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세명이 함께하였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철학의 서론에 해당하는 공부를 하였습니다.

 

인간이 농사를 짓고 배를 타고 나가면서 더욱 간절히 올려다보게 된 하늘, 그 우주에 대한 사색이 고대 우주론을 탄생시켰습니다.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한 탐구는 또한 인간행위를 설명하기 위한 탐구이기도 하였습니다.

우주와 인간사회는 동일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대우주-소우주 모형이라고도 하는 이 신인동형설에 따라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모습과 행위는 인간의 그것과 닮게 됩니다.

 

희랍신화는 고대 희랍인들의 우주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는 고대 희랍인들이 생각한 우주의 구조와 생성 과정에 관한 논의가 들어있습니다.

강유원의 『철학 고전 강의』가 첫 번째로 다루고 있는 고전이 <신들의 계보>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우주론은 철학의 가장 주요한 분과라 할 수 있는 형이상학의 한 분야입니다.

 

<신들의 계보> 중 우주 생성에 관한  부분을 옮겨 보겠습니다.

 『철학 고전 강의』에서 재인용한 것입니다.

 

내게 이것들을 처음부터 말씀해주소서, 올륌포스의 집들에 사시는

무사 여신들이여, 그들 중 어떤 것이 처음 생겼는지 말씀해주소서.

맨 처음 생긴 것은 카오스고,

그다음이 눈 덮인 올림포스의 봉우리들에 사시는 모든 불사신들의

영원토록 안전한 거처인 넓은 가슴의 가이아와

〔길이 넓은 가이아의 멀고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라와〕

불사신들 가운데 가장 잘생긴 에로스였으니,

사지를 나른하게하는 에로스는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가슴속에서 이성과 의도를 제압한다.

카오스에게서 에레보스와 어두운 밤이 생겨나고

밤에게서 다시 아이테르와 낮이 생겨났으니,

밤에 에레보스와 사랑으로 결합하여 이들을 낳았던 것이다.

가이아는 맨 먼저 자신과 대등한 별 많은 우라노스를 낳아

자신의 주위를 완전히 감싸도록 함으로써 우라노스가 

영원히 축복받은 신들에게 안전한 거처가 되게 했다.  

 

최초로 출현한 세 가지 원초적인 힘은 카오스, 가이아, 에로스입니다.

카오스는 구별없는 혼돈 즉 공백, 틈입니다.

이 공백을 가이아로부터 탄생한 우라노스 그리고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자식들이 채워나갑니다.

에로스는 우주의 원초적 생식력입니다.

에로스가 신들과 인간을 이성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사랑으로 결합하게 만듭니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가는 단계에는 분리와 (재)결합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카오스는 구별없는 혼돈이므로 한덩어리입니다.

코스모스, 질서있는 세계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리가 일어나야 합니다.

대부분의 신화는 하늘과 땅의 분리에서 시작됩니다.

분리 후에는 분리된 것들의 결합이 일어나서 또다른 존재들을 탄생시킵니다.

분리된 것들의 결합은 보통 근친상간으로 표현됩니다.

근친상간은 우주를 가득채울 다양한 존재자들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분리와 결합은 인간사회에도 적용시켜 볼 수 있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자아와 타자를 분별하지 못합니다.

엄마와의 분리, 나와 타자를 분리하여 인식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인간의 단계로 들어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아와 타자가 분리된 채로만 지속되면 사회 속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재결합 즉 관계맺기를 통해 사회의 구성원,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인간도 우주탄생 신화처럼 분리와 결합을 거쳐야만 질서있는 사회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인 희랍철학에 들어갑니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철학>

p 70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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