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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면 은근히 마음의 짐이 되는데 안하면 좀이 마구 쑤시는 신간평가단. 행여나 정말 읽고 싶은 작품들이 선정되면 차암 부럽기도 하고.

  하여 다시 하게 되었다. 한동안 안 썼던 신간 추천글을 이렇게 쓰노라니 마치 처음 신간 평가단이 되어 글을 쓰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그 기분에 걸맞게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예전엔 신간 추천글을 쓸 때, 진짜 읽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지 않고 나열하기만 했는데 이번엔 정말 읽고 싶은 것들은 따로 선별하기로 했다. 이러면 좀 더 추천글다워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그것들을 'MOST WANTED'에 담는다. 그 외의 것들, 그러니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 작품들은 'SO SO...'에 담는다. 그렇게 첫 신간 추천을 해 본다.


  MOST WANTED


 지금 가장 읽고 싶은 책은 단연 이 것이다.

 책이 나오기 전에 댄 시먼스의 '올해의 학급 사진'을 사전 연재로 읽어봤는데 정말 굉장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좀비물을 읽고 보았기에 더 이상은 새로울 것도 흥미도 긴장도 자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댄 시먼스는 마치 좀비물을 처음 접했을 때의 재미와 긴장을 커다란 찜통 단위로 들이붓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프로는 프로구나 하는 것을 가득 느꼈다고나 할까. '히페리온 시리즈'나 '일리움'을 쓸 수 있는 정도의 작가는 좀비물이라는 흔한 재료로도 이렇게  미슐랭 가이드 스타급의 음식을 내어놓을 수 있구나 감탄했다. 물론 어느 정도 설정상의 허점은 있었지만...


 그러니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스티븐 킹, 조지 R. R 마틴, 클라이브 바커 같은 쟁쟁한 프로 작가들의 좀비물은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했던 것이다.

 여러 번 클리어한 게임처럼 좀비물에 식상해 있는 나에게 부디 이제껏 몰랐던 숨겨진 스테이지를 문득 발견한 것처럼 새로운 긴장과 재미를 가져다 주기를 기대한다.



 창비에서 나온 '아디오스'에 이어 두 번재로 소개되는 우루과이 작가 후안 카를로스 오네티의 작품이다.

 1961년에 나온 조선소는 흔히 말하는 '산타마리아의 사가'에 속하는 작품이다. 오로지 산타마리아만 배경으로 하기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창비에서 나온 '아디오스'가 '산타마리아 사가'의 첫 작품이다. 출간은 1954년.



 '조선소'는 사가의 세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산타마리아 사가는 모두 여섯 작품인데 79년 '바람이 얘기하리라'가 그 마지막이다. 거기서 산타마리아 도시는 불에 타 버린다. 산타마리아 사가는 연속된 작품이라 전작을 읽지 않고서는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창비도 첫 작품부터 출간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세번째 '조선소'가 나온 것은, 물론 오네스의 가장 대표작이라는 이유가 크겠지만 그나마 전작을 읽지 않고도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는 산타마리아 사가의 유일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조선소'를 둘러싼 탐욕과 광기의 이 이야기는 당시 우루과이 상황을 알고 읽으면 더욱 재밌을 것 같다. 오르도녜스 대통령 집권(1903~1929) 당시 민주주의적 제도와 사회 복지 제도의 구현과 정착으로 전 세계로부터 성공적인 체제의 모델로 인정받은 우루과이는 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테라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독재의 늪으로 빠져버려 이전의 빛나는 과실들을 모조리 섞은 것으로 바꿔버리고 마는데 소설에서 껍데기만 남은 조선소는 오르도녜스의 우루과이를,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허상의 조선소를 존속시키는 사주는 58년 선거로 정권을 잃기까지 계속 집권해 온 콜로라도 당을 은유한다고 해도 그리 무리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콜로라도 당에게서 93년만에 정권을 탈환한 블랑코당은 19세기에 우루과이가 식민지에서 독립할 때부터 콜로라도 당과 함께 있었던 존재로 둘은 서로 대립해 독립 당시에 이미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지원을 받아 내전까지 치른 바 있는데 정작 국민이 변화를 위해 블랑코당에게 정권을 주었어도 우루과이의 사정은 좋아지기는 커녕 더 나빠지기만 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소'에서 사주를 협박해 자신의 야욕을 실현시키려는 라르센은 블랑코 당으로 읽힐 여지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조선소'는 당시 정치와 경제 양 면에서 아주 혼란스러웠던 우루과이의 반영이며 보다 깊이 들어가면 우루과이에 대한 작가의 환멸이 드러난 작품이다. '헬조선'이란 유행어로 그 비슷한 환멸이 팽배해 있는 지금. 그것이 문학적으로 어떻게 승화되는가를 지켜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세 가지 점에서 정말 읽고 싶은 소설이다.

 하나는 세라 워터스의 신작이라는 점.

 둘은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고딕 호러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 셋은 여기서는 레즈비언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

 레즈비언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녀의 본질과도 같았던 레즈비언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은 작품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팬으로써 궁금한 까닭이다.

 여기에 굳이 하나를 더하자면 스티븐 킹이 2009년 최고의 소설로 꼽았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의 추천이 신뢰할만하다.







SO SO...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꼭 읽고 싶은...)



 3. 11 이후, 여전히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에 원전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전후 일본 최대의 비극적 사건으로 기록된 미나마타 병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그들의 탐욕으로 사건을 일으켰음에도, 그들의 아픔이 아니기에 쉽게 과오를 무시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사회의 헤게모니를 쥔 가해자들의 언어가 아니라 철저하게 희생자의 언어로만 이야기하는 이시무레 마치코의 이 이야기는 지금의 체제가 쉽게 배제해 버린 생명과 삶의 언어들을 본래적 모습으로 다시금 복원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편협된 관점과 언어로 삶이 관리 당하는 것은 우리의 현재이기도 하기에 지워진 목소리들로 들끓는 이 현장으로 들어가보고 싶다.




 

 개인적인 기억으론 토니 모리슨의 소설 중에 사람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것은 딱 두 작품, '빌러비드'와 '술라'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여기에 또 하나 더 개인적인 생각을 더하자면 토니 모리슨은 이렇게 사람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울 때 작품이 훨씬 더 좋아진다.


 '빌러비드'를 읽고 '술라'를 읽었을 때, 나는 이 '술라'가 혹시 '빌러비드'인 것은 아닐까 생각했었다. 술라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 시이드는 자신의 딸 '빌러비드'를 죽인다. 이러한 관계의 역전된 순환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실체가 유령이 된 이유와도 관련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대목이었다. 절판되었던 '술라'가 새 번역으로 다시 나와 반갑다. 다시금 벗하면서 예전에 품었던 의문을 좀 더 진지하게 추적해보고 싶다.

 



 

 

 백가흠의 소설을 읽어 본 적은 없다. 그런데도 이 책에 끌렸던 것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하나의 세대가 중심이 되었다고 하니 얼른 독일 작가 제발트가 떠오른다. 그의 소설 중심에도 세대가 있었다. 그는 세대를 단순히 동일한 시간이 아닌 동일한 사건으로 구성되는 존재라고 여겼다. 출판사 소개글을 읽어보니 세대에 대한 백가흠의 입장도 그와 비슷한 것 같다. 둘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흥미롭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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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10-05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신간평가단 같이 하게 되었군요. 다음 번에는 추천도서 빨리 올려주세요. 헤르메스님 추천 참고 좀 하게요.(반농담입니다)^^ 아니..근데 단지 농담만은 아니고요, 제가 소설(특히 외국소설) 쪽은 많이 잘 몰라서, 진짜 그래야할 듯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일단 저랑 겹치는 책이 몇 권 있어서 반갑습니다.^^

ICE-9 2015-10-05 22:01   좋아요 0 | URL
저도 맥거핀님이랑 함께 되어 기쁘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신간평가단을 함께 하는 건 처음이군요^^ 저는 사실 후발주자의 이점으로 쓸 때 맥거핀님의 리스트를 많이 참고 했습니다. 하하^^ 저는 워낙 팬더 같은 데가 있어서 닥치지 않으면 잘 하지 않는 아주 안 좋은 습성이 있어요 ㅠ ㅠ 고치려고 노력을 참 많이 하는데 요 천성이 티라노사우르스급이라 잘 옮겨지지 않네요ㅠ ㅠ 그래도 다음 추천글을 맥거핀님의 말씀도 있고 하니 빨리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