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줌마들과 읽을 쉬운 철학책을 찾다 빌려 온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제목들은 왜 이 모양으로 바꾸어 놓는지 모르겠다. 원제는 『the Consolation of Philosophy』다. 나중에 다른 출판사에서 『철학의 위안』으로 출간하기는 했다. 도서관 판본은 옛것이라 그대로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다. 지난 번에 읽은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도 그렇더니만, 이렇게 말랑하게 제목을 바꿔 애먼 독자가 걸려들면 참 좋기도 하겠다.  하긴 지젝의 『Hegel:Less than nothing』을 『헤겔 레스토랑』+『라캉카페』로 바꿔 놓은 출판사도 있는데, 뭐.  제목만보고 이 두꺼운 책을 덥석 살 독자가 출판사 직원들의 상상 밖에도 존재할까 나는 그것이 참 궁금하다. 잠시 엇길로...;;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이것으로 딱 세권째인데, 그의 특징이 이런것인가 싶다. 철학이든 소설이든 뭐든 독자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여섯명의 철학자에 관한 설명인데, 소크라테스는 '인기 없는 사람을 위하여', 에피쿠로스는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하여', 세네카는 '좌절한 사람을 위하여' 하는 식으로 여섯개의 장이 구성되어 있다. 나머지 세 사람은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인데 각각 어떤 사람을 위한 철학자일까 맞춰 보는 것도 약간의 재미가 될 것이다.

  여하튼 나라는 사람 역시 인기도 없고 돈도 없고, 수시로 좌절하는 편인지라 조금 위안을 받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내가 예상했던 그런 종류의 철학 입문서나 해설서는 아니다.  애초에 철학을 삶의 위안으로 접근했던 것이 아니라 약간 낯설기까지 하다.

 

  독설가였다는 쇼펜하우어나 광기에 가득찼던 니체의 모습 같은 것은 없다. 그들의 철학에서 알랭 드 보통이 뽑아 낸 것은 그들 철학의 핵심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상심한 사람을 위해 쇼펜하우어를, 곤경에 처한 사람을 위해 니체를 이야기하려다 보니 결코 평범하지 않았을 이 철학자들의 모습에서 독기를 쪼옥 빼 버렸다. 독기나 광기로서 위안을 주기는 힘든 법이니 말이다. 이렇게  말랑하고 긍정적인 철학자를 읽다 보면 니체가 왜 미쳐버렸는지, 쇼펜하우어가 왜 그리 염세주의자로 이름을 떨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알랭 드 보통의 목적에는 충실한 모습이겠지만, 나는 조금 어색하다.

 

  무엇보다 제일 궁금한 것은 왜 이들 여섯명일까 하는 것이다.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여섯명은 아니고, 가장 유용한 여섯명일까?  뜬 구름 잡는 형이상학이나 이해하지 못할 관념론 따위가 아니라 우리 평범한 인간에게 가장 실용적인 도움이 되는 여섯명인가? 우리 삶에 직접 위안을 줄 수 있는 여섯명인가? 알랭 드 보통만이 설명할 수 있겠지만, 왜 하필 이 여섯인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다.

 

  '철학'과 '위안'이라는 뜻밖의 조합에 약간 생소했지만, 나는 세네카에게서 가장 많은 위안을 받았다. 좌절에 자주 빠진다면, 세네카의 위로 아닌 위로가 어쩌면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줌마들과 함께 읽기에 적당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어렵지는 않지만 철학 입문서의 모범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쉽고 좋고 독특한 그런 책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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