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사회 -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홍경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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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인 에릭 클라이넨버그Eric Klinenberg 교수가 24세, 버클리 사회학과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던 1995년 7월, 폭염(Heat Wave)이 시카고를 강타했다. 하지만 불과 한 달만에 같은 미국 안에서도 이 폭염은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었기에 클라이넨버그는 혼란스러워졌다. 이에 그가 이 폭염에 대해 "사회적 부검(social autopsy)"를 서둘러야겠다는 학자적 의무로 메스를 들어 5년여의 연구 끝에 내놓은 책이 [Heat Wave: A Social Autopsy of Disaster in Chicago]. 



초판은 2002년, 새로 쓴 서문을 곁들인 재판은 2015년 발간되었는데 한국어 번역판은 2018년에 출간되었다. 당시 내 관심은 홍경탁 번역자가 번역작업을 시작한 시점이었는데, 2018년 여름 한국 뉴스에 연일 "폭염 사망자"가 키워드로 등장했다. 따라서, 폭염이 단순히 기후재앙이 아닌 사회적 재앙이자 사회극(social drama)라는 인식, 적어도 폭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던 딱 그 시점에 이 책이 출간되었으니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내 기억으로, 이 두꺼운(참고문헌까지 450여 쪽을 가뿐히 넘긴) 사회학 책은 이례적으로 온라인 서점의 메인 페이지에 수 주간 올라왔다. 번역자가 수년전부터 2018년 여름 발간을 목표로 꾸준히 작업해왔을까? 아니면 2018년의 기록적 폭염 사태를 계기로 초인적 스피드로 번역해냈을까, 몹시 궁금했다. 또한 얼마나 팔렸을까? 출판사 영업 비밀이겠지만 몹시 궁금하다. 짐작하건대 김승섭 교수의 베스트셀러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도 이 책을 언급했기에 더욱 많은 독자들이 찾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김승섭 교수가 이미 두 권의 스테디셀러를 통해 "사회역학"의 지향을 일반에 알렸지만, [폭염사회]는 구체로서의 적용을 보여준다. 또한 적어도 클라이넨버그 교수가 2015년 재판 서문을 쓸 때만 해도 변방에 있던 "환경사회학environmental sociology)"의 관심영역과 기여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왜 같은 폭염 아래 누가 더 죽음에 취약한지 그 취약이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정치적 실패라는 경종을 독자들에게 울려준다. 1995년 7월 시카고 폭염의 경우, 취약한 이들은 그저 에어컨이 없거나, 수도세를 낼 돈이 없어 물공급이 끊긴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사회적 연망에서 고립된 이들이었다. 보다 엄밀히는 사회적 연망자체가 생길 여지가 낮은 공동체 사람들이었다. 


사회학자로서의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CDC로 대변되는 보건학자들과 다른 접근으로 1995년 시카고의 폭염을 "사회적 부검"했다. 역시 "다행이자 고맙게도" 이 면밀한 부검은 일회용 보고서로 끝나지 않고 이후 기후재앙에 대비한 시스템 구축에 실제적 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첨단기술 업그레이드 뿐 아니라 공동체의 회복 탄력성 높이기 등 사회적 대응기반구축이 따랐다. "폭염은 사회를 어떻게 바꿨나"의 한국어판 부제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2002년 초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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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가 - 모두의 요가
이숙인.한진영 지음 / 나는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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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절판임을 확인하고

재판 인쇄를 출판사측에 사심 가득 요청하며 리뷰썼습니다. 




이동하며 읽으려고 일부러 부피 작은 책을 빌렸는데, [공공요가] 12월 31일 고른 책으로는 참 괜찮았어요. 

저자 두 분- 이숙인, 한진영-의 사람됨됨이가 종이를 뚫고 독자에게 따뜻한 손바닥을 내밀지 뭡니까? 잡아봐, 온기 서로 나눠보자.  

이책은 1:1 대응식 요가 동작 코칭을 담은 책이라기 보다는 세상 사는 마음가짐에 대한 책이었어요. 

"공공" 을 더한 "요가" [공공요가]라는 책 제목에 이들의 지향이 담겨 있지요. 


서문을 같이 읽어보실래요? 


시장이며 지하상가에서 자주 만나던 상인들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몸이 많이 붓는다등이 아파 잠을 못 자겠다자주 숨이 차고 두통이 심하다'며 일상의 순간순간이 힘겹다 토로하지만 해결책이라고는 하루 열 잔도 모자란 '커피믹스'가 전부라고 합니다


정작 요가는 요가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들보다 이런 사람들에게 절실한 게 아닌가 했습니다. 그들의 노동에 붙어 다니는 통증이라도 좀 덜어줄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게 되었죠...(중략)...요가는 본디 태생이 '나눔을 통한 서로의 성장'입니다그렇게 만들어졌고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전승되어 이어진 것이 '요가'라고 배웠습니다이제 그 이름이 본래 뜻을 되찾고 새로이 거듭나는 의미로 '공공요가'를 제안해 봅니다. (본문 8-15쪽 발췌


세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마음, 말

이런 분들을 글로나마 만나면

일상에 활력이 생깁니다. 


[공공요가] 절판이라니, 어서 2쇄 인쇄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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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가 - 모두의 요가
이숙인.한진영 지음 / 나는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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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우연히 빌려 읽고 저자 두 분께 반하고, ˝공공요가˝ 개념 그리고 실로 실천하시려는 두 분께 또 다시 감동하여 구매하러 들어왔는데 품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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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왕자 그리고 기사 - 다 알지만 잘 모르는 이야기 아르볼 N클래식
조제프 베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아르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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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많이 찾는 작은 도서관에 일부러 종종 들립니다. 서가를 찬찬히 둘러보고 옵니다. 예산이 넉넉한지 매년 새 전집으로 교체하는 시리즈가 있는데, [그리스로마신화]입니다. 만화책입니다. 아이들이 하도 많이 찾아 빌려가고 돌려주고 하는 사이에 책표지가 뜯겨나가고 모서리가 너덜너덜 해졌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만화책으로라도 신화를 읽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하겠지만, 저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적어도 신화의 영역만큼은 성인용 게임 캐릭터처럼 몸매가 울퉁불퉁한 남녀가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신화는 어짜피 인간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새로운 기억 공간에 윤곽을 풀었다가 또 새로운 색채를 입혀가며 부풀어온 상상의 세계잖아요. 그런 섹슈얼화된 게임 캐릭터 몸들과 다이아몬드 몇개씩 박힌 눈으로 아이들 상상의 입구를 꽉 틀어막아 버리다니, 암튼 저는 속상합니다. 오지랖이라하셔도,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표지가 무척 고급스러워서 마치 큰 맘 먹고 장만하는 소장용 다이어리 느낌인데요. 시리즈입니다. [영웅, 왕자 그리고 기사]와 [마녀, 요정 그리고 공주] 두 권입니다. 프랑스의 음유시인이라는 조제프 베르노(Joseph Vernot)가 글, 그림 모두를 완성했는데 특히 일러스트레이션이 경탄을 자아냅니다. 조제프 베르노가 삽화의 황금기라 할 19세기를 재현하려는 노력에 신비함을 더한 세계를 창조해냈지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정식으로 미술 학교를 다닌 적 없이 혼자 책의 삽화를 따라 그리며 연습하고 독학했다고 해요. 하나 하나 놀라운 작품입니다. 




부제가 "다 알지만 잘 모르는 이야기"인데, 실로 고개를 끄덕하게 됩니다. 롤랑, 아이반호, 베어울프, 랜슬롯 등, 이름은 익숙한데 정작 그들의 무용담을 설명해보라 하면 벙어리 되기 십상입니다. 바로 [영웅, 왕자 그리고 기사]에서 섬세하며 우아한 문장으로 복원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입니다. 



요즘처럼 "싸움"의 의미가 부정적으로 변질한 시대에 [영웅, 왕자 그리고 기사]에 등장하는 대사들과 고귀한 정신은 놀랍기까지 합니다. 클릭한번이면 예고도 없이 미사일이며 무기가 발사되고 효과음과 함께 전투캐릭터들이 싹 사라졌다가 다시 게임판 위에 등장하는 걸 보는 데 익숙한 아이라면 이 책의 대사가 고어처럼 느껴질지 모릅니다. 그 누가, 결투를 앞두고 "고해성사는 했소, 형제여? 솔직히 말해 이제 그대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오늘 아침 미사는 드린 거요?"('아이반호' 에피소드 중)이라고 점잖게 도발하면 다시 "그대의 정중한 충고에 감사드리는 의미에서 더 기운 좋은 말을 타고 새 창을 들기를 권합니다."라고 응수하겠습니까?


그러니 이책을 행여 어린이에게 선물하려거든, 꼭 옆에서 소리내어 읽어줄 행복한 각오쯤은 하셔야 합니다. 꽤나 어려운 단어도 종종 등장하거든요. 다행히 아르볼 출판사 측에서 친절히 각주를 달아주었기 하지만, "면갑" "박차" "등자" "성유물" 등의 단어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테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조제프 베르노(그의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osephvernotillustration/) 가 장인정신으로 공들여 한땀 한땀 수놓듯 만든 책인만큼, 읽고 나면 분명히 이책 읽기 "전/후"로 영웅 이야기를 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제 그림책 취향을 과하게 드러내나요?  실은 요새 이 책에도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19세기의 삽화 213점이 수록되어 있다해서요. 지갑을 열까 말까 요새 하루에도 몇번씩 망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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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의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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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된 독서] 

2018년에 읽고, 올해까지도 지인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문학가를 꿈꾸며 10대를 보냈다던 최영화 교수(아주대 의대)는 글은 독자를 WOWWOW하게 한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의 유성호 교수 역시, 대중을 겨냥해 처음 출간한 책이 기염을 토하며 독자를 끌어 모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분 역시 책 벌레, 에세이 소설 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읽기에 흠뻑 빠져 유년기를 보냈다고 한다. 흐음. 역시 답은 '독서' 였던가?




법의학 대가인데도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독자를 두 번 매혹시키는 유성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최고의 "죽음" 강좌 개설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개설 초기엔, 20대 젊은이에게 '죽음'은 부적절한 화두라고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교양원을 설득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60명 정원으로 개설된 강의는 곧 수강인원 마감이 되었고, 이후 높은 강의평가를 받으며 200여명이 듣는 대형강좌로 거듭났다고 한다. 서울대학교 교양교육원이 보였던 태도를 우리는 일상의 인식, 혹은 다른 기관들의 논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20대에게는 "죽음"을 노년에게는 "자살" 관련 교육이나 강의를 비권장했다고 한다(바로** 기관에서).





CSI시리즈, Criminal Minds, Hannibal시리즈의 광팬으로서,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실로, 유성호 교수의 서울대학교 제자(수강생) 중에도 이런 사심으로 수강신청한 친구들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이 책은 그 기대 충족시킨다. 매스컴에서 떠들석 했던 윤일병 사건, 영아학대사건, 세브란스 병원 할머니 논의, 백남기 농민의 사인 등 익숙한 많은 사례들이 소개된다. 여기에 더해  "법의학"이라는 학문이 1세대 문국인 교수에서 2세대 3세대로 어떻게 개척, 성장해왔나에 대한 생생한 학사도 소개되어 있다. 문국인 교수가 우연히 헌책방에서 읽은 책에 매료되어 독학으로 "법의학"을 개척한 이야기는 반 페이지로 요약되어 있어도 구구절절하게 들린다. 그가 스승 장기려 교수에게 "법의학"을 시작해보겠다고 하니 처음엔 말리셨던 스승이 3년후 문국인 교수가 힘들어 포기하겠으니 외과에서 받아주십사 청했을 때, 단단히 사명감을 일깨워주었단 훈훈한 일화는 오래 기억하고 싶다. 




이 외에도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는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 아니 대놓고 잘 이야기하지 않던 화두들을 아주 명확한 어조로 이야기 한다. 생명공학과 기술의 발달로 인한 죽음의 정의와 의미 변화, 자살 그리고 존엄사에 대한 다양한 시선, 국가별 법제도의 차이, 죽음에 대한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문화적 태도 제고 등, 평소 이 주제를 귓등으로만 흘려들었던 이들은 꼼꼼히 새겨가며 읽어야 할 것이다. "서가명강" 시리즈 계속 팬심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이 책은 시리즈의 1권이니, 차차 다음 권들도 손 대 봐야겠다. 


"죽음은 서늘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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