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전염병은 어떻게 세계사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는가 생각하는 힘 : 세계사컬렉션 17
김서형 지음 / 살림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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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생각하는 힘 - 세계사 컬렉션" 시리즈의 열일곱번째 책이다. 빅히스토리, 질병사 등의 특화된 주제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해온 김서형 교수가 썼다.  [1918년 인플루엔자와 미국 사회: 전쟁, 공중 보건 그리고 권력]로 박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이 분야 전문가이다. 김서형 교수의 시야가 넓고 앎이 깊은 만큼, 눈 앞의 2020년의 코로나에만 온 촉을 세워왔던 근시안적 관심이 이 책을 읽다보면 넓게 펼쳐진다. 



코로나 19의 팬데믹화가 폭주하는 세계의 연결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이런 전염병의 확산 이면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비단 21세기만의 현상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김서형 박사가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만원경적 시야이다. 



호모 사피언스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환경을 찾아 이동하고 적응하며 협력, 혹은 상호작용해왔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아주 오래전 인류 조상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인류는 각종 전염병들과 마주해서 때론 굴복하기도, 좌절하기도, 승리에 통쾌해하기도 했다. 표면상 그렇게 보이지만 인류의 역사는 사실상 바이러스와의 공존의 역사이다. 에이즈가 그러하듯, 코로나 역시 "붉은 여왕"처럼 인간사회에서의 공존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살아 남을 지도 모른다. 김서형 교수가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를 통해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히 전염병이 "늘 있었고, 늘 인류를 괴롭혀왔다"가 아니다. 


Plymouth Chapter of the Society for Effecting the Abolition of the Slave Trade/Public domain


전쟁, 이민, 교역 등등 인간의 활동이 바이러스의 교환, 즉 전염병의 확산 원인이 되는 동시에 인간은 이를 제어하고 통제하기 위한 대응책을 항상 찾아왔다. 그것이 설사, 마녀사냥이건, 효엄없는 소금물 소독이건 인간은 항상 전염병에 대한 치료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고 21세기의 우리가 할 일이 바로, 이런 역사적 경험을 돌아봄으로써 현재의 문제해결에 통찰을 얻는 것이다. 


아참, 그 동안 왜 경우에 따라서는 "스페인 독감"이라고도 하는 1918년의 무시무시한 독감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의도적으로 "1918 독감"이라 하는지 무척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아하' 싶었다(이 부분 꼭 찾아보시길). 또 삼각무역과 노예선의 참상, 전쟁, 기후 변화 등과 얽혀 전염병의 확산 양상은 역시나 정치경제적인 차원에서 이해됨을 다시금 상기 받는다. 


Otis Historical Archives, National Museum of Health and Medicine • Public domain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덕분에, 그 동안 단어 혹은 어구로만 머릿 속에 떠돌던 많은 전염병들이 안착할 맥락을 찾아 머릿 속에서 정리되었다. 다음 리딩도 역시 전염병에 관한! [전염병, 역사를 흔들다]를 읽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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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8-1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요즘 읽으면 귀에 쏙쏙 들어올 것 같군요.
코로나19 발생으로 카뮈의 <페스트>가 많이 팔렸다고 하더군요.

2020-08-11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태초건강법 심신치유 편 - 성인병 난치병 유전병 희귀병, 희망이 보인다 태초건강법
박중곤 지음 / 아라크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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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에서 추천이 많이 올라오길래 호기심에 [종말의 밥상]을 읽었습니다.  신념의 색이 독특해보이는 저자 박중곤 박사에게 호기심이 발동해서 바로 책 2권을 더 찾아 읽었습니다. 2권으로 분권된 [태초건강법]입니다. "태초건강"이라니 일상에서 전혀 들어본 바 없는데, 저자가 최초 제안자이자 이 건강법의 창시자랍니다. 



저는 책을 좋아하고, 책 만드는 분들과 글을 쓰는 분들을 존중하기에 예의 없는 독자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태초건강법] - [심신치유편]과 [생활치료편]을 읽고 나니 예의가 없어지려 합니다. 괜히 읽었습니다. [종말의 밥상] 읽고 딱 거기까지만 흡수하고 말 것을, 책 읽은 게 후회스러워집니다. 






건강에 대한 신념과 실천이 사람마다 문화마다 시대마다 다양할 수 밖에 없고 존중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만 도무지 이 [태초건강법]에는 수긍이 잘 안 갑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몸에는 병이 나면 이를 스스로 고칠 수 있는 '자율적 치유 프로그램'이 내장" 되어 있는데, "태초에 인간의 육체가 탄생할 때 그런 프로그램이 고도로 설계되 장착된 것"(4쪽)이라는 전제에서 "태초건강법"을 제안합니다. 한 마디로, 아파도 병원 가지말고 자기 몸과 마음을 이완상태, 휴식모드에 놓음으로써 치유 에너지를 그러모아 만병을 통치한다는 것입니다. 이 분은 비록 가족분들 중에 의료를 업 삼으셨던 분이 계셨다고는 하지만 본인은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 많은 환자들을 상담하고 치유로 이끌었다고 내내 자평(자찬)하십니다.  자신이 제안한 [태초건강법]을 잘 수행한 환자 중에는 70대인데도 30대 중반으로 사람들이 오인할만큼 동안인 환자도 있다 합니다. 또한 저자 스스로도 "태초건강법"을 통해서 37개의 난치병을 모조리 다 고쳤다고 한다. 너무나 기적적인 일이기에 일부러 다 옮겨본다. 저자가 "태초건강법," 즉 자기 안의 치유에너지를 통해 스스로 고친 병으로는 


저자는 "뇌전증, 뇌경색, 경도인지장애, 군발두통, 비문, 이명, 비염, 갑상선기능항진증, 목디스크, 오십견, 석회화건염, 천식, 폐결절, 기흉, 고혈압, 혐심증, 손목결절종, 담남용종,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허혈성장염, 과민성대장염, 대장선종, 허리디스크, 발기부전, 전립선비대증, 치질, 치루, 요로결석, 퇴행성무릎관절염, 발목관절염, 좌측하지마비, 만성피로증후군, 섬유근육통, 자율신경실조증," 이에 더해 심지어는 베체트병과 고환암까지 완치했다고 한다..........[심신치유편]의 274쪽 본문을 옮긴 것으로써, 저자의 병명을 더해거나 빼는 짓을 하지 않았다. 


또 하나, 저자에게 궁금한 점이 있다. PhD학위도 있고, 기자 생활 30년 하셨다. 본인이 뜻을 세운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자기표절을 하였을까? 2020년 출간된 [종말의 밥상]을 무척이나 꼼꼼하게 읽은 독자로서, 바로 이전 해인 2019년에 출간된 [태초건강법-생활치유법]의 내용과 구성, 심지어 비유법이나 문장까지 빼박은 것처럼 유사한 데 출처도 없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랍습니다. 마치 [태초건강법-생활치유법]이 [종말의 밥상] 출간을 위한 사전 스케치 자료처럼 느껴질 정도로 유사하니 자기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프고 치유의 지난한 과정을 겪고, 또 치유되었을 때의 기쁨.

본인이 아니고서는 알기 어렵기에

활자로만 읽고 속단내린 제가 무례한 독자인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제가 놓친 부분이 더 크겠지만, 제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견 듣고도 싶습니다. 여전히 제 무례가 분명하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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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6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말의 밥상
박중곤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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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에 제대로 된 제목으로 사서님께 부탁드렸는데, 

먼저 [희망의 밥상]이라 했다. 곧 [생명의 밥상]으로 정정했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종말의 밥상]이다. 인간 삶 근간인 "밥상"을 "종말"과 연결짓기 싫었던 마음이 작동했던 걸까?



 [종말의 밥상]은 이 분야 전문가인 박중곤이 썼다. 사실, 연중 읽는 책의 1/2은 건강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며 서가에도 온통 건강 책들인지라 웬만한 신간은 그다지 참신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종말의 밥상]에 설득당하며 읽은 이유는 저자가 반 평생을 이 분야에 헌신해온 현장의 활동가이기 때문이다. 저자 박중곤은  "바른건강연구소http://www.cosmoshealth.co.kr/?act=main"를 공동운영하기 전에는 농민신문에서 축산전문기자로, [전원생활] 편집장으로  활동 해왔다. 30여년간의 기자생활동안 전국의 농축수산물 생산현장을 탐사한 횟수가 무려 1200여회라니 존경스럽다. 직접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탐사하면서 발전시킨 문제의식은 몇 박스 분량의 참고문헌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힘을 글에 실어준다.


[종말의 밥상]이 2020년에 출간된 만큼,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확산, 대유행의 주기가 짧아지는 것을 인간의 식습관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다만 코로나의 주적으로 "박쥐" 니 "천갑산"을 타겟삼는 근시안이 아니라, 환경오염, 인간의 교만, 바벨탑, 사탄이 된 설탕, 중성화된 '내시 소'와 중성화되어가는 인간들 총체적인 면에서 접근한다. 그 외에도 이 분의 세계관을 짐하게 해주는 강렬한 문구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저자는 상당한 경지에 이른 자연주의자로 보인다. 육식의 가혹함에 대비시켜 채식의 생명공존 가능성을 높이 산다. (아마 저자는 분명 강연장에서 "Vegetarian"인지 질문 많이 받을 듯 하다. 이토록 혹독하게 공장식 축산의 가혹함을 비판하는 것을 보면 분명 육류에 입을 대기 어려울 것 같다). 대부분의 건강지침서에서 유기농 채소와 현미를 언급하는데 이 책의 차별점이라면 시종일관 "제철음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스러운 '제철음식'이라는 것은 단지 철마다 나는 음식만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거세 당하지 않아 야생의 성 호르몬 넘쳐나고 자연교배하게 되는 소, 돼지, 닭을 의미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당도만 극도로 끌어올리지 않은 과일 본연의 신맛 등 오미를 이야기한다. 또한, 껍질째 먹는 양파, 뿌리째 먹는 시금치를 이야기한다. 


사실 나는 현미 좋은 건 알아도 하루 전에 현미 불려놓는 그 작은 수고조차 귀찮아서 백미를 주로 구매한다. 저자 박중곤의 음식관으로 보자면 "먹고도 손해보는 느낌 나는 밥"을 매일 먹는 셈이다. 게다가 여름이면 내가 최애 간식삼는 "오이맛고추"를 저자는 "매운 맛이 본분인 고추의 특성을 저버리고 허우대 멀쩡한 마마보이같은 수상한 농산물"(21쪽)라고 길게 설명한다. 청양고추보다는 오이맛고추에 절로 뻗어지는 내 손을 머쓱하게 만드는 표현이다. 그 외 음식을 두고 "마마보이"라 하는 표현은 본문에서 두 번이나 등장한다. 가공식품과 계절성을 파기한 음식 먹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라떼는 말이야"식 권고로 들릴 수도 있겠다. 


저자 박중곤을 형사에 비유하자면 강력계 형사쯤 될 것 같다. 먹는 데 있어서 양보나 타협 없고 확고한 대의와 신념이 있다. 그런데 이런 신념을 주장만 하면 듣는 사람 버거울 텐데 박중곤은 여기에 더해 굉장히 실질적이고 구체적 대책도 제안한다. 요약해서 옮겨본다. 


1. 동물복지와 식물복지를 실천하고 제도화한다. 

2. 인구수를 줄인다. 

3. 동물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다. 

4. "얼굴 있는 농수산물"(213쪽)을 확보한다.

5. 식품안전지수(FSI)를 개발, 실용화한다. 

6. 통곡식을 권고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정부, NGO, UN, WFP, WHO까지 모두 나서서 총력적으로 통곡식을 확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좋은 책으로 8월 첫날을 시작하게 해준 박중곤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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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 - 식욕 뒤에 감춰진 여성의 상처와 욕망
애니타 존스턴 지음, 노진선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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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느끼지만, 대한민국 출판계 편집인들의 번뜩이는 재치는 가히 양 엄지를 척! 척! 들어올려도 부족할 수준.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라는 제목에 혹 하지 않을 이들(특히 젊은 여성)이 얼마나 될까? 원제는 [Eating in the Light of the Moon]. 이 책에는 여성이 주연이다. 저자 애니타 존스턴 박사는 구체적 출처를 밝히지 않고 "통계에 따르면, 섭식 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들의 95%가 여성이라고 한다." (17쪽 참조)는 한 문장으로 남성들을 무대 뒤로 밀어 내었다. 위 진술 이후, 뒷 받침이 약하다. 왜 '남성은 섭식 장애 논의에서 싸악 빠졌는지, 왜 상대적으로 덜 취약한지, 여성의 취약성이 통문화적 특성이라 할 수 있는지, 섭식 장애를 오로지 문화현상으로만 설명하는 입장인지에 대한 와닿는 구체적 설명은 없다.





다시 돌아가 보자. 왜 원제에 "달빛"이 등장할까? 달 빛 아래에서 먹는다(Eating in the light of the moon)니 무슨 의미인가? 저자는 현대 여성의 섭식장애가 여성성의 폄하로 인한 정신적 허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한다. 저자 (저자 애니타 존스턴은 임상심리학 박사이며 하와이에서 '거식증 및 폭식증 센터' 설립 후, 치료에 전념해왔다.)는 이렇게도 이야기했다. "우리는 여전히 남성적, 직선적, 이성적, 합리적인 것이 여성적, 순환적, 직관적, 감정적인 것보다 높이 대접받는 사회에 살고 있다. 현대 여성은 이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네모난 구멍에 필사적으로 몸을 끼워 넣으려고 애쓰는 둥근 못과도 같다.(20쪽)" 그렇다면 "달빛에서 먹다"는 한 때 창조적 생명력으로 숭배받았다던 여성성을 긍정하는 것이 섭식 장애를 치유해줄 근원적 힘이라는 의미일까?


저자 애니타 존스턴에게는 죄송하지만, 좀 헐겁게 속독했던 탓에 "달빛" 제목의 단서를 많이 찾진 못했다. 저자는 "매장된 달" 신화가 "여성성이 매장되고 남성성의 특질이 더 중시되었을 때의 위험성(29쪽)"을 경고하는 이야기라며 소개한다. 또한  "음식 강박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라는 마무리 챕터에서 "부드럽고 사색적인 달빛의 인도를 받아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면서 여성들은 점점 더 강해졌다(326쪽)." 고 적고 있다. 부드럽고 사색적인 달빛(?), 아마 저자가 이 책에서 내내 주장했던 여성 몸의 지혜, 자연의 순리가 아닐까 한다. 



저자는 독특하게도 안데르센 전집뿐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설화와 동화에서 에피소드들을 뽑아서 현대여성의 섭식장애 문제를 비유하는 데 쓴다. 이런 사고법이야 말로, 저자가 누누히 이야기하는 "달빛," "여성성"인가도 싶다. 아무튼 나는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다음의 구절들을 가장 예민하게 읽었다. 후에, 더 적을 기회가 올 것 같다. 


"섭식 장애로 고생하는 여성들 대다수는 어린 시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까지 느끼고 눈치가 빨라서 일이 잘못되어가는 것을 잘 감지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챘고, 일정한 행동 패턴을 파아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짐작할 수 있었다...식구들 중에서 자신처럼 세상을 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니까. 여기서 생겨난 불편함을 외면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지각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그들은 처음으로 음식에 집착하게 된다." (6-7쪽)


"음식과 씨름하는 여성들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들은 육감이 매우 발달되어 있다. 눈에 보이지않는 것을 보며 행간을 읽는 능력이 있다. 주위에서 이런 능력이 위험하다는 메시지를 받기 때문에 그들은 자기 능력을 두려워하게 된다. 자신의 직관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116쪽) 



"섭식 장애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굶주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음식이 물질적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거기의 정체를 파악해서 그것의 상징적 본질을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63쪽)



애니타 존스턴은 소위 "섭식 장애 환자"라는 이들 개개인이 허기를 잘 들여다 봄으로써(정신적 허기와 구별함으로써) 진짜 문제를 인식하고 회복할 힘을 얻어왔다고 한다. 나아가 보다 근원적으로는 이 새로운 시대에 "여성성"이라는 걸, 긍정함으로써 여성이 집학적으로 더 취약한 섭식장애의 백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이 주제는 후에 다시 접급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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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
켈리 브로건 지음, 곽재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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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A Mind of Your Own]. 그러나 쌤앤파커스 편집진은 [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라며, 주제를 명쾌하게 집약한 제목으로 참 잘 뽑았다. 저자 캘리 브로건은 MIT에서 인지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웨일코넬 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취득 후, 현재 여성 우울증 전문의로 활약중이다. 그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https://kellybroganmd.com/)에서는 [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의 원서 첫 챕터를 맛보기로 읽어볼 수 있다.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정신질환의 과잉의료화 경향을 비판하며 (저자가 의사이기 때문에) 대안적 치유방안을 제시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거대 제약회사의 (특히 정신병 관련) 질병장사"를 비판하는 [Saving Normal]을 다만 한 줄이라도 인용하리라 예측했다, 실제 내 예측대로였다. 그런데, 더 있었다. 서구생의학(WBM)의 수련을 거친 정신의학 전문의로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진단과 처방을 내려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울증은 병이 아닙니다. 그저 증상입니다. 우울증은 먹는 것으로 고칠 수 있습니다. 커피나 음료 말고 물만 마시세요. 먹을 때는 스마트폰 끄고 오로지 먹는 데 집중하세요. 호흡은 천천히 하고 명상하세요. 집안에서 향수며 여러 화학물질들을 최대한 제거하세요. 내 몸의 의사를 깨워보세요."식의 충고를 접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실은 의학에 무지하더라도 경험의 촉과 잡지식으로 구축한 내 건강관과 굉장히 겹친다. 그래서 캘리 브로건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WellBe by Adrienne Nolan-Smith getwellbe / CC BY 3.0 


캘리 브로건 박사는 "뼛속까지 철저하게 대증요법 의사"(14)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출산 후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고, '하시모토 갑상선염'을 진단받으면서 다른 관점을 갖게 된다. 그동안 자신이 신봉해온 WBM이 환상을 제공하며 사람들을 "만년 소비자이자 의존적, 비주체적 존재로 이끄는 악순환을 구축했다"(25)고 일침도 놓는다.  항우울제의 남용이야말로 "현대 보건의료 역사상 가장 조용하고 과소평가된 비극 중 하나" (8)이며 이것이 "몸의 자연치유 기전을 돌이킬 수 없이 무력하게 만들고" (11)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일반인들이 잘 알지 못해 더욱 비극이라고 한다. 저자는 대신 "처방약 없이 매일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 역점을 두는, '생활의학'" (8) 이라는 접근에서 우울증을 다루고 치료한다. 사실 우울증 자체가 병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을 온전히 따르자면 '우울증 치료'라는 말도 성립하기 어렵긴 하다. 극복 혹은 완화라는 용어가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 



캘리 브로건 박사는 거대 제약회사가 제공하는 우울증에 대한 단일 장애 모델(예를 들면, 세로토닌 가설)을 거부한다. 그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시야에서, 진화부조화(evolutionary mismatch)의 발현으로 현대인의 우울을 파악한다. 어찌보면 팔레오 다이어트(paleo diet)를 주장하는 이들과 비슷한 뉘앙스로 들리는 주장인데, 차이점은 임상사례와 의학적 근거들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불과 5년 후에 우울증에 대한 논의와 대중적 지식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다. 적어도 2016년 저자가 [우울증 약이 우울증을 키운다]를 펴냈을 때는 장내 불균형 등 미생물의 세계가 인간의 정서적 정신적 상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자각이 커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책에서 제안하는 방안들도 대부분 그 불균형을 회복하고 생태적인 조화를 이루는 방법이다. 친환경 식생활 하기, 명상하고 운동하기, 생활속 화학물질 최소화하기 등. 대신 절대 항우울제 복용은 금물이다. 설령 현재 복용중이라면 그 무시무시한 금단현상을 이겨내고라도 약을 끊어야한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주장이다. 

제목은 "우울증"에 한정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환경," "미생물과의 공생," "심신이원론의 극복" 등 굉장히 큰 이야기를 함께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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