사료에 기초해서 1492년 이전 북미토착민의 몸관념을 살피는 흥미로운 작업에 할애한다. 동양권에서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추측되는데, 1492년 이전 북미 토착민 공동체에서는 오늘 날 '장애disability' 에 해당하는 개념어는 찾기 어렵다. 적어도 문헌에 기초해 살펴보았을 때, 토착민들은 몸의 다양성에 훨씬 융통적인 태도를 취했다. 예를 들어, 장애를 단지 신체적 증상이 아닌 공동체 내 사회적 관계에 따라서 정의하기도 했다. 물론 킴 닐슨이 옛 토착민 사회를 낭만화하려는 것은 아니어서, 오늘날의 장애에 해당하는 정신적, 신체적 증상이 있을 경우 삶이 더 가혹할 수 있었음을 인정한다. 중요한 점은 신체의 다양성에 대해 사회적 낙인을 찍지 않았다는 점이다. 





Nuremberg chronicles - Omens / Hartmann Schedel (1440-1514)/CC0


2장에서는 북아메리카를 식민지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능력있는 몸'으로서 적절한 신체와 정신에 대한 유럽인의 생각을 탐색한다. 2장은  "장애가 어떻게 인종, 젠더, 계급, 성적지향과 얽혀 있는지 (27)" 를 보이려는 저자의 의도를 특히나 잘 드러내는 챕터이다. 가난한 자, 아픈 자(유럽인과의 접촉으로 인한 전염병 희생자들), 그리고 '반체제적'이라 규정된 여성들이 사회에서 '적합하지 않은' 구성원으로 어떻게 다중 차별받는지를 보여준다. '괴물출산 monstrous birth' 역시 새로운 마녀사냥의 고문기술과도 같이,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들을 이중 주변화했다. 정상성의 범주에서 벗어난 몸을 가진 아가의 출산은 그 잉태자의 도덕적 타락과 죄를 상징하는 물화된 증거였으니. 1637년 진행되었다는 앤 허친슨의 이단재판에서 "악마적 출산(*오늘날 '포상기태 hydatidiform mole'이라는 진단명을 가진 질병)"이 중대한 이단의 증거였다는 것이 그 한 사례이다. 




by anonymous / 1789 / CC0

저자 킴 닐슨은 [장애의 역사] 집필 과정에서 깊이 조사한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깊은 우울을 겪었다고 서문에서 고백한다. 특히 3장 "가여운 이들은 바다로 던져졌다 The Miserable Wretches were then thrown into the sea"을 집필하면서. 인종주의 이데올로기가 득세했던 후기 식민지 시기(1700~1776) 미국에서 노예는 그 자체로 장애인이었다. (입에 올리기 불경스럽지만),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정품"과 "폐품"으로 '인간보다 낮은 존재' 범주 내에서 재분류되었을 뿐. 보험금을 노린 노예상인들은 소위 상품가치가 떨어진 노예들을 배 밖으로 내어 던져 상어밥이 되게 했다. "폐품노예 refused slaves"에게 돌봄은 어림 없는 사치였다. 반면, 장애를 가진 유럽인의 후손들은 주로 그 가족들이, 여의치 않은 경우 공동체가 돌봄 책무를 나눴다. 




4장부터는 장애가 미국 사회에서 "수사적, 법적, 사회적 범주로 굳어지는 과정(28)"을 보여준다. 미국 민주주의를 실현해줄 투표가능한 모범 시민과 그렇지 못한 열등한 존재를 가르는 공적인 거름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 사회 1840년 인구조사 census 에서는 몸에 대한 질문- 정신이상과 백치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질문-이 추가되었다. 닐 킴슨은 이토록 장애가 마치 검증가능한 객관적 범주인양 구축되는 데 '과학적 인종주의'나 '의료화'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놓치지 않고 언급한다. 


여기까지가 "함께 읽기 첫 모임 읽기 분량"! 

5장부터는 추석 이후에 리뷰 올릴게요! 좋은 책 함께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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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9-14 18: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가상공간에서 함께 읽으시는 군요~ 점자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제목인 줄 알았는데 disability pride 였군요...
추석 지나고 남은 리뷰도 기대하겠습니당ㅎㅎㅎ

얄라알라 2021-09-14 22:48   좋아요 2 | URL
파이버님^^ 저는 저 책을 산지 몇 주가 지나서야, 점자가 눈에 들어왔으니 얼마나 무신경했는지 모릅니다

파이버님께서 5장 이후의 리뷰까지 읽어주신다면 ^^ 더욱 열심히~~

scott 2021-09-14 2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럴 올림픽 경기 조차 제대로 중계도 안해주는게 현실인데 북사랑님 아니였다면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겁니다. 추석땐 열독 이후에는 리뷰로!

얄라알라 2021-09-15 00:07   좋아요 2 | URL
추석 때 열렬하게 먹고, 열독으로 칼로리 뺀 후에 리뷰를^^
scott님의 응원에 힘입어 열독 다짐합니다^^

붕붕툐툐 2021-09-14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함께 이런 책을 읽으시다니 북사랑님도 이웃님도 멋지네용~~
저는 김승섭 교수님 이름 담아갑니다!!^^

얄라알라 2021-09-15 00:06   좋아요 2 | URL
어느 매체 인터뷰에서 김승섭 교수님께서 자신을 너무 영웅시(? 워딩이 기억 안 나네요), 훌륭하다고 하지 않기 바란다고, 성실한 직업인으로 봐달라는 식으로 겸손히 말씀하셨는데

김승섭 교수님의 글을 읽다보면, 어찌 그런 경탄이 안 나올 수 있는지.

학자로서 상승기, 정말 바쁜시간에 1년 넘게 시간을 내서 이 책을 번역해주시다니 그 또한 존경스럽고요^^ 툐툐님께서도 이름 담아가신다니 기쁩니다!

붕붕툐툐 2021-09-15 00:22   좋아요 2 | URL
앗!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 책 쓰신 분 맞아요?(책 확대해 보니 맞네요. 북플에선 책이 코딱지만해서리..ㅎㅎ)
저 이책 읽었는데 저자 이름 1도 기억 못하는... 헤헤헷! 번역도 하셨군요! 완전 진짜 대단 존경! 하지말래도 하게 되네요!!!!

2021-09-15 1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6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09-15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표지에 점자 표시가 있네요.
점자를 읽지는 못하지만, 점자를 읽을 수 있는 분들은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얄라알라북사랑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얄라알라 2021-09-16 15:57   좋아요 1 | URL
저도요, 점자를 읽어보려고 배워보려고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걸 새삼 알았어요. 서니데이님께서도 추석 전 평일의 평온함을 즐기시기를요^^

공쟝쟝 2021-09-16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뭔가 책읽기 모임도 근사한데, 함께 읽는 책의 포스도 범상치 않고!!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갑니다!

얄라알라 2021-09-16 15:56   좋아요 0 | URL
책이 무거워서, 내용도 어려울 줄 알고 겁 먹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무엇보다, 1장 표지에 등장하는 인디언 추장이, 제가 10대 때부터 한결같이 상상했던 꿈속의 이상형입니다 ㅋㅋ
책읽다 번개 맞은 느낌으로 찌릿.

여성주의 책읽기 모임에 뒷발 빼고 있는 저는 죄송스러워서^^:;;

페크pek0501 2021-09-16 1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의 저자가 번역한 것이네요.
우리의 사고를 확장시켜 줄 것 같군요.
책 읽기 모임, 좋네요.

얄라알라 2021-09-16 15:57   좋아요 1 | URL
김승섭 교수님, 공부를 넘 많이 하신 분이라 문학작품 많이 읽으실 시간 없으셨을 것 같은데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요

이 책의 번역도 어찌나 유연한지^^ 페크님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네요.

han22598 2021-09-17 06: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얄라님 저도 김승섭 교수님 좋아합니다. ㅎㅎ 저는 이 책 빼고 그분 책 읽었어요..한국어로 논문 내신 동성애와 건간 관련 논문들도 찾아보고 그래요. ㅎㅎ (영문이 아닌 굳이 한국어로 내신 이유를 얘기하셔서 내용도 궁금하기도 해서..)
근데 갑자기 번역 알바 시킨 교수님 얘기 하시니, 옛 생각에 갑자기 개빡치네요 ㅎㅎㅎㅎ

얄라알라 2021-12-19 22:04   좋아요 0 | URL
han님, 무려 3개월전 써주신 글에 이제서야....

김승섭 교수님께서 실적에 올라가는 영문 논문만 쓰려는 풍토를 언급(비판)하셨어요. 힘들고 수고스러워도 대의를 생각하며 학문하시는 분이라 생각해요^^
 
















목영릉 님께, 

첫 출산 2019년 4월. 태어난 아기의 생일이 돌아오기 전인 2020년 2월, 그 경험을 책으로 펴냈으니, 얼마나 치열하게 "낮엔 육아, 낮밤 수유, 짬짬이 글쓰기"를 하였을까요? [굴욕 없는 출산] 본문에서 두어 차례 소명의식을 언급했죠? '아름다운,' '숭고한' 등의 형용사로 치장한 홍보성 이미지가 아닌, 임신과 출산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드러내리라는 소명감이 없었던들, 산후 우울증을 이겨내며 책을 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굴욕 없는 출산]을 지난 한달 간 세 번 읽었습니다.  [굴욕 없는 출산] 어느 페이지를 펴도, 제 등을 콕콕 찍어 떠미는 문장들이 있었어요. 제 평소 생각과 손뼉 치기 좋은 문장들도 마찬가지로 많았고요. 목영릉 님은 출산이 ", , 에로스, 가족, 결혼 근대, 젠더, 계급, 자원 등을 모두 건드리는 복합적 이슈" (158)이기에 "사회정찰대" 삼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재생산 연구자들의 한결 같은 생각이지요. 다만, 차별점이 있다면 목영릉 님은 본인의 출산 경험을 책 제목 그대로 "굴욕"을 키워드 삼아 편집 없이 기록합니다. 



목영릉님은 주류 출산 담론이 과정이 아닌 이벤트로서 "출산 행위"에 집중되거나 '사회적 재앙'으로서의 "저"출산에 포커스를 두거나 출산을 낭만화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정작 주체인 여성의 목소리를 삭제시켜와서(최근 읽은 조선시대 출산 문화에 대한 책에서도 그 부분의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더군요. 워낙 터부시해온 화두였죠), 정작 21세기 출산을 앞둔 여성들은 레퍼런스 삼을 목소리를 찾지 못한다고 목영릉 님은 울분을 쏟아 냅니다. 부제처럼 "우리는 출산을 모르"는데 마치 안다는 양 세뇌 당해왔다는 것이죠. 혹은 여성의 출산은 자연의 순리라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나아가지 못한 채 출산에 프레임 걸어 생각해왔다고 당신은 비판합니다. 이런 주장에 이르기까지 목영릉 님은 어찌 그렇게 많은 책, 드라마,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섭렵할 수 있었는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갓난 아기를 돌보면서 "짬짬이 글쓰기" 덕분에 [굴욕 없는 출산]은 다양한 영역-페미니즘이라는 우산 아래 아우를 수 있는-의 주제들을 건드리고 있지요. 화끈한 문장으로요. 제가 "어느 페이지를 펴도, 등을 떠밀리는" 느낌이 들었던 이유입니다. 생각을 담고만 있는 이도 많은데, 목영릉님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화두의 공을 높이 띄워주는 이에게 감사해야죠.


 책 읽으며 내내 저자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면, 당신에게 여전히 출산경험의 키워드가 "굴욕"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 '굴욕감"의 근원을 어떤 방향으로 파들어가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실례지만, 제가 "굴욕" 키워드 주변의 단어들을 채집해두었습니다. 출산의 의료화 과정에서, 여성 몸의 도구화 대상화에 대해 분노했던 당신의 절규가 다양한 형용사로 변주됩니다. 




  • "분노, 오기 회환, 사명감" (6)
  •  "괴리감, 어리둥절함, 찝찝함, 수치스러운 기억" (40)
  • "임신 과정은 대부분 우울과 고통을 인내하는 시간" (47)
  • "수치심과 모욕감 사이" (64)
  •  "'굴욕의자' 앉아 있는 심정은 그야말로 처연했는데, 아프고 부끄럽고 당황해서 어쩔 몰라하는" (64)
  • "임신 과정은  인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순간이었다나는 분명 모욕을 느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떠한 책이나 매체에도 '수치' 던어는 언급되지 않았다모두 행복과 기쁨을 말했다." (67)
  • "나는 임신과 출산 과정  느꼈던 불안걱정초조우울모멸감슬픔막막함…" (68)
  • "굴욕을 느낀 개인은 있는데 굴욕을  주체는 뚜렷하지 않아 모욕감이 어디서 발생하는 것인지 명확히 알기가 어렵다" (68)
  • "즐거워서 어쩔  모르며 치킨을 먹는 남편과 시댁식구를 보니  없는 울화가 치밀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라고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덕분에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95)
  • " 여성이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타자에 의한 슬픔, 우울함, 당혹스러움"(102)      



목영릉 님의 인터뷰 기사를 찾아보니, 앞으로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글을 계속 쓰실 건가봐요. 다음에 책을 내셔도 세 번씩 곱씹어 읽는 열렬 응원자가 될 것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아이가 있나요?]는 그 질문이 불편한 사람, 차일드프리, 차일드리스. 논맘non-mom, 널리파라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non-mom이며 노년기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케이트 카우프먼이 썼습니다. 많은 여성을 실제 만나 인터뷰하면서 "엄마나 할머니가 아닌, 나로서만 사는 여성'의 삶과 고민을 그대로 드러내려 애썼습니다. 주류 담론이 늘 '엄마,' '모성' '좋은 엄마'에 치우쳐 있다면서 '엄마가 아닌 사람들'을 관심과 배려로 살피자는 주장입니다.  


목소리의 빈 자리, 당사자성의 전면진격이 [굴욕 없는 출산]이나 [당신은 아이가 있나요?] 모두의 집필 동기입니다. 그런데 출산 논의를 따라가다보면, 목소리의 삭제나 편집이 문제라하면서도 여전히 아빠(들) 혹은 아빠 아닌 이들의 목소리가 소거되어있음을 알게 됩니다. 


https://www.katekaufma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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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8-13 0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하네요. 여성의 목소리가 빠진 여성의 몸에 관한 서사. 이제는 우리가 많이 보고 듣고 알아서 이야기 해야할 것 같아요. ^^

scott 2021-08-1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븍플계에서 독보적인 장르 발굴!
사회적 약자 비주류, 환경 건강, 청소년, 아이들,굴욕 없는 출산 까지
이런 책이 있다는 것 조차 몰랐는데 이렇게 소개 해주셔서 감사 합니다.

진정 저의 독서MD 이쉼 ^ㅅ^

얄라알라 2021-08-13 16:00   좋아요 1 | URL
북플계의 양분 담은 흙, 다양한 장르 나무를 키워내시는 scott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시면 저 부끄럽습니다^^;;;

항상 몸의 문제에 관심 두다 보니 저는 이런 가지를 키우고 있는데,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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