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이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베르길리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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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대사는 지중해 세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리스(희랍)와 로마는 각각 발칸 반도와 이탈리아 반도에서 비슷한 시기에 고대사를 시작하지만, 먼저 지중해 세계를 장악한 것은 희랍의 폴리스들이다. 





 






기원전 5세기 전성기를 맞았던 희랍은 기원전 4세기에 알렉산드로스에 의해 멸망했지만 그 문명은 알렉산드로스의 거대한 제국을 엎고 아시아의 인도까지 전파되었다. 










기원전 3세기 말에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로마는 헬레니즘 세계를 차례로 정복하며 기원전 1세기 말이 되면 지중해 세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게 된다.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 등등 온갖 이야기거리가 넘쳐나던 혼란과 팽창의 시기를 일단락 짓고 로마를 제국으로 변환시킨 것은 기원전 27년 무렵의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 존엄한 자, 이후 황제를 칭하는 호칭이 됨)이다.  로마는 500년의 공화정 시대를 마감하고 500년 지속될 제국의 시대를 연 것이다. 









공화정을 사랑하는 로마 시민들에게 제국과 황제를 받아들이고 지지하도록 동원된 것이 새로운 로마에 대한 건국 신화였다. 









일종의 '로마식 용이어천가'를 위해 선택된 시인이 베르길리우스이다.  베르길리우스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그의 <아이네이스>를 구상한다. 












로마가 제2의 트로이야가 되면서 700여 년 로마의 짧은(?) 역사는 500여 년이 더 늘어나고, 로마제국은 1,200여 년 전에 결정된 신들의 뜻에 따라 펼쳐지는 위대한 역사로 재탄생한다. 






<아이네이스>는  '신의 아들 아우구스투스 카이사르'라는 이 한 구절을 위해 창조된 거대한 신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의 것들은 어쩌면 호메로스의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스-로마 신화는 그리스 신화이다. 로마 신화란 그리스 신들의 이름을 라틴어로 바꾸어 놓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역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축약하고, 주인공을 살짝 바꿔 놓았을 뿐이라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다.  하도 오래된 고전이라, 그것도 라틴어 고전이라 감히 비판할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물론 베르길리우스의 발상에는 누구도 생각하기 힘든 기발함이 있다.  로마의 오랜되 조상을 물색하면서 승자가 아니라 패자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네이스>는 무너지는 트로이아 성을 탈출하는 일가족에서 시작한다. 








천병희 선생의 '옮긴이 해제'를 보면 전체적인 내용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총 12권 중 앞의 여섯 권은 <오뒷세이아>를, 뒤의 여섯 권은 <일리아스>의 '전통을 따랐다.'라고 쓰셨는데, 일반 독자라면 그냥 모방했다라고 말해도 될 정도이다. 


이탈리아인들에게는 각별하겠지만, 우리 같은 서양 전통과 상관없는, 물론 근대 이후 상관없이 살게는 힘들게 되었지만,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독자들은 <아이네이스>를 읽기보다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읽는 것이 훨씬 낫다. 어차피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읽지 않고는 <아이네이스>를 읽기가 쉽지 않다. 호메로스가 훨씬 유려하고 풍성하고 사색적이다.  







트로이야를 탈출한 아이네아스 일행은 크레타와 시켈리아를 거쳐 카르타고에 도착한다.  카르타고에서 여왕 디도의 요청에 따라 트로이야 전쟁의 마지막 날과 고난의 여정을 들려 주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아이네아스는 신들이 정한 운명에 따라 디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고 디도는 분노와 절망으로 자살한다.  시켈리아에 들른 아이네아스는 아버지의 장례식 경기를 치른다. 장례식 경기는 <일리아스>의 파트로클로스 장례식 경기와 흡사하다. 

  



 







<아이네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6권일 것이다.  물론 <오뒷세이아>의 '전통을 따라' 저승이 씌어 졌겠지만, 베르길리우스가 아우구스투스를 위한 건국 신화를 창조한다는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하이라이트 부분이기 때문이다. 







트로이야에서 함께 탈출한 아버지 앙키세스는 카르타고에 도착하기 전에 잠시 머무른 시켈리아에서 죽었다. 아이네아스는 저승으로 아버지를 찾아가 제2의 트로이야 즉 로마의 건국과  앞으로 펼쳐질 1,200여 년의 역사에 관해 예언을 듣는다. 







로마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는, 일어난 역사이지만 <아이네이스>를 통해 마치 이 역사가 1,200여 년 전에 신이 정해 놓은 위대한 로마의 운명임을 집단적으로 믿게 되는 것이다. 







로마는 이렇게 깜쪽같이 신화를 창조하여 제국의 정당성을 깊이 뿌리 박았다. 






 


7권부터 12권은 이탈이아의 '라티움'에 도착한 아이네아스 일행이 정착하기 위하여 원주민들과 전쟁을 하는 내용이다.  이주민들이 세운 나라의 건국 신화에는 전쟁이 없을 수가 없다. 7권의 제목, '예언의 땅'도 그렇고, 전쟁의 과정을 읽으며 이스라엘이 자꾸 떠올라 심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는 달리 두 민족이 화합하는 것으로 끝을 맺기는 한다.  







아이네아스 일행이 처음 도착한 곳은 라티움이라는 곳이다.  왕 라티누스의 딸 라비니아와 결혼하여 정착하려 했으나 원주민 구혼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전쟁을 하게 된다.  아이네아스는 로마로 동맹을 맺으러 가고, 에트루리아인들까지 규합하여 라티움으로 돌아와 전쟁을 한다.  트로이야인들이 라티움에 정착하기 위해 라티니족들과 운명을 건 전쟁을 벌인 것이다. 


호메로스의 전통을 따라 양 진영의 여러 영웅들이 등장하고, 신들이 개입하여 전쟁의 양상을 바꿔 놓기도 한다. 12권은 <일리아스>의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의 결투처럼 아이네아스와 투르누스가 일대일 결투를 벌이고, 아이네아스가 투르누스의 가슴에 칼을 찔러 넣는 것으로 끝난다. 


아이네아스는 아킬레우스를, 투르누스는 헥토르를 모방하였으나 시쳇말로 급수가 다르다.  아이네아스는 아킬레우스처럼 숭고하지 않고, 투르누스는 헥토르처럼 우아하지 않다.  아킬레우스의 방패가 우주를 담았다고 하는 것처럼, 아이네아스의 방패는 이탈리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아이네이스>의 각 권 제목은 독자의 편익을 위하여 역자가 붙인 것이다. 

<차이나는 클라스 144회>  https://tv.kakao.com/v/40641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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