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 황사마저 낀듯 전형적인 나쁜 봄날입니다....만,
저희는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
열 명이 모였고요.
<인문고전강의> 중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하였습니다.
『군주론』은
"지극히 현실적인 정치학 교과서"라고 합니다.
마키아벨리의 목적은 이탈리아의 통일입니다.
『군주론』을 발표한 16C 초는
이미 프랑스와 영국 뿐 아니라 에스파냐도 중앙집권화의 길을 걷고 있던 시대입니다. 더구나 에스파냐는 신항로 개척을 성공하여 유럽의 최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던 때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이탈리아에도 강력한 군주가 등장하여 신생 통일국가를 세우기를 열망하였습니다. 『군주론』은 어떻게하면 그런 군주가 될 수 있는지를 가르치고 있다는 면에서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 강유원은 총 네 강에 걸쳐 『군주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제목은 '군주의 역량', '행동하는 삶', '무장한 예언자의 무력과 설득력', '군주를 몰락시키는 미움과 경멸'입니다.
첫 두 강에는 세계사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르네상스 시대의 상황 및 근대의 성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이후로는 모든 사상이 근저에 놓인 기술, 경제, 사회, 정치와 밀접히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르네상스 시대는 중세라는 하나의 세계가 무너진 이후의 그 '자연상태' 위에서 다양한 사상들이 혼재하여 경쟁을 벌이던 시대입니다. 패배하여 역사에서 사라진 것들도 있고 승리하여 근대라는 새로운 체계의 초석이 된 것들도 있습니다. 마키아벨리의 '세속 국가'라는 개념은 승리하여 지금까지 거의 모든 국가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일부 신정국가를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군주론』의 본론은 뒷 두 강에서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새로운 군주의 역량입니다. 새로운 군주의 표상은 '무장한 예언가 armed prophet'
입니다. 무력과 설득력을 적절히 사용하여 인민을 휘어잡아야 합니다. 그것이 군주의 역량 즉 비루트(virtú) 입니다. 무력에만 의존하면 두려움을 넘어 미움을 사게 되고, 뒷받침 하는 힘없이 설득에만 의존하면 무기력하게 인식되어 경멸을 당합니다. 마키아벨리는 경멸보다 미움이 더 위험하다고 보았습니다.
군주가 인민에게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 절대 건드려서는 안될 두 가지가 있습니다. 재산과 명예입니다. 군주론을 통틀어 가장 가슴에 꽂히는 문장은 이것일 것입니다. 선뜻 인정하기가 무섭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타인의 재산에 손을 대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어버이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명예 즉 자존심 역시 사람의 감정에 치명적인 상처를 줍니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이성은 감정의 노예라는 말도 있습니다. 아무리 이성적 판단을 하려고 해도 감정이 상한 상대에 대해서는 어쩔수 없는 미움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오늘 스타디 마지막에 역대 대통령을 두고 미움과 경멸 중 무엇이 더 그를 실패한 대통령으로 만들었는지를 얘기해 보았습니다. 미움과 경멸은 완전히 분리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니지만 무능한 대통령이었는지 힘에만 의존한 독재자였는지를 재미삼아? 교훈삼아? 나누어 보았습니다. 특히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치러낸 우리들로서는 박근혜의 실패에서 분명 얻어야 할 교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의 실패는 개인의 실패에 앞서 우리 국민의 뼈아픈 실패이기 때문입니다.
비선 정치, 깜깜이 정치라고 불리는 박근혜는 분명 '설득력'이 전무한 대통령이었습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을 이용하여 물리력만 강제했던 박근혜는 결국 돌이킬수 없는 미움을 받았습니다. 박근혜에게는 어쩌면 근대국가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공주로 성장했던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라 전근대의 여왕처럼 군림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근대국가가 어떤 사유의 틀 위에 서 있는지를 몰랐다는 것이 그녀의 비극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녀에게 『군주론』을 권한다면 잔인한 짓이 될까요? 쓸데없는 짓이 될까요?
그건그렇고,
저희가 『인문고전강의』를 읽으면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고전을 함께 읽기는 어렵습니다. 고전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간상 힘들기도 합니다. 그나마 몇몇의 고전은 내용이나 분량면에서 시도해 볼만합니다. 그 중 한권이 『군주론』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예전에 두 번 읽었는데요. (저는 펭귄판으로 읽었습니다.) 내용을 잘 모르고 읽어서 정말이지 감흥이 없었습니다. 강유원 선생님 말씀마따나 맥락없이 읽으면 양아치 책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나름 고전의 품격을 기대했다가 이런 얍삽한 책이 있나 했었습니다. 이제 어느정도 읽기 안내를 받았으니 한번 도전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다음주는 다시 <철학으로서의 철학사>로 들어갑니다.
본격적인 근대사상의 출발점인 "데카르트"를 공부합니다.
<철학으로서의 철학사>
p 347 ~ 368
<2012 서양철학사> 강의
파일 33강
파일 34강
시간이 있으신 분은 데카르트의 <성찰>에 대한 아래 강의를 참고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좀 길고 약간 어렵기는 하지만 귀에 들어오는대로 들어두어도 좋습니다.
<2015 서양근대 사상> 1강 ~ 6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