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이야기 - 라틴어 원전 번역, 개정판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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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는 이렇게 말해도 된다면, 짝퉁이다. 기원전 27년 로마는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이행했다. 옥타비아누스 스스로는 프린캡스 즉 제1의 시민으로 만족한다고 공언했지만, 원로원은 존엄한 자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 칭호를 바쳤고,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아이네이스』를 헌정하여 옥타비아누스를 신격화 했다.  이 시대에 로마에서 쓰여진 신화 모음집이  『변신 이야기』다.  신화 중에서도 metamorphosis- 變身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골라 모은 것이다. 로마 신화라는 것의 대다수가 희랍 신화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명칭이 라틴어로 바뀌어 있어 오히려 혼란을 주기도 한다.  그래도 『변신 이야기』는 놀라우리만큼 재미있다.

 

 

신화에 관해 읽거나 들어본 갖가지 이야기들이 모두 모인 것도 같고, 셰익스피어나 카프카도 이미 여기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당연히 호메로스의 아킬레우스와 오뒷세우스도 짝퉁스러운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아스도 다시 나타나 위대한 옥타비아누스의 출현을 예언한다. 이 모든 짜집기와 짝퉁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변신 이야기』는 고전일 수밖에 없다.  문장은 유려하고, 비유는 탁월하고, 교훈은 가슴을 때린다.

 

신화들이 으레 그렇듯 인간의 휘브리스는 신의 네메시스를 부른다. 신을 넘보지 않는 인간은 무시무시한 신의 복수로부터 안전하겠지만 어쩌면 짐승과 같을지도 모른다. 신화(神化, deification)를 향한 욕망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신화를 포기한 인간은 물화(物化, reification)하여 한갓 동물이 될 뿐이다.

 

신과 인간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변신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때로는 신의 응징에 의해, 때로는 신의 연민에 의해 인간은 바위로도 새로도 하늘의 별로도 변신된다. 무엇으로 변신되건 변신을 유발한 인간의 욕망은 애처롭고도 위대하다. 비록 오만의 극치에서 파멸한다 해도 신과 나란히 실력을 겨루려는 자부심, 신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당당함, 금지된 곳으로 오르려는 불타는 갈망을 우리는 '인간다운' 이라 부를 것이다.  오비디우스는  맺는말을 통해  '인간다운' 욕망을, 신화(神化, deification)에의 갈망을 예언으로 노래한다.

 

 "이제 내 작품은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윱피테르의 노여움도,

 불도, 칼도, 게걸스러운 노년의 이빨도 없앨 수 없을 것이다.

 원한다면, 오직 내 이 육신에 대해서만 힘을 갖는

 그날이 와서 내 덧없는 한평생에 종지부를 찍게 하라. 

 하지만 나는, 나의 더 나은 부분은 영속하는 존재로서

 저 높은 별들 위로 실려 갈 것이고, 내 이름은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로마의 힘에 정복된 나라가 펼쳐져 있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나는 백성들의 입으로 읽힐 것이며, 시인의 예언에

 진실 같은 것이 있다면, 내 명성은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이천 년을 넘어 우리와 함께 있는 오비디우스의 예언은 진실이 되었으니, 불멸의 이름을 획득한 시인은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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