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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세계사 ㅣ 창비청소년문고 5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평점 :
술술 읽히는 책이다. 선생님 엄마의 전형적 말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쉽고 요령있는 말솜씨다.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유익할 것 같다. 그러나 독특한 글맛이나 깊이있는 사유의 흔적은 없다. 어디선가 듣고 읽었던 이야기들이라,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다. 다만 감자, 포도, 돼지고기 따위의 식재료를 가지고 세계사의 단면을 짚어보는 형식은 참신하다. 그러나 복잡한 사건이 너무 일면적으로 묘사되는 단점이 있다.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의 에피소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역사는 중립적이지 않다. 저자의 가치관이 항상 개입되어 있다. 어떤 사건을 선택하는가, 어떻게 묘사하는가,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기록된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시각은 중도에서 진보 사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마오쩌둥, 흐루쇼프 등에 대한 평가가 너무 안이해 보인다. 마리 앙뜨와네뜨와 루이16세에 대한 시각 역시 너무 인간주의적인 것 같다. 프랑스 혁명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왕을 처형할 수 밖에 없었다. 로베스 피에르가 말했듯 그들이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왕과 왕비라는 사실 그 자체 때문에 처형당해야 했던 것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쉽게 쓰는 얇은 책에서 10개나 되는 사건을 깊게 다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역사란 한낱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언제나 현재의 관점에서 새롭게 쓰이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반복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과거를 어떻게 반복할 것인가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