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한명이 참석하였습니다.
우리 교재에서 <서양 밖에서의 철학적 종합> 장을 공부할 차례였는데요. 사실 책은 한줄도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분량 자체도 적지만 내용도 별달리 없어서 오늘 공부는 강유원 선생님의 <2012 서양철학사 강의> 중 송명이학에 해당하는 3개의 강의를 중심으로 하였습니다. text도 없고 기본지식도 없이 오로지 강의에만 의존하여 걱정이 많았습니다. 인터넷에서 기본 개념을 찾아가며 짜집기한 내용이 맞는지도 모르겠고요. 잘은 모르지만 유학의 문장들은 사람에 따라 해석도 다양한 것 같아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자체가 어려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읽은 논어 위정편에 마침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앎이다... 정도로 해석했는데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앎의 시작임을 깨우치는 글이 아닐까 합니다. 아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또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 걸까, 'uknown unknown' 은 아니었을까, 지금도 반성이 됩니다. 이점 인지하시고, 다음에 성리학을 공부할 때 오늘 우리의 눈먼 공부가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송나라 때 지배계급은 사대부입니다. 지주전호제를 경제적 토대로 과거를 통해 관직에 진출한 계층이 사대부입니다. 하지만 송의 수도가 금에 의해 함락당하고 남송시대가 이어지면서 사대부들은 과거 대신 향리 공간의 자치를 꿈꿉니다. 어수선한 시대에 황제 일원적 통치가 불가능해진 틈을 타 사대부들이 지역사회를 직접 통치하려 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향리공간의 거점으로 서원을 세우고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합니다. 조선시대 사림들의 향촌자치의 연원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을 뒷받침해 주는 이론이 성리학입니다. 성리학은 일반적으로 한당 시대의 유학과는 달리 매우 철학적·사색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송도학 운동은 향촌자치라는 매우 분명한 현실적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북송시대부터 발달한 道學 즉 性理學을 집대성한 인물이 남송의 주희입니다. 주희가 사대부의 필독서로 정립한 四書가 대학, 논어, 맹자, 중용입니다. 주희 이전에는 유교 경전을 대표한 것이 五經입니다. 주희는 오경 중 하나인 예기에서 두 편을 따로 떼어 독립시키고 논어와 맹자를 더하여 사서라 불렀습니다. 예기의 42편이 대학, 31편이 중용입니다. <대학>은 '수양론과 정치론을 아우르는 교설'로 조선시대 왕들의 교과서로도 불렸습니다. <중용>은 형이상학적 원리에 대한 책입니다. 우리는 <대학>과 <중용>에서 대표적인 문장을 보면서 성리학이 무엇인가를 조금이나마 생각해 보았습니다.
<大學>의 구조는 삼강령 팔조목입니다. 삼강령 팔조목은 '학문의 大要' 입니다.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親民, 在止於至善" 큰 학문을 하는 길로 삼강령을 말하고 있습니다. 내안의 밝은 덕을 닦고, 백성과 친해지고, 지극한 선에 이른다, 입니다. 주희는 원문의 親民을 新民으로 바꾸어 백성을 교화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나를 닦는 것은 백성을 잘 통치하기 위해서입니다. 유학이 실현하고자 하는 진리 구현의 방식이 修己治人인 것입니다. 나를 닦은 후에 타인을 다스려야 합니다. 팔조목은 修己治人을 위한 구체적인 교육방법입니다. 우리가 많이 들어본 문장이 여기에 등장합니다. "格物 致知 誠意 正心 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사물을 탐구하여 앎에 이르고 뜻을 성실히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은 修己에 해당합니다. 사회적 자기를 닦고 일가를 가지런히 하고 나라를 다스려 천하를 평안하게 하는 것은 治人의 방법입니다. <대학>이 조선에서 제왕학이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일 뿐 아니라 사대부들의 학문의 목적이 뚜렷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中庸>이 형이상학을 다루고 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책이리라는 짐작을 하게 해줍니다. 그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전한 문장은 天命之謂性 입니다. 직역하면 천명을 성이라 일컫는다, 일까요? 天命이 그대로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오면 性이 된다고 합니다. 어떤분은 天이 download 된 것이 性이라고 설명하셨는데요. 天은 하늘의 이치(理)입니다. 天理 즉 우주의 근본원리가 그대로 사람에게 들어 온 것이 性,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러니 天과 人이 공유하는 것이 理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본성이 곧 理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性卽理가 도출됩니다. 학교에서는 성리학을 간단히 '우주의 원리와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배웁니다. 천명지위성에 따르면 우주의 원리와 인간의 본성이 다르지 않습니다. 둘다 참다운 이치를 품고 있습니다. 학문을 열심히 하여 자기를 잘 수양하면 참다운 이치를 발현할 수 있습니다. 본성에 내재된 참다운 이치를 발현하여야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습니다. 성리학이 공부를 강조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입니다.
다음주는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통해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이행기의 사상을 살펴보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철학>
p 278 ~ 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