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 지도로 읽는다
바운드 지음, 전경아 옮김, 미츠다 타카시 감수 / 이다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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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 공통적으로 삼국지만큼 인기 있는 역사소설을 드물것이다. 청소년이나 대학생 권장도서이기도 한데, 이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온통 배신과 모략에 지극히 세속적인 처세술 외에는 딱히 배울게 없다는 것이다. 격동의 시대가 배경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 외에도 삼국지 소설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는데, 아무래도 유비 중심의 서술과 그렇다 보니 촉한의장수들과 촉한의 국력이 지나치게 강대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다른 인물들의 중요한 됨됨이와 사건 및 싸움은 소홀히 다루어지며, 심지어 유비와 그 후계자 제갈량이 죽으면 소설은 굉장히 뒷 이야기를 축약해서 다루며 빠르게 끝나버린다. 대충 184년의 황건적의 난부터 280년 사마염의 진의 통일까지를 삼국지의 시대로 다룬다면 제갈량이 사망한 시점인  234년에 소설이 거의 끝난다는 건 이야기를 중간에 마치는 셈이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지리의 문제다. 어릴 적 삼국지 소설 앞면의 지도를 보면 촉한의 영토가 위나라 못지 않게 크게 그려져있으며 오나라보다도 크게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촉한이 차지한 땅덩어리는 제법 크지만 대부분이 산골오지이며 인구와 생산력이 떨어지는 땅이기 때문이다. 삼국시대에는 각 지방을 크게 주로 구분했는데 당시에 존재하는 주는 유, 기, 병, 청, 서, 연, 예, 사, 양, 옹, 형, 교, 익이다. 이 중 촉한이 전성기에  차지한 주가 겨우 익주하나와 형주의 일부이며, 오나라는 형주일부와 양주, 교주를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 주는 모두 위나라의 차지. 그러니 국력에서 비교가 안되며 촉나라와 오나라는 험준한 산지와 긴 강이라는 자연방어물과 상호간의 동맹으로 버텨낸 셈이다. 결국 승자는 위의 뒤를 이은 진이었다. 

 책 삼국지 100년도감은 위에 열거한 소설 삼국지의 약점을 잘 보충해주는 삼국지 책이다. 실제로 도감인 만큼 주요 전투와 시대마다 많은 지도가 나오며 고대 중국의 지명과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가 각 사건과 전투가 진행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제법 도움이 많이 된다. 거기에 서술도 소설 삼국지처럼 유비 중심이 아니어서 마치 편년체로 서술한 정사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한다. 또한, 제갈량 사후의 부분도 물론 앞만큼은 아니지만 적잖이 상세히 다루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작 중요한 역사의 흐름도 잘 알 수 있다. 재밌고 인상적인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1. 배신의 아이콘 유비

삼국지에서 배신의 아이콘 하면 단연 여포다. 여포의 배신 횟수는 이 책에서도 다루지만 무려 8회에 달한다. 우선 양아버지 정원을 주살하고 동탁에 붙는다. 그 후 동탁을 배신하고 왕윤에 붙었다가 이각과 곽사에 패한 후, 원술에 몸을 의탁한다. 하지만 곧 원소에게 향한다. 원소도 맘에 안들었는지 곧 장양에게 가며, 다시 나와 조조의 빈집을 턴다. 결국 돌아온 조조에게 패하자 유비에게 갔다가 다시 유비의 빈집을 털고, 결국은 조조와의 싸움에서 패해 사형당한다. 이게 근 십수년간 일어난 일이나 정말 대단하지 않을 수 없으나 여포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충과 의리의 상징인 유비 역시 만만치 않다. 우선 유비는 초기 공손찬 휘하였다. 서주자사 도겸이 조조와의 싸움으로 동맹인 공손찬에 도움을 요청하자 도겸에 파견되어 사실상 휘하가 된다. 그러다 도겸이 죽자 서주를 물려 받게 된다. 원술과 싸우다 여포에게 빈집 털이를 당하자 잠시 여포의 밑에 있다가 조조에게 붙는다. 조조가 여포를 물리 친 후에는 서주를 조조에서 다시 빼았으나 곧 패해 원소에 의존하고, 원소가 패하자 형주의 유표에 의탁한다. 거기에 적벽에서는 손권에 붙었다가 손권을 배신하고 형주를 차지하며 익주에서는 유장의 뒤통수를 치고 익주를 빼앗는다. 이 역시 십수년간 일어난 일이다. 이 쯤되면 배신의 아이콘이란 면에서 유비는 여포의 강력한 라이벌이다. 


2. 동탁은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았고 야심이 있었다.

삼국지 소설에서는 대장군 하진이 불러온 동탁이 무려 20만에 달하는 서량기병을 가지고 낙양을 접수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 동탁은 양주지역에서 세력이 아주 크지 않았으며 실력자는 한수, 마등이었다. 동탁이 데려온 병력은 수천에 불과했으며 동탁은 시기와 전략을 잘 구사해 정권을 찬탈한다. 우선 혼란기에 자신의 병력을 낙양에 계속 낮에 들였다 밤에 몰래 뺐다 다시 들이는 식으로 병력을 과장해 낙양의 하진잔여병력을 접수했다. 그리고도 모자라 여포를 꼬셔 낙양의 수비대장인 정원을 죽이고 군사력을 얻은 것이다. 

 또한 소설 삼국지에서는 동탁이 폭군으로만 나오지만 이 책에서는 새로운 왕조를 세울 야심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동탁 휘하에 있던 많은 조조, 원소, 원술등의 중신이 등을 돌린다. 낙양에서 장안으로 천도한 것도, 새로운 왕조에 대한 욕심으로 보고 있으며 장안이 과거에 한제국의 수도였고, 자신의 근거지와 가까운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3. 수많은 이민족과 역학관계

소설 삼국지에도 간혹 이민족이 나오긴 하지만 그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마초가 강족을 잘 다루는 것과 오의 산월, 조조의 오환정벌, 제갈량의 남만 정벌 정도가 다다. 하지만 당시에 오환과 선비, 강, 저, 만, 산월, 흉노 등 더 많은 이민족이 있었다. 이들은 위, 촉, 오와 각 세력들을 상대로 끊임없이 침략과 반란을 일으켰으며 각 세력들은 이들을 규합하거나 통제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물론 상대국의 이민족이 침략을 하면 이를 호기로 보고 같이 쳐들어가기도 했으며 침략 당시에 애초에 연합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또한 병력을 충원하거나 후방을 안정화하기 위해 이들을 도모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삼국시대의 이민족들 역시 시대의 주인공들이었던 것이다. 


4. 복잡한 동맹관계와 독립세력들

초기 각 군웅이 난립하던 시기의 동맹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193년경을 보면 유주의 공손찬은 같은 주의 유우와는 적대, 원소와는 적대였으며 그 견제세력인 도겸, 원술과 동맹이었다. 원술은 원소와 적대이고 국경을 맞댄 유표와 적대였으나 유표는 조조와 동맹이었다. 이런 식으로 국경을 맞댐과 개인적 관계로 동맹을 매우 복잡했고, 꾸준히 변화한다. 위촉오 외에도 꾸준한 독립세력이 있었는데 유주 지역의 공손씨와 교주의 사섭이었었다. 공손씨는 원거리에 있고 언제든 위의 배후를 노릴수 있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 독립세력으로 존속하고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지를 달리했다. 그러다 결국 그 지방 국호인 연을 세웠다 망한다. 교지의 사섭은 손권이 강성해지자 그 세력에 귀속되었고 사섭 이후 본격적으로 오의 영지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중원과 독자적이었으며 교역으로 인한 경제력이 막강하고 이민족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 반란이 끊이질 않는다. 결국 오의 멸망은 교주에서의 반란에서 시작되어 이 호기를 놓치지 않은 진의 침공으로 마무리 된다. 


삼국지 100년 도감은 삼국지를 잘 보충해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재밌고, 지도가 많으며 몰랐던 삼국지의 사실도 알게해준다. 다만 삼국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읽기 어려울수도 있겠다, 나오는지명과 그 수많은 인물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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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5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8-01-25 14:29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보고 삼국지 게임이 다시 하고 싶어졌어요

2018-01-25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