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등단 소식이 소중했던 건 그게 단순히 좋은소식이어서가 아니라 나쁜 소식과 더 나쁜 소식과훨씬 나쁜 소식 뒤 도착한 좋은 소식이어서였다. 아마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렇다 해도 한가계의 형편은 쉽게 펴지지 않아 어머니는 그 후로도 마음을 달래려 몇 번 더 노래방에 갔다.  - P47

부사가 있으면 문장의 격이 떨어지는 것 같고말의 진실함과 긴장이 약해지는 것 같다. 실제로 홀륭한 문장가들은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부사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나는 부사가 늘 걸린다. - P86

부사는 동사처럼 활기차지도 명사처럼 명료하지도 않다. 그것은 실천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만날 큰소리만 치고 툭하면 집을 나가는 막내 삼촌과 닮았다. 부사는 과장한다. 부사는 무능하다. 부사는 명사나 동사처럼 제 이름에 받침이 없다.
그래서 가볍게 날아오르고, 허공에 큰 선을 그린 뒤
‘그게 뭔지 알 수 없지만 바로 그거‘라고 시치미를펜다. 부사 안에는 뭐든 쉽게 설명해버리는 안이함.
과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안간힘이 들어 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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