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네T-T
수십 억 뇌물이 고작 5년?
일부러 5년 준 건가?
2심에서 집행유예 할 수 있도록?
여론 잠잠해지길 기다리겠다는 거네.
라면 10개와 현금 2만원 절도가
징역 3년 6개월 인데?
국정을 농단하고, 수조에 달하는 피해를 국민에게 안겨도 돈 있으면 그것 밖에 안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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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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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이 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세상에서 '가족'이라는 개념이 사라질지도 몰라. 그런 예감이 들어."

 남편은 들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게 훨씬 합리적이야. 그렇잖아, 우리도 왜 '가족'이 되었는지 잘 설명할 수 없다고. 단체 미팅에서 만나 조건이 맞고 성격도 맞는다는 이유만으로 결혼해 남매처럼 살고 있으니까."

취기가 올랐는지 남편은 혀 꼬인 소리로 말했다.

 "'가족'이라 명명한 존재가 남과 어떻게 다른지, 이제 아무도 설명하지 못해. 우리는 이미 그걸 잃어버린 거야." (p. 177)


 때로 상상해 본 적이 있을까? 사랑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편의점 인간'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무라탸 사야카의 새로운 작품, '소멸세계'는 바로 그런 세상을 그린다. 제목 그대로 남녀 사이의 사랑이 소멸된 세계를 말이다. 여기엔 더이상 개인의 쾌락을 위한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 적어도 몸을 섞는 사랑은 그렇다. 부부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 세계에서 부부 관계란 오직 자녀의 양육이라는 하나의 목적만으로 성립되고 지속된다. 부부는 오직 그 하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동료나 협력 관계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이 아니라 오직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결혼인 것이다. 진짜 사랑은 남편과 아내가 아니라 다른 데서 찾는다. 아니, 남편과 아내에서 사랑을 찾아서는 아니된다. 왜냐하면 이 곳의 부부란 같은 목적을 위해 서로 협조하는 친남매 같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남편이나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남매끼리 사랑을 나누는 근친상간에 지나지 않는다. 하물며 성교까지 하는 것은 변태 행위의 극치다. 지금 우리 시대의 상식인 부부 간 성교를 통해 자녀를 낳는다는 것이 이 세계에선 변태 중의 변태 행위인 것이다. 인공수정이 보편화 되어 육체간 성교를 통해 아이를 낳는 것까지 지극히 예외적인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랑은 몸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섹스 해 본 적 있어요?"

 느닷없는 질문에 그는 놀란 듯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교미를 말하는 거죠? 애인은 있었지만, 그런 고풍스러운 행위는 해본 적이 없어요." (p. 119)


 때문에 사랑의 대상이 꼭 실제로 존재할 필요도 없다. 이 시대 사랑의 대상 대부분은 환영의 존재들이다. 드라마 속 인물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것들이 사랑의 대상이고 모두들 진정한 사랑으로 인정해 준다. 오타쿠들 중엔 미연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들은 진짜 여자친구로 삼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연애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던데, 그들은 이런 세계에 살면 좋을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니. 소설의 주인공 여성 아마네도 그러하다. 그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랑한다. 첫 경험이라고 할만한 것도 그를 통해서였다. 타인의 눈엔 자위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어차피 이 세계엔 자위와 사랑이 그렇게 구별 되지도 않으니 별 상관은 없다. 이렇게 '소멸 세계'가 그리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과 비정상이 완전히 뒤바뀐 곳이다. 여기선 정상이 그 곳에선 비정상이며 그 곳에서 비정상이 여기선 정상이다. '소멸 세계'는 그를 통하여 도대체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것은 아마네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엄마, 원시시대에는 다부다처제가 정상이었대. 섹스는 의식이고, 의식을 올리는 날이면 젊은이들이 모여서 집단 난교로 아이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봤어. 하지만 지금을 사는 사람이 그런 짓을 하면 다들 정신이 나갔다고 하겠지? 엄마가 하는 행동이 바로 그거야. 시대가 바뀌었어. 정상의 기준도 바뀌었고, 고릿적 기준을 아직도 못 버리지 못하는 건 광기야.(p. 158)




 아마네는 태생부터 예외의 존재였다. 부부 간의 성교로 태어난 아이였으니까. 그는 그렇게 태어난 것을 남에게 숨겨왔다. 그렇게 태어나게 만든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널 낳은 건... 사랑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어. 태어났을 때부터 이 세상은 미쳐 돌아갔어. 나만은 정상이고 싶었지.(p. 158)


 그녀는 아마네에게 기억하라고 한다. 자신이 그렇게 해서 아마네의 몸에 '올바른 세계'를 심어 놓았다는 것을. 그것이 광기인 세상에서 아마네를 바로 잡아줄 것이라 단언한다. 그 때문일까? 아마네는 세상과 잘 섞이지 못한다. 아니, 세계의 보편적인 모습과 닮지 못한다. 고풍스럽거나 악취미가 되어버린 육체의 성교에 집착하며, 남의 아이와 자신의 아이의 구별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자신만의 아이에 집착한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는데, 그녀는 낡고 사라진 것에 집착한다. 마음은 그런 세계의 정상이 되고 싶은데, 되지 않는다. 그래서 괴로워한다. 세상과 점점 더 어긋나는 자신을. 그런 아마네에게 엄마는 말한다.

 "넌 원래 주변 영향을 잘 받았어. 지금도 세뇌된 것뿐이야. 엄마랑 같이 가자. 여기 보다는 원래 있던 세상이 훨씬 나아."

 아마네는 이렇게 항변한다.

 "엄마는 세뇌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어? 세뇌되지 않은 뇌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해? 그럴 바에야 이 세상에 가장 적합한 광기로 미치는 게 훨씬 낫지?(p. 271)

 그녀는 엄마를 원망한다. 자기 육체의 근본에 정상이라는 것을 심어 놓았기 때문에 자신은 계속 비정상으로 살고 싶은데도 결국 정상에게 따라 잡혀 정상으로 살게 된다고. 그녀는 이렇게 절규한다.

 어떤 세상에 있어도 완벽하게 정상으로 존재하는 나를 보면 미쳐버릴 것 같아. 세상에서 가장 소름 끼치는 광기가 뭔 줄 알아? 바로 정상이라는 거야. 안 그래?(p. 272)

 어떻게 보자면, 이 소설 '소멸 세계'는 히스테리의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의 억압에 짓눌리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써의 히스테리. 그것은 세상이 강요하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독립적이며 고유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온전히 지키고자 하는 투쟁인 것이다. 이는 아마네가 소설 속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사랑의 대상으로 끝까지 이 세상에 실재하는 것이 아닌, 저편의 환영만을 고집하는 것으로도 나타난다. 이 역시 세상이 원하는 정상이란 것에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단호한 표현인 것이다. 앞서 '소멸세계'는 정상과 비정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는 말을 했다. 아마네의 투쟁을 통해 소설이 들려주는 대답은 정상과 비정상의 구별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상이라고 여기는 것 또한 역사적으로 보면 특정 시기, 특정 장소에서 출현하여 지속되어온, 객관적 진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화'에 불과하다. 토마스 쿤 식으로 말하자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주눅들거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이 고유한 주체성 속에서 어떤 길로 갈 것을 결단했다면 당당하게 걸어가라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네가 소설의 결말에서 이 세상에선 비정상적 행위의 가장 극단이라고 할 만한 행위를 태연히 저지르는 것에서 드러난다. 그렇게 그녀는 끝까지 비정상의 영역에 남는다. 히스테리를 히스테리 그대로 온전히 남겨둔다. 바로 거기에서 자신의 고유한 주체성이 태어나고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마네의 모습은 그녀가 속한 실험 도시에서 누구의 아이도 아닌, 모두가 엄마가 되는 아이들의 모습과 얼마나 정반대인가? 그들은 모두를 엄마라 부르며 끝없는 보살핌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자신의 삶에 주체가 되지는 못한다. 아마네의 남편도, 한 때 애인이었던 남자도 다 마찬가지다. 처음엔 아마네처럼 비정상을 향한 탈주를 감행했으나 결국 정상에게 따라잡혀 고유한 주체성을 잃어버렸다. 이로써 이 소설이 말하는 '소멸세계'는 정말은 무엇이 소멸된 세계인지 보여준다. 그것은 바로 고유한 주체성이 사라진 세계라는 것을. 모두가 공장에서 똑같은 틀로 찍어낸 기성품이나 다를 바 없는 세계가 바로 '소멸세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왜 그런 세계를 그리는데 사랑을 주요 모티브로 삼았는가도 이제 알 수 있게 된다. 사랑이야말로 상대의 고유한 주체성을 존중하는 가장 대표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게 말이다. 사랑은 무엇보다 개인과 개인 간에 일어나는 일이고 그런 면에서 두 고유한 주체성의 대면이라 할 만하다. 또한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이기에, 역시 고유한 주체성이 발현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람은 사랑을 하는 한,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 그 사랑의 감정은 오직 자신만이 향유하는 것이기에. 사랑은 자신을 자신의 고유한 주체성과 늘 연결시켜 주는 '탯줄'이다. '소멸세계'가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두 가지 주요한 테마, 즉 사랑과 주체성은 이렇게 연결된다.

 '소멸세계'는 오늘의 세상과 완전히 정반대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여 상식으로 굳어진 것을 다시금 헤아려 보게 만드는, 이를테면 '사고 실험' 같은 소설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덕분에 오랜만에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주체성과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그런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이 세계의 문을 두드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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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소설 1, 2

 

매력적이지만 불안한 남자와 착하지만 평범한 남자 사이에 선 여자 

이 시대에 사랑과 결혼이 지니는 의미를 찾는 가장 혁명적인 삼각관계!

가디언워싱턴포스트살롱, NPR이 꼽은 올해의 책!

살롱》 소설상 수상작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결혼의 현실적 문제를 반영한 책으로 마담 보바리안나 카레니나가 있었다면가장 최근엔 결혼이라는 소설이 있다.—《뉴요커

 

과거의 낭만적인 소설들을 읽으면서도 성적 혁명이 본격화된 현대의 나날을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연애 이야기.—《워싱턴 포스트

 

 

줄거리

  

브라운 대학교 영문과 재학 중인 매들린은 아버지가 모 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기도 한 중산층 집안의 차녀로,  영문학에 심취해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학자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4학년 마지막 학기에 들어간 기호학 수업에서 우연히 공대생 레너드와 사랑에 빠져 졸업 학기를 연애하느라 시간을 보내다 대학원 전형에 모두 떨어지고 만다.  레너드는 빛나는 지성과 함께 우울한 남성적 매력을 풍기는 남자로,  알코올중독인 부모님 밑에서 감정적 불안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명석한 두뇌 덕분에 브라운 대학에 입학한 수재다.  매들린과 레너드는 집안 분위기와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매개로 소용돌이 같은 사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졸업 후 레너드가 유명 생물학 연구소의 인턴 자리를 얻게 되어 매들린과 동거를 시작하지만,  레너드의 조울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연애에도 점점 부정적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한편 매들린의 절친한 친구이자 순진한 심성의 종교학도 미첼은 매들린의 부모님께도 인정받는 모범생이다.  짝사랑했던 매들린이 레너드에게 푹 빠지게 되자,  그는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모아 유럽과 인도로 여행을 떠나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성숙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그 와중에 진로와 사랑 모두 삐걱거리며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치닫게 된 매들린-레너드 커플은 답을 찾을 수 없는 막막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결혼이라는 무모한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8월 14일 ~ 8월 20일

    당첨자 발표  :  8월 21일 (월) 

    발송  :  8/22~차주 초 발송 예정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무성의한 댓글 참여는 선착순에서 제외됩니다.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 와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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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병동 병동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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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을 무대로 벌어지는 땀내 나는 스릴러. 이 소설을 이렇게도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치넨 미키토의 '가면 병동' 얘기 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고 싶은 병원과 벌이가 시원치 않은 의사들이 서로 죽이 맞아서 야간 당직을 서는 의사를 정식으로 고용하지는 않고  7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ㅕ65555555555(이건 전화 받는 사이에 정말로 저희 집 고양이가 누른 것입니다.ㅠ ㅠ) 다른 병원에 있는 의사들을 아르바이트로 쓰는 게 말이죠.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외과의사인 하야미즈 슈고도 그 중 하나 입니다. 선배 의사의 소개로 일주일에 한 번 요양 병원에서 야간 당직 서는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요양 병원이라고 하지만 거의 몸져 누워 있는 환자가 대부분인데다 위급 상황도 별로 없어서 스스로는 아무 것도 안 하면서도 돈은 벌 수 있는 그렇게 꿀을 빨고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래 자기가 서는 날은 아니었지만 선배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그 대신 당직을 맡게 된 어느 날 밤, 그는 삶에서 가장 최악의 시간을 경험합니다. 모두가 퇴근한 뒤, 일하는 사람이라고는 여성 간호사 둘과 당직을 맡은 자신 밖에 없는 병원 로비에 피에로 가면을 쓴 범인이 권총을 든 채, 총상을 당한 젊은 여성 하나를 인질로 잡고 나타난 것입니다.


 소설은 바로 거기서 시작합니다. 이런 저런 사전 설명 같은 거 없이 단도직입으로 독자를 이야기 한 가운데 데리고 가는 것입니다. 그 뒤로 옆 한 번 안 돌아보고 이야기 끝까지 내처 달립니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하튼 범인이 다른 데도 아니고 병원에 찾아온 이유는 이것 때문입니다. 총상을 입은 여인을 치료해 달라는 것. 자기가 강도이긴 하지만 살인자까지 되기는 싫다고 말이죠. 총으로 위협 당해서가 아니라 의사로서 다친 사람을 외면하는 게 도리가 아니어서 슈고는 최선을 다해 부상당한 여인을 수술하고 결국 거동할 수 있을 정도로 살려냅니다. 슈고는 여성에 대한 치료를 마친 뒤, 이 같은 상황을 경찰에게 알리려 하는데 퇴근한 줄 알았던 병원 원장이 갑자기 나타나 신고하는 슈고를 말립니다. 경찰이 개입하면 범인이 더욱 궁지에 몰려 무자비한 짓을 벌여 환자들을 위험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슈고는 그래도 신고하려 했지만 두 명의 간호사까지 원장 편을 들자 어쩔 수 없이 신고하는 것을 그만둡니다. 강도까지 아예 지금 병원을 나가면 수색 중인 경찰에 잡힐 위험이 있으니 수색이 잠잠해지는 새벽 5시까지 기다리기로 합니다. 그 때가 되면 스스로 나갈테니 그 때까지 얌전히 인질이 되어달라고 부탁까지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되어, 병원은 누구도 들어가거나 나올 수 없는 밀실 같은 곳이 되어 버립니다. 띠지에 나온, 밀실 미스터리는 방이 아니라 병원 전체를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방을 대상으로 하는 밀실 미스터리는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하룻밤 새의 인질극만이 이 소설이 담고자 하는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는 게 곧 밝혀집니다. 병원에 있는 환자들에게 어떤 비밀이 존재하고 있다는 게 서서히 드러나기 때문이죠.



 제목의 '가면병동'은 바로 그래서 나온 것 같습니다. 겉보기와는 전혀 다른 병원이라는 것을 나타낸다는 뜻으로. 그런 의미에서 슈고는 그 밤, 두 가지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나는 인질범에게서 살아남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갑자기 드러난 병원의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것이죠. 소설은 이 두 가지를 기본 줄기로 하여 이야기를 끌고 나갑니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어요. 슈고 외에 모든 이들이 저마다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병원이라는 공간 역시 그런 게 넘쳐나거든요. 


 이외에 독자의 흥미를 잡아끄는 부분이 또 하나 있습니다. 인질로 잡혀 온 여성 환자에 대한 것인데요, 이름이 미나미입니다. 그런데 꽤 미모의 여성이에요. 슈고는 주로 이 미나미와 많이 같이 있게 됩니다. 즉 젊은 총각 의사와 더 젋은 미인 여성 단 둘이 위험한 밤을 보내게 되는 것이죠. 이쯤되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나요? 네, 그렇습니다. 둘 사이에 흐르는 케미 입니다. 로맨스라는 향신료가 가미되는 것이죠.


 이런 저런 재료들이 따로 놀지 않고 잘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소설은 끝까지, 한달음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를 선사합니다. 깜짝 놀랄만한 반전까지 마련되어 있어 뒷 맛을 더욱 깔끔하게 만들어주더군요. 치넨 미키토는 그런 부분에 수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독자들을 재밌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말이죠. 현재 병원 의사라고 해서, 병원을 무대로 한 미스터리라 의료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미스터리가 나오지 않을까 잔뜩 기대했는데, 그런 것은 없어서 그건 좀 아쉬웠어요. 이왕이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잘 살린 미스터리를 써 주었으면 좋겠어요. '아, 이런 건 정말 의사 밖에는 못 쓰겠구나'할 만한 미스터리를 꼭 한 번 보고 싶으니까요. 아무튼 그의 다른 작품은 어떨까 궁금해지긴 했습니다. 그만큼 치넨 미키토에 대한 첫 인상이라고 할 만한 '가면병동'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고 할 수 있겠죠.


 다른 건 하나도 안 따지고 그저 재밌는 미스터리 스릴러 한 편 읽어보고 싶다는 분은 '가면병동' 한 번 만나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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