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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ㅣ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평점 :
이런 분류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현대사는 현재로부터 대략 30년 전까지이고, 그 후를 시사라고 한다는 것이.
들은 이야기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등학교 교재를 보면 한국사든 세계사든 당대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여름에 <세계사 능력 검정 시험> 이라는 것을 보았는데
마지막에 연속 4문제가 요즘 진행되고 있는 사건들에 관한 것이었다.
함께 공부한 지인들도 모두 당황했다.
EBSi 강의에도, 검정 시험의 공식 교재라는 책에도
이런 당대의 현안들은 없었으니까.
난사군도, 우크라이나 사태, IS, 브렉시트가 그것들인데,
뉴스에서 설핏 들은 것들로 대충 찍어 맞추는 수밖에 없었다.
『지리의 힘』은 독서회 회원의 추천으로 11월에 토론할 책이다.
우리 독서회는 올해 '전국 독서 동아리 활동 지원' 을 받고 있다.
연 100만원의 도서 구입비를 지원받는데,
서류작업 등 이것저것 회장님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회원들은 공짜로 7~8권의 책을 받았다.
『지리의 힘』도 이렇게 내 손에 들어왔다.
이 책의 원제목은 『Prisoners of Geography』이다. 번역본의 제목과는 정반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하튼 원제목이 이 책의 성격을 좀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세계 주요 지역과 국가의 발전 혹은 분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지리적 여건이라는 전제 아래 이 책은 지금 우리 사회의 세계사적 현안을 정리해 주고 있다. 한마디로 지정학적 세계인식인데, 저자는 "지정학은 지리적 요인들을 통해 국제적 현안을 이해하는 방식" 이라고 말한다.
당연하게도 이 책은 분쟁 지역을 핵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세계사 교과서가 취급하지 않는 우리 시대의 현안들이라 이 책을 미리 읽었더라면 시험에 도움이 되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이 읽어도 좋고 상식을 넓히고 싶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읽기도 수월한 편이다. 25년 이상 국제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셨다는 저자라 그 박학다식을 어렵지 않게 술술 풀어내는 재주도 가졌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10개 지역은 언뜻 보면 지구 전체를 망라한다.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라틴아메리카, 인도, 아프리카에 더해 중동과 북극 그리고 한국과 일본까지. 하지만 이 지역들 중에서 지정학적 가치가 높고 그런 이유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곳들을 중심으로 압축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나는 10개 지역 가운데 맨 먼저 중동을 읽고 마지막에 한국과 일본을 읽었다. 사실 곳곳에서 년도가 틀리는 등, 내가 아는 기초적 사실에 조금 어긋나는 것들도 있었지만 실수겠지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관한 내용을 읽으며, 이 책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고작 15 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단군까지 끌어오는 오지랖도 오지랖이지만, 어느 나라에나 흔히 있는 하늘의 자손이라는 민족적 신화를 북한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신격화의 근거라 설명하는 데에는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다른 지역과 다른 민족에 대한 이런 식의 설명에는 아무 저항감도 이상함도 느끼지 못했듯이, 아무것도 모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의 독자들도 이런 서술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사실’ 혹은 ‘사건’ 에 대해서만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한 것도 사실이고, 인도가 티베트 망명정부에 근거지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두 나라는 히말라야산맥을 사이에 두고 대립하고 있고, 두 나라 모두에게 티베트가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확인할 수 없는 해석, 특히 단군의 경우처럼 순전히 추정에 근거해 뭔가 이유를 설명하려는 시도 등에는 먼저 의심의 눈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한 나라의 역사는 더욱이 그 역사 속에 면면히 형성되어온 의식이라는 것은 이방의 칼럼니스트가 함부로 단언할 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지리의 힘』은 책장에 꽂아둘 가치는 있다. 짤막한 뉴스나 기사로 잘 알 수 없는 사건들, 그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태들을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세계사 시험이라도 불 것이 아니면 IS나 브렉시트가 무슨 상관이냐고? 상관있다. 당장 석유 값에도 주식 가격에도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친다. 비록 주식 따위는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가 낸 국민연금이 주식을 하고 있으니, 내 미래가 어떻게 브렉시트와 상관이 없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