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담 & 싱어 : 매사에 공평하라 지식인마을 16
최훈 지음 / 김영사 / 200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고교 윤리시간에 배우는 것이지만 서양윤리의 흐름은 크게 두갈래로 나눈다. 하나는 의무론적 윤리이며 다른 하나는 결과론적 윤리이다. 의무론적 윤리는 윤리를 의무로서 보는 것으로 저자는 책에서 칸트의 윤리학과 종교의 윤리를 예로 든다. 그리고 다른 갈래인 결과론적 윤리의 대표는 벤담과 밀 그리고 그 계승자인 싱어의 공리주의다. 저자는 윤리의 기본 전제조건으로 보편원칙이 되어야함을 말하며 의무론적 윤리설과 결과론적 윤리설을 살핀다.

 먼저 의무론적 윤리의 하나로서 우선 저자는 종교를 말한다. 가장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종교에서 윤리가 의무가 되는 것의 바로 신 때문이다. 그것이 신의 계시이지 말씀이기 때문이다. 즉, 도덕적으로 살아야하는 것의 근거가 신이되는 것이다.

 이것을 논파하기 위해 저자는 발칙하게도 그렇다면 신이 나쁜 말을 지시한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묻는다. 신자들은 정의로운 신이 그렇게 나쁜 말을 할리 없다고 항변한다. 신은 도덕적이기 때문이다. 이말은 자체가 모순이되어 그렇다면 나쁜말과 좋은 말이란것 자체, 즉, 도덕과 비도덕이 애초에 신 이전에 있었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저자는 이런 이유로 종교는 도덕에서는 이제 분리되어야 할때라고 말한다. 종교가 인간이 만든 것임을 인정한다면 도덕에 우선할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이된다.

 다음은 칸트다. 칸트행위의 결과나 경향성을 통한 도덕을 부정한다. 결과는 도덕적 행위의 결과로 도덕성을 판단하는 것이며 경향성은 글자그대로 사람의 성향을 의미한다. 착하거나 악한 성향이 그것이다. 칸트가 이것들을 도덕의 잣대로 삼지 않은 이유는 이것들이 통제불가능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무리 도덕적 의도를 가지 행위라도 그 결과는 정반대일수 있으면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사람의 선하고 악한 성향은 타고나거나 환경적인 것으로 어찌보면 개인의 손을 많이 떠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칸트가 강조한 것은 이성에 의한 의무감을 통한 도덕의 실현이다. 이것은 앞의 것과는 다르게 통제가 가능하여 개인의 도덕적 행위에 대해 상을주거나 벌을 주는 등의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다. 선하고 악하고의 경향성은 기본적인 도덕적 감정으로 어찌보면 이성에 앞서 형성된 것일 수 있다. 이런 감정도덕에 대한 무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 이성에 의한 도덕적 의무의 실현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과 저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로 저자는 칸트에게서도 간단히 떠나간다. 

 결국 의무론적 윤리설은 글자그대로 보편원칙으로서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지만 역설적으로 의무가 어째서 의무가 되어야하는지에 대한 토대가 약한 셈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남은 것은 공리주의다. 벤담과 밀에의해 발생한 공리주의의 문제점은 결과에 대한 계산을 기초로 도덕성을 판단하기에 의무론적 윤리와는 다르게 어떤 보편적 원칙이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론적 윤리설이라고 부르기도한다. 하지만 저자는 싱어의 실천윤리학을 통해 공리주의로서도 충분히 이러한 보편적 원칙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항변한다.

 피터싱어가 말한 보편적 원칙은 이익들에 대한 평등한 고려 원칙이다. 벤담과 밀의 시절에는 사회가 비교적 단순하여 사람들의 이익의 총합을 계산할수 있었을거란 착각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현대사회처럼 복잡하게 이익관계가 얽히고 사람의 주관이 판단되는 사회에서는 질적이든 양적이든 이익의 총합 계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기에 나비효과같은 것까지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이건 신의 영역이 된다.  

 그래서 싱어가 제시한 이익은 고통을 피하는 것이다. 한 존재가 고통으로 인해 행복을 겪을 수 없게 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죽음이나 감금, 기아 등이 이런 고통에 포함되는 것이며 싱어가 말하는 이익은 이런것을 피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이익이 된다. 즉, 고통을 피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것이며 이것으로 계산을 하는 공리주의자이기에 싱어는 부정적 공리주의자가 된다. 그리고 이런 최소한의 이익추구는 보편성을 쉽게 갖출수 있다.

 최소한의 이익이외에도 싱어는 보편적 원리로 응분의 원리를 제시한다. 응분의 원리는 각자가 자신의 책임이 아닌 종교나 성, 국적, 지능, 집안등의 이유로 행복의 차등이 결정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싱어는 사실상 평등할 수 없는 기회의 평등을 부정하고 더 나아가 결과적 평등으로까지 간다. 하지만 결과적 평등을 강조한 사회주의의 비효율성을 알기에 싱어는 결과를 평등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되 그 이상적이고 강제적 실현이 오히려 사람의 자유를 억악합고 비효율성을 낳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인센티브는 허용하는 사회를 주장한다. 즉, 타고난 집안이나 지능에 의해 누군가는 의사가 되고 그렇지 않은 누군가가 청소부가 되는 것은 불공평하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거치는 지난한 과정에 대한 노력의 대가는 어느정도 인정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처럼 청소부의 의사가 보이는 20여배의 급여차는 수용할수 없으며 타고난 조건으로 의사가 되기에 유리한 사람이 충분히 노력하거나 용인할정도 수준의 급여차만 인정하자는 것이다. 다소 애매하다. 어느정도까지 가능할까? 2배 5배? 북유럽사회에서 고소득층이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헌납함에도 자기 이익과 계발을 위해 매진하는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기도 하겠다.

 피터 싱어는 자신의 윤리의 적용대상을 동물로까지 확대한다. 사실 인간 역사에서 윤리의 대상은 점차  확장되어 왔다. 처음엔 자신, 가족, 타인과 사회, 민족과 국가, 지구인 전체로 말이다. 싱어는 여기에 동물이 들어가지 않을 이유는 없으며 동물역시 최소이익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그러함을 역설한다. 흔히 인간이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들어 동물이 도덕의 대상이 될수 없음을 역설하지만 싱어가 보기엔 그 차이가 애매한 부분이 있으며 동물 역시 고통을 피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최소이익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동물이 도덕적용이 될수 있다는입장중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싱어는 지능이나 언어 등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사실 애매한 부분이 있으며 사람의 나이나 장애 및 신체적 특징 여부에 따라 오히려 동물보다 지능이 낮거나 언어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을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싱어는 인간과 동물의 구분보다는 도덕 적용의 대상으로 인격체의 개념을 말한다. 인격체는 사람이든 다른 동물이든 고통과 쾌락을 분명하게 느끼며 과거와 현재에 대한 개념이 있고 이것이 현재로 이어지는 어느 정도의 자의식을 갖춘 존재를 말한다. 

 흔히 공리주의는 상대론적 윤리설로 알려져 있지만 그것에서 보편적 원칙을 세우고자 한 피터싱어의 시도는 흥미로웠다. 물론 완전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싱어가 말한 것을 수용하더라도 결국 어느 것이 인격체고 아니냐의 구분은 역시 분명히 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완전해야 할  도덕이 이렇게 완벽하지 못한 이유는 인간의 도덕성이 결국 근원적으로 진화상 협력이 주는 적응도상의 이점에서 생겨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것이 인간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더욱 확장되어나갔고, 이렇게 되는데는 도킨스가 말하는 밈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어찌보면 오늘날처럼 범위가 크게 확장된 인간의 도덕성은 오랜 협력이 준 적응도상의 이점이 진화에 반영된 결과가 설계를 넘어서 적용된 결과라고 볼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도덕범위의 확장은 기본적으로 물질적 풍요가 뒷받침되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먹기 살기에 충분한 식물식량이 제공되기에 동물을 도덕적 범위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과거처럼 먹고살기가 어렵다면 이런 주장이 과연 오늘날처럼 설득력이 있을까? 그것은 인간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진화상의 호혜성원칙은 초기엔 관대하되 배신시에는 응징하는 것이다. 이는 무한한 관용은 없으며 물질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 상황이 악화될수 있는 근본적 원인이다. 또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선관용 배신후 응징 다시 선관용의 전략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진화의 원칙으로 자리잡았음을 주장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협력적 상황이 더 큰 이득을 주는 제로섬 상황이 아닐때만 가능하다. 극도의 결핍으로 인해 협력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면 어찌하겠는가

 실제로 자연계에서는 수많은 생물이 서로의 이득을 위해 공존하면서도 상대가 틈을 보이거나 면역계통에 문제가 생길경우 호전적으로 돌변하는 사례를 무수히 보여준다. 

 또한 다른 동물에게는 인간과 같은 도덕적 원칙이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여성이나 유색인종, 사회적 하층계층에게로 도덕적 범위가 기본적으로 확장될수 있는 것은 그들이 결국 다른 계층처럼 도덕원칙을 갖고 적용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이 도덕원칙을 동물에게 적용한다하더라도 동물이 서로간에 그것을 적용할수 없고, 사람에게도 그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잡식동물의 딜레마의 저자 역시 이런 문제때문에 결국 동물의 실상을 그렇게 파헤쳤으메도 채식의 길로 들어서지 못했다. 또한 동물의 권리를 비교적 많이 보장해나가는 서구사회에서도 동물이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하는 경우 처리하는 방식은 그 동물을 죽이는 것이다. 제발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도덕은 기본적으로 언제든지 배신에 의해 무너질 우려가 있으며, 이기적인 이익의 관점에서 생겨난 것이고 풍요와 힘에의해 그 범위가 확장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즉 토대가 매우 빈약한 셈이다. 인류의 도덕이 계속 확장되고 꽃을을 피우기 위해서는 풍요와 번영이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도킨스의 말처럼 어느정도 유전자를 벗어날수 있는 존재이다. 실제로 남이 배신을하더라도 내가 굶어죽을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동물을 먹지 않거나 타인을 해치지 않는 사람은 분명히 적지 않게 존재한다. 거기에서 도덕의 토대가 단단해질수 있는 여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2-28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7-12-28 00:27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도덕은 정말 어려우면서도 자꾸생각하게되는것같습니다

2017-12-30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7-12-30 14:14   좋아요 1 | URL
연말 잘보내시고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보는 다른 책들은 주변인들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책은 달랐다. 일단 본가에 하나가 있었다. 낡고 오래된 이전 버전인데 부모님이 사놓으신듯 했다. 그리고 직장내 원어민도 이 책을 알고 있었다. 물어보니 오래전에 읽었고 미국에선 교육과정 내 교재로 많이 쓴다고 하였다. 그런데 작가가 인종차별과 관련되어 지금은 삭제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오히려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책이 분명한듯해 많이 이상했다. 답은 집 근처 도서관 사서 선생님이 주셨다. 이 책의 작가인 하퍼리의 이후 작품인 파수꾼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막을 알순 없었지만 이 책에만 국한한다면 작가는 적어도 좋은 책을 썼다. 

 책의 배경은 1930년대인듯하다. 책 초반에 자꾸 남북전쟁이야기가 나와서 19세기인듯 했는데 히틀러의 유태인 탄압이야기가 나오고 아직 전쟁으론 치달으진 않은 듯 하니 시간적 배경은 아마도 1930년대 중후반일 것이다. 공간적 배경은 메이컴이란 곳인데.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면이나 읍소재지 정도 느낌이다. 메이컴이란 명칭이 친숙하지 않아 초기엔 영국인가 했는데 미국 남부의 앨라배마 주였다. 그래서 처음으로 앨라배마란 곳을 찾아봤다. 미국 동남부였다. 간혹 주변에 미국의 50개주의 이름과 위치에 능통한 이들이 있는데 신기할 따름이다. 지리를 꽤 좋아하지만 이상스럽게 미국 주는 하와이와 알라스카만 확실히 안다. 그럼에도 앨라베마란 이름은 이상스레 친숙했다. 고민하니 오랜 멜로디가 머리에서 자동연주되었다. " 오 수재너 이 노래 부르자. 멀고먼 앨라베마나의 고향은 그곳"이란 부분이 있는 노래를 아마 중학교 쯤에 배웠던 것 같다.  제목은 오 수재너일테고 작곡가는 포스터였던 것 같다. 그 땐 음악교과서 전국공통인 시절이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이 노래가 기억날지 모를 일이다. 

 책은 핀치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가족은 4명으로 변호사인 아버지 애치커스 핀치, 아들 젬 핀치, 딸 스카웃, 그리고 집에서 가정일을 돕는 칼퍼니아가 있다. 뒤로 가면 멀리서 살던 고모가 아이들 양육을 돕기 위해 집에 들어온다. 아버지 핀치는 나이가 무려 50세다. 첫째인 젬이 고작 13세, 스카웃이 10세인걸 생각한다면 무척이나 늦게 결혼한 셈이다. 당시라면 할아버지여야 했을 나이일 것이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일찍 죽었다. 스카웃은 너무어릴때라 기억하지 못하지만 오빠젬은 어머니의 사랑을 기억한다. 

 메이컴은 무척 시골로 핀치집안이 있고, 이웰집안이 있고, 커닝햄집안, 래들리 집안등이 있다. 각 집안 사람들은 각각의 묘한 특징이 있는데 더욱 이상한 것은 이런 집안의 풍토가 집안 구성원들을 옥죈다는 점이다. 핀치가문 사람이라면 이러해야 하고, 커닝햄은 저러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시대임에도 미국에서는 아이의 생활경험을 중심하는 듀이의 교육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매우 보수적인 사회와 교육기관에 진보적 교육관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듀이의 영향이었는지 아니면 아버지 핀치의 훌륭함이었는지 젬과 스카웃은 아버지의 영향아래 집안과 풍토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개성있는 존재로 자라난다. 

 젬과 스카웃에게는 딜이란 친구가 있었는데 딜은 스카웃을 좋아한다. 툭하면 뽀뽀를 하기도 하고 이미 어린나이에 스카웃에게 결혼하자면 미리 찍어놓는다. 스카웃은 자신보다 싸움도 못하고 오빠에 비하면 터무니없게 작기까지한 이 딜이란 녀석이 이상스레 싫지 않다. 유년의 그들에겐 한가지 무서운 곳이 있었으니 래들리 집이다. 

 래들리 집안에는 무서운 이야기가 돌았는데 부 래들리란 사람이 어렸을때 저지른 악행으로 아버지에 의해 집안에 감금되어있다는 것이다. 스카웃은 부가 살아있다 여기는데 그 이유는 죽어서 관으로 나온 사람이 없기 때문. 이런 래들리 집안에 젬과 스카웃은 몰래 침입했다 젬이 래들리 집안 사람들이 쏜 총에 놀라 도망가다 철조망에 걸려 바지를 잃어버리는 사건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젬과 스카웃에게 어느날 친구들은 아버지가 검둥이를 변호한다며 심한 욕을 곁들여 가며 놀려댄다. 실제 아버지 핀치는 마을의 흑인인 톰 로빈슨을 변호하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야밤중에 사무실로 동네 백인들이 찾아와 소동을 벌이는 험악한 일도 겪게 된다. 

 사건은 이랬다. 이웰집안의 첫째 딸이 톰 로빈슨이 자신을 강간했다는 것. 그리고 아버지 이웰은 격분해 보안관에게 톰을 고발하고 톰은 체포된다. 하지만 아버지 핀치가 재판과정에서 밝혀낸 진실은 달랐다. 출근길에 이웰집앞을 지나게 되는 톰에게 관심을 먼저 보인건 딸 이웰이었다. 그녀는 장녀에 아래로 7명의 동생을 보살피는 고작 20살의 처녀였고, 아버지 이웰은 술꾼에 가정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는 없었다. 딸 이웰은 매일 같이 집앞을 지나가던 톰에게 이런 저런 도움을 요청하고 급기야는 연정을 품게된다. 그리고는 어느날 톰을 집안으로 유인해 키스하기 시작한 것이다. 놀란 톰은 살기위해 이웰을 뿌리치고 도망간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장면을 아버지 이웰이 목격하게 되고 그는 딸을 무자비하게 폭행한후, 톰을 폭행과 강간죄로 고발한 것이다. 

 변호사인 아버지 핀치는 이러한 사건의 전말을 배심원에게 잘 드러내지만 배심원들은 톰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합리성과 이성보다는 인종차별이 더 우선시되는 시대였다. 이런 정의 실현의 실패는 스카웃, 그리고 사춘기에 접어든 젬에게 많은 상처와 가르침을 주게된다. 

 마을에서 거렁뱅이 취급받던 이웰은 이 사건에서의 승리로 자신이 마을의 영웅대접을 받을 거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시선은 더욱 냉랭해졌으며 패배한 아버지 핀치는 오히려 더욱 존경받고 명성이 높아진다. 인종차별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누가더 고매한 선택과 싸움을 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분노한 이웰은 아버지 핀치와 판결을내렸던 판사를 공격하고자 시도한다. 모두 실패하자 그가 노린 것은 핀치자매였다. 학교에서의 연극 연습후 귀가하던 핀치자매는 칼을 든 이웰에게 습격당하고, 절체절명의 순간 그들을 구한 것은 전설속의 부 래들리였다. 처음부터 거의 막장까지 베일에 가려있던 부는 이렇게 화려하게 등장하고, 책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이상스레 스카웃과 젬이 갖고 있던 부가 괜찮은 사람일거란 환상은 신비스럽게도 맞았던 것이다. 

 무척 재밌고, 신나는 책이었다. 젬과 핀치의 기억은 어느새 독자인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다주었다. 그들이 어른들과 부딪히는 것, 정의가 승리하지 못함에 분노하는 것, 나무 위의 집들, 친구들과의 주먹싸움, 무서운 곳이자 꼭 가고 싶은 래들리 집들이 보여주는 심상들은 누구나 유년시절에 갖고 있을만한 그런 것들이다. 그리고 정의에 유난히 민감한 아이들의 눈을 통해 부정의를 보여줌으로써 부조리는 더욱 격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스카웃과 젬도 언젠가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 핀치가 있고, 고매한 가정부인 칼퍼니아와 삼촌핀치, 그리고 죽은 톰 로빈슨과 부 래들리가 그들과 함께 있었다. 적어도 그들은 무슨무슨 집안 사람이나 ,뻔한 이야기나 하는 마을의 부인들처럼 자라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스카웃은 딜과 결혼했을 것 같다. 스카웃 정도의 왈가닥을 감당할 수 있는건 아무래도 딜 뿐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7-12-22 2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닷슈님, 2017년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닷슈 2017-12-22 20:47   좋아요 2 | URL
커헉 어떻게 아시고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축하드립니다

2017-12-23 0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3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7-12-23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eBook] 현남 오빠에게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어쨌든 주인공이 모두 여자라는 점에서 재밌는 단편 모음집이었다. 생각보다 장르가 다양하고, 결말이 아리송한 것도 있어서 의외.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현남오빠인듯.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2-21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7-12-21 00:03   좋아요 1 | URL
여러단편이 제각각 엮여서 길게 말하기가 좀어려웠습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쓸신잡2를 보며 왜 김영하와 정재승을 뺐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들을 어느 누가 대체할 수 있다고. 물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접해보는 것도 좋지만 기대가 크지 않았다. 그러다 유현준이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의 공간구조를 비교하고 설명하는 부분을 보고서 생각은 곧 바뀌었다. 그리고 구입한 그의 책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우리는 방이나 집, 그리고 거리나 다양한 건물 같은 많은 공간을 접하고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지만 그 공간에 대한 이렇다할 생각은 별로 없는 편이다. 그저 좀 보기 좋으면 이쁘다. 덥다, 춥다. 답답하다. 아름답다 정도의 표현밖에 못하는 소위 공간문맹론자나 마찬가지인데 이 책은 그런 공간들을 읽고 해석하는 눈을 어느정도 갖게 해준다.


1. 유현준이 말하는 공간

 사람은 자연상태에서는 공간을 지각하기 쉽지 않은데, 그저 뻗어가는 하늘이요, 밤이되면 그마저도 암흑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지하기 어려운 공간에 건축이 등장하여 벽과 기둥을 높고 지붕을 얹으면 공간을 비로소 분명히 인지된다. 

 저자인 유현준은 공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는데 그것은 공간이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실체가 아니라 주관적인 해석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예로 사람마다 같은 공간을 다르게 받아들이는걸 들수 있는데 영어정보가 잘 인지되지 않아 한국인에게는 멋지게만 보이는 라스베가스의 무수한 네온사인들이 정보를 인지할수 있는 현지인들에게는 어지러운 과다 정보로 인해 볼품없어 보이는 공간으로 인지되는게 그 예다. 

 따라서 건축공간은 정보의 해석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 인식의 산물이며 공간을 구성하는 정보들은 3가지다. 첫째는 보이드로 물리적인 양이자 실제적인 공간의 볼륨이다. 둘째는 심벌로 글자그대로 간판이나 조각, 그림 같은 상징정보다. 셋째는 액티버티로 공간에서의 사람들의 활동이다. 

 이런 특징을 갖는 건축공간이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 역시 3가지로 제시하는데 첫번째는 실제적 관계로 그 공간을 볼 수 도 있고, 실제로 가볼수도 있는 경우다. 둘째는 시각적 관계로 볼수는 있지만 그곳에 갈수는 없는 경우다. 마지막은 심리적 관계로 볼수도 없고 갈수도 없지만 머릿속으로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인식할 수 있는 관계다. 


2. 걷고 싶은 거리의 특징

성공적인 거리와 걷고 싶은 거리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다. 유명하고 비싼거리지만 그닥 걷고 싶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강남대로나 광화문 광장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스케일때문인데 걷고 싶은 거리들이 대개 휴먼스케일로 사람이 체험할 만한 아기자기한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반면 큰 스케일의 거리에서는 그런 것이 좀처럼 없다. 

 유럽의 경우 걷고 싶은 거리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유럽은 미국에 비해 역사가 길어 도시의 거리들이 사람과 마차의 속도에 맞춰 발달해왔다. 때문에 거리마다 결절점이 많고 교차로와 코너가 존재하여 걷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경험과 선택을 제공한다. 반면 미국은 자동차와 함께 거리가 형성되어 블록이 크고 교차로가 적다. 

 우리나라로 대입하면 강북의 거리와 강남의 거리가 그러한데 자연발생적인 강북의 거리가 좁고 구불구불 하며 민간자본으로 개발되어 필지가 작은 편이다. 반면 대규모 기업자본으로 개발되고 자동차 중심의 강남의 거리는 필지가 크며 블록규모가 크다. 때문에 강북의 거리가 휴먼스케일이자 사람중심적인 거리라 할수 있다. 

 정리하면 사람이 걷고 싶은 거리는 다음의 특징이 있다. 우선 이벤트의 밀도가 높아야 한다. 이벤트의 밀도가 높다는 것은 거리에 점포의 출입구가 많아 선택의 개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높은 이벤트는 보행자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변화의 체험을 제공하며, 매번 같은 거리를 가도 새로운 체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다음은 속도인데 거리를 지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도 안되며 너무 느려도 안된다는 것이다. 


3. 공간에 대한 점유, 개방과 폐쇄

펜트하우스는 가장 비싼데 그 이유는 자신은 남을 볼수 있으면서 남은 자신을 볼수 없는 위치에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비슷한 위치의 옥탑방은 가장 저렴한데 옥탑방은 위에만 있을뿐 사방이 트인 개방적 공간으로 쉽게 관찰되며 보안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비싼 공간은 이렇게 다른 공간과 자신을구분을 짓는데 과거에는 공간에 대한 구분으로 수공간을 썼다. 성당입구에 놓인 성수와 궁궐이나 절에 들어갈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물길과 다리가 그것들이다. 

 펜트하우스는 남들이 볼수 없기에 비싸고, 옥탑방은 볼수 있기에 쌌지만 보이는게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뉴욕 센트럴 파크와 보스턴의 코먼이다. 센트럴 파크는 규모가 상당히 크고 녹지가 많긴 하나 이로 인해 85%의 지대가 사각지대이다. 때문에 낮이 아니면 이용이 불가능한 편이나, 보스턴 코먼은 거의 전역이 주변 건물에서 내려다보여 치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보이는게 보안이란 면에서 오히려 좋은 것인 셈이다.

 공간의 개방과 폐쇄와 관련해서는 호텔과 모텔이 있다. 호텔은 거의 완벽한 개방공간으로 대부분 큰 유리창을 써서 밖에서도 안이 잘 보인다. 이는 호텔에 묶는 사람들이 밖을 내려다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자체를 모두 좋아하기 때문으로 즉, 과시를 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반면 모텔은 보여지는 것은 원치않는 공간으로 낮이든 밤이든 항상 밤같은 내부 분위기를 연출하여 창이 거의 없다.

 폐쇄공간에는 클럽이나 도박장, 체육관, 공연장, 교회 ,백화점등이 있는데 클럽이나 도박장은 내부가 보여지기를 원치 않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공간들은 바깥과 안을 차단하여 내부의 사람들이 안의 일에만 집중하기를 원하기에 이런 식의 공간을 갖게 되었다.

 최근에는 도시화로 도시의 공간이 매우 비싸지면서 공간을 시간이나 일별로 대여하기도 하는데 주로 연인이나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모텔이나 카페가 대표적인 예이다. 좀더 여유가 있다면 상대적으로 집보다 공간을 저렴하게 점유하는 방법으로 자동차가 있다.


4. 동과서의 건축차이

 동양은 상대적이고 관계적인 철학을 발전시켜온 반면 서양은 이데아나 기독교의 신 같은 절대적인 가치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추구하는 과정으로 수학을 강조시켜왔다. 이 같은 차이는 건축에도 영향일 미쳐 동양의 건축이 자연과의 관계 및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반면 서양은 자연과 어울리기 보다는 삼각형, 원, 사각형 등의 기하학적 건축이 발달했다. 

 기후도 영향을 미쳤는데 동아시아는 몬순기후로 비가 많이 내리며 계절에 따른 기온 변화가 심하며 이로 인해 땅의 변화가 심하다. 때문에 땅이 물러 땅에 기초를 단단히 하는 방식의 건축보다는 땅에 주춧돌을 놓고 나무로 기둥을 세우는 방식의 건축이 발달했다. 비가 많이 오기에 지붕은 급경사여야 했으며 흙벽이 빗물로 젖어 무너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긴 처마도 필요했다. 벽과 긴처마사이에 툇마루를 놓은 것은 가히 신의 한수라 할만하다. 또한 사각형의 방을 모듈화하여 여러개를 놓는 방식으로 건물의 크기를 키우기 때문에 각 건물은 마당과 쉽게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간의 관계 맺기에 용이한 구조를 갖게 된다. 

반면 서양은 벽 중심의 구조체로 과거 건물들은 창을 가로로 길게 내면 하중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에 세로로 긴창이 많이 발달하였다. 

 이 같은 건축양식의 차이는 대표적 건축물은 절과 교회에서도 나타난다. 서양의 교회는 예배를 통한 집회를 중시하기에 거대한 내부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신의 권위와 현신함을 드러내기 위해 밝은 채광도 중요했는데 그래서 등장한 것이 스테인글라스다. 스테인글라스는 문양으로 알고 있찌만 실은 기술의 부족함이 낳은 것이다. 과거 서양은 투명한 유리를 만들기 위해 불순물을 제거하는 기술이 부족했는데 그러다보니 색을 띤 유리가 많이 만들어졌다. 이를 그대로 그림으로 이용한 것이 스테인 글라스다. 

 반면 동양의 절은 개인별 방문의 형태이므로 거대한 집회공간이 필요치 않다. 거대한 집회가 있는 부처님 오신날이 늦봄으로 기후가 온화해고 햇살도 강하지 않아 경내 마당으로 충분하다. 건물은 큰 것이 필요없어 작은 것이 여러개 있으며 건물 사이사이 공간이 있어 돌아다니면 마치 공원에 간 느낌이 든다. 물론 문화유적으로서의 역사성도 있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종교불문하고 절로 관광을 가는 것이다. 거기에 교회는 건물 구성상 매우 권위적인 느낌이 들어 일반사람이 들어가기 힘든 부분이 있으며 절은 그 반대다.


이외에도 책에는 우리가 왜 한강고수부지를 가기 어려워하는지, 냉장고의 발달이 거리의 발달에 미친 영향,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등 다양한 건축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매우 쉽고 재밌있으며 알차다. 추천사 부분을 통섭을 주창한 최재천씨가 하였는데 초기엔 의아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이해가 간다. 유현준씨 자체가 건축에 매우 통섭적 사고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이먼 & 카너먼 :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들 지식인마을 11
안서원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 자신도 믿기 어렵지만 난 한때 경제학과의 학생이었다. 물론 최종선택은 내가 한 것이었지만 나를 그렇게 만들었던 건 IMF라는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었다. 좀처럼 나랑 어울리지 않는 학문이었는데, 경제학과 시절 교수님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이거 였던 것 같다. 바로 '만약'이다. 가끔 '만일' 이라고 말하기도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잘 이해는 안가지만 경제학은 뭔가 그럴듯한 모델을 하나 만들어내기 위해 무수한 가정을 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깔끔한 수학식으로 뭔가를 설명하기에 현실에는 계산과정에 넣어야 하는 무수한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수님들이 IF를 사랑하신 것은 경제학의 이런 어쩔수 없는 면 때문이었다. 만약을 통해 다른 무수한 변수를 고정시키고, 효과를 알고 싶은 변수 몇개 만을 허용하고 움직여 법칙이란 걸 만들어 내는 학문이라는게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경제학에는 문화란 문제도 있었다. 문화라는 것에 따라 사람들에게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경제적 가치나 효용이라는 것의 개념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친화적 문화를 가졌던 아메리카 토착민에게 경제학이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들을 경제학의 기본전제인 사유재산 개념도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다음은 바로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인데, 인간을 마치 컴퓨터 기계처럼 철저한 이성으로 무장한 합리적인 존재로 가정한다는 것이다. 역시 IF가 들어간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들은 이 점을 파고 들었다. 우리 인간은 합리적인 척 하지만 본질적으로 상당히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이 결정이나 선택, 의사결정, 문제해결을 하는 과정에  있어 제한된 합리성을 갖고 있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보았는데 이를 휴리스틱이라고 칭했다. 휴리스틱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정보처리능력과 연산능력이 완전하지 못한데서 발생한다. 외부환경에서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를 모두 처리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인간은 적은정보로 편향된 빠른 판단을 한다.

 휴리스틱이 생기는 두번째 이유는 인간이 정서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책에 등장한 예로 카드 게임이 있는데 한 종류의 카드는 뒤집었을시 그 결과가 이득과 손실에서 위험성이 높은 리스크가 강한 카드였으며 다른 한 종류의 카드는 반대로 리스크가 낮은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초기 두 카드의 특성을 모르고 별 긴장없이 뒤짚었으나, 곧 특성을 파악하고는 리스크가 높은 카드의 경우 회피하거나 긴장하며 뒤집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감정부분을 다루는 뇌가 손상된 환자의 경우 위 게임에 참여했을때 리스크가 높은 카드와 낮은 카드에 대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인간이 판단및 문제해결에 있어 위와 같은 경향성을 갖게 된 것은 진화상 매우 당연한 일이다. 모든 외부 정보를 연산하여 최대한의 효율적 판단을 할만큼 두뇌가 커지는 형태로 진화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이며, 설사 그게 가능하더라도 외부환경이 그리 오래 시뮬레이션을 하도록 허용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생물은 행동을 함에 있어 목적을 갖고 가치 지향적으로 외부의 것에 대응하는데 이는 그렇게 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생존에 유리한 경험을 주는 외부대상에는 쾌의 감정이 반대의 것은 불쾌의 감정이 쌓이며 이러한 경험이 향후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진화상 지극히 유익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이먼과 카너먼은 이러한 휴리스틱에 대하여 거의 공통된 견해를 갖고 있었지만 사이먼은 마치 진화론자의 용어처럼 이것을 적응적인 것으로 보아 제한된 합리성으로 비교적 효율적인 문제해결을 할수 있게끔하는 좋은 기능으로 파악하였으며 카너먼은 반대로 합리적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보았다. 둘다 맞는 말이다. 

 카너먼은 인간의 판단과정이 두 가지의 형태라고 보았는데 시스템1과 시스템2이다. 시스템1은 빠르고 자동적이며 정신적 노력을 요하지 않는 대신 통제나 수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반면 시스템2는 느리고 계열적이나 정신적 노력을 요하고 의도대로 통제되며 융통성있고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다른 학자들도 용어만 다를뿐 거의 비슷한 구분을 했는데 시스템 1,2보다는 다른 학자가 말한 직관과 분석이 사실 개인적로 더 직관적으로 와 닿는다. 

 카너먼의 판단과정중 휴리스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은 시스템1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2라고 해서 휴리스틱에서 완전히 벗어날수는 없겠지만 휴리스틱에서 벗어나 보다 합리적 결과를 도출할수 있는 과정을 기대할수 있다. 어려운 수학문제가 나타났을때 문제를 읽고 순간적으로 답을 내놓는 것은 1일 것이며 오랜 고민과 계산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은 2가 될것이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시스템 1을 먼저 만들어내고 점차 2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을 것인데,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2의 발달이 더욱 촉진되고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처럼 시스템 2를 구현하기 위한 갖가지 도구가 생존기계를 뚫고 나왔을 것이다. 인류의 여러가지 계산도구나 가장 최종 버전인 컴퓨터가 그것일 것이다.

 책은 행동경제학의 기반학문부터 출현 배경, 그리고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사이먼과 카너먼의 이론을 간략하게 잘 소개한다. 읽으면서 행동경제학이 인간 본성을 무시한 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심리학 부분에서 출발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인간이 그러한 본성을 어떻게 해서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학문이 진화론이라는 점에서 행동경제학과 진화론간에 협업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지식인 마을 시리즈의 좋은 점이면서 나쁜점인 것처럼 입문서이다보니, 매우 친절하지만 역시 방대한 내용을 압축할수 밖에 없다보니 따라가기 좀 어려운 면도 있다. 이 책도 상당히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볼때마다 훌륭한 기획이었다는 생각이다. 시리즈가 나온지 이미 10년인데 새로운 지식인 마을 버전이 나올때도 되지 않았는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7-12-14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문에서 만약...은 경제학뿐만 아닌 것 같습니다. ^^

닷슈 2017-12-14 20:34   좋아요 1 | URL
옳은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