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이 위장약을 먹고 있다.

김치도 못먹고, 밀가루 음식도 안먹고,

밥하고 김, 밥하고 계란말이, 시금치죽, 양배추죽, 미역국죽

같은 것들만 먹고 있다.

이제 속쓰려 새벽에 일어나는 일도,

하루 종일 꺽꺽거리며 가슴을 치는 일도,

물을 먹고도 목이 메는 일도

없어져 간다.

 

두 달 동안 살이 많이 빠졌다.

20대 이후 없어져 버린 허리 라인도 생기고,

바지가 줄줄 흘러내릴만큼 허리 둘레도 줄었다.

무엇보다 몸이 가벼워졌다.

 

조금만 먹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많이 먹으나 조금 먹으나 활동하는 데 별반 차이가 없다.

한창 속이 힘들 때는 입맛도 없었다.

규칙적인 식습관을 위해 때가 되면 의무적으로 찾아 먹었을 뿐이다.

이제 상태가 좋아지니 입맛이 돌아온다.

먹고 싶은 것도 생기고,

한 번 입에 넣으면 위가 당기는지도 모르고 먹으려고 한다.

과식이 제일 나쁘다.

줄어든 위의 용량 보다 많이 먹으면, 바로 탈이 난다.

문제는 시간 차다.

위는 항상 입 보다 늦다.

입에서 당기는대로 먹고 나면, 뒤늦게 위가 신경질을 낸다.

 

나이를 먹으면서 체념하는 것들이 늘어간다.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몸에 맞춰 몸을 달래며 산다.

위가 무능해지면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하고,

허리가 삐긋거리면 일 욕심을 버려야 하고,

이가 흔들거리면 딱딱한 것을 먹지 말아야 하고,

눈이 침침하면 책 보는 것을 삼가야 하고...

 

마음은 날아가는데, 몸은 기어가는 그 불일치의 고통이

이제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다.

아스팔트 틈새로 피어나는 들풀처럼

고통 속에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간다.

 

 

오늘은 치즈케잌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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