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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불사조 - 이슬람국가IS의 정체와 중동의 재탄생 ㅣ 글항아리 이슬람 총서 2
로레타 나폴레오니 지음, 노만수.정태영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2월
평점 :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에 하나가 이슬람세계이다. 전혀 몰랐던 세계여서 그렇기도 했고, 지금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매우 관용적인 세계이기도 해서 그랬다. 또 아주 오랜 기간 아주 넓은 지역에 걸쳐 대제국을 수립했던 강대국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슬람은 극단적인 자살테러나 일삼는 찌질한 세계가 결코 아니었다.
이번에 처음 치룬 세계사능력검증시험에도 IS 관련 문제가 나왔다. 현재 당면한 세계정세에 관해 네 문제나 나와 함께 시험 본 사람들이 모두 당황했다. 작년 겨울부터 흥미삼아 세계사 공부를 시작했는데 세계사도 한국사처럼 능력검정시험이 생긴다는 소식에 어차피 시작한 공부, 시험까지 가보자는 의견이 많아 시험을 목표로 공부를 했고, 지난 주말에 시험을 쳤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어렵게 나오지는 않았고 EBSi 강의 수준에서 알뜰히 공부하면 크게 낭패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다만 예상보다 시사 문제가 많고 까다로웠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사이의 분쟁인 난사군도, 크림반도를 둘러싼 분쟁, 브렉시트, 시리아 내전과 IS에 관한 것이었는데, 크림반도가 가장 어려웠지만, 가장 복합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지역은 역시 IS가 활동하고 있는 시리아 등의 중동지역이다.
우리 스타디 모임은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을 계기로 지난해 봄에 만든 것인데, 한국사를 끝내고 세계사까지 마쳤다. 각자 목표는 다르겠지만 시험이 최종 목표는 아니고 다들 늦게 해보는 공부가 재미있어서 모임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사를 끝내고 일단 합의한 다음 목표는 철학사에 도전하는 것이다. 역사, 문학, 철학, 이렇게 인문학의 세 분야를 겉이나마 조금 핥아보려는 것이 1차 목표인 셈이다. 목적은? 우리 삶을 조금 더 잘 이해해 보려고? ^^;; 목표가 무엇이든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일단은 매주 모여서 발표도 하고 토론도 하는 것이 재미있고 활력도 되기 때문에 다 늙어(?) 이 공부를 하고 있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도대체 무엇에 홀려 저러나 쳐다보고, 반찬에 소홀하다며 조금씩 짜증을 내는 것도 간단히 무시하고서 말이다.
철학이라는 난해한 학문에 도전하기 전에 일단은 세계지리를 훑어보기로 했다. 역사를 하다보면 지리가 필수적인데, EBSi의 세계지리 강좌를 찾아보니 지도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지리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세계 각지의 기후부터 인종, 종교, 문화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세계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도 유익할 것 같다. 여하튼 추석이 지나고부터는 세계지리를 두 세 달 하기로 했고, 그 사이 막간을 이용해서 시험에 나온 IS에 관해 조금 파 보기로 했다. 참 알뜰하기도 하다. ^^
어쨌거나 그렇게 해서 오늘 <이슬람 불사조> 란 책을 정리하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이 책을 읽게 된 배경;;;
2014년 6월에 쓰기 시작했다는 <이슬람 불사조>는 로레타 나폴레오니라는 이탈리아 출신의 중동 전문가가 IS에 관해 상세히 분석한 책이다. 이슬람세계의 분쟁은 날로 잔혹해지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2014년과 2016년의 상황은 또 다르지만 IS라는 조직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어떻게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다른 테러리즘 단체를 물리치고 이슬람세계의 최대 조직으로 떠올랐는가에 대해서는 이 책으로도 충분히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의 탄생은 멀게는 7C 시아파와 수니파의 분화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하고, 비교적 가깝게는 1차 세계대전으로 오스만이 몰락한 중동지역에 서구열강이 자국의 이익에 따라 국경선을 인위적으로 긋는 과정을 짚어 보야 할 뿐 아니라 그 이후 민족과 종파 간의 갈등, 그 분쟁 속에 자라난 지하드조직 등이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 여기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기억을 조금 더 붙잡아 두기 위해 두서없이 메모를 해 두는 수준에서 만족하려고 한다.
1. IS는 왜 이라크와 시리아에 둥지를 틀었는가?
시험문제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왜 IS는 시리아에서 이렇게 큰 문제가 되고 있는가?
IS에 관한 명칭은 계속 변화해 왔는데 한때는 ISI 혹은 ISIS로 불리었다. IS란 이슬람국가라는 뜻이고, ISI는 이라크 내의 이슬람국가, ISIS는 이라크와 시리아 내의 이슬람국가이다.
이라크와 시리아 두 국가는 모두 정권이 권력을 남용하고 민중들의 민주화 요구를 폭력적으로 진압하였다. 두 정권 모두 시아파 정권인데 수니파를 탄압하고 차별하여 수니파 민중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주변의 수니파 국가들이 시아파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반군을 지원하면서 내전이 심화되었고, 이 혼란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세력을 확장한 것이 IS이다. 강대국들은 모두 다 IS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 미국은 수니파를, 러시아는 시아파를 지원하면서 IS를 제거한다는 명목 아래 각각 반대파의 공격에 더 열을 올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해서, 이 지역의 IS 문제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IS는 매우 영리하게도 이 상황을 적절히 이용해 가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2. IS는 어떻게 성장했나?
IS의 효시는 알 자르카위이다. 알 자르카위는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의 수장이었다. 알 자르카위는 슈퍼테러리스트로 알려졌는데, 알 자르카위에 대한 신화는 다분히 미국이 만들었던 측면이 크다.
미국은 알카에다의 9.11.테러 이후 이라크를 공격했다. 사실 이라크는 알카에다와 아무 관련이 없었지만 미국은 이라크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알 자르카위의 전설을 만들었다. 알 자르카위를 알카에다와 이라크를 연결하는 고리로 이용했던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여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면서 이라크는 권력의 진공상태가 되었다. 여하튼 알 자르카위는 2006년 미국의 공습에 의해 사망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IS를 만든 것은 누구인가?
IS의 실질적 창시자는 알 자르카위 아래에서 성장한 알 바그다디이다. 2010년 알 바그다디가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의 최고지도자에 오르면서 그 명칭을 이라크 이슬람국가 ISI라고 바꾸었다. (이전에도 이렇게 불린 적이 있었다.) 알 바그다디는 점차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알카에다와 거리를 두면서 동시에 이라크의 시아파 정권이 수니파 주민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시아파를 공격 표적으로 삼아 종파 간 갈등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아직까지 ISI는 미약했고 이라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2011년 알 바그다디는 시리아 내전에 눈을 돌렸다. 시리아는 시아파 정권과 수니파 반군이 내전을 치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시아파를 지원하는 중동국가들과 수니파를 지원하는 중동국가 그리고 시아파를 지원하는 러시아와 수니파를 지원하는 미국 사이의 대리전을 치르고 있었다. ISI는 이 대리전에 뛰어들어 주변국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전쟁 기술까지 연마했다.
3. IS는 다른 테러리즘 조직과 어떻게 다른가?
IS는 알카에다에서 시작되었지만 알카에다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알카에다는 머나먼 곳의 미국과 싸우느라 무슬림들이 살고 있는 영토 자체에는 무관심했다. 그러나 알 바그다디는 “중동 지역 안에 거대하고 강력한 영토라는 기반이 없으면 투쟁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알 자르카위의 신념에 공감했다.”
알 바그다디의 꿈은 시리아와 이라크를 지배하는 부패한 소수의 엘리트들 곧 시아파들을 상대로 정복 전쟁을 벌여서 바그다드 칼리프 국가를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수 십 년간 지속된 전쟁에 대한 영구적인 해법에 목말라했다. 기존의 테러리즘 조직들은 이런 무슬림 민중의 요구에 무관심했다. 단지 내전에 뛰어들어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고 이권을 챙기는 것에 급급했다. 겉으로는 이슬람국가를 외쳤지만 실제로는 이슬람국가 건설을 위한 어떠한 청사진도 노력도 없었다.
그런데 IS는 진짜 이슬람국가, 그것도 7C 정통 칼리프 국가와 같은 이슬람 칼리프 국가에 대한 비전과 계획 그리고 실행력을 가지고 있었다.
IS는 정유지대를 확보하고 재정적 자립을 구축했으며 획득한 자원을 수니파 부족사회와 더불어 관리했다. 재정자립은 IS 대원들의 부패를 막을 수 있었고 주변국들의 지원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인 국가 건설을 수행해 나갈 수 있게 했다. IS는 정복지에 전기를 연결하고 학교를 만들고 예방접종까지 실시하며 주민들의 지지를 획득했다. 잔인한 자살 테러를 일삼는 IS지만 정복지에서는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정복지 주민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엄격한 살라피즘을 신봉하지만 누구나 살라피즘으로 개종하기만 하면 차별 없이 받아들였다. 아랍 지배자들의 부패에 지친 무슬림들에게 IS가 약속하는 이슬람 국가는 하나의 이상향이 되고 있는 것이다.
4. 살라피즘이란?
무함마드 이븐 압둘 와하브가 창시한 이슬람 종파이다. 와하브? 그렇다면 와하비즘과 어떤 관계일까? 살라피즘과 와하비즘을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어 보이는데, 대략 여러 글들을 종합해 보면 살라피즘이 좀 더 보편적인 의미인 것 같다. 살라피즘은 초기 이슬람 지도자들의 가르침인 코란과 순나를 글자 그대로 엄격하게 따르는 것을 추구한다. 즉 초기 이슬람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근본주의적 이슬람 개혁운동이다. 18C에 압둘 와하브가 주창한 이 운동은 아라비아반도에서 사우드 부족과 손을 잡으면서 와하브 운동으로 퍼져나갔다. 와하브의 종교적 이념을 바탕으로 사우드 부족이 아라비아 반도를 장악하면서 훗날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태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넓은 의미의 살라피즘이 사우드 부족과 만나면서 와하비즘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현대의 살라피주의자들은 와하비즘을 경멸적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살라피즘은 더 순수한 의미를 지니면서 알 카에다와 같은 무장단체를 낳았다. IS가 신봉하는 것 역시 살라피즘이다.
5. IS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IS의 목표는 중동의 재탄생이다. 즉 IS는 중동을 사이크스-피코 협정 이전으로 되돌리려 한다. 사이크스-피코 협정은 1916년 서구 제국주의가 중동을 분할하기 위해 비밀리에 맺은 협정이다. 오스만 제국이 쇠퇴하자 영국, 프랑스, 러시아는 오스만 제국의 영토를 자국의 이익에 따라 분할하면서 중동에 자의적인 국경선을 그었다. 영국은 현재의 요르단과 이라크 지역을, 프랑스는 지금의 시리아와 레바논 지역을, 러시아는 터키 동부 지역을 분할 점령할 계획을 세웠다. 이 협정은 영국의 벨푸어 선언과 함께 이후의 수많은 중동 문제를 야기한 화근이었다. 아랍은 무엇보다 종교적 종파와 부족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 지도를 제멋대로 그려버린 서방은 어쩌면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IS는 유대인이 이스라엘 국가를 건설한 것처럼, 중동지역에 서구가 멋대로 그린 국경선을 없애고 과거 이슬람 칼리프 국가의 영토에 근거하여 이슬람 수니파를 위한 칼리프 국가를 세우려하고 있다. 무함마드와 정통 칼리프 시대에 획득한 영토가 자신들의 정당한 땅이라는 주장이다.
칼리프 칭호를 획득한 알 바그다디는 무함마드의 권위를 계승하여, 칼리프의 이름으로‘현대 중동의 재탄생’을 약속하고 있다. 이것이 무슬림들이 IS를 지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IS는 단순히 과격한 테러조직이 아닌 것이다.
6. 왜 IS에 가담하는가?
중동지역 뿐만 아니라 서구에서 태어난 무슬림들도 IS에 가담하고 있다. 서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이 자생적인 테러리스트들이다. 서구에서 성장한 그들이 왜 전근대적인 테러집단에 열광하는 것일까?
IS에 가담하는 행위는 중동 지역에서 고통 받고 있는 무슬림 형제자매들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동기는 “중동에 새로운 정치적 질서를 세우고 (물론 어느 정도 인종청소를 벌인 뒤겠지만) 인종차별과 종파갈등이 없는 현대적 국가를 수립하는 대업에 참여한다는 것을 더없이 귀한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다. “부패하지도 않고 부패할 수도 없는 국가, 진정한 형제애로 가득한 국가, 서구 또는 서구화한 무슬림 여성들이 남자를 유혹하지 않는 사회, 명예를 고귀하게 여기는 국가, 신의 명령에 철저히 부합하는 현대국가”를 기대하면서.
<이슬람 불사조> 의 저자는 이슬람국가가 무슬림에게 가지는 의미는 이스라엘이 유대인에게 가지는 의미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이해 없이 IS를 단순한 테러단체로 간주하는 한 서구세계는 결코 중동문제와 테러리즘을 이해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중동문제의 해법은 IS뿐일까?
9.11.이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이라크에 권력 공백이 생기고 중동 각지가 극심한 혼란에 시달리면서 중동의 민중들은 서구적 민주화 운동 즉 ‘아랍의 봄’과 극단적 테러리즘인 ‘IS'를 모두 경험했다. 그러나 아랍의 봄은 실패했고 IS는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테러리즘이 해법일 수도 없고 해법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렇다면 중동에 제3의 길이 있는 것일까? 저자는 간단히 ’교육, 지식, 그리고 정치에 대한 이해‘를 제안한다. 물론 글자 그대로 제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