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MB
변상욱 지음 / 한언출판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굿바이 MB' 왠지 참으로 입에 착착 감기는 제목이다.

  어느새 이제 이 말을 하게 될 시점이 곧 다가왔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마음이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다. MB 4년. 참 힘들고 길었다. 곳곳에서 보이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권력의 전횡과 철저한 사익추구에서 비롯된 각종 비리들을 보며 화를 삭히느라 힘들었고 말도 안되는 거짓말들로 뻔한 진실들을 가리려는 그들의 천박한 작태들도 개그 콘서트도 한 철이지 그대로 보고있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그 모든 힘겨움의 원인들은 MB정부가 끝이나야 없어질 것 같아서 오매불망 그 끝이 도래하기를 기다리다 보니 군대 이병이 느끼는 국방부 시계처럼 참으로 길었다. 하지만 진창에 처박아도 국방부 시계는 멈추는 법이 없다더니 결국 염원하는 그 시간이 가까이오고 말았다. 이제 정말 굿바이 MB를 외칠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얼마남지 않음이 제대로 가능해지려면 한 가지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 그건 곧 다가올 대선에서 올바르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그 때 또 우리가 2007년에 했던 대로 그릇된 선택을 재탕한다면 얼마남지 않음은 얼마남지 않음이 아니라 또 한 번의 5년만 다시 거듭될 뿐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선택의 순간!  제대로 선택하기 위해서 말이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선택은 언제나 그릇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서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시행착오를 오직 단 한번으로 그치게 하는 것은 오로지 그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망각은 반복을 부르지만 기억은 반복의 연쇄를 끊는다. 그래서 우리는 똑똑히 MB의 4년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이것은 의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우리 스스로를 구원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MB 4년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굿바이 MB'는 만사를 제쳐두고 우리가 꼭 보아야 할 책이다.

 

   물론 이 책을 읽는 건 힘들다. 만일 당신이 학창시절 국사시간에 일제 식민지 치하의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는 게 힘이 들었다면 이 책 역시 그럴 것이다. 당연하다. 여기엔 우리의 어리석은 선택이 어떤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멍청하고도 부끄러운 결과를 초래했는지 여실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이 바로 우리 자신의 선택이었기에 그 결과는 그대로 우리들의 부끄러움이며 특히나 기륭전자 사태, 한진중공업 고공크레인 농성 그리고 용산 참사등에 있어서는 궁극적으로 보자면 우리의 어리석은 선택이 가져온 비극이므로 거기엔 우리의 죄의식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MB4년을 기록한 이 책은 우리의 저급한 욕망이 우리들 스스로에게 할퀴고 간 생채기이며 스스로 욕망의 노예로 자처하는 바람에 삶의 주인자리에서 쫓겨난 비굴함의 수치스러운 기억이다. 그래서 나 역시 지은이 변상욱이 이 책에 대하여 했던 말 '자신의 참회록이기도 하다'에 동감한다. 사실 이 책은 변상욱 기자만의 참회록은 아니다. 정말은 우리 모두의 참회록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 편으론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야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스스로 반성하기 위해 읽어야만 한다. 우리는 이 수치스러운 기억들을 읽으면서 똑똑히 머리에 새겨두어야 한다. 오로지 집 값을 올려준다는 이유만으로 투표하면 어떻게 되는지? 실현가능한 대안도 없이 그저 막연히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전혀 도덕적이지 않은 사람을 뽑아주면 어떻게 되는지? 악의적 왜곡을 일삼는 언론에 놀아나 그들의 프레임에 갇혀 스스로 생각하고 따져보지도 않고 묻지마 투표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시효가 지나고 한참 전에 지난 해묵은 이념이나 색깔론에 빠져 자신이 지금 사회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 생각지도 않고 투표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쟁취하지 않고 오로지 남이 가져다주는 미래에 만족하며 투표에 무관심하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부끄러움 속에서 똑똑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당신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하여 지금 이 순간 필요한 일은 이것 뿐이다. 그 때를 기억하는 것. 그 때  그 일들을 바라보던 당신의 마음은 어떠했나를 기억하는 것. '굿바이 MB'는 그런 당신을 위한, 언제나 뒤적여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하는 사진앨범이 되어 줄 것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2-04-1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오오오오오오오, 추천 백개, 천개, 만개!!!!

이렇게 착 붙는 이름이라니, 그리고 이렇게 착 붙는 리뷰라니!!!!
다시는, 돈 벌게 해주겠다는 꼬드김에 넘어가지 않는 우리이기를!

사실 그런 면에서 이번 김용민 씨 문제는 많은 생각을 남깁니다,
정답도 해법도 없는 문제를요.... 참 어렵더군요. ^^

ICE-9 2012-04-11 03:33   좋아요 0 | URL
와! 이렇게 격하게 공감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
저도 이번 선거기간에 일어나는 일들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지만
아무튼 이제는 드디어 투표일인데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제발 승리의 웃음으로 크게 웃게 되는 날이었으면 합니다.

얼음무지개 2012-04-1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온지 어언 9년여.. 처음으로 추천이란 걸 해보네요..ㅎㅎㅎ

ICE-9 2012-04-11 03:34   좋아요 0 | URL
9년만의 첫 추천을 저에게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
이 기쁨이 오늘 투표의 커다란 승리로 이어졌으면 정말 좋겠네요.

이진 2012-04-1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멋집니다.
정치를 모르는 저도 이번에는 "무슨 정치가 이따구야?"하면서 살았습니다.
나도 추천 백개, 천개, 만개!!

ICE-9 2012-04-13 22:58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이 투표 할 수 있었을 때는 제발 세상이 지금보다는 많이 나아져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 때문에 더욱 소이진님과 같은 세대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어른들이 너무 자기들 이해타산만 생각하지 말고 미래세대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줄지 생각 좀 하고 투표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