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올 가을은 아무래도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의 가을이 될 것 같군요. 이미 뮤지컬이 그것도 신성우, 유준상, 엄기준 등 초호화캐스팅으로 공연중인데다가 좀 있으면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유명한 폴. W. S 앤더슨이 감독한 '삼총사'도 3D 영화로 나오고 말이죠. 예고편을 보아하니 일종의 '스팀 펑크' 쪽이던데 주인공들 보다 오히려 악역 배우들이 화려해서 관심이 갑니다. 무엇보다 저의 초유의 관심은 팜므파탈의 대명사 '밀레디'를 누가 맡았느냐인데 '레지던트 이블'로 감독과 인연이 깊은 밀라 요요비치가 맡았더군요. 그래서 관심이 더욱 급증되었습니다.
오우! 드레스 입은 밀라 요요비치도 멋지군요. 팜므파탈로서의 매력이 정말 물씬나는 캐스팅 입니다.
그 외, 그녀를 유혹해서 스파이로 만드는 버킹검 공작 역엔 올랜도 블룸이 리슐리외 추기경엔 '거친녀석들'로 아주 인상적인 악역 연기를 보여준 바 있는 크리스토퍼 왈츠가 맡았더군요. 거의 악역들의 포스가 삼총사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악역 배우들의 연기가 어떤 앙상블을 만들어낼지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에 대한 좋은 감상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악역들이 화려해서 정작 주인공 역할을 누가 맡았는지는 관심 밖이 되네요. ㅡ ㅡ)
근데 왜 이렇게 갑자기 삼총사가 뮤지컬과 영화 양쪽으로 비슷한 시기에 상륙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삼총사의 공습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원작인 뒤마의 '삼총사' 역시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제게는 쥘 베른 선집의 번역가로 더 유명하지만...) 김석희님의 새로운 완역본으로 올가을에 나오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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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절 가장 들뜨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소설 중의 하나가 바로 '삼총사' 였습니다. 소설 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까지 가세해서 더욱 더 삼총사의 매력에 헤어나올 수 없었죠. 그래서 당연히 이렇게 각종 컨텐츠로 삼총사가 마구 나오는 것은 저에겐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일단 저는 삼총사에 대한 '팬심'이 있으니까요. 저는 이미 뒤마의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2002년에 민음사에서 나온 몬테크리스토 백작과 삼총사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만 삼총사의 새로운 완역본이라면, 그것도 쥘 베른 선집에서 신뢰감을 넣어준 김석희님의 번역이고 보면 소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 책이 저에게 왔습니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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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외관이 2002년에 나온 하얀색 양장본 보다 더욱 근사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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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각도를 달리하여 모아서 찍어봅니다. 흐음, 확실히 전시효과는 뛰어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2002년에 나온 민음사 판을 한번 봐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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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2002년 뒤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민음사에서 나온 판본입니다. 번역자는 이규현님으로 미셀 세르의 '헤르메스'와 미셀 푸코의 '성의 역사 1 - 앎의 의지'를 번역하신 분이죠. 불문학 전공자이시구요. 후기를 보면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생각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했다고 합니다. 시공사 판은 프랑스 왕조의 문양을 사용한 반면, 민음사 판은 파블로 피카소의 '파이프와 꽃을 들고 있는 총사'를 표지에 사용했습니다. 민음사 판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양장본으로 세권으로 분권되어 나왔습니다. 이번에 나온 시공사 판은 두 권 입니다. 가격은 당시 민음사 본이 권당 만원이었고 이번 시공사 판은 16,000원이니 한 2천원 정도 민음사 판이 더 저렴합니다. 하지만 2002년에 나온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시공사 판이 더 저렴하지 않나 생각되는군요. 내친김에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같이 한 번 찍어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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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같이 죽 놓고보면 민음사 판도 전시효과가 상당합니다. 자아, 이제 외관을 확인했으니 정작 2002년의 민음사 판과 지금 나온 시공사 판이 어떻게 다른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LET'S FIGHT !!
먼저 아무래도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이 번역일테니 두 판본의 번역을 살펴보겠습니다.
되도록 공정하게 하기 위하여 그냥 가장 첫 시작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프랑스 판의 원문은 이렇습니다. 아래는 같은 부분의 김석희님의 번역입니다.
Il y a un an à peu près, qu'en faisant à la Bibliothèque royale des recherches pour mon histoire de Louis XIV, je tombai par hasard sur les Mémoires de M. d'Artagnan, imprimés — comme la plus grande partie des ouvrages de cette époque, où les auteurs tenaient à dire la vérité sans aller faire un tour plus ou moins long à la Bastille — à Amsterdam, chez Pierre Rouge. Le titre me séduisit: je les emportai chez moi, avec la permission de M. le conservateur; bien entendu, je les dévorai.
1년쯤 전에 루이 14세의 전기를 쓰려고 왕립도서관에서 자료를 조사하다가 <다르타냥 씨의 회고록>이란 책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암스테르담에 있는 피에르 루주 서점에서 출간된 책이었다. 당시만 해도 진실을 말했다가는 감옥에 가는 때여서, 이런 불운을 피하고 싶은 저자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저서를 펴냈다. 제목에 마음이 끌린 나는 도서관 사서의 허락을 받고 그 책을 집으로 가져와 한달음에 읽었다.
같은 부분 이규현님의 번역입니다.
일 년 쯤 전에 나는 왕립도서관에서 루이 14세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자료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다르타냥 씨의 회상'이란 책이 눈에 띄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피에르 루주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당시에는 대부분의 책들이 이런 곳에서 출판되었다. 프랑스에서는 바스티유 감옥에 갇히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릎쓰고 진실을 이야기하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제목에 끌린 나는 집으로 책을 가져와 - 물론 도서관 사서의 허가를 받고 - 정신없이 읽어 내려갔다.
번역 스타일이 확연히 두드러지는 것 같군요. 대체적으로 김석희님이 가독성을 고려한 의역 스타일을 이규현님은 되도록 원문에 충실한 직역 스타일을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가독성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일단은 김석희님의 번역이 더 마음에 드는군요.
하나 더 비교해 볼까요? 이번에는 가장 마지막 부분을 그러니까 어린 시절 절 가장 눈물짓게 만들었던 다르타냥과 삼총사가 헤어지는 부분을 비교해 보죠.
김석희님의 번역입니다.
아토스는 펜을 들고 사령장에 다르타냥의 이름을 적어서 그에게 돌려주었다.
"그럼 나에게는 친구가 없겠군요. 아! 이제 남은 것은 씁쓸한 추억뿐..."
다르타냥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두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네는 아직 젊어." 아토스가 말했다. "자네의 씁쓸한 추억도 세월이 흐르면 달콤한 추억으로 바뀔 거야."
이번엔 같은 부분 이규현님의 번역입니다.
그가 펜을 들었다. 사령장에 다르타냥의 이름을 써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럼 이제 나에게는 친구가 없는 거로군요." 젊은이가 말했다. "아! 이제 남은 것은 씁쓸한 추억뿐..."
그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볼을 따라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네는 아직 젊어. 젊고말고." 아토스가 대답했다. "자네의 씁쓸한 추억이 달콤한 추억으로 바뀔 시간은 충분하네!"
어릴 때의 감흥이 아직도 남은 것인지 지금 읽어도 왠지 저려오네요. 아무튼 여기서도 번역 스타일은 확연히 차이나죠? 여러분은 어느 것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번역 스타일도 그렇지만 또 다른 점에서 시공사 판과 민음사 판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 하나는 이번 시공사 판에는 삽화가 실려 있다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민음사 판에는 삽화가 전혀 실려있지 않습니다. 대신 앞부분에 따로 인물 소개 형식으로 삽화가 조금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내용적인 부분과 관련해서 삽화가 없다는 것은 어린 시절에 삼총사를 보아온 저로서는 상당히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삽화 역시도 저에게 엄연한 추억의 대상이기 때문이죠. 거기다 삽화라는 것이 단순히 내용에 첨부되는 것이 아닌 그 내용을 전혀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런 고전 클래식에서 삽화가 없는 것은 정말 아쉽기만 합니다. 그럼 여기서 시공사 판에 실린 삽화 하나를 올려보겠습니다.
삽화의 퀄리티가 상당합니다. 모리스 르루아르의 작품으로 알고보니 당시에 꽤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더군요.
여기에 또 하나 차이가 있는 것이 바로 '각주'입니다. 삼총사에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이해해야 할 필요도 있고 아무래도 낯선 지명이나 인명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각주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요. 민음사 판은 그걸 간단히 삽입한 반면 시공사 판은 책 말미에 따로 자세한 각주를 정리해 두었더군요. 이를테면, 민음사 판은 페이지 17에 나오는 도시 '라로셀'에 관하여 각주로 '대서양에 면한 항구도시로 신교도가 세력을 떨쳤던 곳으로 유명하다 - 옮긴이' 이렇게 처리한 반면 시공사 판은 맨 뒤에 따로이 이렇게 자세히 써 두었습니다.
저기 13 이 있는 각주가 바로 라로셀에 대한 것입니다. 앞의 13은 바로 그 것이 나와있는 페이지를 가리키는 숫자입니다. 다른 각주와는 달리 일일이 페이지 수를 명기해 놓았다는 점에서 출판사의 배려가 엿보이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말미에 나와있으면 일일이 찾기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죠. 그런데 저렇게 페이지 수를 표기해 놓으면 그 수고는 많이 덜어질 것입니다. 각주의 내용이 분량상 길어서 맨 뒤로 따로이 정리할 수 밖에 없었던 형편상 그나마 독자의 수고를 줄여주려 배려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각주가 꽤 상세해서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역자 후기와도 같은 작품 해설에 있어서도 차이가 보이더군요. 김석희님은 뒤마의 소개를 문학적 스타일로 풀어간 반면 이규현님은 '헤르메스' 같은 인문서를 번역하신 분 답게 논문식으로 풀어가셨더군요. 뒤마의 일대기에서는 김석희님이 훨씬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삼총사의 전체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이규현님의 해설이 좋았습니다.(무엇보다 왜 다르타냥이 있는데도 제목이 굳이 삼총사였을까는 저도 의문이었는데 이규현님 해설 덕분으로 조금 수긍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뒤마에 관해서라면 그래도 김석희님 보다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일단 뒤마의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흑인 노예를 건드려 낳았다는 건 유명한 얘기입니다만 그런데 뒤마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인 후작의 이름을 쓰지 않았었죠. 그것에 대해서 이규현님은 단순히 아버지와의 불화로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 반면 김석희님은 후작이 다시 다른 여자와 재혼을 결심하는 바람에 아들로서 부친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고자 스스로 포기했다고 보다 상세히 함으로써 그 인간적 고뇌까지 전해지도록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더군요.
이렇게 이번에 나온 시공사 판과 2002년에 나온 민음사 판을 비교해 보았는데요. 번역 스타일이나 삽화의 차용 그리고 각주의 처리 등에 있어서 두 판본은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판본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 아무튼 뒤마를 좋아하고 삼총사를 많이 즐겨온 저로서는 이렇게 삼총사로 풍성한 가을이 더욱 기대되지 않을 수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