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집단지성과 팀제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고 함축적이다. 집단지성이 부각되는 건 기업을 비롯한 조직이 내부 역량의 한계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집단지성이 가능해진 이유는 현안이 복잡해지고 개방적 문화가 확대되며 수평적 조직으로 진화했으며, 공유의 가치가 높아지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IT기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강조되는 집단지성은 내부 구성원을 비롯해 외부 인사까지 포함하여 참여자로부터 3c, 즉 취합 collection, 경연 contest,
협업 collaboration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생산의 창출에 필요한아이디어와 대안을 수집하고, 투표 voting, 합의 consensus, 평균화averaging, 예측시장 prediction market 등을 통해 참여자의 직관과지혜를 동원해 평가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두루 담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목적과 기능을 염두에 두었을 때 팀제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
드지 - P42

우리나라에서 인문학 열풍이 일어난 데에 스티브 잡스가 한몫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그의 사업에서 인문학적 사유와영감이 큰 역할을 했다며 기업마다 인문학을 알아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내가 여기에서 호들갑‘이라고 말한 건 세 가지때문이다. 하나는 인문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성찰이 있느냐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스티브 잡스가 말하는 인문학적 사유와영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정작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 열풍의 중요한 계기와 이유에 대한이해는 거의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 P43

하지만 인문학은 단순히 문文 · 사史·철哲이 아니다. 인문학은 나와 세상의 관계를 읽어내며 내가 세상에 묻고 물었던 나로 귀결하며 존재와 사유 그리고 실천을 성찰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 어떤 과목이든 궁극적 목적과 대상, 그리고 주제와 주체가 인간으로 귀결되는 모든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더 나아가 - P45

인문학은 시대정신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미래 의제를 이끌어내며 그것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주제의 실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 확장하며 그 사회적 실천을 위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이 인식을 놓친 상태에서의 인문학 소비는 늘 그랬듯 하나의 유행처럼 혹은 붐처럼 지나고 말 뿐이다. 인문학 열풍에 편승해서 인문학으로 둔갑한 변종 자기계발 서적이 줄지어쏟아졌지만 세상을, 우리의 사고와 삶을 바꾼 건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인문학 공부해서 살림살이가 더나아진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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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사업적 수완과 마케팅 감각이 뛰어났다. 특히 그의 직관은 동물적 감각에 버금갈 만큼 놀랍도록 탁월했다. 우리는 그의 직관에주목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창립한 애플의 성공 요인 가운데하나가 바로 직관이기 때문이다.
- P21

 그러나 이후 픽사를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게 됐고 애플에 복귀하면서 ‘예전의 스티브 잡스‘가 아닌 새로운 잡스‘로 거듭났다. 그것은 바로
‘창조 혁신 · 융합의 대변신으로 가능했던 부활이었다. 그게 바로 21세기의 가치이자 21세기 콘텐츠의 핵심이다. 20세기 성공과 실패의 스티브 잡스와 21세기 새로운 성공으로 극적으로 재기한 스티브 잡스를 균형 있게 읽어내지 않으면 핵심을 놓친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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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바뀌면 삶이 바뀌고 미래가 바뀐다. 21세기 ICBM의 실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콘텐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기계나 도구, 네트워크를 갖추기 전에, 생각을 바꾸고발상의 전환을 꾸준히 시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비등점처럼 끓어오를 순간이 온다. 이 순간은 한순간에 오지 않는다. 길게 품고 생각을 바꾸고 기르며 꾸준히 사고의 온도를 높이면 어느순간 벼락처럼 온다. 하지만 이것은 벼락이 아니라 긴 시간 숙성된 혁명이다. 지금이 바로 그런 콘텐츠의 혁명에 눈을 돌려야할 때다.
- P13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말 타는 법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희망과 기대에서 비롯된미래 설계는 불안과 체념을 완전히 벗어날 때 가능하다. 지금우리 앞에 서 있는 경주마는 절망과 불안 그리고 체념을 받아들이며 도태와 소외를 어쩔 수 없이 수용하게 만드는 유령이 아니라 희망과 기대의 경주마여야 한다. 콘텐츠는 바로 그 말 타는법을 배워 말을 몰고 더 멀리 달려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내는매력적인 요소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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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가 채용한 자리바꿈‘ 류는 한 체계를 이루는 요소들의 모든 가능한 조합을 찾는, 순열조합론 combinatorics‘ 이라는 보다 폭넓은 수학개념과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동일한 요소 두 개를 조합하는 방식은한 가지밖에 없다. 그러나 두 개의 다른 요소를 조합하는 방식은 네가지가 되며, 세 개의 다른 요소라면 무려 스물일곱 가지의 조합방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작곡가 다리우스 미요는 이와 같은 순열조합론을 이용해서 복수의 조를 동시에 구사하는 다조음악을 연구했다.
- P171

모아레 패턴은 기술이나 과학분야에서 응용할 수 있다. 철이나 결정체를 검사하기 위해 광학 그리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서쉽게 응력선을 볼 수 있다. 그리드는 규칙적인 패턴을 갖춘 물체,
이를테면 직물에서부터 철망, 벽돌구조물 같은 것들의 표면에 생긴불규칙성을 감지하는 데도 사용된다. 모아레 패턴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제럴드 오스터 Gerald (Oster와 니시지마 야스노리 Nishiina Yasumom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Scieuijic American)에 발표한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모아레 패턴은 두 주기함수의 간섭에 대한 수학적인 해결책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므로 모아레 테크닉은 일종의 아날로그 컴퓨터로 사용될 수 있다" 라는 것이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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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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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에는 짧은 생을 살았던 천재 작가 여섯 명의 작품이 2편씩 열두 편이 들어있다히구치 이치요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지이 모토지로나카지마 아쓰시다자이 오사무미야자와 겐지 이렇게 여섯 명의 작가다너무도 유명한 천재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의 아직 읽어보지 못한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었다가지이 모토지로는 지난 4월 벚꽃나무 아래로 처음 만나는 행운을 가졌다역시 그때 읽은 <레몬>과 처음 접하게 된 <모순과 같은 진실>을 만났다나카지마 아쓰시는 왠지 낯익다 싶었는데 2016년에 읽었던 산월기의 작가여서 반가웠다그리고 히구치 이치요와 미야자와 겐지는 작가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작품으로는 처음 만나게 되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작가당 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두 작품 읽기가 끝나면 바로 작가와 작품 소개가 이어진다보통은 책의 맨 뒤에 놓이기 마련인 해설 부분이 작품을 읽음과 동시에 확인해 볼 수 있는 점이 괜찮은 구성으로 보인다특히 작품에 대한 소개는 일본 문학을 가까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특히 단편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작가의 체험이나 시대적 상황을 곁들이고 있어서 작품의 이해를 도와주기 때문이다작가와 작품 소개를 먼저 읽고 나서 해당 작품 읽기를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섣달 그믐히구치 이치요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부모를 잃고 외삼촌의 집에서 살다가 야마무라 집안에서 고용살이를 하고 있는 미네는 다쳐서 아픈 외삼촌 문병을 갔다가 어려운 사정을 듣게 된다그리고 2엔을 주인댁에 부탁해서 빌려달라는 외삼촌의 말을 대뜸 수락하고 만다하지만 어렵게 꺼낸 이야기를 인색하기 그지없는 사모님은 들은 적 없다고 시치미를 뚝 뗀다약속한 돈을 받으러 심부름 온 외사촌 동생 산노스케가 찾아오자 마음은 더욱 바빠지고... 급기야는 돈을 훔치게 된다나중에 사실을 자백하기로 하고하지만 그것을 처음부터 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으니누구였을까생각지 못한 곳에 구원의 손길이 있었다. ‘서랍 속에 있는 것도 빌려가겠습니다.’(P33)라는 말이 적힌 종이쪽지 덕분에 미네는 구원받을 수 있었다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었을까이 작품을 읽고 히구치 이치요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

 



<엔화 5천엔의 모델 히구치 이치요>

 



 <우리 아이>도 좋았다경어체로 쓴 이 이야기는 마치 자신의 지난 일을 담담하게 고백을 하는 것처럼 들려서 몰입하며 읽었다지기 싫어하는 자신의 성격고집이 센 성격의 화자는 과묵한 남편 때문에 힘들어한다바깥일도 알고 싶은데 남편은 무슨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피하기만 해서 자꾸 의심을 하게 되고 사이가 멀어졌다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난다친정으로 가고 싶었는데 아이가 너무 건강하게 태어나서 그러지 못했다그리고 반전처럼 아이가 너무 예뻐서 행복한 마음이 되고... 그동안 자신의 잘못을 떠올리며 반성하게 된다아이가 자신을 지켜 수호신이라는 말을 접하고 미소가 번졌다결혼 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워 본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그런 경험도 없이 짧은 생을 살다간 작가가 여성의 결혼 생활 모습을 이토록 자연스럽고 실감 나게 묘사할 수 있었다니그래서 더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다.

 

 



 전에 어른들로부터 어린아이는 3년 동안 평생의 효도를 다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또 아이는 부부의 끈을 연결해준다는 말도지금은 너무 출산율이 떨어져서 세계 각국이 걱정을 하고 있다시대는 변하여 삶은 나아졌지만행복감을 느끼는 횟수는 줄었다고 한다너무 큰 것에 행복을 걸기 때문이 아닐까우리 아이들 유아기가 생각났다그야말로 교과서처럼 거의 하루 종일 잠자며 달덩이 같은 미소로 지친 일상 녹여주었던 그때사르르 녹는 어린아이의 웃음을 함께 나누며 행복감을 맛보는 가정이 늘었으면 좋겠다.

 



 

밀감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요코스카에서 출발하는 상행 열차를 탄 화자의 눈에 비친 풍경이 묘사된다삼등칸 표를 쥐고 있는 열 서너 살의 여자아이가 이등칸 좌석에 타는데 영락없이 시골뜨기로 보인다피로에 권태를 뒤집어 쓴 화자는 신문 읽을 기운조차 없어 온통 뒤틀린 심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 여자아이를 보는 눈이 곱지가 않다손은 동상에 걸리고 얼굴을 터서 빨갛게 달아올라 있고 꼬질꼬질한 모습에 볼품없는 생김새를 보니 더욱 짜증을 부채질한다꾸벅꾸벅 졸다가 놀라 깨어보니 자기 옆에 와서 차창 문을 열려고 몸부림치는 게 아닌가터널 속을 통과하려는 시점에 왜 창문을 열려고 하는지 알 수 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아이가 문을 열지 못하기를 바라며 냉정하게 지켜보는 거였다둘은 서로 말이 없는 채 상대방을 생각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 빠져있다열차는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여자아이는 창밖을 향해 밀감 대여섯 개를 던지는데... 그제야 화자는 모든 것을 깨닫게 된다아마도 남의집살이를 떠나며 품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던 밀감을 던지며 배웅 나온 동생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었음을그리고 화자는 뭔지 모를 쾌활한 감정이 용솟음치는 걸 느낀다그리고 이제 그 여자아이가 새롭게 보인다정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이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뭉클한 감동이었다여기 실린 다른 단편에 비해 아주 짧은 이야기인데 이토록 멋진 반전과 감동을 주다니더구니 잿빛의 우울한 색깔에서 노란 밀감의 시각적인 대비의 조화로움이 곁들여져서 더욱 강렬한 감동을 주었다전에 읽었던 <라쇼몽>, <지옥변>, <덤불 속>과 다른 따뜻함과 뭉클한 감동을 주어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천재성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레몬-가지이 모토지로

 


 다시 읽어도 좋았다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살고 있던 화자가 어느 날혼자 돌아다니다가 과일 가게에서 좋아하는 레몬을 사 들고 마루젠에 들어가 책 구경을 하다가 미술책이 있는 책장 위에 레몬을 올려놓고 나온다곧 그 폭탄이 터지면 어떻게 될까하는 기발한 상상을 하며아마도 폐가 좋지 않아서 평생 고생을 했으니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 싶지 않았을까미시마 유키오는 <레몬>을 일본 최고의 단편소설로 꼽으며 레몬 하나가 독자의 눈앞으로 던져진 듯한 선명한 감각적인 인상을 주며 끝난 작품이라고 평했다 한다새콤하고 산뜻한 레몬의 향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모순과 같은 진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는 말이 있다하지만 항상 힘이 센 아이에게 맞는 쪽이라면(?) 그런 말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집에 돌아오는 길에서 초등학생과 덩치 큰 중학생이 싸우는 것을 보고 3년 전 자전거 타는 사람과 부딪혀서 얻어맞고 울고 들어온 동생을 떠올린다자기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왜 그렇게 똑같은지아마도 자신의 그 나약함을 동생에게서 발견하게 되니 더 화가 난 것이 아닐까싸움에 진 나약한 아이의 모습은 화자에게 그대로 전해져 울컥하게 만든다졌지만 완전히 사내인 척‘ 보이고 싶은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싶지 않은 동생의 모습에 더욱 짠하고 화가 나지만동생에 대한 애정이 진하게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진다어린 시절 동심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젖게 하는 이야기다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읽고 그에게 심취했었다는 것만으로도 친근감이 느껴지는 작가가 되었다.

 

 



행복 - 나카지마 아쓰시

 


 팔라우가 작품의 배경이고 섬에 사는 가여운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주인은 이 섬 최고의 부자 루바크다부자인 권력자의 시종이지만 그런 풍족함의 혜택은 받지는 못하고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했다상어에게 물려 발가락을 세 개나 잃었지만다리 전체를 잃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아무리 가혹하게 대해도 보고 듣고 숨 쉬며 살아갈 수 있으니다행이라고 여기며 살았다그러던 어느 날 꿈을 꾼다꿈속에서는 그가 장로가 되어있고 온갖 호화로운 음식이 넘치고 아내가 있는 몸이었다기이하게도 현실의 고통이 줄어들었고혈색도 좋아지고 생기있는 젊은 몸이 되었다이와 마찬가지로 주인도 꿈을 꾸고 있었는데 거꾸로 하인이 되어 비참한 생활하는 모습이었다상어에게 물려 발가락 세 개도 없어지고 공교롭게도 주인은 자신이 부리는 하인이었다현실의 그는 비참할 정도 쇠약해졌다그를 혼내려고 불렀는데 변화된 하인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와 정중한 말투를 보면서 압도된다.

 

 



 오래전에 감동적으로 읽었던 산월기를 통해서 중국 고전을 소재로 한 <이릉>, <산월기>,<제자>와 조선을 배경으로 한 작품 <호랑이 사냥>, <순사가 있는 풍경등 여러 작품이 만나면서 식민지 치하에 놓여 있던 조선에 그의 생각을 잘 알게 되었다여기에 나오는 두 편의 작품은 색다른 느낌이었지만, <행복>에서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위계질서가 역전될 수 있다는 작가의 가치관과 이념이 잘 드러나 있음을 알 수 있었다나카지만 아쓰시는 일본에서 제2의 아쿠타가와로 불린다고 한다.

 



 

앵두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이나사양과는 다른 느낌의 다자이 오사무를 알 수 있었다단편이어서 그랬을까아니 가정의 풍경이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늘 유쾌한 듯 집에서 농담을 하고 독자를 의식한 듯 독자를 향해 귀여운(?) 푸념을 하는 등 이리저리 둘러 말하더니 결국이 얘기는 부부싸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고백한다화자는 였다가 아빠로남편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아이들과 아내에 대한 상대적 입장의 다양한 역할의 힘듦을 묘사하고 싶은 듯했다아내의 눈물의 골짜기란 말에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게 된다. 막내의 발육이 더뎌서 힘들고따져보면 나만 잘못한 게 아닌 것 같고자기도 가정을 소중히 여기고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모든 것이 마음대로 안 된다. ‘잘못한 증거를 조용히 수집이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는 이 부부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져 와서 웃음 짓게 했다작가의 삶이 약물 중독과 자살 미수로 반복되었던 삶이 작품에 투영되지 않았을까.

 

 



산다는 건 힘든 일이다여기저기 쇠사슬로 뒤얽혀 있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피가 터진다.’(169P)

 

 



 

 작가가 경험했던 고뇌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런 문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마냥 행복하기만 한 삶은 없을 테니까이야기 시작부터 자식보다 부모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싶다는 말로 시작하더니 마무리도 역시 이 문장을 반복한다아무리 부모인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싶어도 자식에게 쏠리는 관심과 애정은 막을 수 없지 않나결국숨겨져 있는 화자의 마음에서 자식에 대한 진한 애정이 전해진다우리는 삶은 이렇게 크게 다르지 않고 소박한 것에서 위안과 행복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이 외에 시인이며 동화작가교사종교가였던 미야자와 겐지의 두 작품은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작가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는 <쏙독새의 별>과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동화 <바람의 아이 마타사부로>이다읽을 독자를 위해 여기서 리뷰를 마치겠다일본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천재 작가들의 빛나는 작품을 엮은 책이다가난과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어떤 사연인지 헤어진 자식을 몰래 만나러 온 아버지 등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도짧은 이야기에서 긴 여운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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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05 0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히구치 이치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지이 모토지로, 나카지마 아쓰시, 다자이 오사무, 미야자와 겐지 ] 요렇게 모아 놓은 작가들의 명 단편들만 모아 놓았다니 이책 모나리자님에게 땡투 날려야 겠는데요(아! 그런데 번역자가 여러명 ㅜ.ㅜ)
히구치 이치요의 작품들 모두 가슴 속 서늘한 얼음장 같은걸 안고 사는 여자들의 삶이 넘넘 안타까웠요. 이치요 작품집 추천합니다.
아쿠타가와는 천재 소리가 나올정도로 구성전개가 모더니즘 적이고(‘밀감‘ 일본 교과서 수록)
다자이 오사무는 개인적으로 아껴서(그의 인생은 전혀 이해 불가이지만) 전집(원서로) 갖고 있습니다.
단편 ‘앵두‘는 일본 교과서에도 수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요즘 도통 일본 문고본 집어들지 못했는데 (이런 슬럼프때는 히가시노를 집어들었지만 이것마저도 ㅎㅎ)
일본 근현대 문학 단편은 읽어보고 싶어졌네요

모나리자 2021-07-05 14:52   좋아요 1 | URL
네.. 천재 작가군들이 후덜덜 하죠.ㅋ
번역자가 3명이더라구요. 혼자 해도 됐을 텐데.ㅋㅋ
히구치 작품 처음 만났는데 정말 좋았어요.
아쿠타가와는 정말 천재! 밀감이 아주 짧은 이야기인데.. 역시 교과서에 나오는 군요.
놀랍고도 멋진 정보력! 스콧님.^^
와, 다자이 오사무 전집을 원서로 갖고 계시다니 대단하세요!!
슬럼프 전혀 없으실 것 같은뎅.ㅎ
읽은지 오래되었다면 다시 붙잡아도 좋겠지요.
오늘도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해요.^^!!

scott 2021-08-06 1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이달의 당선 축!!
8월 무더위 건강 잘 챙기세요 ^ㅅ^

모나리자 2021-08-06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찜통 더위가 싹 사라지는 것 같아요! 기쁜 소식 감사합니다~스콧님~ 건강 잘 챙기시고 주말도 행복하게~^_^!!

새파랑 2021-08-06 16: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당선 완전 축하드려요~!!

모나리자 2021-08-06 18:03   좋아요 1 | URL
완전!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주말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8-06 17: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모나리자 2021-08-06 18: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그레이스님~^^

초딩 2021-08-06 1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모나리자 2021-08-06 18:04   좋아요 0 | URL
축하 말씀 감사합니다~초딩님~^^

이하라 2021-08-06 17: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더위가 사라지는 것만큼의 기쁨.. 이달을 가득 채우시길 바랍니다~

모나리자 2021-08-06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의 말씀 감사합니다~이하라님~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주말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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