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고전 읽기.  오디세이아. 강대진. 플라톤 아카데미>

 

 

『오뒷세이아』 는 총 24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떤 학생이 "선생님, 도서관에는 한 권밖에 없던데요." 하더라는 강대진 교수의 농담이 우습다기 보다는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전은 책 이름만 유명하지, 책 자체는 본 적도 없기 십상이다.  책을 넘겨 보지 않고서야 책 한 권 안에 24권이 다 들어 있는 줄 알 리가 없다.

 

 

 

<오뒷세이아, 해설 p626>

 

 

 

『일리아스』이든  『오뒷세이아』이든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소재가 아니라 플롯이 중요하다. 이야기 자체는 오랫동안 구전되어 오던 것들이다. 호메로스의 탁월함은 이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 즉 구성에 있다.

 

 

<인문고전 강의. 강유원>

 

 

 

서사시 고유의 형식은 "in medias res" 이다.  시간의 순서나 사건의 흐름를 차근히 밟아 나가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사건의 한가운데로 직진한다. 

 

 

 

 <8대 고전 읽기.  오디세이아. 강대진. 플라톤 아카데미>

 

 

 『일리아스』는 다짜고짜 '아킬레우스가 열받았어! '로 시작하고,  『오뒷세이아』는 칼륍소에게 붙잡혀 있는 오뒷세우스를 귀향시키기 위한 신들의 회의로 시작한다. 트로이아 전쟁의 원인이나 희랍 연합군에 대한 설명도 없고, 오뒷세우스가 트로이를 떠나 귀향길에 오르는 모습도 묘사하지 않는다. 

 

 

 

<8대 고전 읽기.  오디세이아. 강대진. 플라톤 아카데미>

 

 

 

시작하자마자 아킬레우스는 9년이나 트로이아에서 전쟁 중이고, 오뒷세우스는 귀향길에 오른지 9년이나 지나 있다. 하지만 곧바로 치고 들어간  핵심 안에 트로이아 전쟁의 전모가 담겨있고, 오뒷세우스의 고난의 여정이 모두 담겨 있다. 핵심을 통해 전체를 보여주는 탁월함이 호메로스의 솜씨이며, 호메로스 이후 모든 고전의 전범이다.

 

 

 

 

 

 

숲 출판사, 천병희 번역의 『오뒷세이아』 에는 <호메로스의 작품과 세계>라는 해설이 실려 있다. 『일리아스』에도 동일한 해설이 실려 있는데, 우리 독서팀은 먼저 이 해설을 읽고 본문을 읽기로 하였다.  여기서는 주로  『오뒷세이아』에 관하여 중요한 것들만 정리해 두겠다.

 

 

 

 

 

 

소위 트로이아 서사시권과 테바이 서사시권이 있다.  현존하는 서사시들이 주로 이 두 신화를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트로이아 서사시권은 8편이 있는데, 이것들을 이으면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 즉 트로이아 전쟁과 그 뒷이야기가 완성된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서사시권의 두 번째 작품이고, 『오뒷세이아』는 일곱 번째 작품이다.

 

 

 

 

 

 

현재 남아 있는 온전한 형태의 서사시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밖에 없다.  기원전 4세기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이 두 작품은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가장 뛰어난 서사시이다.  통일성과 총체성을 획득하여 탁월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서사시의 운율을 헥사메터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일리아스』에는 아킬레우스가 직접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오뒷세이아』 에는 전문적으로 노래하는 직업 가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직업 가인은 언제부턴가 음송자에 의해 대치된다.

 

 

 

 

 

 

직업 가인은 손에 악기를 듣고 '노래' 하였다. 반면 음송자는 손에 지팡이를 들고 '낭송' 한다.  

 

 

 

 

<호메로스의 대관식. 1827. 장 도미니크 앵그르>

 

 

 

노래가 낭송으로 바뀌면서  "노래에 적합한 간단한 운율은 서사시에 적합한 복잡하고 긴 헥사메터가 되고, 짤막한 영웅 찬가는 대하처럼 도도히 흐르는 영웅 서사시로 변모" 했다.

 

 

 

 

 <8대 고전 읽기.  오디세이아. 강대진. 플라톤 아카데미>

 

 

 

장단단 (혹은 장장단)의 운율이 6번 반복되면 1행이 된다.  『일리아스』는 15,000행 정도,  『오뒷세이아』는 12,000행 정도의 방대한 서사시이다.

 

 

 

 

  <EBS 특별 기획 통찰. 고전 인간을 말하다. 오디세이아>

 

 

 

『일리아스』가 역사적 사실에 얼마만큼 근거한 작품인가에 대한 관심은 적지 않다. 기원전 13세기경 트로이아의 멸망은 발굴된 유적과 서사시 내용이 일치하기 때문에 사실로 추정된다.

 

 

 

 

 

『일리아스』는 "트로이아 전쟁이라는 핵심적 사건에 문학적 허구와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는 여러 전설들이 상당수 첨가" 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반해  『오뒷세이아』는 역사적 사실의 여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민족의 영웅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젊은이의 성장, 뱃사람의 모험, 귀향 등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 주제를 통해  『오뒷세이아』는 인간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리아스』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시이지만,  『오뒷세이아』는 영웅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서사시이다.  명예로운 이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영웅과는 달리 오뒷세우스는 자신의 이름을 감추고서라도 살아남아 귀향하기를 갈망한다.

 

 

 

  <8대 고전 읽기.  오디세이아. 강대진. 플라톤 아카데미>

 

 

 

외눈박이 거인인 폴뤼페모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오뒷세우스는 자신의 이름을 outis 라고 말한다. 이름을 걸고 당당하게 거인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nobody로 속여서, 스스로의 이름을 버려서,  살아남는 것이다.  거친 세상을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 헤쳐가야 하는 시대에는 명예보다 사고의 유연함과 기민한 판단력이 이상적 가치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영웅의 시대가 끝나고 이상적 인간에 대한 가치관이 변모하면서 문학 장르도 변천을 겪는다. 서사시는 본질적으로 '영웅' 서사시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지혜와 교훈을 위해서 등장하는 것이 교훈시와 서정시이다. 특히 서정시는 개인의 내면을 노래함으로써 서사시적 문체와는 완전히 결별한다. 

 

 

 

 <일리아스 해설>

 

 

 

서사시에서는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지 않는다. 행위는 내면을 나타내고, 내면은 곧 행위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는 것은 죽고 나서이다.  죽음과 동시에 분리된 영혼은 하데스로 내려가고, 육체는 매장되어 소멸된다.

 

서정시 이후가 되어서야 서양인들은 외면과 내면이 분리된, 갈등과 분열을 겪게 되는 것이다. 헴릿처럼 말이다.  갈등이 없다는 의미에서 호메로스적 인간은 단순하고 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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