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밴드에 올리는 후기를 오늘 살짝 공개합니다. 조정래의 <정글만리>에 대한 3~40대 일반 주부들의 생각, 이렇게 팽팽합니다^^

 

 

 

 

여름 내내 읽었던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드디어 토론탁상에 올랐습니다. 추석 준비를 이유로 OO님이 두 주간이나 발제를 미루기도 했던 책이지요. 그런데 추석은 표면상의 이유인듯하고 그 동안 발제준비에 몰두하셨던 듯합니다. 아주 훌륭한 발제로 저절로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등장인물 중심으로 내용을 소개했구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를 비롯 몇 가지 논제를 던지셨습니다.

 

오늘 토론은 한마디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선악의 팽팽한 대립' 이라 할 수있는데요. <정글만리>에 긍정적 평가를 하신 분들은 착한 사람, 부정적 평가를 내린 인간들은 나쁜 사람으로 규정되었습니다. 졸지에 나쁜뇬에 등극하신 분들, 독서회의 필요악이라, 자위를 하자구요 흙. 결과는 긍정평가 4명, 부정평가 4명, 굳이 중도를 표방하신 2명, 무승부 되겠습니다.  70만부(맞나요?) 가 팔린 베스트셀러에, 지금도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시대를 논할 수 없다는 둥의 광고가 나가고 있는 점으로 보아, 저희 독서회의 평가는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몇몇 나쁜뇬들의 암약으로 ㅠ.ㅠ.

 

긍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는, 이 책을 통해 중국이란 나라의 현실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아주셨습니다. 역사책이나 경제학책은 아무래도 읽기힘든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초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게다가 중국에 대한 흥미가 생기니 관련 책을 더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구요. 말하자면 동기 유발자적 입문서라는 것이지요. 독자들 중에는 실제로 중국, 한번 해볼만한 시장이야, 라는 자신감을 얻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부정평가의 가장 큰 이유도 다름 아닌 이 '쉬운 접근법' 에 있습니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 정반대의 관점이 극명하게 충돌한 , 저희 독서회에서는 보기드문 상황인데요. 조정래가 보여준 중국의 실상이 극히 편협하고 표면적이어서 오히려 중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님의 표현대로 100가지 얼굴 중에 한가지의 얼굴만 보여주므로써 한가지 얼굴을 중국 전체의 얼굴로 오인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문학 작품이라면 작가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얼굴을 보여줌으로써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작가의 답, 작가의 시선이 항상 옳은 것도, 항상 옳을 수도 없는 것이니까요. 특히 조정래라는 '이름값' 자체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요, 그 이름에 대한 독자들의 무한신뢰가 비판적 독해를 방해할 위험이 높기 때문입니다. ... 아무래도 부정판단에 대해 더 말이 길어지는군요...짐작하다시피 저도 나쁜뇬에 지명된 처지라 ㅠ.ㅠ.... 기록자의 객관성을 상실하고 .... 댓글로 균형을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여하튼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양편이 모두 공감한 것은 문학작품으로서의 <정글만리>는 조금(혹은 엄청) 격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이물도 사건도 갈등도 없고 저자의 아바타들만 난립하는 인상입니다. 그래서 여러 회원님들도 소설 보다는 르포에 가깝다는 말씀을 하셨구요. 반면 약간 모자란 문학성이 오히려 책을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님의 부군은 평소 책을 머~얼리 하시는 분인데도, 이 책만은 휘리릭 단숨에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합니다. 

 

 그외에도 조정래 할아버지가 여성을 보는 조야하고 비하적인 시선에 대해서도 대부분 의견 일치를 보였습니다. 한중 젊은이 한쌍의 연애 묘사도 너무 6~70년대 적이고요. 신성일, 엄앵란에 간드러진 성우 목소리를 입혀 만든 연애영화를 보는 듯한 오글거림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12시 반이 넘을 때까지 선악의 극한 대결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는데요. 역시 의견일치 보다는 굽힐줄 모르는 소신 주장이 활력있고 짜릿하고, 기타 등등 ... 좋았습니다. 양볼이 살짝 붉어지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부작용은 있지만, 아직 그 정도의 심박 상승은 버텨낼 수 있는 연배들이신지라 이런 종류의 토론은 적극 권장해도 될 것 같습니다. 참석 회원님들도 즐거워 하셨습니다.(아닌가요?)

 

그런데 왜 긍정평가자들이 좋은 사람이냐구요? ☆☆☆님이 말씀하시길, '우리 착한 사람들'은 어떤 책에서라도 좋은 내용을 찾아낼 수 있고, 배울점을 발견할 수 있다.... 고 하시는 바람에, 졸지에 부정평가자들은 '너희 나쁜 인간들' 이 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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