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자꾸만 나더러 '성인 ADHD'인 게 분명하다고 해서, 왕창 쫄아서, 전문가의 'ADHD' 셀프 체크 리스트를 확인했다. 휴~~~ 안심이야. '**야! 응~~아니야~~아냐~ 나,~~~ADHD아니야!' 왜냐하면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나를 비껴갔다. ADHD라면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힘, 즉 엉덩이 힘'이 약하다는 데, 나는 조건만 맞으면(책만 재밌으면) 12시간이라도 거뜬하게 앉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엉덩이 힘의 달인'으로서 부작용은 분명히 겪었다. 전체 키는 줄지 않아서 고3때나 똑같은데, 수년 전 맞았던 정장 팬츠의 바짓단이 2~3cm 더 내려온다. 이는... 논리적으로, 인체공학적으로 따져 봤을 때, "엉덩이 기억 상실증"의 신체화된 증상이라고 밖에는..... 한때, 전직 국가 대표 리듬 체조 선수의 칭찬을 받았던 엉덩 라인은 무너져서 납작화 수순을 밟았고, 정장 바지는 질질 끌리는 중이다.

서두가 길었는데,

그래서 [의자병]을 읽었다. '엉덩 기억상실증'도 '의자병'의 일환인지라!



분명히 해두지만 [의자병]은 백제시대 의자왕義慈王과 아무 관련 없다. 엉덩이 기억상실증과 각종 근골격계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최성민은 20년 이상, 무려 40000건의 임상 경험을 축적해 온 이 분야 전문가이다. 책을 읽으며 소명의식을 갖고 정성을 다해 환자들을 치료하신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예인, 기업인 등등 소위 셀러브리티가 이 분을 믿고 찾으며, 대치동 학원가가 망쳐 놓은 몸을 가진 수험생들도 이 분의 도움을 많이 받아온 듯하다. 매 챕터마다 내원 환자들이 '의자병' 치료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일반인 독자로서 유명인 이야기가 귀가 솔깃하지만 동시에 환자의 TMI가 많이 노출되어서, 내방했던 셀러브리티들은 불편하겠다 싶다. 예를 들면, LA 공연도 있는 K-POP 유명 남성 그룹(BTS??) 일원이 협찬받은 명품 슬리퍼를 신고 다니다가(협찬이라서 많이 노출하라는 조건 때문에) 다리 통증을 얻은 경우를 설명한다. 또, 본문에서 유명 드라마 작가가 자신을 찾았을 때 스쾃 2개도 못할 지경의 체력이었다는 등등의 TMI를 실었는데 [의자병]의 서문에 추천사를 쓴 사람이 바로 그 유명 드라마 작가라는 건 눈치 없는 사람도 다 알게 생겼다. 이런 소소한 개인 정보 누출을 빼고는 이 책은 매우 의미 있다. 핵심 주장은 명확하다.


의자에 앉는 자세만 바로 해도

통증이 상당히 준다.



발목을 교차시키거나, 발뒤꿈치를 들어 올리고 앉는다거나, 엉덩이를 앞으로 쭈욱 빼고 느슨하게 앉는다거나, 허리를 과도하게 꺾어서 L자 형으로 앉는 자세는 좋지 않다(고 한다). 디스크 수술, 성형하거나 치아 교정할 게 아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면, 오복이 저절로 굴러 들어온다! 아! 그런데 습관 만들기야말로 어렵지 않을까? 좋은 자세를 습관화하도록 어떤 "당근과 채찍"을 쓸지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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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6-04-27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자에 바르게 앉는 거 너무 힘들어요 ㅠㅠ
 
서바이벌 리포트 - 인생 제2막을 위한 융 심리상담
대릴 샤프 지음, 정여울 옮김 / CRETA(크레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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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북서˝ 출판사의 [생의.절반에서 융을 만나다]와 동일한.내용인데 출판사와 제목만.달리해서 새로 나왔나봐요. 모르고 두 권을 다 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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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6-02-14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정판 낼 때 제목 안 바꾸면 좋겠어요 ㅠㅠ

2026-03-31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4-05 1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죽음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56가지 문답
최준식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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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많은 책을 펴내셨어도 좀체 당신의 이야기를.안해오셨다는 교수님께서, 다른 세계_보이지 않고 증명하기.어려운 세계_에.대한.호기심과 열렬한.탐구욕때문에 부적응한 외톨이셨단 말씀도 해주시네요. 말 걸듯 카톡 대화체로 써주신 책이.많은 사람에게 위안이 되어 줄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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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릇하던 19살부터 인연을 이어가는 친구와 반나절을 보냈다. 도토리묵냉국에 해물전을 나눠 먹으며 "막걸리" 조합이 떠올랐지만, 우아한 외관의 4층 대형 카페를 찾았다.




막걸리 대신 커피를 마셨다. 저수지 조망의 핫플 답게 창가에 자리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바로 옆 구석, 제일 인기 없을 통로 자리에 앉았지만 친구와 함께해서인지 그 자리가 최고 명당 같았다.



청재킷에 블랙 원피스 차림에 호리호리한 체형, 자기계발서 탐독하던 친구의 열아홉 살이 눈에 선하다. 친구는 살집이 붙었지만 여전히 가식 없이 소탈하고 욕심 내려놓고 가볍게 산다. 그래서 더욱더 복福이 친구를 따라다닐 것 같다^^


일 년에 반나절 정도는 같이 보내는 사이이지만 우리의 동심원은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다. 친구는, 나와 몇 시간을 보내도 내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자신의 평소 관심영역과 겹치지 않다 했다. 그래도 우리는 만나면 즐겁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논다. 칼 융 이야기를 친구에게 꺼냈다.


순간, 이렇게 썰렁한 농담을 하던 친구가 아닌데 왜 이러지? 싶었다. 하지만 내 친구가 진정 "칼륨K", 영양소 칼륨으로 생각하며 말했다는 걸 깨닫자마자 우리 둘 다 폭소를 터뜨렸다.



영양제에 관심이 많은 가족원 덕분에 친구는 영양제라면 빠삭하게 알고 "Carl Jung"을 "K"로 여길 만큼 관심도 컸나 보다. 반나절을 친구랑 놀았지만, 헤어질 무렵까지 친구 놀릴 거리가 생겨서 오늘 무척 득을 본 느낌이었다. 보람차다. 두고두고 '칼륨' 써먹어야지!ㅋㅋㅋ

사실 커피 마시다 칼 융 이야기를 꺼낸 나, 나름의 맥락이 있었다.

"머리를 안 쓰고 사니, 기초대사량 떨어졌다. 그런데 칼 융 책이 너무 어려워서 몇십 쪽만 읽었는데 배가 고파졌다. 신기하다. 머리를 쓰면 열량 소비가 큰가 보다. 칼융 책은 평범하지 않다. 정신노동이다." 이것이었다. ㅋㅋㅋ 그런데 '영양소 K'으로 전환된 것이다. ㅎㅎㅎㅎ 아 유쾌해^ ^

이 카페는 해 질 무렵, 사랑하는 사람과 와서 연분홍과 주홍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 보기에 딱이겠다는 질투를 뿌려놓고 옥상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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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5-06-20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제목때문에!
카페 어디예요? 넘 멋있어요~~

2025-06-20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5-06-20 19:3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갈 수 있는 거리예요~♡
한소반 옆이었네요 ㅋ

반유행열반인 2025-06-21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칼륨? 요즘엔 포타슘이라 하라고 대한화학회가 바꿔놨어요...칼융? 겔포스 말이야? 하는 것 같은 배신감... 소중한 친구야...하면 뭐 소듐? 소돔이라고? 싸우자 친구야....(일절만...)
 

직업도, 마감일도 없이 살다 보니 책 읽는 패턴이 "충동 따르기"형으로 바뀌어 간다. 예정에 없던 책을 손에 쥐면, 그냥 읽어버리기가 부지기수.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는 400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는 두꺼운 에세이다. 반납일이 많이 지나서 도서관에 고이 보내드리려고 모시고 나왔다. 하지만 앞 몇 페이지를 읽는 순간 저자 김범석의 필력에 반해서 4시간을 꼬박 읽었었다. 아. 이런 충동성은 자제해야 하는데, 책 앞에서는 특히 안 되네.

  


"서울대학교 의예과 96학번"임으로 미루어, 김범석 교수는 50세 일 듯하다. 열일곱 살에 아버지를 폐암으로 여의고 가정이 풍지박살나고 사람들에게 배반 당하는 쓴 경험을 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책상 의자의 방석이 너덜너덜해질"(13) 때까지 공부하여 의대에 들어갔으니 얼마나 정신력이 강한 사람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

내가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를 손에서 못 놓은 이유, 읽자마자 다만 몇 줄이라도 기록하려는 이유는 사실 이 책의 키워드- #암, #진화 #죽음 #삶 #자아 #피아 #self와non-self-보다도 저자의 학문하는 자세 때문이다. 김범석 교수는 학문, 특히 암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 분처럼 느껴질 정도로 소명의식, 암을 골자로 발산형으로 뻗어가는 철학적 사유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아버지를 잃고 삶의 고통을 처절하게 겪던 고등학교 2학년 소년은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암'이라는 병에 대해 알아야만 했다." (13) 처음에는 '암'이라는 실체 모를 적을 향한 증오심으로 공부했으나 공부가 깊어갈수록 그는 '암'이라는 비정상 세포(들)보다는 정상세포, 죽음보다는 삶, 적보다는 나를 성찰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암은 변절된 나(암세포)를 죽이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나를 죽여야 내가 사는데, 나를 죽이지 못해서 내가 죽는다.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146쪽

의 인식에 이른다. 이는 단순히 시적 낭만이 아니라 이십여 년 환자를 돌보며 생사生死 과정을 관찰하고 치열하게 연구한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인식이다. 김범석은


암세포도 처음부터 암세포는 아니었고, 범죄자도 처음부터 범죄자가 아니었다. (257)

내가 이해하건 이해하지 않건 고정불변의 나는 처음부터 없다. 내가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살아 있지만 끊임없이 죽어가고 있다... 내 몸은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모래성과 같은 존재다. 바닷가에서 조금씩 무너지는 모래성을 조금씩 다시 쌓듯이 내 몸도 없어지고 생기기를 반복하며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317)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라며 "직선이 아닌 죽음"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가 본과 1학년 때, 크리스마스에 또래 스무 살들은 혜화동 대학로에서 연인의 허리를 감싸안고 데이트를 할 때, 창경궁 위로 내려앉는 석양을 보면서 의학논문을 읽고 연구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혼자 실험실을 지키고 있자니 왠지 궁상맞게 느껴졌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붉게 물든 창경궁을 바라보며 그렇게 혼자 실험을 했다... 그날 읽던 논문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태아는 암과 같은 생존 전략을 이용한다

이 한 문장은 나를 온전히 사로잡았다... 온몸에 전율이 찾아왔다... 그때, 확신했다. 아, 나는 평생 암을 연구할 팔자인가 보다.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225쪽


전문의료인으로서 학자로서 더 크게 성장한 후에도 김범석의 지적욕구와 소명의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름 없는 수많은 연구자가 한 편씩 논문을 내며 자기 어깨를 다음 사람에게 빌려주었고, 그 어깨를 딛고 다음 사람은 또다시 자신의 어깨를 내어"(101) 준 학문공동체에서 그는 더 가열하게 연구했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모인 학회 건물 남자 화장실을 상상하게 했던 다음 페이지에서 나는 빙긋 웃었다.

논문에서만 보던 이름들이 내 앞에 걸어 다니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고 기뻤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거장들과 나란히 오줌을 누었다. 오줌을 누며 거장들을 힐끗 보면 생각했다. 저 사람들이 했으면 우리라고 못 할 것도 없지. 우리도 한번 해봐야지.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105쪽

나는 단순히 생의학의 시선에서 "암" 그 자체를 분석하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암에서 출발하여 "자아와 비자아, 삶과 죽음, 내몸과 세계"의 경계를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김범석에게 놀랐다. 그리고 이 분이 계속 좋은 글과 말로 자신의 깨달음에 사람들을 동참시켰으면 좋겠다.


김범석 교수에게 배우던 서울대 의예과 학생이 어찌보면 매우 무례한 말을 교수에게 했다. "교수님은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힘드셨던 경험이 있어서 환자들과 가족의 입장을 누구보다도 잘 헤아릴 수 있어서 좋으시겠어요."(239) 부모님 모두 의사에게다 강남에서 유복하게 자라 불행한 자의 처지를 공감하기 어렵다는 그 학생의 말에 독자로서 나는 다소 불쾌해졌지만, 직접 그 말을 들은 김범석 교수는 오히려 대인배 마음으로 대응한다.

나의 어려웠던 환경과 내가 겪은 고단함이 30년 뒤 누군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뒤집어 보면 좋은 환경은 나쁜 환경이고, 나쁜 환경은 좋은 환경이다.

[죽음은 직선이 아니다] 240쪽

참 좋은 의사, 참 열린 어른이다. 앞으로도 김범석 교수가 좋은 글을 많이 써주시기를 다시금 (독자로서) 부탁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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