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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원작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물론 그 저자가 로얄드 달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맛』은 당연히 내가 처음 읽는 로얄드 달의 소설이다.
단편 10개로 묶인 소설집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소설과 같다. 같은 빵틀에 재료만 바꿔 구운 여러가지 맛의 붕어빵처럼. 하나같이 맛있긴 한데, 네개, 다섯개, 여섯개를 넘어가면 슬슬 질리기 시작한다. 다행히 배터져 죽기 전에 끝나지만, 첫 맛의 강렬함은 더부룩한 속 때문에 벌써 잊혀버렸다.
나이가 들면서 뷔페나 코스 요리가 별로 먹고 싶지 않다. 한 배에 양식,일식,한식,중식까지 우겨 넣고 배를 두드리노라면 잘 먹었다는 만족감 보다는 미련한 짓이라는 후회가 앞선다. 코스 요리도 비슷하다. 배가죽이 빵빵해 질때까지 먹기는 하는데, 숟가락을 놓고 물러 앉을 때쯤엔 쾌감 보다 불쾌감이 앞선다. 소화력이 약해져서 그런지, 단품 요리나 일식 삼찬 정도가 제일 좋다. 그 고유의 맛을 집중해서 잘 느낄 수 있고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맛』은 속이는 자가 어떻게 속는자가 되는가에 대한 다양한 변주이다. 잘난척하는 사람, 영리한척하는 사람, 교양있는척하는 사람들 모두, 자기가 놓은 덫에 걸려든다. 덫에 가장 잘 걸려드는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의심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그 여러가지 사례들이 『맛』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