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의 인간 재생산](배은경 2012)은 10년 전 출간물이다.  #재생산 #저출산고령화 #돌봄(care) #가족 #(가족, 복지) 정책 등을 키워드 삼은 최신 연구가 궁금해서 [영 케어러: 돌봄을 짊어진 아동 청년의 현실]부터 읽었다. 일본 세이케이 대학 시부야 도모코 교수(현대사회학)이 일본학술진흥회 연구과제로 제출했던 보고서를 다듬어서 2018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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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도모코는 2010년,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방문을 계기로 '영케어러 young carer'를 연구대상으로 "발견(=선점)"했다. 이후, 7~8년간 영국과 일본의 '영 케어러'를 글로 풀어내고자 노력했다. 저자 스스로 "혼란에 빠져 기록을 끝까지 정리하지 못한 인터뷰도 있다"(189)거나 "현재 돌봄의 한복판에 있는 영 케어러의 목소리는 별로 담지 못했다. 지금은 이것이 최선" (191)이라고 자평했듯, [영 케어러]는 밀도 높은 학술서라기보다는 관심을 촉구하는 시발적 보고서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는 저자의 태만이 아닌 연구 맥락의 측면에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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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케어러," 즉 "어린" 돌봄제공자에 대한 조사는 1998년 영국에서 최초 시도했다. 저자의 기억에 따르면, 2010년만 해도 일본 사회에서 관련 연구물은 커녕, "young carer" 범주조차 생소했다고 한다. 즉 선행연구물도, 동료연구자도 많지 않던 상황이었다. 다만, 가족원의 돌봄을 전담 혹은 분담하면서도 정작 그 자신은 사회의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동,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서서히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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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분야 연구를 선도한 영국 사회의 성과물을 검토하고, 일본 사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인터뷰를 수행했다. 다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 (191)이라는 자기방어적 진술처럼, 이 방법론에는 구멍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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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영 케어러"의 범주와 정의 문제. 

'젊은 young'은 시대, 사회, 개인 등에 따라 그 범주가 상대적이다. 특히 복지정책 대상자로서의 'the young'을 설정하는 데는 복잡한 셈법이 동원될 터이다.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는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18세부터 30세는 청년으로 정리했다. 문제는 'young carer'라는 발명된 범주에 대한 인식이다. 일본 사회에서 이 용어는 일상어라 하기 어렵다(한국 상황도 비슷?). 또한 시부야 도모코가 자인했듯, 인터뷰 참여자 다수는 "어떤 계기로 영 케어러라는 말을 알았"(191)던, 다시 말해 "영케어러"로 발굴되었거나 자기 정의하는 사람들이다. 이 연구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고, 스스로 인식할 기회도 없으며 사회적으로 배려를 받아본 적 없는 "영 케어러"가 빙산 아래 상당히 존재할 것이다. 연구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영케어러로) 발굴되거나 자기정의 가능한" 이들이 아니라 돌봄의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기 상황을 직시할 여유도 없는 아이들에 초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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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현재 돌봄의 한복판에 있는 영 케어러"(191) 에 주목한다(이들에게 접근하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영 케어러가 돌봄 경험을 안심하고 말할 상태와 채널 만들기"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 내 돌봄 관계지형도에는 젠더, 연령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외출 시 가족원(주로 아이들)의 마스크를 챙기고, 고열 증상시 해열제를 챙기는 이는 주로 여성 성인(엄마)이다. 역의 역할은 우리 상상 속에서도 낯설다(엄마의 KF94마스크가 잘 착용되었는지 살피는 중3 아들?). 이런 고정관념 때문인지 '영케어러'가 어렵사지 자신이 겪는 고충을 이야기할지라도 '네 부모님은 (어린) 네가 그런 일까지 하게 놔두니?'하면서 아이의 부모를 비난하거나 어쭙잖은 충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온정적 시선은 '영 케어러'가 자신의 상황을 터놓고 말하고 정보와 사회적 지지를 얻을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를 차단한다. 








따라서, 돌봄 관계 유형에 대한 생각을 유연히 하고, 어린 돌봄제공자들에게 사회적 편견의 오명을 씌우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돌보는 자를 돌보는 사회적 안전망은 제공하되 '영케어러'를 불쌍하게만 보는 온정주의적 시선을 넘어 돌봄의 긍정적 기능도 인정해주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그 외에도 [영 케어러: 돌봄을 짊어진 아동 청년의 현실] 에서는 "영 케어러가 집에서 맡는 돌봄과 책임 줄이기"라는 실질적인 해법도 제안한다. 


일본 상황과 비교하여, 21세기 한국에서 돌봄 논의가 어느 대상까지 확장되어 있고 관련 정책이 얼마나 실질적 효용성 있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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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23 1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기사에서 어린 동생을 돌보는 한 청년이 입대통지서를 받고 난감해했던 것이 방송을 타면서 군면제를 받아 동생과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게 생각나네요. 이런 일이 특별한 이슈가 아니게 세심히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것에 대한 연구나 문제제기는 많이 부족한 듯해요. 이웃나라의 연구지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얄라알라북사랑 2022-01-23 19:19   좋아요 4 | URL
아! 저도 그 기사 오늘 접하고 저장해두었어요. 얼마나 다행인지요, 역으로 ‘방송을 타지도, 관심도 못받아서‘ 돌봄 의무와 병역의무를 병행해야만 했던 젊은이들도 많을텐데요....바람돌이님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 이 이슈에 같이 관심 나눌 수 있어 참 고맙습니다.

2022-01-25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26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몰아먹기'로 묵직해진 위를 커피 대신 책으로 달래주고자 얇은 책을 집었다. [오늘도 매진입니다] 의 책날개에서는 저자 이미소를 "춘천 감자빵을 개발해 연 매출 100억 돌파"한,  '농업회사법인 밭 주식회사' 설립자로 소개한다. 1인당 최대구매가능 개수를 제한했더니 같은 손님이 옷을 바꿔입고 사갔다거나, 구매 후 고속도로를 탔다가 다시 되돌아와 추가 구매한 손님이 있을 정도로 '없어서 못 파는' 빵이라는데, 정작 빵중독자인 나는 아직 맛 보지 못했다. '파리바게트' 감자빵과 관련한 기사로 접한 것이 전부였다.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를 읽고 '(주)밭' 대표 이미소와 남편, 그리고 이미소의 아버지에 대한 호감도가 급 상승했다. 

그 이유는, 


1. 이미소의 강력한 효심은 성공의 원동력이다. 이미소는 어렵게 입사한 IT 회사 입사 6개월차였지만, 감자 농부 아버지의 SOS에 응하느라 퇴사했다. 본인 스스로 '가족'을 모든 가치의 꼭대기에 놓는다고 말한다. 


2. 이미소의 아버지는 종seed 다양성 지키기에 진심이며 대의를 추구하는 분이다. (적어도 그 따님인 이미소에 따르면 그렇다). 아버지의 품성과 지향을 알게 모르게 닮은 이미소 역시 가치를 확산하는 사업을 한다. 청년 농부인 남편을 위시하여 뜻을 같이 하는 농업인들과 함께 우리 땅과 식량 주권을 지키기 위해 고심한다. 


3. 한때 패션전공생으로서 런웨이의 화려함을 곁눈질했던 이미소는 의외로 검소하다. 연 매출 100억 이상 벌어들이면, 고급 외제차 욕심이 날 법도 한데 그녀 자신이 기동성 최상의 소형 농기구 같다. 필요에 민첩하게 대응하여 즉각 문제해결하는 데 최적화된. 이미소의 판별력이 뛰어나고 행동력은 더욱 뛰어나다. "어떤 일을 해서 후회하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일단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160)는 그녀의 인생관을 보여준다.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 _ 약간 아쉬운 점. 

"밭에 심은 것은 감자가 아니라 가치였습니다."라는 홍보 문구에 더 충실하도록 '감자' 언급을 조금 더 했더라면 싶다. 이미소 대표처럼 감자계 영향력 있는 분이라면, 국산 감자 종의 다양성 및 식량주권을 지키는 농업 등에 대해 스피커 역할을 할 수 있을 터이니. 


효심과 가족애, 공동체의식 충만한 이미소 대표를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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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1-21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번씩 북사랑님의 책 선별하시는 능력에 감탄합니다^^
이 책도 대단한 책이군요?
감자빵 저도 처음 들었어요.

얄라알라북사랑 2022-01-21 22:34   좋아요 2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선별이 아니라, 충동에 따른 ‘집어들기‘입니다.
저자 이미소는 20대부터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속 변화하려 노력했더라고요. 그 아버님도 대단하신 것 같고요.
책에서도 저자가 부모님의 양육법 특징을 요약하고 감사드리는 부분이 따로 있어요^^

감자빵, 저도 실물 검색해서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답니다! 택배주문이 되는지 검색해봐야겠어요^^

프레이야 2022-01-21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몰아먹기로 묵직해진 배 ㅎㅎ 저도 자주 그래요. 감자빵이 있군요. 저도 빵중독자에요 ^^
책 좋은 내용인 것 같아요.

얄라알라북사랑 2022-01-21 23:39   좋아요 2 | URL
프레이야님은 늘씬하셔서(서재에 최근 올리신 숲 속 뒷모습 사진) 몰아먹기랑은 거리가 멀어보이시는데^^;;

저는 생일선물로 빵을 한 박스 택배 받은 적도 있어요. 고등학교 친구가 제 빵중독 기억했다 보내주었더라고요.

저자 이미소는 어떻게해서든 자신의 아버지가 농사지으신 감자를 팔아보고자 애쓰다가 빵까지 개발하신 케이스여서 효심에 감복^^

프레이야 2022-01-22 00:56   좋아요 2 | URL
제 별명이 어릴적부터 지금까지도
빵수니!! 에요. 밀가루중독자 ㅎㅎ

Persona 2022-01-22 0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가커피 감자빵으로 먹어보긴 했는데 감자가 들어간 반죽에 크림치즈가 들어가고 충분히 단짠하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같아요. 저는 이 도우에 치즈 소시지 넣고 핫도그 만들면 맛있겠다 싶더라고요. 감자 종에 대해서 궁금해지고 이미소라는 분과 그 가족분들도 무척 궁금해지네요. ㅎㅎㅎ 이거 보니 감자 분이 나게 쪄먹고 싶네요. ㅎㅎㅎ

얄라알라북사랑 2022-01-22 19:19   좋아요 1 | URL
분 나는 감자~~~비주얼만으로도 자연, 자연에 가깝죠^^ 감자빵도 생김새는 일반 감자같아보이더라고요. 저는 구글 검색만 했지만요

persona님처럼 저도 감자 종이 궁금해요. 우리나라는 수미감자가 표준종처럼 인식된다고 이미소 저자가 지적하시더라고요

기억의집 2022-01-22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 들어봐요. 매출액 백억이면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고구마빵은 들어봤어요!!!

얄라알라북사랑 2022-01-22 19:18   좋아요 0 | URL
네, 기억의집님. 직원들 기숙사까지 있더라고요^^


이분도 처음에는 감자랑 고구마도 섞어서 빵 만들었었나봐요. 결국 감자 본연의 맛을 극대화한 빵이라는데
아마도 따뜻할 때 먹어야 감자 맛 살겠죠?^^ 저도 맛이 궁금해요.
 


연구자가 문제에 접근하는, 특히 그  과정에서 접촉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는 연구자의 생경험과 어떻게, 어느 수준으로 연관성을 보이는가?



오래 품어온 온 질문이다. 올리버 색스를 존경하는 이유와도 연관된다. 색스는 보도블록 틈새로 삐져 올라온 잡초와 동물원 원숭이의 무브먼트에서 인간의 정신, 나아가 우주를 이루는 원소까지 열렬히 탐색하는 호기심 전문가이다. 그러나 사람을 대할 때, 호기심을 채워주는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같은 눈높이에서 존중하고 '병'이라는 단편이 아닌 존재로서 전면적 이해를 하고자 노력한다. 의사로서 훈련된 직업 윤리라기보다는 색스라는 사람의 성향과 사람됨 자체 때문인 것 같다. 그는 관찰하고 판단하는 자와 대상 사이에 위계적 관계를 설정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상대의 마음(뇌? 정신? 무튼....)에 들어가 보고자 겸손한 태도로 노력한다. 이런 태도는 [환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색스 박사는 [환각]에 인용된 인물들을 환자 이전에, 독특하고 고유한 정신활동을 하는 존재로 인정해준다. 색스의 이런 태도는 개인사 및 가족사와 관련된다(고 추측한다). 



자서전 [온 더 무브]에서 색스는 형 마이클을 향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낸다. 마이클은, (방계 직계 모두)  명민한 색스家 중에서도 탁월한 기억력의 소유자이다. 천재인 올리버 색스가 '천재'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형 마이클은 유년기 경험한 기숙학교의 폭력 때문에 촉발되었는지 정신분열과 파킨슨 병을 겪으며 세상과 단절되었다. 색스 역시 어린 시절 '나도 형처럼 되면 어쩌나?' 질병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 사실 이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머니께 저주를 들었던 색스 자신이야말로, "정상성'의 좁은 범주를 충족시키리는 폭력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본인이 환자로서 다른 의사의 진료를 받았던 경험을 통해 환자에게 "당신 참 독특하네요!"라는 선언이 폭력이라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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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다리는 생명 없는 물체로서, 실물이 아니고 내 것도 아닌 '남의 다리'였다. 그러나 나의 느낌을 의사에게 전달하려고 하자 의사는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색스 당신은 참 독특해요."....내가 왜 독특하단 말인가? 장담컨대 의사가 환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 그렇지,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환자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의식의 강] 209쪽

**

이런 경험이 [환각]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도 관련되리라고 본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각]의 챕터 구성 자체가 '경험한 질병=한 사람"의 시각을 강화시킬 우려도 있다(물론 올리버 색스를 닮은 독자의 성숙한 태도가 뒷받침된다면 질병을 한 개인으로 덮어씌우는 무례를 범하지 않겠지만). 색스는 다양한 환각 유형을 범주화하고 이를 경험한 환자들의 '1인칭 이야기'를 곁들이는 글쓰기를 했다. 조급한 독해는 'Mr. A는 섬망증, Mrs. B는 환상사지, Mr.C는 환청' 식 대응 관계로 등장인물들을 다수화 시킬 수 있겠다.  과연 어떤 글쓰기가 이들이 경험한 정신활동을 왜곡을 최소화하여 전달하면서도 이들을 환자나 기묘한 사람들로 대상화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질문과 연관해 올리버 색스의 시도를 독자는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1]  환각에 대한 생물 문화적 접근 

 * 샤를보네증후군의 경우_ "시각 환각을 신경학적으로 결정하는 범주가 있는가 하면, 개인적이고 문화적으로 결정하는 요인이 있을 것이다" (40) 예를 들어, 영어를 모국어 삼는 환각경험자의 환청은 주로 영어! 


2]  환각 경험(자)에 대한 문화적 태도

* 많은 문화권에서 환각은 명상, 종교적 의례, 식물(약물) 등을 통해 도달 추구하는 긍정의 현상이자 예술의 영감이자 영적 고양의 경험. 그러나 서구 문화권에서는 병적인 현상으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 (1973년 실험, 8명의 가짜 환자들이 환청 증세를 호소하자 모두 정신과 입원처리 된 실험이 그 예) 올리버 색스에게 쏟아진 숱한 편지들도, 그 동안 낙인찍힐까봐 누구에게도 말 못하던 경험을 나누고자 함이 아닌가? 환각을 병적 증후로만 몰아가는 문화적 태도로 인해 잃은 것은 무엇일까?


3] 환각 연구 이면의 정치경제학

* 올리버 색스는 이 책에서 그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나 역시 이 분야에 아무 지식이 없으나 감각박탈이나 환상사지치료에 쓰이는 기술 등은 얼마든지 군사적 용도(고문이나 전투력 증강 등)로 (악)용될 수 있지 않나, 현재도 그런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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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2-01-20 12: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올리버 옹이 어렸을때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저주의 말 이후 ‘다른 사람‘이 되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수자들, 타인의 고통에 보다 예민해지고 더욱 공감하게 된 사람으로요. 어떤 면에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문학과 상상력을 통해) 상처받은 만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요. 타인의 고통을 조롱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들은 그만큼의 상처를 입었을지 모르지만 그 사실을 회피하고 외면해버린 사람들이란 생각도 드네요. 그러니까 그들에게도 자신의 상처를 정면으로 들여다볼 여지가 있었다면, 타인을 조롱하고 혐오하지는 않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암튼 저 부지런히 <환각>읽어야 겠어요 ㅋㅋㅋ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을 낱장 메모지에 키워드만 남겼더니 책 내용이 증발했다. 문장으로 정리해서 기억상자에 다시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충동적이고 탐욕스러운 독자여! 정작, 만화책인 [우리는 왜 기후 위기에 대비해야 할까?]부터 읽었다. 왠지 [코로나, 기후, 오래된 비상사태]와 교점이 많아서, 애피타이저 삼아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이 만화책 역시 기후위기와 코로나 상황을 같은 연장선에서 다룬다. 예상을 비껴간 점도 있다. [우리는 왜 기후 위기에 대비해야 할까?]를 에퍼타이저에 비유하다니 교만했다. 이 작품 자체로 양분이 넘치는 메인 디쉬이다!




 [우리는 왜 기후 위기에 왜 대비해야 할까?]는 환경 문제에 인식을 같이 하는 만화책 작가와 교수(경제학, 수학, 철학)의 공동작업 성과이다. 에티엔느 레크로아는 자신의 딸에게 인화성 액체를 붓고 화형식 제물로 삼는 악몽으로 책을 시작했을 만큼, 기후온난화에 높은 위기의식을 가졌다. 이바르 에클랑 역시 2003년 이후 꾸준히 '기후 온난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프랑스의 대학에서 이 주제로 강의를 해왔다. 두 사람은 환경위기 앞에서 인간들이 보이는 '불안, 충격, 체념'의 태도를 안타까워하며, 사람들이 체념을 벗어나 행동하도록 유도하려 이 책을 썼다. 공저자의 목적의식이 뚜렷한 만큼, [우리는 왜 기후 위기에 대비해야 할까?]은 설득력이 강하다. 또한 정치, 경제, 역사, 빅 히스토리, 철학 등등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자료를 배치함으로써 기후위기를 넓은 맥락에서 접근한다.



새벽에 완결 못하고 끝낸 리뷰(흉내)입니다. 

 [우리는 기후 위기에 왜 대응해야 할까?]를 청소년 이상 독자에게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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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1-2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후 위기 읽으니.. 아파트 관리비에 떡하니 기후변화비 이란 항목으로 2,900원 청구된 게 떠 오르네요 !!!

얄라알라북사랑 2022-01-23 16:43   좋아요 0 | URL
이런!!! (제가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만) 그건 아니다 싶은데요!!!!
재난 자본주의?란 단어를 들이대기는 뭐하지만, 기후위기를 빌미로 돈을 만드는 사업도 많으니까요.
관리비 하위 항목으로 책정하기 전 아파트 주민 의견이 어느정도 수렴되었는지....^^;;;;

기후변화비 항목이라니....전국 아파트 관리비 항목 전수조사 해보면 흥미롭겟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적이 있는가?"


[환각] 한국어판 부제이자 독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나의 대답은 "수도 없이." 보았을 아니라 듣고, 맡고, 피부로 느꼈다. 어마한 기세로 달려오는 말의 발굽소리,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이 타오르며 내는 소리와 열기, 무협지 지붕 격투씬에서 보았을 지붕 위 눈의 차가운 감촉,  해변의 모래 위에서 춤추며 느끼는 뜨겁게 달궈진 모래알의 감촉, 우주 저 멀리의 어두움과 아득함...... 하지만, 이 모두는 모두 꿈에서 이뤄졌다. 올리버 색스가 다루는 "환각 Hallucinations"과는 결이 다르다.  어떤 이들은 '몽환'과 '환각'을 연속체에서 이해하려하지만, 올리버 색스는 "환각은 꿈과 매우 다른, 인간 의식과 정신 활동에서 고유하고 특별한 범주(9)"를 이룬다고 본다. 또한 올리버 색스는 현대 서구 문화권에서 환각을 광기와 연결지어 부정적으로 보는 것과 달리, 환각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파악한다. 올리버 색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나는 그의 이런 유연한 열린 태도가 참 존경스럽다.




올리버 색스는 "환각"이 인간에게 문화적(예술, 종교 등의 영역에서 특히)으로 중요할 뿐더러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게 해줄 중요한 창이라고 본다. 이런 환각의 힘은 대리자의 언어가 아닌 1인칭 시점의 진술을 통해 힘을 갖게 될 터이다. 따라서, 올리버 색스는 [환각]을 집필하며 자신의 환자는 물론, 다양한 옛 문헌뿐 아니라 친구들의 경험, 무엇보다도 자신의 경험을 1인칭 시점으로 녹여내고자 애썼다. [환각]은 의학적 범주 혹은 감각 양식에 따른 환각의 다양한 경험을 총 15장 구성으로 배치하였다. 

* * 

샤를보네증후군, 감각박탈, 텍스트환각, 수면마비, 시각적 편두통, 기면증, 도플갱어 등등, 환각의 다양한 양태에 대해서는 요약의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어설픈 문장으로는, 올리버 색스가 애써 그러모아 놓은 '1인칭 시점'의 묘사가 흩어질 터이기에. 대신 나는 "환각"을 다루는 올리버 색스의 태도에 대해 쓰고 싶다. 



*   *  *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올리버 색스는 초진 환자 진료에 5시간을 쏟기도 했다. 런던 미들섹스병원의 인턴 시절, 그는 신부전으로 죽어가며 섬망 상태에서 횡설수설 하는 제럴드. P라는 환자 곁에서 때론 하루 두 세시간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올리버 색스의 담당 교수가 '헛소리 지껄인다'며 무시한 환자였다. 올리버 색스는 상형문자 풀 패키지인 그 횡설수설 이면의 그의 생애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심지어 제럴드 P의 횡설수설에 응수하기도 했다. 6장 "변성상태(altered state??)"의 1인칭 화자는 주로 저자 올리버 색스이다. 왜 그가 향정신성물질에 손대었으며 서서히 중독되었고 힘겹게 벗어나는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보여준다. 올리버 색스의 다른 책들, [온더무브] [모든 것은 그 자리에] [고맙습니다] 을 통해서 그가 기네스북 수준의 호기심꾸러기인지 알지 못했다면, 믿지 않았을 것 같다. 그가 순수히 지적인 호기심에서 마약에 손대기 시작했다는 것을. 비록 마약중독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올리버 색스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환각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절대 알 수 없다는 느낌"(141)을 얻었다. 

*   *  *  * 

6장 외에도 올리버 색스는 다양한 환각 경험의 1인칭 화자로 등장한다. 3-4살 때 처음 경험했던 편두통 전조 증상(7장),  60년 전 기억과 함께 코셔와인 냄새를 맡은 후각 환상(3장), 등반 사고로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경험한 환청(4장),  아마존 여행 전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고 섬망에 시달린 경험 (10장),  환상사지? 신체상 왜곡 경험(15장). 

자신을 이해의 도구 삼는 이런 진지한 태도가 올리버 색스가 소위 '환자'를 '환자'이전 존엄한 인간으로 대하는 태도와 연결되지 않나 싶다. 




1]  환각에 대한 생물 문화적 접근 

  * 샤를보네증후군의 경우_ "시각 환각을 신경학적으로 결정하는 범주가 있는가 하면, 개인적이고 문화적으로 결정하는 요인이 있을 것이다" (40) 예를 들어, 영어를 모국어 삼는 환각경험자의 환청은 주로 영어! 


2]  환각 경험(자)에 대한 문화적 태도

  * 많은 문화권에서 환각은 명상, 종교적 의례, 식물(약물) 등을 통해 도달 추구하는 긍정의 현상이자 예술의 영감이자 영적 고양의 경험. 그러나 서구 문화권에서는 병적인 현상으로 낙인찍는 경우가 많다. (1973년 실험, 8명의 가짜 환자들이 환청 증세를 호소하자 모두 정신과 입원처리 된 실험이 그 예) 올리버 색스에게 쏟아진 숱한 편지들도, 그 동안 낙인찍힐까봐 누구에게도 말 못하던 경험을 나누고자 함이 아닌가? 환각을 병적 증후로만 몰아가는 문화적 태도로 인해 잃은 것은 무엇일까?


3] 환각 연구 이면의 정치경제학

* 올리버 색스는 이 책에서 그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나 역시 이 분야에 아무 지식이 없으나 감각박탈이나 환상사지치료에 쓰이는 기술 등은 얼마든지 군사적 용도(고문이나 전투력 증강 등)로 (악)용될 수 있지 않나, 현재도 그런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지지는 않는가? 



거칠지만 'ㅊ* ㄱ"님 "ㄱㅇㅇ**ㅇ"님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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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2-01-16 1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하세요!!! ㅋㅋ 지난 주 진도가 잘 안나갔어요. 잠만 많이 자고요 ㅋㅋ

얄라알라북사랑 2022-01-17 21:04   좋아요 2 | URL
건강을 위한 숙면 우선! 숙면 뒤 좋은 글이 나오잖아요^^ 초란공님과 함께 읽는 기회 생겨서 좋습니다!!

초란공 2022-01-18 14:22   좋아요 2 | URL
저도 함께 읽기 기대됩니다!! 제가 빨리 읽기는 안되어 저도 다 읽고 북사랑님 리뷰 읽기로!!^^;; 아 그리고 올리버 옹에 관한 DVD가 나온 모양입니다. http://aladin.kr/p/bfrqO 재미있을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22-01-17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빠르시네요!!! 책 읽고 리뷰 읽어볼래요ㅎㅎ 이번 주 열독해야겠네요ㅎ

2022-01-17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1-18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의 책을 저도 읽은 게 있는데 제목은 생각이 안 난다는...ㅋ
환자이면서 동시에 의사였던 것 같아요. 제 기억이 맞나요?
호기심이 무척 많아서 늘 탐색하려던 자세를 가졌던 것 같고요.
실제로 괴상한 증상을 가진 환자를 다룬 이야기를 읽고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어요.그걸 다 기록해 놨더라고요.

그레이스 2022-01-18 14:20   좋아요 3 | URL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라는 제목의 책일거예요.
아마!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해서 환자로서 겪은 이야기인것으로...
의식의 전환을 맞은 계기.

온더 무브도 좋았어요

얄라알라북사랑 2022-01-19 20:31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페크님 모두 올리버 색스를 애정하시는군요.
저도 <온 더 무브>
라이더 시절의 젊은 색스의 모습, 다 너무 좋았어요. ^^
<내 다리를.....> 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차차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