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독해 두 번째 책으로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를 읽기로 했다. '서양 최초의 서사시, 『일리아스』『오뒷세이아』' 가 입에 붙었고, 사건의 흐름으로도 『일리아스』가 먼저 이지만, 고전 초보자들인 우리는 보다 읽기 쉬운 『오뒷세이아』를 선택했다. 『일리아스』는 너무 빈번하고 상세하게 묘사되는 전투 장면들 때문에 도전하지 못했다.

 

 

호메로스 서사시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역사적으로는 미케네 문명 말기이고, 신화적으로는 영웅의 시대이다. 영웅은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걸출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칭호이다.  서사시의 주인공은 영웅이지만 영웅의 운명과 고난은 신에게서 기인하므로, 희랍의 신화를 알지 못하고 이 서사시들을 읽기는 어렵다.  신화를 따로 공부하기는 힘에 부칠 것 같아서 TV 강의로 대신하기로 했다. 좀 더 주의 깊게 듣기 위해서 강의 내용을 정리하는 과제를 수행하기로 했다. 강의는 고대 그리스 신화와 문학 그리고 철학을 연구하는 김헌이 <EBS특강 지식의 기쁨>에서 5회에 걸쳐 방송한 것이다. 오늘은 그 첫 번째 강의 '최초의 신들' 을 정리하였다.

 

 

 강의는 크게 두 가지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 째는 왜 그리스 · 로마 신화인가?  둘 째는 서사시가 무사 여신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스 · 로마 신화는 다르지만 같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는 기원전 8세기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다.  서양의 고대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먼저 전성기를 구가한 것은 희랍이다. 희랍은 페르시아 제국과 대결하며 세력을 확장하였으나 기원전 4세기 경 두 세계 모두 마케도니아에 의해 정복당한다.  알렉산드로스의 짧은 통치가 끝나고 분열된 제국은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전 1세기에 걸쳐 대부분 (?) 로마의 영토로 병합된다.

 

희랍을 정복한 로마는 눈부신 희랍 문명에 압도당하여 헬레니즘화 한다. 이때 희랍의 신들도 이름만 로마식으로 바뀐 채 그대로 로마의 신들이 된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된 것은 이 때문이다.

 

 

첫 번째 주제인  '왜 그리스 · 로마 신화인가?' 는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약 3천 년 전의 그리스 · 로마 신화를 왜 읽어야 하는가?

 

우리가 근대화 이후 세계화의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하나의 세계로 되었다는 의미는 global standardization 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구가 만든 근대가 우리 시대의 표준이다. 우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고 있는 집부터 생각하는 방법까지 조선의 전통이 아니라 서양의 전통 위에 살고 있다.

 

서양의 전통을 만든 서양 문명의 뿌리는 그리스· 로마 문명이다. 이 문명의 핵심은  그리스 · 로마 신화이다. 신화의 상상력과 교훈이 서양 역사를 이끈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 신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고대의 서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서양 그리고 미래의 서양도 이해할 수 없다. 현재의 서양과 가까운 미래의 서양은 우리의 현재와 우리의 미래이다. 우리 자신의 오늘을 잘 이해하고 우리 자신의 내일을 잘 모색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수 천년 전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이 신화는 무척 재미있다. 아무런 목적없이 읽어도 그 기발함과 분방함 그리고 심오함에 놀란다.

 

 

 

 

 

두 번째 주제는 무사 여신이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무사 여신에 대한 명령으로 시작한다.  1권 1행에서 5행까지는 김헌의 번역이다. 

 

"진노를 노래하라,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파괴적인 진노를.

 이는 수만의 고통을 아카이아인들에게 주었고

 영웅들의 수많은 굳센 혼백들을 하데스에게 내던졌으며,

 그들 자신들은 먹이거리로 만들고 있었으니,

 개들과 온갖 새들에게,

 그리고 제우스의 뜻은 이루어지고 있었나이다. "

 

 

호메로스뿐 아니라 『신들의 계보』를 쓴 헤시오도스도 무사 여신과의 만남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무사 여신은 누구인가?

 

 

 

 

 

9명의 무사 여신들은 제우스와 므네모시네 사이의 딸들이다. 므네모시네는 기억의 여신이다.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 태어난 티탄 신족 가운데 하나이다. 제우스와는 고모 혹은 이모 관계이다.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와 전쟁을 하고 권력을 잡았다. 크로노스는 시간을 의미하므로 제우스는 시간을 극복한 신이다. 시간을 극복한 제우스와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의 결합으로 태어난 무사 여신들은 '시간을 극복한 기억' 을 상징한다.

 

 

 

 

영원한 기억을 가진 무사 여신들이야말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신일 수밖에 없다. 유한한 수명의 시인들이 옛날 옛날의 신화를 노래할 수 있는 것은 무사 여신들이 들려 주었기 때문이다.

 

 

 

 

 

 

무사 여신들은 오늘날에도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매일 듣는 음악, Mousike는 Mous(무사여신) + ike(기술) 이다. '무사 여신들의 기술' 이 Music 이다.   

 

박물관, Museum은 무사 여신들의 신전이다. 뮤세이온은 공동체가 영원히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세월이 흘러도 시간을 극복하고 공동체의 이야기를 간직하여 들려주는 박물관이 무사 여신의 집이 아니라면 누구의 것이겠는가?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무사 여신이 있다. 이야기가 인간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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