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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EAD 프로이트 ㅣ How To Read 시리즈
조시 코언 지음, 최창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과학이 인간의 자부심에 충격을 안긴 세 가지 사건’ 에 관한 이야기는 프로이트가 한 말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프로이트의 무의식이 그 세 가지 사건이다. 프로이트는 “이번 현대 정신분석학 연구의 발견으로 인간은 자신의 정신조차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존재로 알려지면서 세 번째이자 가장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에고에게 ‘네가 사는 집의 주인은 네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마음 깊숙한 곳에 사는 무의식이라는 존재에 대해 약간이라도 아는 것에 만족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동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것, 진화론은 인간이 신의 특별한 창조물이 아니라는 것, 무의식은 내가Ich 나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아무것도 아님이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인간이게 한다.
프로이트 스스로 인간을 강타한 세 번째 충격이라고 한만큼,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핵심은 무의식일 것이다. 그러나 무의식이 무엇인지 우리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무의식적 현상은 의식 세계의 언어로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접신이라도 한다면 모를까, 말똥한 의식에게 무의식은 애당초 이해 불가능한 세계다. 그렇다면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던 걸까?
허먼 멜빌의 『사기꾼』이란 책이 있다고 한다. 미시시피 증기선에 올라탄 한 인물이 매번 변장을 하고 나타나 사람들을 속이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사기꾼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다만 그의 가면 뒤에 숨어 있는 인물에 대한 추측만 난무할 따름이다. 사기꾼은 결코 그의 가면 없이 나타나는 법이 없다. 무의식도 그렇다. 무의식은 언제나 가면을 쓰고 나타난다. 무의식의 위장술은 전위displacement와 압축condensation이다. 우리는 무의식 그 자체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가면, 전위와 압축이 만들어낸 마스크일 뿐이다. 가면을 벗기려하면, 눈앞의 현실이 사라진다. 진실은 가면 뒤가 아니라 가면 자체에 있다.
무의식은 위장을 한 채, 우리의 의식에 교묘히 끼어든다. 그것이 바로 꿈, 농담, 실수 등이다. 무의식이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의식의 검열 때문이다. 이 검열관은 밤이 되면 조금 느슨해진다. 너무 꽁꽁 틀어막으면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터지기 쉽다. 밤에 살짝 풀어주면, 낮에 큰 사고 없이 지낼 수 있다. 그러므로 꿈이야말로 무의식에서 방출하는 모든 자극을 처리하는 처리장이다.
프로이트는 꿈을 독재정권하의 언론처럼 무의식이라는 기자와 마음의 검열관이 타협한 결과라고 했다. 독재하의 기자들은 검열관의 눈을 속여 행간에 그 의미를 은밀하게 드러낸다. 기자들이 머리를 쥐어짜 행간에 의미를 숨기듯, 꿈은 ‘꿈 작업’을 통해 애매모호한 단어와 괴상한 이미지를 창출하여 본래 의미를 변형시킨다. 보통 꿈의 해석을, 드러난 꿈의 내용을 통해 잠재된 꿈 사고를 밝혀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꿈의 핵심은 꿈 사고에 있는 것이 아니라 ‘꿈 작업’에 있다. 꿈에는 아무리 해석해도 해석할 수 없는 것이 남는다. 꿈 사고는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 불가능한 해석에 매달린다고 해서 무의식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의식은 별 의미 없이 지나친 하나의 단어 속에 그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꿈을 꾸며 우연히 말한 ‘tutelrein' 이라는 단어에는 꿈이 공들여 세공한 모든 것이 들어있다. 휘황찬란한 꿈의 파노라마는 오히려 이 하나의 단어를 위한 거창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How To Read> 시리즈는 좋은 입문서다. 내가 읽은 몇몇 책들은 그랬다. 프로이트 편도 재미있다. 프로이트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리비도, 무의식, 꿈, 죽음충동을 비롯해 나르시시즘, 쾌락원리, 오이디푸스콤플렉스, 사도마조히즘 등 기본적인 개념을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여기서 요약하기에는 모두 다 중요한 개념이라, 무의식과 꿈에 대해서는 간단히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