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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글은 몇 자 일까?

 

세종대왕은 '스믈여듧字' 를 만드셨는데, 그 중 네 글자가 소멸하여 현재는 24자만 쓰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어문 규범 중 '한글 맞춤법' 제2장 제4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나다라마바사아 ... "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난다. 사실 국민학교 출신이지만, 1941년 '국민학교령'에 의해 황국신민을 키운다는 의미로 사용된 국민학교란 명칭이 1996년에서야 초등학교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부터는 차마 국민학교란 말을 쓸 수가 없다. 해방 이후 역사학계와 교육계를 이끌어 온 모든 사람들에게 'XXX!'라고 욕을 퍼붓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학교는 사무치게 수치스럽고, 초등학교는 나의 기억에 없으니 6년간의 소년시절이 허공에 떠버린 셈이다.  여하튼 한글을 깨우칠 때 맨 먼저 외웠던 24자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24자로 우리말을 모두 표기할 수도 없고, 발음할 수도 없다. 붙임1에서도 그렇게 밝히고 있다. 

 

 

한국어 어문 규범에는 내용상 한글 맞춤법과 대응되는 표준어 규정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자음과 모음의 수는 40개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정리를 해보자면 한글 맞춤법의 관점에서 '한글 자모의 수'는 24자이고, 표준 발음법의 관점에서 '표준어 자음'은 19개,  '표준어 모음'은 21개로 합치면 40개이다. 24자와 40개의 차이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단서는 자모와 음소(자음과 모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자모는  " 『언어』 음소 문자 체계에 쓰이는 낱낱의 글자" 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에 반해 자음은 "『언어』 목, 입, 혀 따위의 발음 기관에 의해 구강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는 따위의 장애를 받으며 나는 소리" 이고 모음은 "『언어』 성대의 진동을 받은 소리가 목, 입, 코를 거쳐 나오면서, 그 통로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거나 하는 따위의 장애를 받지 않고 나는 소리" 이다.

 

요약하면 자모는 '글자' 이고, 자음과 모음은 '소리' 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이제껏 (내가 잘못) 생각했던 것처럼 자모는 자음과 모음을 줄인 말이 아니라, 전혀 별개의 단어이다. 한자도 다르다. 자모는 字母이고, 자음은 子音, 모음은 母音이다. 자모의 字와 자음의 子는 다르다.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정리하면 한글의 자모는 24자이고, 음소는 40개이다. 음소 중 자음은 19개, 모음은 21개이다. 그래도 표음 문자인 한글은 결국 '자모'나 '자음과 모음' 이나 같은 것이 아닌가?

ㅎ ;;  여하튼 한글 맞춤법 4항의 24자와 붙임1을 합치면 표준 발음법 2장의 40개가 되는 것은 맞다.

 

 

 

2. 한국어 어문 규범은 왜?

 

몇 년 전부터 역사 공부를 하며 EBSi 방송을 듣기 시작했는데, 작년 수능이 끝난 직후 EBSi에 난이도 순으로 시험 문제가 올라온 것을 보았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풀어 보고 호기심에 최고 난이도의 국어 문제를 풀어보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독서 문제인데, 국어인지 물리학인지 헷갈릴 만큼 지문이 어렵고 길었다. 도대체 요즘 학생들은 국어를 어떻게 배우기에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일까? 매우 궁금했다. 책이라면 인문학, 사회학 책들을 꾸준히 읽어 온 편인데 고등학생 수준의 독해도 안된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겨울에 국어 수능 개념 강의를 들었다. 국어가 우리가 배울 때처럼 그냥 국어가 아니고, 문학과 비문학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야무지다고 소문난 선생님은 수능을 목표로 똑부러지고 열정적인 강의를 하셨는데, 수능과 관계없는 나는 아무래도 문제를 푸는 기술보다는 원리와 이해가 더 필요했다.

 

완강을 하고 고등학교 국어의 전반에 대해 초보적으로나마 알게 된 내 생각은 이렇다. 가장 어려운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 영역이다. 문제의 난이도를 떠나 국어 공부의 궁극적 목적이 독해일 것이다. 독해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렇게 길러진 이해력이 곧 사고력이 된다. 어떤 학문을 전공으로 하게 되든 이해력과 사고력이 없으면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심지어는 영문학을 한다고 해도 원어민이 아닌 한 국어를 통해 길러진 이해력과 사고력 없이는 학문이 불가능할 것이다. 수능이라는 현실적 관점에서도 결국 등급을 결정하는 것은 독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독서는 하루 아침에 향상될 수 없다. 꾸준한 읽기와 쓰기를 통해 오랜 기간 다져진 독해력이 있어야만 수능 문제의 패턴과 문제 풀이 기술의 습득이 고득점으로 연결 될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는 학생들은 차근차근 독서를 할 시간도 의지도 없다. 공부는 곧 시험인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과 요령이다. EBSi 선생님마저 지문을 다 읽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가르친다. 어떻게 하면 문제를 다 읽지 않고 정답을 찾아낼 수 있는가를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뛰어난 선생님이 되고 그 기술을 잘 습득하는 학생이 훌륭한 수험생이 된다.

 

어려운 독서 문제를 출제하는 목적은 문제 풀이 기술의 습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적어도 어느 정도의 독해력이 되어야 대학교에서 학문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텍스트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가늠해 보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출제의 목적은 곧 교육의 목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를 통해 요구하는 교육의 수준은 높은데 교육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니 그 넓은 간격을 메우고 있는 것이 난무하는 요령과 스킬이다. 꼼수라고 해도 과도한 비난이라 항변하기 힘들 것이다.  나는 독서가 가능한 교육 환경을 만들든지 그것이 힘들다면  차라리 문제의 난이도를 교육 현실에 맞춰 낮추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교육 현장에서 스킬 습득이 아닌 이해력과 사고력을 차근차근 길러주는 교육이 가능해질 테니까.

 

 

3. 한국어 어문 규범은 그래서 왜?

 

그런데 독서보다 더 기초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이 있다. 국어 문법이다. 문법은 언뜻 보면 매우 어렵다. 심지어는 가장 어려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운문, 산문, 독서, 화법, 작문, 문법을 통틀어 가장 쉬운 것이 문법이다. 우리가 원어민이기 때문이다. 문법은 다섯 문제를 다 틀리는 학생이라고 해도 매일 매일 그 다섯 문제가 설명하는 문법들을 거의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다. 알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문법은 이미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 것들을 사후적으로 정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아마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글과 이 글을 소리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국어 현대 문법의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쓰고 정확하게 읽는다면 말이다.

 

부끄럽게도 이 글에는 틀린 맞춤법도 많고 비문도 많을 것이다. 사투리가 많이 남은 내가 소리내어 읽으면 음운에서도 잘못된 발음이 아주 많을 것이다. 문법은 매일 매일의 대화와 글쓰기에 그것이 비록 댓글 정도라고 해도, 우리 삶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문법을 조금만 정확하게 알아 두면 언어 생활의 격이 달라질 것이다.

 

문법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암기가 필요한 영역이 아니라 법칙을 이해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기본 법칙을 이해하고 수학 공식처럼 암기해 두면 그 이후는 적용의 문제일 뿐이다. 적용이 처음에는 힘들 수 있지만 국어의 장점은 매일 매일 끝없이 되풀이 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소위 "식탁 위의 문법" 이 가능하다. "국물 조금 더 주세요." 에서 국물은 비음화가 적용되어 〔궁물〕로 발음된다. "닭 한 마리" 는 〔다칸마리〕 로 발음될 때 자음군 탈락과 자음군 축약이 연이어 적용된다. "윗옷" 을 입으며 〔위돋〕으로 발음될 때 몇 번의 음운 변동을 거치는 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루에 한 단어 혹은 한 문장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아도 문법을 끝내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함께 이야기 나눌 대상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밥 먹으면서 엄마와 함께? 혹은 하교 길에 친구와 함께?

 

문법의 생활화를 위해서는 먼저 체계적인 문법 공부가 필요하다. 집중하여 법칙을 이해하고 필요한 것들을 암기해 두어야 한다. 한국어 어문 규범을 찾아보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국립 국어원은 아마도 대한 제국 말기의 국문 연구소나 일제 강점기의 조선어 학회와 같은 기관일 것이다. 고등학교 과정의 국어 문법 부분은 이 어문 규범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강의에서 부족했던 부분, 기초가 되는 부분을 찾아 보기 위해서 한국어 어문 규범 사이트는 매우 유용하다. 

 

 

4. 국어 문법을 다시 공부하면서

 

문법의 기초를 다시 한번 정리하기 위해서 기본 강좌로 고른 것은 EBSi의 <고1 국어 미리 보기 - 문법> 이다. 예비 고1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이다.  개념의 나비효과에 비해 쉽고 더 기초적이다. 수능 대비 강의보다는 원리에 충실할 것 같아서 골랐다. 이 강의를 들으며 국립 국어원의 한국어 어문 규범과 이전에 들었던 개념의 나비효과 등을 참고하여 내가 이해하는 한에서의 문법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그 시작은 자음과 모음이다.  

 

 

 http://www.ebsi.co.kr/ebs/lms/lmsx/retrieveSbjtDtl.ebs?sbjtId=S20190000880&flag=Y&myEbs=1000000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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