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우스의 세 번째 모험 이야기는 퀴클롭스들의 섬이다.

 

 

 

 

 

 

 

퀴클롭스는 신화상으로는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외눈박이 거인들'이다. 여기서는 포세이돈의 아들로 그려진다. 

 

 

 

 

 <모험3. 퀴클롭스>

 

   

 

퀴클롭스들은 저마다 각자의 동굴에서 서로 참견하지 않고 따로 살고 있다.  오뒷세우스는 그들 중 폴뤼페모스의 동굴에 들어갔다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모험3. 퀴클롭스>

 

 

 

폴뤼페모스는 오뒷세우스라는 자가 자신의 눈을 멀게 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다. 폴뤼페모스는 운명의 날에 크고 용맹한 영웅이 나타나 자신과 대적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뒷세우스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스스로를 '아무도 아닌 자 - 우티스 (outis) 라고 말한다.  이름을 밝혔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오뒷세우스는 영웅이 아니다.  명예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영웅적 가치가 오뒷세우스의 세계에서는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는다. 생존과 귀향을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아닌 자, 가장 비천한 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오뒷세우스를 구한 것은 명성이 아니라 계략이다.

 

 

 

 

<9권 364~367 / 502~505 / 511~518>

 

 

 

하지만 오뒷세우스도 영웅의 잔재를 말끔히 털어 내지는 못한다. 동굴 밖으로 탈출하여 배를 타고 바다로 나온 뒤 그는 자신의 이름을 큰 소리로 자랑한다.

 

"라에르테스의 아들, 도시의 파괴자 오뒷세우스" 라고 외친다.

 

폴뤼페모스는 뒤늦게 오뒷세우스의 이름을 알고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기도한다.

 

"이타케의 집에서 사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도시의 파괴자 오뒷세우스가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해주소서."

(9권 530~531)

 

오뒷세우스가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 10년 만에야 귀향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자 했던 욕망을 끝까지 절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험4. 아이올로스>

 

 

 

바람을 다스리는 아이올로스가 살고 있는 아이올리에 섬은 오뒷세우스 일행에게 한 달간의 휴식을 준다.  아이올로스는 바람자루에 사방으로 울부짖는 바람을 담아 꽁꽁 묶어 가두고,  오뒷세우스의 고향 이타케로 부는 서풍만 남겨서 귀향길을 도와준다.

 

하지만 이타케섬을 눈앞에 두고 바람자루가 풀리고 일행은 다시 먼바다로 내동댕이쳐 진다. 바람자루를 황금과 같은 보물로 오인한 전우들이 오뒷세우스가 잠에 빠진 사이에 자루를 풀어버렸기 때문이다.

 

정보의 독점과 일방적 명령 등 상하 관계에서의 불신이 얼마나 큰 재앙을 초래하는지 돌이켜 볼 수 있는 모험이다.

 

 

 

 

<모험5. 라이스트뤼고네스족>

 

 

 

아이올로스에게 되돌아 갔으나 신의 미움을 받은자라는 이유로 쫓겨나  다섯 번째로 도착한 곳이 라이스트뤼고네스족의 나라이다.

 

퀴클롭스들처럼 사람을 먹는 식인 거인들이 살고 있다. 여기서 오뒷세우스 일행은 배 11척을 잃고 오뒷세우스가 탄 1척만 구사일생한다.

 

처음 트로이아를 떠날 때 오뒷세우스가 이끄는 전우들의 배는 모두 12척이었다. 퀴클롭스들과 거의 비슷한 라이스트뤼고네스족을 추가한 것은 모험 이야기에 적합하도록 배를 1척만 남기기 위해서라는 설명도 있다.

 

 

 

 

 

<모험6. 키르케>

 

 

 

살아남은 한 척의 배가 도달한 곳은  아이아이에 섬이다. 약초를 잘 다루는 여신 키르케가 살고 있다. 키르케는 오뒷세우스가 보낸 정탐조를 약을 탄 음식을 먹여 모두 돼지로 만들었다.

 

이들을 구하러 나선 오뒷세우스에게 신들의 정령 헤르메스가 다가와 키르케를 제압하고 동료들을 구할 방법을 가르쳐 준다. 오뒷세우스는 1년 동안 키르케와 함께 살면서 날마다 잔치를 벌이며 고향을 잊고 있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퀴클롭스들 이후 오뒷세우스가 더욱 신중해지는 모습이다. 퀴클롭스들을 정탐할 때는 오뒷세우스가 맨먼저 나섰다가 폴뤼페모스의 동굴에서 죽음의 위기를 맞는다. 라이스트뤼고네스족의 포구에 들어갔을 때는 전우들을 뽑아 정탐을 보내고 자신이 타고 온 배는 포구의 맨 바깥에 정박한다. 덕분에 그 배만 탈출에 성공한다. 키르케의 섬에서도 전우들을 먼저 보내기로 마음을 먹는다.

 

맨 앞에 나서는 영웅들과는 달리 모험이 거듭될수록 오뒷세우스는 척후병을 먼저 보내고 뒤에 남아 상황을 신중하게 살핀다. 전우들의 희생을 방패삼아 생존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것이다.  영웅에 비하면 비겁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알레고리로 읽으면 작은 것을 내주면서 큰 것을 지키는 신중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모험7. 저승>

 

 

 

키르케는 귀향을 원하는 오뒷세우스에게 먼저 하데스로 가서 유명한 예언가 테이레시아스를 만나 귀향의 성공 여부에 대해 알아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데스에서 오뒷세우스는 테이레시아스뿐 아니라 어머니를 만나고, 자신보다 먼저 죽은 여러 영웅들을 만난다.

 

오이디푸스왕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에피카스테(이오카스테),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테세우스 등이 이미 하데스에 있다는 것은 테바이 신화가 트로이아 신화보다 먼저 일어난 사건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일리아스』의 영웅 아킬레우스도 만난다. 오뒷세우스는 살아서뿐 아니라 죽어서도 사자들의 강력한 통치자가 된 아킬레우스를 칭송한다. 그러나 아킬레우스는 죽어서 모든 사자들을 다스리는 것보다 살아서 가난한 이의 머슴이라도 되고 싶다고 한다. 

 

 

 

<일리아스>

 

 

 

단명을 받아들이고 희랍의 영웅이 되겠다던 트로이아의 아킬레우스를 기억한다면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하데스의 아킬레우스는 충격이다.  두 작품이 완성된 시기는 수십 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호메로스가 한 입으로 이렇게나 다른 두 명의 아킬레우스를 낭송했을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사실이 어떠하건 두 작품은 아킬레우스를 통해 희랍인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영웅들의 모험에 저승이 필수 코스가 되는 것은 오뒷세우스가 처음은 아니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문명의 영웅 길가메쉬가 첫 저승 여행자일까?  서양 문학에서는 오뒷세우스 이후 로마의 아이네아스가 저승에서 아버지를 만나 로마의 미래를 예언받는다. 로마제국의 첫 황제 옥타비아누스를 신격화하기 위한 『아이네이스』는 저승에서의 예언이라는 장치를 통해 황제 권력의 탄생을 정당화한다. 그리고 단테의 『신곡』이 있다. 저승 문학의 백미라고 해야 할까.  희랍-로마 신화를 알지 못하면 『신곡』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은 이 작품이 '저승 여행'의 계보를 잇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승은 그 어떤 장치보다 인간의 삶을 되돌아보기 좋은 방법이다. 죽어본 자보다 더 삶에 대해 잘  말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자기 서사를 위해서는 자기를 타자화해야 하는 것처럼 삶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겪어 보아야 한다. 죽음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죽음이 있으므로 삶은 빛나는 것이 된다.

 

 

 

 <모험8. 세이렌>

 

 

 

저승에 다녀온 오뒷세우스에게 키르케는 앞으로 겪어야 할 고난에 대해 들려준다.  키르케의 예언대로 오뒷세우스는 남아있는 고난을 차례로 겪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아마도 세이렌일 것이다.

 

 

 

<모험8. 세이렌>

 

 

 

세이렌 자매의 노래는 인간을 미치게 한다. 파멸의 유혹임을 알면서도 그 노래는 미치도록 달콤하여 기둥에 온몸을 묶여서라도 들어야만 한다.

 

 

 

<12권 184~196>

 

 

"칭찬이 자자한 오뒷세우스여, 아카이오이족의 위대한 영광이여!"

 

이름을 버려야만 생존과 귀환이 가능하지만, 오뒷세우스는 명예에 대한 칭송에 눈이 돌아간다.  아무것도 아니어서 살아남은 자, 오뒷세우스도 칭송받는 이름을 몸부림치며 갈망한다.  칭송은 인간의 영원한 유혹이다.

 

 

 

 

 

오바마 케어를 반대한 공화당에 대한 재미있는 패러디이다. 

 

 

 

<모험9. 스퀼라와 카륍디스>

 

 

 

세이렌 자매들 뒤로 카륍디스와 스퀼라가 보인다. 아홉 번째의 무시무시한 시련이 다가온다.

 

 

 

<모험9. 스퀼라와 카륍디스>

 

 

 

"Between Scylla and Charybdis"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한쪽에는 머리가 여섯 달린 괴물이 있고, 한쪽에는 빨려들면 빠져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가 인다. 이탈리아 반도와 시칠리아 섬 사이를 이렇게 부른다고도 한다.  

 

오뒷세우스는 스퀼라에게 전우 여섯 명을 희생시키고 이 바위들 사이를 빠져 나온다.

 

 

 

<모험10. 헬리오스의 섬>

 

 

 

헬리오스의 섬은 평화롭고 풍요롭다. 사투 끝에 기진맥진한 오뒷세우스의 일행에게 헬리오스 섬의 유혹은 강렬하다. 하데스에서 테이레시아스도, 키르케도 그렇게도 강력히 경고했지만, 오뒷세우스는 헬리오스 섬을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시달릴 대로 시달린 전우들은 폭동이라도 일으킬 기세이다. 

 

바람 때문에 한 달간이나 헬리오스 섬에 체류하게 된 오뒷세우스의 전우들은 키르케가 준 식량이 바닥이 나자 오뒷세우스와의 맹세에도 불구하고 결국 태양신 헬리오스의 소떼를 잡아 먹는다.  시름시름 굶어 죽는 것보다 차라리 신의 분노로 단번에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지경에 처했던 것이다.

 

 

 

 

<모험11. 칼륍소>

 

 

 

 

다시 항해에 나선 오뒷세우스의 배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제우스의 천둥과 번개를 맞고 산산이 부서진다.  전우들은 모두 바다로 떨어져 죽었다.

 

혼자 살아난 오뒷세우스는 아흐레 동안 바다 위를 떠밀려 다니다가, 열흘째 되는 날 오귀기에 섬의 칼륍소에게 닿는다.

 

 

 

 

<12권 447~453>

 

 

 

12권의 마지막은 오뒷세우스의 1인칭 회고담이 끝나는 시점이다.  11번째 모험지인 칼륍소의 동굴에 도착한 이 마지막 이야기는 이미 9권 알키노오스의 궁전에서 회고담이 시작될 때 제일 먼저 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이제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다. 원은 닫혔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 모험, 12번째의 모험은 바로 이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인 것도 알고 있다.

 

 

 

<13권 1~6>

 

 

 

12가지 고난을 모두 겪은 후 오뒷세우스는 마침내 고향 이타케로 귀환하는 데에 성공한다.  『오뒷세이아』의 후반부가 시작되는 13권은 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타케로의 물리적 귀향에 성공한 오뒷세우스에게는 아직도 기나긴 고난이 남아 있다.  오뒷세우스의 완전한 귀향은 아들과 아내와 아버지로부터 서로가 같은 마음임을 확인받고, 정체성을 인정받은 후에야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오뒷세이아』의 절반을 차지하는 13권에서 24권까지의 이야기는 그 기나긴 여

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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