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내렸던 1월 6일, Corona가 꽁꽁 감춰 두었던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22시가 넘은 시각에도 아파트 단지가 축제 분위기더군요. '이렇게 많은 꼬마들과 같이 살고 있었구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만큼 꼬마들이 많이 나와 작은 손을 꼬물락거렸습니다. 눈사람 만들겠다고요. 




다음 날 뉴스에서는 "눈오리군단" 소식이 등장합니다. 플라스틱 집게를 오므리면 10초도 안 되서 뚝딱하고, 눈오리 한 마리가 "제조"될 듯 합니다. 불티나게 팔린다더군요. 토실토실 배 내민 눈오리가 귀엽기도 했지만, 누가 만든지 알수도 없이 똑같은 오리 형상은 똑같이 네모랗게 찍어낸 아파트, 평균수명 20여년으로 단명하는 한국 아파트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게다가 플라스틱 폐기물은 또 어쩌지? 제가 어지간히 비딱한가봅니다. 눈오리 고놈들, 귀엽구나!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눈뭉침 성취감"을 주니 기특하구나! 하고 넘어가면 그만인 것을, 혼자 씁쓸해하니까요. 


1월 12일, 눈이 또 내렸네요. 우산 쓰고 종종 걷는데 음식점 앞 눈사람에 시선이 머뭅니다.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해치지 마세요."라는 문구를 비웃듯, 작업용 장갑(손?)이 한 짝 뿐이네요. "부수지 마세요."가 아닌 "해치지 마세요."란 단어는 만든 사람의 정성을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누가 만들었을까? 상상하며, 다음 번엔 이 음식점 들어가서 주문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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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1-13 08: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수 이적의 SNS에서 본건데요, 이적이 남이 만든 눈사람을 웃으면서 함부로 부수는 사람을 봤대요. 그 사람은 여자 친구가 보는 앞에서 눈사람을 막 부쉈대요. 이적이 그 장면을 보면서 눈사람을 부순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더군요. 이적의 견해에 대해서 논란이 있지만, 정성들여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사람은 별로에요. ^^;;

얄라알라북사랑 2021-01-13 15:53   좋아요 2 | URL
이적이 어떤 의미로 그 이야기 했는지 알 것도 같아요. 그런데 눈사람 부수는 사람, 지금까지 제가 본 사람은 주로 꼬마들이었어요. 꼬마들은 부수고 또 새로 창조하는 걸 좋아하는 존재들일까요?^^ 눈 덕분에 아이들 많이 보니, 저출산 대한민국 사회의 음울함이 조금이나마 가셔지는 듯 했어요. 아이들을 소중히 하는 사회가 되었으면.....장**,안** 사건 때문에 계속 응어리가 있네요

cyrus 2021-01-14 09:23   좋아요 0 | URL
아이든 어른이든 본인이 만든 눈사람을 부수는 건 인정합니다. 그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01-13 09: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제 눈이 내려 정말 오랜간만에
우리 가족이 나가 눈사람을 만들었어요~~
눈사람도 만들고
딸아이가 친구에게 빌려온 저 위의
사진에 있는 노란 플라스틱 오리형상으로
오리군단도 만들고~~
똑같은 눈오리들로 피라미드도 쌓아보고^^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막 웃으며 즐거웠는데
북사랑님의
글을 읽으니 그런 문제점도 있을 수 있겠어요**
그나저나 어제 만들고 온
눈사람은 잘있는지 궁금하네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01-13 15:54   좋아요 2 | URL
가족분들 같이 만드셨다면 더욱 훈훈한데요^^ 눈이 오면 소음이 흡수되는지, 목소리가 더 깊고 또렷하게 들려요. 가족분들과 행복하셨겠어요^^

scott 2021-01-13 09: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퇴근길 눈송이는 걱정이 앞서지만 어제처럼 눈송이 날리는 날에 눈사람 만들어본 1人 누군가 만들어놓은 눈사람한테 헷코지 않했으면 ㅋㅋㅋ

붕붕툐툐 2021-01-13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치지 마세요인데 이미 해침을 당한 거 같은 눈사람이 짠해 보이네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 매력쟁이에용~👍👍
 




춤에 혼이 빨렸던 시절에, 새벽 두세시까지 춤추다 보면 '머리 뚜껑이 열린' 무아 상태를 맞는다. 뻥 뚫리고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모멘텀이 온다 (Oh! No! 약물 따위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으니 막가는 상상은 No!) 막 태어나면 머리로 숨을 쉰다더니, 속된 말로 머리 뚜껑이 열린 듯한 기분이 된다. 위로 아무것도 없듯 가볍게..... 머리뼈라는 것도, 머리털도, 천장도.... 바로 하늘과 닿는 느낌으로 춤춘다. 



어젯밤에 아파트 천장이 뻥 뚫린 꿈을 꿨다. 지름 1.5m 정도 되는 큰 구멍이 생겼는데 그 위로, 지저분한 콘크리트 구조물 내부에 전기 배선이 얽혀 보이고 그 위로, 윗집 주방이 보인다. 윗집 여성이 주방에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인다. 관리 사무실에 전화했더니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이라, 일 하기에 기분 좋은 시간이 아니니 다시 전화하시라' 한다. 하는 수없이 구멍 위, 윗세대 사람들의 동선을 따라 눈동자가 움직이고, 소음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천장을 올려다본다. 아! 답답해! 내 머리 위로 저렇게 무거운 시멘트 덩이와 사람의 무게를 짊어지고 사는구나! 


Covid-19로 더 와닿는 불편함과 고통 겪는 이들도 있을텐데, 층간소음 불평하자니 민망하다. 하지만,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다! 우리 윗집! 4인 가족! 온 가족이 발 뒤꿈치로 내려 찍는 걸음법을 공유(필시 오랜 "수련")했으며 문을 쾅쾅 터지게 닫는다. 밤 12시에 집에서 조깅을 하는지 숨바꼭질을 하는지, 우르르르 떼로 몰려다니는 소음! 새벽 두세시에도 쿵쿵 찍으며 돌아다닌다. 정말이지, 꾹꾹 몇 년을 참아 온다. 왜냐면? 차라리 참고, 갈등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까. 윗집 거주자들,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빈말이라도 '시끄러우시진 않나요?'라고 물을 만도 한데, 단 한번도 그런 제스춰를 안 한다. 아랫집의 고통을 전혀 모른다는 듯. 새벽까지 책 읽는 경우가 많은 나는, 머리 위에서 누군가들이 발꿈치로 내려찍으며 우르르르 몰려다니는 비매너에 심장이 요동친다. 내가 예민한가? 아니었다.


언젠가, "그 집" 위 층 사시는 할머니께서, **층 사람들 때문에 어떻게 사시냐고 질문 아닌 질문을 하신다. 소리가 올라와서 못 견디겠다시며. 그 때 처음 알았다. 아파트 소음이 아래로만 내려가는 게 아니군. 위층으로도 전해지는구나. "그 집" 위세대에서 저런 말씀을 하시는데, 하물며 아래층 사는 나는? 그래도 "그 집" 부모들과 "이웃 사촌"인지라, 꾹꾹 참으며 몇 년 지났다. 하지만 Corona로 집에만 있는 이 시국에, 정말 "그 집"의 교양과 시민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새벽에 그렇게 쿵쿵거리고 이방 저방으로 뛰어 다닐 수가 있지? 




오죽하면, 꿈에 천장이 무너져서 윗집 소음과 동선의 폭격을 무방비로 맞는 꿈을 꿀까? 아!!!!! 그래도 난, 관리 사무실에 연락하지는 않겠다! 참자!!!! 소심하게 글로나 이 스트레스를 풀고! 


코로나 시대, 아파트 이웃 사촌의 에티켓은 더욱 필요하다!!! 천장 뚫려 괴로운 꿈 꾸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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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10 12: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힘드시죠. 저희는 저희집 애들이 어릴때 아랫집에 너무 미안해서 명절마다 과일박스들고 찾아갔어요. 그래도 밤 9시 이후에는 절대 못뛰게 애들 단속하고 재우고....근데 우리 윗집은 밤 10시만 되면 그때부터 애가 뛰기시작. 가끔 드릴같은걸로 뭘 고치는지 꼭 밤에 하더라구요. 공동주택에 산다는게 참 조심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말이죠. 혹시 자기들은 모를수도 있어요. 직접 얘기하지는 말고 경비실 통해서 말 한번 전달해달라고 해보세요. 그래도 사람이 말을 듣고나면 좀 조힘하게 되잖아요. 아무말 없으면 진짜 괜찮은지 알아요

레삭매냐 2021-01-10 1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 첫줄 스타트에 그만 빵
터졌습니다....
전생에 샤먼이셨던 것일까요.

코비드19 시절에 좀 더 서로를
배려하는 삶을 살아야겠노라고
다짐해 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1-10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에요. 관리사무실에 전화하셔야 해요. 윗집이 모를 수 있어요. 어떻게 모를 수 있나 싶지만 정말로 그러ㆍ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말을 해서 알아들음 개념은 있으나, 인지력 좀 부족한 분들이구요, 못 알아듣고 계속 같은 짓거리면 개념 인성 꽝인 사람들인 거겠죠. 후자라면 어이하나. 전화하지 않겠다는 북사랑님 글을 보니, 천장 뚫고 건물 뚫고 하늘로 치솟는 꿈에 시달리실 듯한데요. ㅡㅡ 좋은 결과 있기를 정말 기원해드릴게요. 아. 진짜. 위층.

scott 2021-01-10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벽 두세시까지 춤추다 보면 ‘머리 뚜껑이 열린‘ 무아 상태를 맞는다. 뻥 뚫리고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모멘텀 ㅋㅋㅋ
첫줄만 일고 북사랑님 새벽넘어까지 춤추셨다는줄 알았음 ㅋㅋ

이웃님들 말씀처럼 관리사무소 통해서 말씀하셔야 합니다.
소음을 내는쪽은 전혀 모르던지 이정도 뛰어도 되는지 알고 있어요.
지속적으로 관리사무실 통해서 공동 주택 생활에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한다는걸 알려줘야합니다.
천장이 뚫릴정도에 소음이라면 이건 거의 북사랑님 신경 노이로제 수준을 넘어선거에요.
서로 조심하게 알려주지 않으면 소음을 내는쪽은 이정도쯤이야에서 더큰 소음으로 갑니다.


2021-01-10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0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0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1-10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에고, 그런 꿈까지 꾸실 정도면 정말 스트레스가 말이 아니시겠네요~ 저도 소리는 그냥 소리로 들어야 한다는 훈련-명상을 통해-을 그렇게 하는데도 층간소음은 짜증이 날 때가 있거든요~ 근데, 진짜 몰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저도 제가 쿵쾅 거리며 걷는다는 걸 정말 몰랐었거든요. 근데 말하고 나면 스트레스는 더 업되긴 할거라..(알면서도 저런다면 더 열받음) 조심스럽긴 합니다~ 북사랑님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하며.. 언제 한 번 같이 춤이나 춥시다!!

2021-01-10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1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2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1-01-12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웃사촌으로 지내시면 어느정도 그집의 상황을 알고 계시고, 소음의 원인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 같으실 것 같은데, 조용히 하라고 얘기하셔도 될 것 같아요. 소음이 발생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방의 불편함을 스스로 고려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시민의식에 대해서 알려주고 훈련되도록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런데...그게 참 쉽지 않아요 잉 ㅠㅠ)

2021-01-12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2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01-12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관리사무실에 연락하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귀마개 한 번 써보세요. 저는 귀마개가 유용했습니다!
 




[달려!] 

순전히, 제목 때문에 집어 온 그림책!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그림책은 아이들용이라 생각했던 어른을 겸손해지게 만드는 책! 

4-50쪽 분량인데, 500쪽 회고록 읽은 듯 꽉찬 감동. 

도대체 이런 글을 쓰는 작가는 누구?

 

다비드 칼리 David Cali.

어째 발음이 입에 붙는다 싶었더니, 오호! 애정해 온 그림책들, 이 분 작품이구나! 

[어쩌다 여왕님] [싸움에 관한 위대한 책] [나는 기다립니다]만 읽었는데, 다비드 칼리에게는 활자로 채운 자녀들이 더 있다. 그들이 30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 25개국에서 활약 중이라니, 대단하다!  
















[달려!]의 주인공, "레이"는 화난 표정이다. 항상 화 터뜨리기 직전 표정! 별명도 'No touch Ray'일 만큼 주먹을 화끈하게 날린다. 가난한 한부모 가정의 둘째라는 사실이 못마땅한데, 엄마의 성화 때문에 백인 학교에 다닌다. 레이 혼자 피부색이 검다. 백인 친구들은 레이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하지만 "양으로 태어나지 않은" 레이이기에 '눈에는 눈'으로 맞선다. 늘 주먹을 날린다. 긴장된 어깨, 경직된 눈썹, 그리고 양미간의 주름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특별한 교장 선생님을 만났다. 그 분은 레이를 벌 주는 대신, 달리게 하신다. 이렇게 타이르면서. 




"달리기는 넘치는 에너지를 장 정리해 준단다. 아마 네가 싸움을 하지 않게 해 줄 거다."


"난 모든 사람이 달린다면 전쟁도 사라질 거라고 확신해."








레이는 교장 선생님께서 이끌어주신 대로, 달리며 호흡을 정돈했고 에너지를 집중했다. 양미간의 주름이 녹았다. 다른 삶을 사는 어른이 되었다. 레이는. 다비드 칼리는 어른, 교장 선생님이 된 레이가 또 다른 어린 자신을 도우려 손 내미는 장면으로 글을 정리한다. 




 

 

 [특권], [헝거]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의 저자 모두, 피부색이 진하다. 인종주의가 주제인 책들은 아니지만, 읽어 나가며 피부색이 그녀들의 삶 특히 학교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상을 할 수 있었다. 

 이 저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부모를 두었기 때문에 겹차별을 받을 처지는 아니었다(고 나는 읽었다). 부유한 집 딸로서 부유한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그림책의 주인공 레이는 달랐다. 학교 운동장에 피부가 까만 초등학생은 자기 뿐이었다고 말한다. 백인 친구들이 허락도 받지 않고 레이 얼굴을 문지르기도 했다. 손가락에 검댕이 묻어나는지를 확인하려고. 

비록 상상 속 인물이더라도, 겹차별을 달리기의 호흡으로 이겨낸 레이에게 겹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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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1-08 01: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일치라니. 저 초딩 아들이랑 읽을라고 잔뜩 빌려왔어요. 울아들은 북사랑님이 올리지 않은 #내안에 공룡이 있어요 젤 좋아하네요^^ 다비드 칼리는 친구 추천이었는데, 어른이 더 좋아할 동화 같아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01-08 11:57   좋아요 0 | URL
그림책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책들이 이제보니 다비드 칼리 작품들이었다는 걸 어제에서야 알았다니요^^ #내 안의 공룡 요것도 찾아봐야겠네요^^

하나 2021-01-08 1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리기는 넘치는 에너지를 잘 정리해 준단다.” 아...역시 달리기 뿐인 것이에요 ㅋㅋㅋ

얄라알라북사랑 2021-01-08 11:56   좋아요 1 | URL
하나 님! 글쵸글쵸? 달리기며 숨 뱉을 때 안 좋았던 생각들도 다 뱉어 사라지고, 뭔가 탁 트이는 느낌! ^^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시리즈 2020년에 출간된 5권을 읽은 , 4, 3, 2권에 이어 드디어 1권까지 읽었다. 1 초판연도는 1996년이다. 아주 우연히 손맛 깊은 맛집을 만나 재방문을 거듭하며, 메뉴를 고루 맛보는 경험이라 할까? 우연히  저자 김영길의 글을 접하고, 품성에 호감을, 건강관에 호기심을 느껴서 만에 저서를 모조리 읽었으니. 최신간 2020년판부터 1 1996년판까지 내 맘대로 순서로 저자를 따라다니는 경험, 유익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5, 2, 4, 3, 1권을 각 권에 문체나 태도에서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치유  사례로 저자가 소개하는 인물들이 각 권에서 종종 겹치는데어느 편에서는 대중적 의학 드라마 캐릭터처럼 드라마틱하게 묘사되어느 경우 옆 동네 주민 이야기처럼 잔잔하다(편집자가 달라진 걸까,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1권 수록 사진 자료: 겨울 계곡 낚시


1996년 초판인 1권의 경우저자가 강원도 방태산에 들어가서 한약방 개원한 초창기 에피소드와 강원도 오지 화전민 마을 사진이 많다.  내용도 "나는 화타다!"라기보다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자의 조심스러움과 포부, 뭐랄까, (훗날 우뚝 서기 위한 초석 다지기로서그러모으는 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2020년(저자가 1946년 생이니, 70대에 쓴) 발행된 5권부터 읽었기 때문에 변화를 더 크게 느낀지도 모르겠다. 5 읽으며 느꼈던 명료한 건강관과 누적된 임상 경험에서 오는 자신감보다는, 1권에서는 '  쓰고   성찰하며 내려놓는 느낌을 받았다. 확신이 덜한 목소리가 오히려 솔직하고 겸손하게 느껴져,  역시 좋다나는 이런 사람이 좋고이런 작가가 좋다.  저자는 평생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왔고 역시 책으로나마  분께 귀한 지혜를 얻는다.

 

저가 김영길 선생님이 생각하는 명의의 요건치료의 목적을 드러내는 문장들이 있어 옮겨본다.

 

O (심한 부정맥으로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저자가 내심 생각했던) " 노인을 진맥하고   느낀 점을 첨언하고자 한다  나는  노인처럼 일을 많이 하고 병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 기氣를 가진 사람을 진맥하는 것은 어쩌면 사기 詐欺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297)."

종합건강검진을 통해 숫자와 전문진단명을 통해 자기 몸을 들여다보는 도시인들과 달리, 나이 일흔 혹은 여든까지 눈뜨면 일하고 산 오르내리는 분들을 저자는 책에서 많이 언급한다. 그런 분들 이웃으로 오래 강원도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말기 암" 진단을 받았어도, 암에 대한 지식이 그다지 없기에 되레 담담하고 평상시처럼 살아가다가 자가치유되는 (일부) 화전민을 보면서, 저자는 '자신이 건강하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 이들에게 굳이 진단명 들이대고 진맥으로 평하는 과정이 필요할까 자문한다. 나는 이 문단이 굉장히, 와닿았다. 


O "건강을 유지시키는 방법은 다름 아닌  氣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210)."


O "무엇보다  자신부터 '열린 '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열린 ' 환자에게 낫는다는 희망을 주고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겠다는 신념과 정성을 다할  있는 능력을 준다...내가 오전에만 환자를 보고 오후에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간에 산행과 반욕법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까닭은 항상 '열린 ' 가지고 있기 위함이다(161)."



화타 김영길 선생이 강원도 방태산을 떠나 일산에 한의원을 운영하신다는 데, 검색해도 자료를 못찾겠다.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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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1-05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예전에 읽고 저희 부모님을 닥달했던 기억이. 걸으라고. ㅎㅎㅎ 일산에 계시군요!! 제 부모님이 일산에 사셨는데 이젠 과거네요. 😓

2021-01-05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6 0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5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1-05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북사랑님 건강도 더불어 챙기셨겠어요. 화타께 얻은 지혜 나누어 주어 고마워요. 열린 기. 는 열린 귀이기도 하겠네요. 알라님 글과 사진에서 기 가 느껴졌다면, 뻥 이겠죠. ㅋ 새해도 건강한 삶 이어가세요^^

2021-01-06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총천연색 거룡, 우주유형, 무인도의 쓰나미 참으로 다양한 소재가 꿈에 등장해왔지만, 오늘 새벽처럼 국회의사당 수백 명 관중, 정치를 업삼는 숱한 이들과 최고군통수권자까지 등장하기는 처음이다. 꿈에 사회풍자극 공연의 하이라이트로써 관중의 퍼포먼스와 반어적 가사를 총지휘하는 연출가가 (부끄럽지만) 나였다. [부동산 약탈국가]를 읽다 잠들었기 때문인데, 꿈으로 리뷰를 쓴 셈인가? 

 


한 두 시간 차 바퀴를 굴리면 '초저출산, 인구위기'의 대한민국이라는 뉴스제목이 폐부로 느껴지는 지방 풍경에 닿을 수 있음(+ '머리 식힐 수 있어' 좋아라 하는 나의 이중성)이 내심 불편했다. [부동산 약탈국가]를 읽으니, 그 불편감이 더 커진다. 저자 강준만 교수는 전북대학교 교수이며 전북에 거주한다. 그는 1966년 전라북도의 인구가 252만 명이었다지만, 현재 180만 명대로 "졸아들었고 지금도 계속 졸아들고 있는 중이다 (226쪽)."이라고 지방의 소멸과 황폐화를 탄식했다. '줄다'나 '감소하다'라는 단어로는 지방공동화를 실감하기 어렵기에 "졸다"라는 말을 쓴다고도 했다. 









평소 강준만 교수가 어떻게 그리 방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빨리 쓰고, 많은 책을 펴내는지 궁금하였는데 [부동산 약탈 국가]에서는 유독 신문기사나 인터뷰 인용이 많다. 통계자료도 주관 뚜렷한 학자의 꿰뚫는 시선으로 꿰어야 보배라고, 강준만 교수가 추리고 엮어낸 자료들이 굉장히 흥미롭다. 부분들을 아래에 인용한다. 


"2017년 9월 한국을 다녀간 IMF총재 크리스틴 리카르드는 세계 꼴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에 대해 '집단적 자살 사회 collective suicide society'라는 표현을 썼지만, 모두가 다 자살의 길로 치닫는 건 아니었다. 한국인은 바야흐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에 이어, '유전결혼, 무전비혼'의 세상에서 살게 되었으니 말이다 (161)"

☞ 강준만 교수는 2016년 '경기도 인구 정책 심포지엄'에서 공개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및 논문과 신문 기사를 근거로 '유전결혼, 무전비혼'이 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 "우편번호 정체성 (61)"에 관한여: "


● "우리 집이 무너지게 생겼다고 경축하는 요지경 세상(67)":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불합격,' 즉 통과하지 못했음을 아파트 단지 주민이 축하하는 것. "나는 현대에 살고, 너는 삼성에 살아라(92)":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와 비슷한 '푸르지요,'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흉내낸 '라미안' 등이 등장한 것이다 아파트 입주민들 사이에선 "아파트 이름 바꿔 떼돈 벌어보자"는 운동이 맹렬이 전개되었다 (93)" 


● "(아파트는) '살 집 house for living'이 아니라 '팔 집 house for sale'인 것이다. 아파트의 긴 수명은 상품 회전을 빨리 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 그래서 아파트 평균 수명은 영국 140년, 미국 103년인데 우리는 고작 22. 6년이다 (121)." 


● '다주택 매각 서약서' 와 매각 현황 공개가 이뤄졌는가? 이뤄졌다면 그 결과는? 부동산 3법 입법 통과 찬성자와 혜택을 톡톡하게 본 의원들의 재산증식 현황은? "지방 엘리트는 식민지 경영을 위해 파견된 총독(229)"이라는 모욕적 호명이 모욕이 아니던가? 지방 국회의원 보유 아파트 강남 편중 통계는?


● "역대 수도권 정권들은 수도권 비대화를 저지르면서 늘 '민생'을 내세우는 '토건 사기극'을 펼쳐왔다. 그 사기극의 공식은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교육 정책과 일자리 정책을 비롯한 주요 정책들을 통해 서울로 인구가 몰리게 한다. 둘째, 서울 인구 집중으로 인한 주거 문제 해결이라는 핑계를 내세워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건설한다. 셋째, 신도시 건설이 불러온 교통난 해결이라는 핑계를 내세워 수도권 교통 시설에 국부를 탕진한다...우리는 이제 수도권 정당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걸 인내할 수 없어 '더불어지방당'을 창당하고자 한다. '지방'은 상징일 뿐 우리는 지방의 이익을 표방하지 않는다...우리는 서울-지방의 문제는 계급 문제임을 알리는 동시에 '진보'를 참칭하는 기존 가짜 진보 세력의 민낯을 폭로하고 진보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면서 진정한 국익을 위해 투쟁할 것이다 (214)"




참고로 이 책은 2020년 8월 출간되었다. 2021년 1월, 상황은 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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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1-04 1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준만 교수는 천재인가, 한때 생각했었죠. 어찌나 책을 빨리 써 내는지 말이죠. 1년에 몇 권을 낸 적도 있을 겁니다.
사람의 능력 차이가 크다는 걸 실감해요. 그의 저작 중엔 제가 좋아하는 책이 몇 권 있어요. 글쓰기 책을 낸 적도 있고
인간 심리를 다룬 여러 법칙을 쓴 책도 있어요. 아마도 늘 타이핑을 하고 계신 모양입니다. 그야말로 능력자죠. ㅋ

2021-01-06 07: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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