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권에서 12권까지는 『오뒷세이아 』를 읽어 보지 않아도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오뒷세우스의 갖가지 모험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전에 1권에서 4권까지의 흐름을 간단히 짚어보고 시작하자.

 

『오뒷세이아』는 '신들의 회의'로 시작되는데, 여기서 오뒷세우스의 귀향이 결정된다. 오뒷세우스는 트로이아 함락 이후 귀향길에 올랐으나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고향 이타케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아테나는 이타케에 있는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에게, 헤르메스는 오뒷세우스를 7년간이나 붙잡고 있는 요정 칼륍소에게 파견된다.  

 

 

  

 

 

 

이야기는 먼저 텔레마코스를 향한다. 아테나는 아버지 오뒷세우스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텔레마코스가 이타케를 떠나 퓔로스와 스파르테로 여행하도록 종용한다. 명성을 얻기 위해 고향을 떠나 모험을 겪어야 하는 젊은이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1권에서 4권까지에 해당하는 서사시의 첫 번째 부분이다.

 

 

 

 

 

 

두 번째 부분인 5권부터 12권까지는 오뒷세우스의 12가지 모험담이 주를 이룬다. '오뒷세이아'를 모험의 대명사로 만든 그 유명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5권 21~35>

 

 

 

5권은 1권의 '신들의 회의' 장면에서 다시 시작한다. 1권 84행과 5권 28행이 겹쳐진다. 이제 요정 칼륍소에게 파견된 헤르메스를 따라가면 오뒷세우스를 만날 수 있다.

 

 

 

 

 

오뒷세우스는 칼륍소의 끈질긴 유혹에도 불구하고 불사의 신이 되기를 거부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 (....) 그는 밤에는 속이 빈 동굴에서

마지못해 원치 않는 남자로서 원하는 여자인 그녀 곁에서 잠들곤 했다.

그러나 낮이면 그는 바닷가 바위들 위에 앉아

눈물과 신음과 슬픔으로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며

추수할 수 없는 바다를 눈물에 젖어 바라보았다." (5권 154~158)

 

 

 

<5권 203~213>

 

 

불사의 여신 칼륍소가 아니라 필멸의 여인 페넬로페를 찾아가는 오뒷세우스의 귀향길에는 아직도 많은 고난이 예정되어 있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오뒷세우스는 귀향을 고집한다.

 

 

 

 

 

 

한결같은 신의 영생보다 고난을 겪는 인간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영웅 종족의 시대가 끝나고 철의 인간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변화되어 가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칼륍소의 도움을 받아 뗏목을 만든 오뒷세우스는 다시 귀향길에 오른다. 그러나 끝나지 않는 포세이돈의 분노로 뗏목은 산산이 부서지고 오뒷세우스는 파도에 떠밀리다 가까스로 해안가에 던져진다.  

 

 

 

 

 

그곳은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였다.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나우시카 공주를 만나고 알키노오스 왕의 궁전에 탄원자로 들어간다.

 

 

 

 

 

알키노오스의 궁전에서는 이방인을 환대하는 관습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먼저 배불리 먹고 마시게 한 후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후한 선물을 마련하여 보내는데, 나그네가 원하는 경우 호송까지 책임진다.

 

오뒷세우스는 알키노오스의 물음에 답하여 정체를 밝히고, 트로이아 전쟁 이후 만 9년이 넘는 고난에 찬 귀향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9권부터 12권까지는 오뒷세우스가 직접 들려주는 모험담이다. 서양 문학 최초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서술이다.

 

 

 

 

 

요정 칼륍소의 동굴에서 7년간 잡혀있다가 알키노오스의 궁전에 표류하여 왔으니, 오뒷세우스가 귀향길에 오른지는 이미 만 9년이 지나있다. 정확히는 만 10년이 되기 40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칼륍소를 떠나왔다.

 

따라서 지난 9년간에 대한 오뒷세우스의 회고는 서양 문학 최초의 플래시백 구성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처음 『오뒷세우스』를 읽으면 매우 복잡해 보인다.  시점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1인칭 서술은 '자기 서사' 이다.  자기가 겪은 일을  담담히 말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타인처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행위의 서술 뿐만이 아니라 반성이 이루어 진다.  자기 객관화를 통한 자기 반성이 자기 서사이다. 

 

'남의 눈에 티끌은 보기 쉬워도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 자기가 자기에 딱 들러붙어 거리 두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약 3,000년 전의 오뒷세우스의 자기 서술은 구성상의 놀라움을 넘어서는 자기 반성의 놀라움이다.

 

 

 

 

 

 

 

강의를 들으며 더듬 더듬 그려본 지도이다.  『오뒷세이아』에 나오는 지역이나 도시는 가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를 중심으로 상상의 지도를 그렸나 보다. 조금씩 다르기는 한데, 플라톤 아카데미 강대진 교수의 강의를 기준으로 그려본 것이다.

 

트로이아를 떠나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도착하기까지,  열 두번의 모험을 번호를 붙여 표시했다.  칼륍소가 11번째, 파이아케스족이 12번째이다.

 

12번째 모험지인 파이아케스족의 나라에 있는 알키노오스의 궁전에서 오뒷세우스는 자신이 겪었던 모험 이야기를 1인칭 서술자 시점에서 들려준다.  9년 전 트로이아를 출발하여 첫 번째 도착한 이스마로스로 시간은 거슬러 올라간다.  

 

 

 

 

 

 

오뒷세우스가 겪는 위험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노골적인 폭력, 성적인 유혹, 무책임의 유혹.  물론 그 외에도 있다.  각각의 모험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의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으니, 도식적으로 분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험들에는 기괴한 괴물이나 기이한 습속이 많이 등장하는데, 글자 그대로가 아니라 알레고리로 읽는 것이 필요하다.

 

알레고리란,

"어떤 한 주제 A를 말하기 위하여 다른 주제 B를 사용하여 그 유사성을 적절히 암시하면서 주제를 나타내는 수사법. 은유법과 유사한 표현 기교라고 할 수 있는데 은유법이 하나의 단어나 하나의 문장과 같은 작은 단위에서 구사되는 표현 기교인 반면, 알레고리는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총체적인 은유법으로 관철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고 정의되어 있다.

 

 

 

 

강의에서는 다소 쉽게 설명한다.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이다. 1830년의 프랑스 7월 혁명을 그린 것인데, 가슴을 드러낸 여자는 구체적 인물이 아니라 여신으로 형상화된 추상적 개념으로서의 '자유' 참고로 르네상스 이후 그림에서 가슴을 드러낸 여자는 여신이거나 여신급이라고 한다.

 

오뒷세이아알레고리 기법으로 읽는다면, 칼륍소나 세이렌, 폴뤼페모스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모험1 이스마로스>

 

 

첫 번째 모험지가 이스마로스다.  당시 흔히 있었던 경제적 활동으로서의 해적질이다. 재물과 여자를 약탈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다.   

 

이스마로스에서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려면 희랍 반도의 맨 끝에 있는 말레아 곶을 돌아야 하는데 여기를 지나다 파도와 조류에 밀려 퀴테라섬에서 표류한다. 본격적인 고난이 시작된다.

 

 

 

 

<모험 2. 로토파고이족>  

 

 

 

9일 동안 표류한 끝에 도착한 곳이 로토파고이족이 사는 나라다. 그들이 준 로토스를 먹은 전우들은 귀향을 잊어버리고 로토스를 먹으며 그대로 머물고 싶어 했다.  모든 의무와 책임과 목표에서 벗어나 망각과 도취 속에 살고 싶은 유혹의 알레고리로 읽을 수 있다.  가끔씩은 누구나 로토스를 먹고 싶어하지 않을까?

 

희랍인들에게 '9'는 우리의 '아홉수'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유독 9일 동안이 여러번 나오는데, 9일을 넘기고 10일 째 도착하는 곳은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모험 이야기가 시작된다.  

 

 

 

 

3 번째 모험은 다음 글에서 ... 

 

 

 

* 그림 사진들은 플라톤 아카데미 강대진 교수의 강의에서 복사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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