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교는 질문을 가르치지 않는가 - 어느 시골교사가 세상에 물음을 제기하는 방법
황주환 지음 / 갈라파고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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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부터 경상도의 한 시골 읍에서 국어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이 쓰신 책이다. 20년이 훌쩍 넘는 교사생활에서 오랜 시간 자신이 선생님으로써 반성하고, 바른 길을 찾는 과정에서의 고민이 절절하게 묻어나온다. 

 요즘 학교에서는 사회학자 오찬오가 쓴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에 잘 나오는 것처럼 학생들 스스로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에 의해서 서로를 차별하며, 공격하고, 폭력적으로 대한다. 학생들은 이미 자본의 논리에 메몰되어 타고난 공부 재능, 그리고 지역적 유불리, 부모의 사회경제적수준 같은 성적의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 거기에 학교폭력사건이 일반 어른들의 범죄수준을 능가하는 흉악함을 보인건 오래이며, 폭력의 대상은 과거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던 자신들의 스승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선생님은 이런 작금의 문제를 학생들 개개인의 인성문제도 있지만 그 보다는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본다. 가정과 사회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압박, 비인간적인 대우의 발산이 학교에서 보다 만만한 선생님과 다른 친구에게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아이들의 감성은 이미 메마른지 오래다.

 여기에는 특정대학이 사회 대부분의 요직을 독점하고, 좋은 대학이 아니면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유지할 수 없는 지금의 헬조선 상황이 깊게 관련되어 있다. 사람들은 실제 자신의 역량이 아닌 학벌차이에 의해 큰 임금격차를 감내해야하며 모두가 나만은 혹은 나의 자식만은 그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지라는 착각속에 기꺼이 그 헬조선행 열차를 타고 감내해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정부, 기업, 직장, 가정, 그리고 가족구성원내로 전파되고 내면화 되가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와 학교도 여기에 한몫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사회를 비판적으로 볼수 있게 도와야 할 교사들은 정작 이 경쟁논리의 승리자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경쟁논리에서 열심히 승리할 것을 강권한다. 교사들은 시민성이 부족하기도 하다. 정부가 제시한 교육과정의 스며들은 시장논리와 경제논리를 파악하고 비판하는 능력도 부족하고, 권력과 싸워 맞설 의지도 부족하다. 학교는 매우 강압적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학교장은 학교를 수직적으로 좌지우지하는데 교장의 부족한 시민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겁이 많고 비판의식이 부족한 교사들은 이에 쉽게 동조한다. 물론 대다수의 교사들이 이런 경직된 교장에게 매우 비판적이지만 공개적인 회의에서 이에 항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자는 이런 사태를 역시 교육에 의해서 타개해야 한다고 본다. 선생님이 보기에 가르치는 일은 언제나 시대와 불화할 수 밖에 없으며 서로의 언어가 만나고 충돌하고 스며들어 단련되는 과정이다. 즉, 의심과 질문으로 중심과 절대에 대적하여 자기의 언어를 구축하는 과정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학생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이런 자기의 언어가 없다. 그렇기에 지배층의 논리와 언어를 나 자신도 쓰고 메몰되는 것이다. 세월호사건, 10여년 전의 사학법, 노무현 시대의 부자 증세에서의 세금폭탄논란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일반 시민들은 지배층의 논리를 따랐고 재생산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항상 교과서와 교육 내용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주어진 것에 질문하거 따지는 것을 가르친다. 독서도 중요시한다. 선생님은 예쁘고 보드라운 책만을 읽다가는 자신도 말랑말랑해지고 급기야는 흐물흐물해진다고 한다. 독서역시 자기의 관성에 대해 끊임없는 저항과 전복을 요구하는 작업이어야하며 내 몸에 상처를 주는 급적적이고 불온한 독서를 권한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에는 자신이 불온하고 치열한 고민을 하게한 책들을 소개한다. 

' 전태일 평전','지식인을 위한 변명', '예루 살렘의 아이히만', '아큐정전', '환상으로부터의 탈출', '마르크스를 말하다','열녀의 탄생','삼성을 생각하다'이다. 다음은 책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이다.


p75

학교에 오래 있으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내 아이만은 앞설거라는 이 헛된 기대 때문에 우리 모두가 피폐해졌다는 것이다.


p128

오래전 밖의 적을(교과서에 다수 나오는 일제시대 내용)불러들여 이 곳의 폭력을 감추려는 그들은 누구인가? 지배권력에 저항하는 법을 배울까봐 5.18, 6.10을 통째로 누락시킨 자들이 누군인지 학생들에게 살펴보자고 한다. 


p130

그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저항을 삭제당했다는 점에서 교과서는 철저히 정치적이고 파당적이다.


p231

자기가 사는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가장 혜택받지 못한 계층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다.


p236

실용적 지식을 가진 전문가는 지배계급의 이익에 맞추어 탄생했지만 그 전문가가 지배권력에 봉사하기를 거부할 때 비로소 지식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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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1-29 07: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닷슈님, 따뜻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2018-01-29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9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29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능의 탄생 -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이대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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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능하면 쉽게 아이큐가 떠오른다. 지능지수에 대한 오랜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능지수는 아직도 많이 사용된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서로에게 지능이 높으니 머리가 좋으니 마니 그렇게 쉽게 말하지만 학계에선 아직 지능을 엄밀히 말하는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지능을 보는 관점이라 할 수 있는 지능의 정의도 참 다양하다.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을 말했고, 스턴버그는 삼원지능이론을 말했다. 그 외에도 내가 모르는 지능을 연구한 이론이 제법 될 것이다. 

 책 '지능의 탄생'에서는 지능이란 다양한 환경에서 복잡한 의사결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환경은 글자그대로 환경이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과 얽히고 섥힌 문제를 말하기도 한다. 책은 지능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해 지능과 학습의 관계, 그리고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신경학, 생물학, 경제학, 심리학등의 학문을 사용해가며 살펴나간다. 

 지능의 시작은 생물의 진화에서 시작한다. 초기 RNA로 추정되는 최초의 자기 복제자가 생겨났고, 세포막이 생겨나면서 외부와 구분되고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면서 한 개의 세포를 이루게 된다. 세포는 점차 커지기 시작했는데 부피가 커질수록 표면적이 줄어들어 외부물질 교환을 통한 대사가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결국 어느 시점에서 세포는 자기 복제를 통해 분열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다세포 생물의 시작이다. 원래 하나의 세포가 생식. 대사, 면역, 순환등 모든 일을 다했었지만 세포가 많아지자 분업이 시작된다. 세포별로 맡는 전문적 기능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자연히 움직임을 맡는 근육세포들이 생겨났고, 이들을 조절하는 신경세포도 생겨났다.

 해파리 같은 생명체들의 신경망은 반지형인데, 이것을 보면 초기 생명체의 신경세포는 근육주위에 분산하여 각 근육세포를 제어하는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절지, 연체동물은 신경계가 여러개의 신경절과 그것들을 연결하는 신경삭으로 구성된다. 각 신경절들이 본부역할을 하는 지방분권형 체제인 것이다. 이런 동물들이 머리 외의 다른 부분이 잘려나가도 꾸준히 살아서 움직이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음은 척추동물로 이들은 신경세포가 등쪽에 집중되어 끈 모양을 형성한다. 그리고 각 감각기괸이 모인 머리부분에 신경세포가 집중화하는 대뇌화현상이 일어나 두뇌를 형성한다. 연체동물과는 다른 중앙집권형인 것이다. 

 이렇게 신경세포가 생기고 두뇌가 생겨나자 이들의 창조자인 유전자들은 자신의 성공적인 계속적 복제를 위해 생존기계들에 지령을 내린다. 두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쪽에는 반사와 본능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그리고 두뇌의 기능이 우수한 쪽에는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것을 명령한 것이다. 즉, 반사와 본능을 따르는 쪽은 행동자체가 보상물이라면 행동을 스스로 선택하는 쪽은 행동자체가 아닌 행동의 결과에 보상을 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두뇌가 우수한 생존기계들은 유전자로부터 지능이란 것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유전자가 부여한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을 선택해야하며, 행동의 결과는 주변 환경에 따라 늘 바뀌게 되므로 지능에는 학습이 중요한 요소로 다가오게 된다. 

 인간의 두뇌는 학습에 따라 그 형태와 기능이 바뀌게 되는데 이는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부위인 시냅스와 관련이 있다. 시냅스는 두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것으로 경험의 결과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하여 연결을 빠르고 다양하게 하거나 줄인다. 최근 연구는 동물이 학습하는 정보의 내용에 따라 시냅스의 가중치가 특정한 방향으로 변한다는게 밝혀져 학습의 물리적 기반이 시냅스 가소성임이 밝혀지고 있다. 

 동물의 학습은 강화학습으로 설명할수 있는데 강화학습은 자신이 생각했던 행동선택결과의 가치가 기대와 다를 경우 그 오류를 수정해나가는 방식이다.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무식한 강화학습이고 다른 하나는 유식한 강화학습이다. 무식한 강화학습은 충분한 시간이나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행하는 것으로 대개 시간이 없거나 자동화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 사용된다. 반면 유식한 가강화학습은 심적시뮬레이션을 통해 행동가치값을 수정해나가는 것이다. 심적시뮬레이션은 동물이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에 비추어 특정한 행동을 취했을때 나타날 가상의 보상에 기초에 행동가치값을 계속 수정해가나는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두뇌의 이런 강화학습의 결과에 감정을 부여한다. 득의와 실망은 무식한 강화학습에 해당하는 감정으로 보상예측값이 양인지 음인지에 대한 감정이다. 그리고 후회와 안도는 유식한 강화학습에 대한 감정으로 역시 보상예측값이 양인지 음인지에 대한 감정이다. 사람이 지나간 일에대해서도 계속적인 후회를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유식한 강화학습이 쉬지 않고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감정들은 결국 지능을 강화하여 생존확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볼수 있다. 

 하지만 이런 높은 지능을 위한 뇌의 발달에는 진화과정에서 늘 발생하는 트레이드 오프 현상이 발생한다. 과다한 투자엔 대가가 따르는 것이다. 일단 좋은 지능을 위해 두뇌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사용되며 태어난 상태에서 나약해 오랜 부모의 희생이 필요하다. 또한 출산의 고통과 위험도 수반한다. 거기에 좋은 지능을 유지하기 위한 감정의 부여로 부정적인 감정과다와 이로 인한 정신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출처기억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망상증도 생겨난다. 

 다음은 인공지능으로 저자는 인공지능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인간지능에 비해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현재의 인공지능 대부분이 특정한 문제만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 대단한 알파고도 결국은 바둑만 둘 줄 안다는 것이며 왓슨 역시 진단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공지능의 무문제해결능력이 그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생물의 지능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생겨난 것이지만 인공지능의 문제해결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이것을 저자는 인공지능 근원적 한계로 보는 편이다. 마지막은 아직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선행되어야 인공지능이 가능한데 회로가 단순하게 연결된 컴퓨터에 비해 인간은 시냅스의 연결과 작동원리가 가변적이고 복잡하다. 양자컴퓨터와는 비슷할까나? 그리고 컴퓨터가 하드와 소프트가 분리되는 반면 인간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은 지능이 생겨난 진화상의 필요성과 이유, 그리고 지능의 정의와 학습, 감정의 역할과 그 부작용, 인공지능에 대해 잘 설명한 책이다. 하지만 책에서도 밝혔든 아직 인간의 두뇌에 대한 비밀이 많이 남아 있기에 책도 완결이 잘 안된 느낌이든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에 회의적이면서도 완전히 자신하지는 못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아직 인공지능은 먼미래의 이야기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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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 지도로 읽는다
바운드 지음, 전경아 옮김, 미츠다 타카시 감수 / 이다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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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 공통적으로 삼국지만큼 인기 있는 역사소설을 드물것이다. 청소년이나 대학생 권장도서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온통 배신과 모략에 지극히 세속적인 처세술 외에는 딱히 배울게 없다는 것이다. 격동의 시대가 배경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 외에도 삼국지 소설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는데, 아무래도 유비 중심의 서술과 그렇다 보니 촉한의장수들과 촉한의 국력이 지나치게 강대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다른 인물들의 중요한 됨됨이와 사건 및 싸움은 소홀히 다루어지며, 심지어 유비와 그 후계자 제갈량이 죽으면 소설은 굉장히 뒷 이야기를 축약해서 다루며 빠르게 끝나버린다. 대충 184년의 황건적의 난부터 280년 사마염의 진의 통일까지를 삼국지의 시대로 다룬다면 제갈량이 사망한 시점인  234년에 소설이 거의 끝난다는 건 이야기를 중간에 마치는 셈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지리의 문제다. 어릴 적 삼국지 소설 앞면의 지도를 보면 촉한의 영토가 위나라 못지 않게 크게 그려져있으며 오나라보다도 크게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촉한이 차지한 땅덩어리는 제법 크지만 대부분이 산골오지이며 인구와 생산력이 떨어지는 땅이기 때문이다. 삼국시대에는 각 지방을 크게 주로 구분했는데 당시에 존재하는 주는 유, 기, 병, 청, 서, 연, 예, 사, 양, 옹, 형, 교, 익이다. 이 중 촉한이 전성기에  차지한 주가 겨우 익주하나와 형주의 일부이며, 오나라는 형주일부와 양주, 교주를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주는 모두 위나라의 차지. 그러니 국력에서 비교가 안되며 촉나라와 오나라는 험준한 산지와 긴 강이라는 자연방어물과 상호간의 동맹으로 버텨낸 셈이다. 결국 승자는 위의 뒤를 이은 진이었다. 

 책 삼국지 100년도감은 위에 열거한 소설 삼국지의 약점을 잘 보충해주는 삼국지 책이다. 실제로 도감인 만큼 주요 전투와 시대마다 많은 지도가 나오며 고대 중국의 지명과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가 각 사건과 전투가 진행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제법 도움이 많이 된다. 거기에 서술도 소설 삼국지처럼 유비 중심이 아니어서 마치 편년체로 서술한 정사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한다. 또한, 제갈량 사후의 부분도 물론 앞만큼은 아니지만 적잖이 상세히 다루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작 중요한 역사의 흐름도 잘 알 수 있다. 재밌고 인상적인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1. 배신의 아이콘 유비

삼국지에서 배신의 아이콘 하면 단연 여포다. 여포의 배신 횟수는 이 책에서도 다루지만 무려 8회에 달한다. 우선 양아버지 정원을 주살하고 동탁에 붙는다. 그 후 동탁을 배신하고 왕윤에 붙었다가 이각과 곽사에 패한 후, 원술에 몸을 의탁한다. 하지만 곧 원소에게 향한다. 원소도 맘에 안들었는지 곧 장양에게 가며, 다시 나와 조조의 빈집을 턴다. 결국 돌아온 조조에게 패하자 유비에게 갔다가 다시 유비의 빈집을 털고, 결국은 조조와의 싸움에서 패해 사형당한다. 이게 근 십수년간 일어난 일이나 정말 대단하지 않을 수 없으나 여포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충과 의리의 상징인 유비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유비는 초기 공손찬 휘하였다. 서주자사 도겸이 조조와의 싸움으로 동맹인 공손찬에 도움을 요청하자 도겸에 파견되어 사실상 휘하가 된다. 그러다 도겸이 죽자 서주를 물려 받게 된다. 원술과 싸우다 여포에게 빈집 털이를 당하자 잠시 여포의 밑에 있다가 조조에게 붙는다. 조조가 여포를 물리 친 후에는 서주를 조조에서 다시 빼았으나 곧 패해 원소에 의존하고, 원소가 패하자 형주의 유표에 의탁한다. 거기에 적벽에서는 손권에 붙었다가 손권을 배신하고 형주를 차지하며 익주에서는 유장의 뒤통수를 치고 익주를 빼앗는다. 이 역시 십수년간 일어난 일이다. 이 쯤되면 배신의 아이콘이란 면에서 유비는 여포의 강력한 라이벌이다. 


2. 동탁은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았고 야심이 있었다.

삼국지 소설에서는 대장군 하진이 불러온 동탁이 무려 20만에 달하는 서량기병을 가지고 낙양을 접수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 동탁은 양주지역에서 세력이 아주 크지 않았으며 실력자는 한수, 마등이었다. 동탁이 데려온 병력은 수천에 불과했으며 동탁은 시기와 전략을 잘 구사해 정권을 찬탈한다. 우선 혼란기에 자신의 병력을 낙양에 계속 낮에 들였다 밤에 몰래 뺐다 다시 들이는 식으로 병력을 과장해 낙양의 하진잔여병력을 접수했다. 그리고도 모자라 여포를 꼬셔 낙양의 수비대장인 정원을 죽이고 군사력을 얻은 것이다. 

 또한 소설 삼국지에서는 동탁이 폭군으로만 나오지만 이 책에서는 새로운 왕조를 세울 야심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동탁 휘하에 있던 많은 조조, 원소, 원술등의 중신이 등을 돌린다. 낙양에서 장안으로 천도한 것도, 새로운 왕조에 대한 욕심으로 보고 있으며 장안이 과거에 한제국의 수도였고, 자신의 근거지와 가까운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3. 수많은 이민족과 역학관계

소설 삼국지에도 간혹 이민족이 나오긴 하지만 그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마초가 강족을 잘 다루는 것과 오의 산월, 조조의 오환정벌, 제갈량의 남만 정벌 정도가 다다. 하지만 당시에 오환과 선비, 강, 저, 만, 산월, 흉노 등 더 많은 이민족이 있었다. 이들은 위, 촉, 오와 각 세력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침략과 반란을 일으켰으며 각 세력들은 이들을 규합하거나 통제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물론 상대국의 이민족이 침략을 하면 이를 호기로 보고 같이 쳐들어가기도 했으며 침략 당시에 애초에 연합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또한 병력을 충원하거나 후방을 안정화하기 위해 이들을 도모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삼국시대의 이민족들 역시 시대의 주인공들이었던 것이다. 


4. 복잡한 동맹관계와 독립세력들

초기 각 군웅이 난립하던 시기의 동맹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193년경을 보면 유주의 공손찬은 같은 주의 유우와는 적대, 원소와는 적대였으며 그 견제세력인 도겸, 원술과 동맹이었다. 원술은 원소와 적대이고 국경을 맞댄 유표와 적대였으나 유표는 조조와 동맹이었다. 이런 식으로 국경을 맞댐과 개인적 관계로 동맹을 매우 복잡했고, 꾸준히 변화한다. 위촉오 외에도 꾸준한 독립세력이 있었는데 유주 지역의 공손씨와 교주의 사섭이었었다. 공손씨는 원거리에 있고 언제든 위의 배후를 노릴수 있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독립세력으로 존속하고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지를 달리했다. 그러다 결국 그 지방 국호인 연을 세웠다 망한다. 교지의 사섭은 손권이 강성해지자 그 세력에 귀속되었고 사섭 이후 본격적으로 오의 영지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중원과 독자적이었으며 교역으로 인한 경제력이 막강하고 이민족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반란이 끊이질 않는다. 결국 오의 멸망은 교주에서의 반란에서 시작되어 이 호기를 놓치지 않은 진의 침공으로 마무리 된다. 


삼국지 100년 도감은 삼국지를 잘 보충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재밌고, 지도가 많으며 몰랐던 삼국지의 사실도 알게해준다. 다만 삼국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읽기 어려울수도 있겠다, 나오는지명과 그 수많은 인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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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8-01-25 14:29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보고 삼국지 게임이 다시 하고 싶어졌어요

2018-01-25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플레이션 - 부의 탄생, 부의 현재, 부의 미래
하노 벡.우르반 바허.마르코 헤으만 지음, 강영옥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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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에 부라보콘은 150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90년대 초반 나온 메로나는 아마 200원이었다. 그랬던 것이 부라보콘은 지금은 1500원 정도 메로나는 7-8백원 정도한다. 이럴땐 웬지 손해보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렇게 물건의 가격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오르는 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책이다. 사실 인간이 자신의 지능과 과학기술 사회문화를 이용하여 지구의 자원을 최대한 이용하는 생산성을 키워나가는게 경제성장이라면, 경제성장은 유사이래로 계속있었던 것으로 봐야한다. 물론 간혹, 전쟁이나 환경변화로 인플레이션의 반대인 디플레이션이 있었던적도 있겠지만 그만큼 사람에게는 인플레이션은 익숙한 것이다. 물론 효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그리고 경제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은 본격화하였고, 이에 따라 피해를 보는 사람과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나눠지기 시작했다. 

 초기 금, 은, 구리, 청동으로 화폐를 사용하던 시대에는 화폐자체가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며, 희소성이 있고, 동전 주조자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감에 따라 인플레이션은 거의 없었다. 물론 지도층은 이때부터 돈으로 장난질을 치기 시작했는데 초기엔 국가경제와 화퍠발행의 이득(동전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동전의 액면가의 차이)을 얻기위해 성실하게 돈을 만들다가 전쟁이나 재정난으로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동전의 함량을 불량으로 하는등으로 이득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피해는 고스란히 통화를 가진 일반 국민층에 돌아가게 된다. 

 그래도 동전엔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지폐의 시대가 여러번의 실패끝에 결국 자리잡게 된다. 지폐를 통화로 하면 인플레이션은 정말 쉬워진다. 만들기가 쉽우며 희소성도 없고, 스스로의 사용가치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폐를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강한 권력에 의한 신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신뢰가 무너지면 한순간에 사라지는게 지폐 경제다. 

 지폐를 화폐로 사용하는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은 보통 다음과 같은 순서를 갖는다. 우선 지폐를 발행한다. 아직 믿음이 있고, 경제도 건실한 시기다. 다음은 정부의 실정이나 전쟁 등으로 예산적자가 쌓이는 순간이다. 책에는 모든 정부는 항상 세금으로 징수할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적자 해소를 위해 지폐의 발행량을 증가시킨다. 물론 이 경우 증세를 하고나, 재정 감축등의 방법도 있만 모두 정치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방법이라 거의 손쉬운 발행량 증가를 택하게 된다. 마지막은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화폐재산을 강탈당한 국민들에 의해 경제가 붕괴되는 것이다. 

 지금 전세계가 하고 있는 것이 3번째 단계인 재정적자해소를 위한 지폐의 발행량의 증가다. 이를 경제용어로 양적완화라고 한다. 양적완화의 단계는 우선 중앙은행이 정부이 채권을 나라의 각 은행들로 하여금 구입을 하게 한다. 이것로 정부의 빚을 해결하며 그 대가로 중앙은행은 각 은행에 화폐를 발급하는 것이다. 이것이 시중에 풀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게 된다. 정부와 권력자들의 입장에서는 빚이 채권으로 해결되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국가채무 자체도 줄어드는 이중효과를 누리게 된다. 하지만 생산수단이 전혀 없거나 대부분의 재산이 화폐로 구성된 일반국민에게는 재산강탈의 효과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양적완화를 엄청나게 하고 있는 곳은 미국과 일본으로 일본이 경우 재정적자가 예산의 300%나 되지만 비교적 안전하게 자국민들이 이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이니 화폐를 마구 남발해도 한국이나 중국같은 다른 나라들이 지불수당으로 대량의 달러를 알아서 보관해주기 까지 한다. 

 저자는 이런 인플레이션의 시대는 앞으로도 사라지기 힘들고 실질적인 재산강탈효과가 있는 만큼 각자도생의 방법도 제시한다. 여긴 좀 뻔한데,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의 투자가 그것이다. 독일인이라 축구를 좋아해서 그런런지 4-4-2전술을 써서 40%정도는 채권, 현금 같은 비교적 안정적 재산에 40%정도는 부동산이나 대기업 주식등 유동산과 수익성이 조금더 보장되는 자산에 나머지 20%는 개발도상국이나 중소기업 등에 투자를 권유한다. 

 책은 인플레이션의 경각심도 알려주고 역사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를 잘 풀어주고 비교적 읽기 쉽지만 깊이 면에서 아쉬움이 좀 있었다. 거기에 막판 인플레이션을 피해가는 방법역시 일반적인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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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8-31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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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이벤트로 받아둔 e-book을 최근 계기가 생겨서 보게 되었다. 책은 기대했던 것 보다 무척 재미있었다. 처가에 가서 가족들이 모두 잠든 불편한 불꺼진 거실에서 크레마 불빛에 의지해 봤다. 책은 e-book이라 처음엔 두께를 실감하지 못했지만 읽어보니 제법 두꺼운 것이 분명했다. 확실히 전자책의 페이지는 두께로서 좀처럼 실감나지 않는다. 

 책의 공간적 배경은 현대 독일, 시간적 배경은 1997년과 2008년이다. 1997년에 읽어난 비극적 일련의 사건을 2008년의 시간과 사람들을 왜곡시켰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다.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 살던 토비아스란 청년이 있었다. 그는 20살에 같은 시골마을의 18세 소녀 둘을 살해한 혐의로 10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당시 나이가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 나이라서 형량이 적었다. 물론 죄질이 나빠 감형은 없었다.

 출소하니 의외로 독일에서 제법 잘나가는 배우 나디야가 잘 빠진 차를 갖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같은 마을 출신으로 토비아스와는 어려서 부터 친구인데, 워낙 남자같이 어울리며 함께 자라서 토비아스에겐 소위 말하는 '불알' 친구 같은 사이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아름다워지고 성공한것도 이상하고, 또한 자신같은 살인자를 이렇게 기다려준것도 토비아스에겐 얼떨떨하다.

 그는 무슨 의도인지 자기 집에 머무르라는 독일 대 인기 여배우의 유혹을 뿌리치고 생각해보겠다는 말만하고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사건이 있기 10년 전 토비아스와 그의 집은 제법 괜찮았다. 토비아스 자신은 매우 잘생기고 합리적이었으며 승부욕있는 매우 매력적인 학생이었다. 성적도 매우 우수하여 원하는 대학은 어디든 갈수 있는 상황이었다. 동네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아 가장 인기 있었던 로라와 사귀었었으나 더 아름다운 스테파니가 도시에서 전학오자 곧 그녀과 사귀게 된다. 

 집은 제법 큰 규모의 토지와 농장을 보유하고 있었고 마을에서 유일한 '황금수탉'이란 술집을 운영했다. 장사는 매우 잘됐다. 매일 문전성시에 인근 대도시 함부르에서도 손님이 몰렸으며 마을 축제는 모조리 이곳에서 치뤄졌다. 

 그랬던 토비아스는 축성일의 축제에서 여자친구 스테파니에게 버림 받게되고, 질투심에 휩싸였던 로라와도 분쟁을 생긴다. 그렇지만 그는 만취해서 집에 돌아왔는데 일어나 보니 두 여자는 죽었고, 모든 살인의 정황증거가 자신에게서 발견되었다. 

 그렇게 살인죄를 썼고, 토비아스의 집도 무너져내린다. 작은 동네이다 보니 평판이 급속도로 안좋아졌고, 고용한 요리사가 감히 앞편에 다른 술집을 차렸다. 감옥에 있는 동안 토비아스는 몰랐지만 집과 가게 토지는 이미 마을 유지에게 헐값에 넘어간 상태이며, 부모님은 그로인해 이혼하셨고, 집과 농장은 삶의 의욕을 잃은 아버지로 인해 쓰레기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 그에게 동네에서 일하는 18세 소녀 아멜리아가 관심을 갖고 접근한다. 토비아스는 무척 놀란다. 백설공주의 재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백설동주는 스테파니의 별명이었는데 워낙 외모도 그러하거니와 학교 연극에서 백설공주 역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나며 안그래도 토비아스의 출현으로 뒤숭숭한 마을을 겉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물고 간다. 하나는 토비아스의 어머니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차도로 추락한 것과 다른 하나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유골이 마을 인근 오래된 비행장에서 발견된 것이다.

 소설은 이후에 토비아스와 아멜리아, 그리고 사건을 수사한 경찰, 그리고 마을의 유지와 마을 사람들간의 관계, 추악한 과거를 밝혀나가며 진행된다. 사건 진행은 매우 빠르고 솔직히 내용이 조금 예상되는 면은 있지만 그러면서도 크게 뻔하진 않다. 작가는 인물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는데 대부분의 주요 인물들의 가정사와 배경을 다룬 것이다. 그로 인한 곁가지 이야기도 이소설이 주는 쏠쏠한 재미다. 

 작가는 소시지를 파는 남편을 도와가며 이 소설을 마무리하고 초기에 25만부를 팔았다고 한다. 의기양양한 작가에게 남편이 하는 말은 나도 일년에 소세지 25만개정도는 팔수 있어, 였다고 한다. 재밌는 집안에서 재밌는 소설이 나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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秀映 2018-01-2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내내 답답해서 저는 분통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

닷슈 2018-01-23 14:2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나쁜놈들 진짜많고 착한사람은 너무당하기만하죠 결국 권선징악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