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0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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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위험하다.

겉표지의 과장이야 오래된 관례이니 '그냥 넘어가야지'하며 눈 한번 질끈 감으려 해도,
띠지의 '어둠을 걷어내는 사랑','끝없는 순간에 찾아온 구원'에 관한 이야기라는 데 고개를 끄덕여 줄 수가 없다.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보느냐에 따라서 선악에 대한 판단력을 잃게 되어 기괴하고 섬뜩한 소설이 될 수도 있다.

처음 이 책의 제목만 보고,사랑이나 의사소통에 관한 소설쯤으로 생각했었다.
열두살 소년과 열두살의 뱀파이어 소녀가 펼치는,이루어질 수 없는,그래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짐작했었다. 
뭐,'황순원'의 '소나기'나 '알퐁스 도데'의 '별'을 연상했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읽기 시작한 이 책은 기괴하고 끔찍하여 욕지기가 나는 게 전에 읽었던 <검은 선>에 비견할 만 하다.
<검은 선>때에는 읽으며 문장을 이미지화 한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였는데,이 책은 먼저 영화로 알려졌단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괴하고 끔찍함이 많이 희석되고 생략되어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재포장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것 또한 재포장 되었지 싶다.
따라서,이 책은 내게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인간의 치열한 삶'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책은,
인간이 얼만큼 잔인해 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그 잔인함이 인간의 또 다른 일면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게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이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라는 조용한 깨달음을 준다.
하지만,이것도 한걸음 떨어져 이 책을 보는 나의 시각일 뿐이고, 
작가는 선악에 대해 편가르지도 판단하려 들지도 않는다.

선한 사람,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어쩔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어 악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가지고 있는 악이란 감정이 어떤 기회를 통해 표출되게 되면
그때부터는 점점 견고하게 단련되는 것이라고나 할까?

오스카르는 아이들에게 놀림과 폭행을 당할때마다 감정적으로 살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나무에게 해코지를 한다.
엘리라는 벰파이어가 살인을 하는 것도 살기위해서 라고 담담한 어조로 얘기한다.

그래도,한가지 감사한 것은,'과거'와 '교회'가 없다는 걸 이야기의 초입에 밝힘으로써,
우리의 현실에는 '과거'와 '교회(로 뭉퉁그려질 수 있는 종교시설)'가 있다는 두드러진 대비가 되어,과거를 돌이키고 반성하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이 책에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여러가지 형태의 이야기 들이 나오지만,사랑이라는 이름을 차용한 해악 들이다.

그래서인지,이 책에 나오는 살인의 경우 뱀파이어 엘리가 저지르는 것 보다 아동성애자로 나오는 호칸이 저지르는 것들이 더 끔찍하다.
호칸은,
'진정한 사랑은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의 발 밑에 내려놓는 것이지만, 그런 면에서 오늘날의 인간들은 불능이다.'
라고 생각은 하지만,
현실에서의 그는
'당신이 어떤 사람이건 간에,당신을 사랑합니다.'
는 광고 문구에서나 가능한 거고,
엘리를 향하여는,
"내가 널 살 수 있게 도와주는 만큼만 날 사랑할 뿐이야."
라고 한다.
돈을 지불하고 산 아이의 앞이빨이 빠진 것을 보고 이빨을 해 넣으라고 큰돈을 줄 정도로 죄의식을 느끼지만,
이빨을 뾰족하게 키운 뱀파이어 엘리에게 피를 제공하기 위해 또 다른 어린 아이를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들이 끔찍하다는 걸 알지만,더 큰사랑을 위해서라고 정당화한다.
아동성애자 호칸에게 열두살의 나이로 200년을 산 엘리는 호칸의 성적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존재다.

성인인 호칸은 엘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여 사랑한 만큼,엘리에게도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반면,오스카르는 엘리를 열두살의 소녀로 생각하고 대하게 되고,엘리는 오랫만에 열두살의 나이로 행세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행복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오스카르가 엘리를 향해 마음을 열고 다른사람에게는 하지 않는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엘리가 열두살의 소녀여서는 아니었다.

모오스부호로 대화를 하는 부분이나,
높이 타는 그네 묘기를 펼쳐보이고,
엘리가 먹지 못하는 특별한 사탕을 훔치지 않고 사주고 하는 부분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오스카르가 누구에게든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이고,
엘리는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지,
다시말해,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이 마음을 열고 눈높이를 맞추었기 때문이지,
여기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개입되기에는 성급한 것 같다.

그걸 알 수 있는 것이 엘리가 오스카르에게 다가갈 때,
"렛미인"하고 양해를 구하는 장면이다.
오스카르가 들어오라고 해야 들어갈 수 있는거다.

결국 오스카르는 아이들에게 점점 더 심한 폭행을 당하고,죽을 고비에서 엘리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 책의 에필로그는 오스카르가 엘리가 들어있는 듯한 무거운 가방을 들고 기차를 타는 장면이다.
이걸 놓고,둘이 서로 같이 있게 될테니 '해피앤딩'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엘리가 오스카르를 죽음의 순간 구해낸 것은 맞지만,
엘리가 오스카르의 그 후의 삶들도 책임질 수 있을까?
또 엘리는 혼자서는 힘이 약해 살아있는 자의 피를 구하기 힘이 든데,
성인인 호칸도 어려워하던 산 자의 피를 오스카르가 대신 구해줄 수 있을까?
차차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로 하는 것들이 더 많이 생기게 될텐데,그 때도 이들은 '순수한 사랑(?)'이란 것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슬프지만,난 비르기니아의 얘기에서 해답을 엿보게 된다.

'사람을 가슴에 품으면 상처를 입게 되는 법.
비르기니아가 관계를 길게 이어가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었다.사람을 가슴에 품지마.그들이 들어오면 상처받을 일도 많아져.너 자신 외에 너를 위로해 줄 사람은 없어.너 자신만의 문제라면 고통스러워도 그럭저럭 살 수 있을거야.희망을 품지않는 한 괜찮을거야.'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은데,'렛미인'까지 가세한다.
새로 만들어진 영화는 슬퍼서 아름답기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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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11-25 08:49   좋아요 0 | URL
제가 본 영화에서는 아동성애자 이야기는 빠져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헐리우드 리메이크판 말고, 스웨덴(?)영화로 봤습니다), 책에서는 그런 내용이 있군요. 전 영화를 먼저 보면 책 읽을때 몹시 방해가 되서 영화 먼저 본 건 책으로 읽지 않게 되던데, 이 책은 읽어봐야 겠어요, 양철나무꾼님.

양철나무꾼 2010-11-30 01:04   좋아요 0 | URL
저도 책으로 보고 스웨덴 영화로도 봤었습니다.
영화에선 결말도 '해피엔딩'인 것 같죠~^^

책으로 읽으면 적당히 욕지기가 나지만,
그래서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전 '비르기니아'의 사랑이 좋았어요.

stella.K 2010-11-25 13:06   좋아요 0 | URL
말에 의하면, 허리우드판은 스웨덴판 보다 더 피튀긴다는데요?
그런데 좋았다는 말도 덧붙이더군요.
저도 읽으려고 책을 사긴했는데 잘 읽을 수 있으려나 보르겠어요.
영화 보고 약간 속이 매슥거리리고 했는데...ㅜ

양철나무꾼 2010-11-30 01:06   좋아요 0 | URL
이미지를 시각화하고 책을 보게 되면,좀 힘들어요.
전 영화에는 약한 데,상상력이 부족한지 책은 좀 읽어줘요.

어찌되었건,충분히 일독의 값어치는 있습니다여~^^

lo초우ve 2010-11-25 21:10   좋아요 0 | URL
난 좌우지간.. 공포보다 액션이 더 좋구요
전설의고향보다 순정이 더 좋아요 쿡쿡.. ^^
잘 지내시죠?
올만에 다녀갑니다 ^^
늘 건강 잘 챙기시구요 ^^
예쁜미소~~ ^^
즐거운시간 되세요 ^^

양철나무꾼 2010-11-30 01:09   좋아요 0 | URL
와~반가워요~
님이야말로 잘 지내시는거죠?^^

저도 공포보다는 액션이 좋아요.
전설의 고향은 거의 보지 못했구요.
순정(로맨스물 말씀이시죠?^^)은 소싯적에 좀 봤어요.

2010-11-25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30 0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6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30 0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0-11-26 10:21   좋아요 0 | URL
영화를 참 인상적으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원작 소설은 영화랑은 좀 다른 모양이군요.
영화가 오히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로 포장된 거라니,
얼마나 위험한 소설일지 조금은 짐작이 갈 듯 하네요.

양철나무꾼 2010-11-30 01:17   좋아요 0 | URL
이 소설 충분히 괜찮지만,꼭 보시라고 권하진 않을래요.
차라리,김탁환을~~~ㅋ~.

반딧불이 2010-11-26 10:36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를 먼저 봤는데 책도 있군요. 저는 이영화를 뱀파이어 얘기줄 알고 브람 스토커가 어떻게 변주되나 기대를 갖고 봤었어요. 주인공이 싸늘하면서도 잔인한 아름다움을 전해주더군요. 만화 '기생수'가 얼핏 생각나면서 결국 작가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융의 아니마 아니무스처럼 인간에게 선악이 공존한다는 얘기가 아니었을까 싶더라구요.

양철나무꾼 2010-11-30 01:19   좋아요 0 | URL
저 고등학교때 독어 선생님이 그렇게 브람스토커 얘길 많이 해주셨어요.
참 재밌었는데...뭘 봐도,뭘 읽어도 그때만 못한 것 같아요~^^

근데,이 작가 재밌는 것이 '융'도 강요하진 않아요.
만화 기생수는 못 봤어요,불끈~!!!

비로그인 2010-11-27 23:00   좋아요 0 | URL
음.. 그 스웨덴 영화와는 좀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는 원작이군요.

인간이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본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악이 표출하고 동시에 단련된다는. 얘기하신 이 부분은 좀 섬뜩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우리 삶에서 영원히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을 것 같고요.

양철나무꾼 2010-11-30 01:22   좋아요 0 | URL
어찌보면 순자 예찬론자 같기도 해요.
이 작가,우리나라 영화 '장화 홍련'인가도 감동적이었다고 열변을 토하더라구요.

악만 표출되고 단련되는 것이 아니고,
악을 잠재울 수 있는 선도 표출되고 단련되는 것이라고 믿고 싶어요~^^

cyrus 2010-11-29 18:54   좋아요 0 | URL
저는 이상하게도 스릴러나 판타지 분야 소설은 영화를 먼저 봐야 이해를
하는거 같습니다. 해리포터 같은 경우에는 베스트셀러가 된 책보다는
뒤에 나온 영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해리포터를 좋아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영화가 원작을 충실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면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을 글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30 01:26   좋아요 0 | URL
글은 상상력 충만하여 쓰시면서...상상력이 부족하시군요,ㅋ~.

전 님과 반대로,
책은 상상하며 두루 섭렵하는데...
영화가 주는 각인에 약한고로,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 밤잠을 설칩니다여~ㅠ.ㅠ

Grace 2010-12-01 10:02   좋아요 0 | URL
참 글을 잘 적습니다. 짧은 글인데도 잠시 흠뻑 빠져서 읽었고, 뭔가 상상이 되어지다니 놀라운데요! 저도 이런 후기가 적고 싶어지는군요. 얕은 머리와 가슴으로는 언제일까마는...^^

양철나무꾼 2010-12-02 02:21   좋아요 0 | URL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넘 기분 좋아요,헤헤~^^
책이 워낙 좋았고 인상 깊어서 이런 글이 나와주지 않았나 싶어요.
 
초능력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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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의 눈이,메두사의 그것을 닮아 돌이 될까 두려웠다.밤잠 잘 수 없게 만드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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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19 01:40   좋아요 0 | URL
난 어제 이 영화 때문에 밤을 꼴 딱 새웠다.
강동원의 눈을 보고는 그냥 잠을 들어 버릴 수가 없었다.
강동원의 눈과 묘한 대구와 조화를 이루는 고수의 착한 눈을 보면서,,,
잠을 못 자 썪은 동태 같은 내 눈이 안습이었다~ㅠ.ㅠ

올해는 전우치에서도 빛났었고 이래저래 강동원의 해가 아니었나 싶다.
오늘 어디선가 군대를 갔다는 소식을 접한 것 같은데...
군생활 잘 하고 내공을 쌓아 더 좋은 작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멋진 배우의 향연이었지만,영화만을 가지고 얘기하자면 앙꼬 빠진 붕어 빵?...!

애쉬 2010-11-19 12:11   좋아요 0 | URL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우루르 밖으로 나가는데,
갑자기 모두 뚝. 하고 멈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제서야 좀 무섭던걸요.

양철나무꾼 2010-11-21 17:09   좋아요 0 | URL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다 그랬을거예요~
저 아직도 엘리베이터를 타거나,중앙 로비가 있는 공공 장소에 가면...아직도 그래요~ㅠ.ㅠ

2010-11-19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1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0-11-19 21:11   좋아요 0 | URL
고수 좋아요.
근데 이 영화 무서운가 봐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0-11-21 17:14   좋아요 0 | URL
강동원 눈빛이 섬뜩해요.
영화가 굴곡이 없고 좀 밋밋해요.^^

다이조부 2010-11-19 23:23   좋아요 0 | URL

음~ 이 영화 전반전은 그럭저럭 잼나게 봤는데

나머지 절반은 지루해서 혼났어요.

전 강동원보다 조인성에게 한 표 ㅋㅋㅋ

양철나무꾼 2010-11-21 17:18   좋아요 0 | URL
조인성은 지금 군대에 있지 않나요?

전 류지태에 한표요~ㅋㅋㅋ.

순오기 2010-11-20 00:06   좋아요 0 | URL
우리 아들도 수능보는 날, 친구들과 이거 보고 와선 영화가 너무 별로라 찝찝하다고
다른 거 보고 싶대서 아빠랑 둘이 레드 보고 왔어요. 레드는 그럭저럭 코미디였다네요.^^
이번 일요일에 기숙사 들어가면 영화는 꿈도 못 꾸고 1년 죽었다 생각하고 견뎌야지요.

다이조부 2010-11-20 01:27   좋아요 0 | URL

레드는 코미디 가 아니라 액숀물로 알고 있는데요~

아마도 그만큼 영화가 재미있다는 뜻이겠지요 ^^

종종 광주에 갈때마다 예전에 광주에 사신다는 말씀을 하셔서

생면부지의 순오기님이 사는 동네군 하면서 혼자 실실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양철나무꾼 2010-11-21 17:23   좋아요 0 | URL
이런 영화는 한참 기운 없을 때는 찝찝해질 수 있죠~
레드는 잘 몰라여.
저도 레드로 입가심,아니다 눈가심을 했어야 할까 보다.^^
아,고3은 기숙사 들어가나 보죠?
아드님,건강은 많이 나아졌나요?
님도 이제 1년 좀 힘들고 외로우시겠는 걸요~^^

순오기 2010-11-21 23:45   좋아요 0 | URL
매버릭꾸랑님, 광주에 다녀가면서 생면부지의 순오기를 생각했주셨다니 고마운데요.^^

우리 아들놈은 레드로 눈가심을 했답니다.ㅋㅋ
건강은 많이 좋아졌어요, 본인도 가족도 느낄만큼요.
그런데 학교에서 주는 밥을 세 끼(메뉴는 다양하지만)먹으면 어쩔는지...
아침마다 약 챙겨먹는 것도 걱정스럽고요.
애들 기숙사 들어가면 엄마는 망고땡이죠.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이번엔 학부모들이 간식 가져오는 걸 일체 허용하지 않기로 해서 더구나 편하지요. 그저 주말에 애인 만나러 가듯 6시에만 잠간 볼 수 있고, 매월 넷째주말에만 집에 옵니다. 막내는 고등학교 들어가면 11시에 올테고...엄마만 살판났어요.ㅋㅋ

양철나무꾼 2010-11-22 17:42   좋아요 0 | URL
전 아들이 중2인데도,맨날 외로워 심심해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데...
종3이나 고3이 되면...군대 보냈다 생각해야 하는거군요~ㅠ.ㅠ

근데,다시 생각해 보니...그 기숙사 있는 학교 쫌 좋은 듯도~~~^^
울아들도 시골로 전학시킬까 봐여.^^

따라쟁이 2010-11-21 03:11   좋아요 0 | URL
가...강동원...+_+

양철나무꾼 2010-11-21 17:23   좋아요 0 | URL
강동원을?^^
전 유지태여~^^

다이조부 2010-11-21 21:36   좋아요 0 | URL

저도 유지태가 한가지 이미지에 고정되거나 갖히지 않고 노력하는 배우라는데는 동의하지만

최근작품은 정말 별로였어요~

심야의 에프엠 말이죠...

양철나무꾼 2010-11-22 17:43   좋아요 0 | URL
심야의 FM,못 봤어요~ㅠ.ㅠ
 
4대강 사업을 말한다
김환영 지음 / 동쪽나라(=한민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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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모두 다 알 것이다. 
청개구리가 모든 일을 청개구리처럼 반대로만 하자, 
청개구리 엄마가 산이 아니라 개울가에 묻어달라고 하고,  
청개구리는 엄마가 죽자 반성을 하고 엄마의 유언대로 개울가에 묻는다. 

아무리 동화지만,누가 지었는지 선견지명이 있는 것 같다.
개울물이 불어날 때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개울물 흐르는 소리와 어울려 운치있게 느껴지지만,
산에서 청개구리가 운다고 생각하면 왠지 등골이 서늘해질 그런 일이 아니겠는가? 

이 책은,제목과 겉표지와는 정반대의 얘기가 나온다.
다시말해,제목과 겉표지와는 정반대로 얘기하는 청개구리 한마리가 등장한다. 

별점을 네개 준것도 과하다.
출판사의 인지도와 책으로 만들어 낸 품,말도 안되는 얘기들을 지어내느라 고생하였을 저자,베어넘겨진 나무에 대한 경의 수준으로 별 네개이다.
한권 정도는 욕하면서 읽어줄 수 있다.
하지만,이런 책이 또 다시 나올까 두렵다. 

'4대강 사업을 무엇이 옳고 그른가 말한다'고 제목을 정했는데,
옳은 것에 대해 그토록 목청 높여 힘주어 얘기했으면,그른 것도 나와 주어야 하는데...한개도 없다.
그리곤 책 중반부로 넘어가서 자신의 본심을 말한다고 슬쩍 구렁이 담을 넘는다.
 
넋두리의 형태를 띄었지만,
넋두리로 할 수 있는 얘기도 넋두리로 들어줄 수 있는 얘기도 아니다.

논리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왜 공학도라는 자가 데이터를 의미없는 일이라고 하고, 
어법에도 안맞는 부정에 부정을 사용한 모호한 말들을 내뱉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논법도 교묘히 어긋난다.
예를 들어,
A이면 B이다.B이면 C이다.고로,A이면 C이다.
이 명제가 참이라고 하여,
A가 아니면 C가 아니다.
이명제가 참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갑문을 설치하고 큰배를 오르내리게 할 수 없다면,작은 배라도 띄우게 하면 된다고 얘기(38쪽)하는데,이건 꼭 밥이 없다고 하자 빵을 먹으라고 한 마리 앙토와네트의 논리를 닮았다.
 
세계적인 수상도시 베니스는 그냥 되는 것인가?
환경오염과 자연,생태계 파괴는 왜 얘기하지 않는 것인가? 

오물의 퇴적작용을 막아 수질을 개선시키려고 만들자는 인공섬에 상가나 숙박시설을 설치하자는 의견은 또 어떤가? 

소석회,시멘트 사용을 권장하는 문구는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가?  

이렇게 청개구리처럼 반대로만 말하는 누군가에게 꼭 한마디만 하고 싶다.
얕은 꾀를 쓰려다가 개울가에 묻히게 되는 청개구리 엄마처럼,
죽어 개울가에 묻히고 나서야 개과천선해도 소용없다.
개울가에 묻힌 뒤에는 후회해도 소용없는 것이다~

밝은 날 맨 정신으로는 쓸 수 없을 것 같다.
이것도 많이 둥글리고 순화시킨 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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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1-11 01:06   좋아요 0 | URL
나무에게 죽을 죄를 지었을 책이 됐군요.
청개구리 엄마처럼 개울가에 묻어 줄 인간들이 많습니다.ㅜㅜ

양철나무꾼 2010-11-12 19:52   좋아요 0 | URL
사람들은 청개구리 엄마가 무슨 잘못이 있냐고들 하기도 하지만,
자식의 잘못을 수수방관한 잘못이 크죠~ㅜ_ㅜ


감은빛 2010-11-11 01:57   좋아요 0 | URL
허! 이 글 기다리고 있었는데,
결국 그런 책이었군요.
종이가 아깝고, 나무가 아깝고, 잉크가 아까운 책이었군요!
책 허비한 나무꾼님의 시간이 가장 아깝군요!
이 출판사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아야겠어요.

청개구리로 시작하는 이 글 참 멋집니다.
이런 형편없는 책도 이렇게 멋지게 소화해내다니!
역시 나무꾼님이세요! ^^

양철나무꾼 2010-11-12 19:53   좋아요 0 | URL
아웅~출판사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아니다,아까운 나무 베어 낸 책임 정도는 물어야 겠죠~

turnleft 2010-11-11 03:22   좋아요 0 | URL
"전문가의 시대라고 하지만 각기 자신의 분야에서만 위험을 인식할 뿐, 그 문제들이 모두 적용되는 훨씬 더 광범위한 상황은 인식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 [침묵의 봄] p.45

소위 전문가라고 칭하는 헛똑똑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죠. 이 나라에 폭넓게 존경받을 수 있는 현인이 없다는데 절망을 느낍니다.

근데, 별 4개는 다른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

양철나무꾼 2010-11-12 19:55   좋아요 0 | URL
책은 아주 잘 만들었어요.

적어도 '땡스 투'하고 이 책을 사보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없네요~^^

마녀고양이 2010-11-11 09:13   좋아요 0 | URL
ㅎㅎ, 이런 혹독한 리뷰를...
시니컬할 때는 진짜 대단하다니까. 덕분에
책 한권 제외해도 되겠군요.

흐음,,, 진솔한 리뷰 땡큐!

양철나무꾼 2010-11-12 19:57   좋아요 0 | URL
이건 비밀인데...
내가 시니컬해지면 찬바람 쌩해서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대요.
아닌가?처녀귀신이 한을 품으면 인가???^^

애쉬 2010-11-11 10:31   좋아요 0 | URL
우리, 책도 같이 4대강 공사장에 함께 묻어버리죠!

양철나무꾼 2010-11-12 19:58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옛날 해우소에 갖다 걸어놓을 수도 없고 말이죠~^^

saint236 2010-11-11 11:12   좋아요 0 | URL
오호..그럼 기후 커넥션이나 지구 온난화에 속지마라와 같은 책인가 보군요.

양철나무꾼 2010-11-12 20:01   좋아요 0 | URL
이건 그런 반어법의 향연도 아니고,
처음엔 교묘히 본심을 접고 들어가는 척 하다가,
4대강으로 모자라서,대운하를 다시 들먹여요~

stella.K 2010-11-11 13:53   좋아요 0 | URL
와, 별 4개가 이렇게도 쓰일 수가 있군요!
한 수 배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12 20:04   좋아요 0 | URL
책 잘 만드는 출판산데,왜 이랬는지...원~ㅠ.ㅠ

같은하늘 2010-11-17 17:37   좋아요 0 | URL
저 끝자락의 연두색 문장을 보고 위로 올라가니 새벽에 쓰셨군요.ㅎㅎ
별을 한 개도 안주는 시스템은 없나? 그럼 딱이겠구만~~~

양철나무꾼 2010-11-18 04:27   좋아요 0 | URL
음주 페이퍼 였습죠~^^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 Rolling Home With a Bu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풍경달다/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이 영화를 보는 내내,정호승의 <풍경달다>라는 시가 떠올랐다.

좀 외로웠다.
아무리 임순례와 공효진을 외쳐대도 내 주변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영화를 같이 봐 주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반면,내 주변엔 제목만 듣고도,'심우도'어쩌고 저쩌고 일장연설을 늘어놓으려고 하는 사람은 왜 그리 많은가 말이다,에효~ 
암튼,부처님의 십대제자를 흉내내어 어떤 이가 지어준 별명'삐침제일'답게 한번 단단히 삐쳐주시고,혼자 영화를 보고 왔다.

영화는 처음과 끝이 같은 장면이다.
비탈진 밭에 소와 가족들이 모여 밭을 갈고 있다.
이들은 소에게 밭을 갈게 하는게 아니라,소에게 밭 가는 운동을 시키는 것 같다.
군대로 치면 영락없는 오합지졸이다.
근데 말이다,이들이 저 넓은 밭을 언제 다갈까 걱정스럽다기 보단,
마음 속 한구석에서 웃음이 배실배실 고개를 들고 올라오는 그런 느낌이다.
뭐랄까?
남이 봤을때 뭐라건 상관없이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밭 갈고 씨 뿌리는 일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암튼,
아직 밭가는 소는 본 일이 없다.
그렇게 멋진 여행을 하는 소는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멋진 바다를 구경하는 소를 본 일도 없다.
그렇게 멋진 연기를 하는 그렇게 잘 생긴 소를 본 일도 없다.
(워낭소리의 그 소랑은 분위기가 많이 틀리다.)
막걸리를 먹는 소도 본 일이 없다고 쓰려는 데,남편은 어릴 적 술지게미를 먹는 소를 본 적은 있다면서 어릴적 추억을 술술 풀어 놓는다.

풍경을 워낭처럼 달고 다니는 소를 본 일이 있는가?
이 영화에는 풍경을 워낭처럼 달고 다니는 소가 등장하고,
맙소사 주지 스님은 워낭소리와 풍경소리가 원래는 같은 소리였다고 한다. 

나이 40이 다 된 노총각이 있다. 
시골에 귀향하여 부모와 함께 농사를 짓는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지만,내가 보기엔 뭐 그닥 열심인 것도 아니다.
선호에겐 다른 직업이 있는데,시인이다.
그렇다고 시 잘 쓰는 시인도 아닌 것 같다.

아직도 트랙터 대신 소를 이용하여 밭을 가는 농가가 있다.
선호의 아버지가 그렇다.
선호의 아버지는 '소의 세월아 네월아'를 두고 선호를 탓한다. 
소만도 못한 놈이란 소리를 듣기는 다반사이다. 

홧김에 선호는 소를 우시장에 내다 팔려고 집을 나서고,
소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자,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소는 이래저래 피곤하고 아프고 잔병치레를 하게 되고,
선호는 그런 소를 진심으로 돌본다.
그 여정에 7년전의 사랑,현수(공효진)가 등장한다.
 

-오랜만이지? 
-난 아직도 니가 용서가 안돼.

로 시작한 영화는,

-그게 정말 괴로움인지,아니면 있지도 않은 괴로움인지,네 안을 잘 들여다 봐.

-아직도 넌 내가 밉니? 
-미운 감정도 관심이 있을 때 생기는 감정이야.

를 거쳐, 

-이제 그만 지지고 볶으러 집으로 가자.

에 이른다.
"세상 길은 다 집으로 가는 길이다."라는 진리는 덤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 영화를 백퍼센트 이해한다고는 못하겠다.
하나는 왜 7년동안 전화번호를 못 바꿨을까 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꿈이 아니라 실제상황에서 등장하는 소를 찾아 다니는 父子였다.

만약 자기마음의 본성이나 견성을 찾으려 들었다면,차근히 그 길을 따라 걸어줬어야 하는데,
영화에서는 그냥 쓰윽 지나간다.
'물 흐르듯이'라고는 못하겠다.
중간중간 가위질을 엄청 많이 한 영화를 보는 것 처럼 내용이 중간중간 뚝뚝 끊긴다.
(김도연의 원작은 어떨까?찾아 읽어봐야겠다.) 



하지만,나는 선호를 시인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술이 취해 자기집 똥개와 대화를 나누는 남자,
소를 닦이고 소를 치료하고 소와 대화를 나누고 꿈마저 공유하는 남자,
선호에겐 소가 詩이고,그가 소를 대하는 마음이 시를 대하는 마음이 아닐까?
그렇게 애틋한 마음을 못 보았다.

살면서 사람사이에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때도 있으니,
동물과 의사소통이 된다는 건 아주 특별한 일 일지도 모른다. 
누구면 어떻고,
그게 생물이면 어떻고 무생물이면 어떤가 말이다.
내가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붙이면 의미가 되는 것이다.
들꽃이면 어떻고 바람이면 어떠랴. 
꿈이면 어떻고 생시이면 어떠랴.

소는 그걸 다 되새김질 하느라고 위를 4개씩이나 가지고 어슬렁 거리는 거 겠지만,
사람은 일일이 다 되새김질 하다가는 홧병 걸려 죽기 십상이다.
그러니 되새김질은 적당히 할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은 것들에 너무 큰 가치부여를 하고 살기엔,남아있는 날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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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11-10 14:43   좋아요 0 | URL

2010-11-10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0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0-11-10 15:54   좋아요 0 | URL
결국 이 영화를 봤군요.
임순례 감독 마이너리티가 강해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작가정신은 나름 뛰어나다는 생각은 해요.^^

양철나무꾼 2010-11-10 21:23   좋아요 0 | URL
좋은 영화라고는 하겠는데...재밌는 영화라고는 못 하겠어요.
로맨스 영화라고 하기엔 좀 밋밋하고 지나치게 난해해요.^^

cyrus 2010-11-10 17:29   좋아요 0 | URL
소가 개 다음으로(어감이 이상하네요) 정이 많은 동물인거 같습니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도 개 못지 않고, 궂은 일에 묵묵히 하는
착한 이미지의 동물이라서요. 첫번재 사진의 소 표정이 웃는거 같습니다.^^
재미있는 소의 표정과 함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10 21:26   좋아요 0 | URL
남편이 동물 관련 일을 해서,전 동물에 그닥이예요~
여느 사람들처럼 애완동물에 열광하지도 않고 말이죠.

그냥 영화에서 TV에서 한번씩 보는 걸로 만족할래요.

근데,이 영화에서는 저 소가 연기가 좀 됐어요,ㅋ~.

2010-11-10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0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11-10 18:59   좋아요 0 | URL
보셨군요~ 강가에 소와 걸은 발자국, 그 풍경이 눈에 콕 박히네요.

양철나무꾼 2010-11-10 21:30   좋아요 0 | URL
저 사진 때문에 스크롤의 압박이 장난이 아닌데,
저 사진의 여운을 무시할 수 없네요~
영화가 한권의 풍경사진집 같아요.
풍경과 소의 연기가 넘 좋았어요.^^

프레이야 2010-11-10 21:21   좋아요 0 | URL
찌찌뽕~ 저도 지난주에 혼자 봤어요.
그런데 전 잡념과 함께 봐서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지금 되새김질 중인데 지나친 되새김질은 별로 좋지 않은가요? ㅎㅎ
그런데 양철님, 선호의 마지막 대사요,
자, 이제그만 지지고 볶고(볶으러??였나요?) 집에 가자,로 전 들었는데.. 갸우뚱~
볶고와 볶으러, 이거 큰 차인데요. 아무래도 한 번 더 봐야겠어요.ㅎㅎ
풍경도 이야기도 전 참 좋더라구요.~~
꾸욱!

양철나무꾼 2010-11-10 21:34   좋아요 0 | URL
전 혼자서 처음 본 영화였어요.
그 시간 남편은 다른 걸 봐 주셨고...

저도 다시 한번 봐도 괜찮겠다 싶은 영화예요.
심우도 관련 복잡해지는 건,딱 질색이지만...

저도 '볶고'로 들었었는데,사진 찾으러 공식 홈 페이지에 들어가니까 '볶으러'라네요.
하긴,그래야 다시 지지고 볶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맞기는 하겠지만요~^^

2010-11-11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2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1-11 09:11   좋아요 0 | URL
사진두 그렇고, 이쁜 리뷰예요.
난 혼자 영화 보는게 좋던데.
싫은 사람 끌고 가봤자, 신경쓰여서 맘놓고 즐기지도 못 하고 말이죠.

일산 CGV에는 왜 이런 영화는 상영하지 않나 몰라.
마음이 천천히 가야 할텐데. 왜이리 조급해지는지요.. ^^

양철나무꾼 2010-11-12 20:09   좋아요 0 | URL
나 보고싶은 영화 하나 있는데,이건 CGV압구정 대학로에서만 해서 망설이고 있어요.
이러다가 그냥 영화 내려버릴 것 같아여~ㅠ.ㅠ

이 영화는 호,불호가 명확할 것 같아요.
저녁시간이었는데도 한 5~6명 정도.

느린산책 2010-11-11 10:05   좋아요 0 | URL
저 이런 영화 좋아해요~
담엔 절 부르세용 ㅋ

양철나무꾼 2010-11-12 20:10   좋아요 0 | URL
그럴까요?
알았어요,담엔 콜 하죠~^^

꿈꾸는섬 2010-11-11 12:13   좋아요 0 | URL
좋아요.^^
임순례 감독님 작품이니 당연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이조부 2010-11-11 18:05   좋아요 0 | URL

임순례 감독도 좋아하는군요 ㅋ

양철나무꾼 2010-11-12 20:11   좋아요 0 | URL
그쵸?임순례 감독님 영화 전 다 좋은 것 같아요.
우.생.사.는 한 열번 봤나봐요~^^

꿈꾸는섬 2010-11-12 20:17   좋아요 0 | URL
전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최고!!!
하지만 우.생.순도 정말 좋죠. <세친구>도 좋았구요.
또 뭐가 있더라...기억이 가물가물...여하튼 좋아요.^^

다이조부 2010-11-13 09:12   좋아요 0 | URL

우 생 사 를 10번 봤다는 분은 처음 뵙네요. 신기 신기

저는 가장 많이 본 영화가 한창 홍상수 좋아할때 생활의 발견을 3번 봤는데

말이죠.

같은 영화를 2번 이상 보는 경우도 저는 드물어요.

근데 요즘은 홍상수 보다도 허진호 가 더 끌려요 ㅋ 나이 먹는건가? ^^

양철나무꾼 2010-11-13 12:50   좋아요 0 | URL
제가 과장법이 좀 심하다는 거 잘 아시면서,ㅋ~.
근데,우생사는 한 10번 본 거 맞아요.
전 홍상수도 좋고,이준익도 좋아요.

영상이 좀 되는 외화의 경운,남편 땜에 수백번도 보게 된답니다.^^

다이조부 2010-11-13 17:15   좋아요 0 | URL


결혼하게 되면~

결혼생활의 팁을 주인장한테 물어봐야겠다 ㅋㅋ

양철나무꾼 2010-11-14 00:51   좋아요 0 | URL
어떤 댓글이 님으로 하여금,'결혼생활의 팁'을 물어보고 싶게 만드셨을까요?
암튼 저도 'ㅋ,ㅋ,ㅋ'입니다.

비로그인 2010-11-14 02:31   좋아요 0 | URL
어릴땐 마당에 동물들도 많았는데, 뒤편에는 돼지도 있었고 말이죠.
요즘엔 동물들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먹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올리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니 어릴적 보던 닭, 돼지, 소...
걔네들 막 돌아다니던 장면들이 생각나네요. 에구 오늘 밤엔 일찍 자긴 틀렸습니다..

양철나무꾼 2010-11-16 15:49   좋아요 0 | URL
전 어렸을 적 마당에 동물들이 뛰어 놀았던 기억은 없고요.
어린이 대공원에 가서 동물 봤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남산에서도...
남산에서의 공작새는 아직도 눈에 선명한 걸요~

지금은 남편이 동물들이랑 밀접한 일을 해,맘만 먹으면 자주 볼 수 있는데...
결론은 제가 동물을 싫어한다는 것이죠~ㅠ.ㅠ

같은하늘 2010-11-17 17:40   좋아요 0 | URL
강가의 풍경이 멋드러지게 남는 영화네요.
이런 영화는 우리동네에서는 안하던데...

양철나무꾼 2010-11-18 04:28   좋아요 0 | URL
좋은 동네는 안 하나 봐요~
마고님네 동네도 안 한다지 뭐여요~^^
 
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이기웅 옮김 / 시작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산을 두고도,전혀 동하지 않았던 내가 이 책'신들의 봉우리'를 얘기하려니까 이런 반응들이 돌아온다. 

"니가?니가?집 뒷동산에도 안 오르는 니가 뭐어? 에.베.레.스.트?"

근데,난 병에 걸렸다.심한 그리움에 몸부림을 친다.
내 영혼은 에베레스트와 하나였었는데 그동안 깨닫질 못했을 뿐이다.
 
암튼 산악소설로 분류되는 이 책을 집어들게 된건,순전 '통곡''누행록'의 번역에 빛나는 '이기웅'님 때문이다.
난 그동안 이기웅님의 번역들을 참 좋아했는데,이 '신들의 봉우리'는 저자,역자 뿐만 아니라,내게도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다. 

경험해보지 못한 걸,간접체험 할 수 있는 게 책이 주는 매력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경험한 듯 생생하게 그려내다니 저자의 필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옛날에 암벽등반 하는 사람을 알았었다.
근데 이 사람 자기 몸을 너무 아껴서 외상이 없는 새끼손가락의 불편함을 가지고 한달동안 치료받는 걸 본 적이 있다.
몸이 아주 중요한 건 맞지만,죽을 병도 아니고 새끼손가락 좀 불편하다고 한달씩이나 치료 받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근데,이 책을 읽으면서...그 사람의 새끼 손가락은 단지 새끼손가락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뭐,이 책을 옛날에 읽었다고 해서 그 암벽등반가에 대한 호,오가 크게 달라지진 않았겠지만...
이런 깨달음으로 이 책을 시작할 필요는 있다.

작가는 후기에서, 
전부 토해냈다.
힘이 미치지 못해 아쉬운 대목도 없다.구석구석 온 힘을 다 기울였다.
열 살 때부터 산에 오르면서 몸 안에 쌓아둔 걸 전부 다 꺼내고 말았다.
그것도 정면에서 맞서 싸우듯이 전력을 다해 산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이 이야기에 변화구는 없다.
직구.온 힘을 다 쏟아부은 스트레이트.
이제 산에 대한 이야기는 두 번 다시 쓸 수 없으리라.
이게 최초이자 최후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말았다.이만한 산악소설은 아마 더 이상 나오기 힘들 것이다.그리고 아무나 쓸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제 항복할텐가.
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내용은 액자소설의 형태를 띄고,시점도 1인칭 주인공 시점과 3인칭 관찰자 시점,전지적 작가시점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어차피 에베레스트를 神과 동일시 하는 소설의 특성 상 ,전지적 작가시점을 배제할 수는 없었겠지만,글이 갑자기 어설퍼진다.
꼭 얘기를 해주던 변사가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간 사이,여러차례 얘기를 들은 관객이 기억을 더듬어 가짜 변사노릇을 하는 듯 하다.

내용은 한줄로 요약할 수도 있겠다.
하부 조지라는 청년이 산사나이로 성장해,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과정이다.
더도 덜도 없다.
근데,진한 울림과 감동을 준다.
농밀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땀냄새 폴폴 풍기는 진솔한 얘기들이다.   

인간이란,갖가지 사정을 품고 살아가게 마련이다.이런 사정을 하나씩 결말짓지 못한다면 그다음 일을 시작할 수 없다.그렇게 말해버리면 인간은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인간은 다들 다양한 사정을 품고 과거지사를 마냥 질질 끌다가 정리하지 못한 채 다음의 일로 나아가곤 한다.그러면서 풍화할 것은 풍화한다.풍화되지 않고 화석처럼 마음 속에 한없이 방치되는 것도 있다.그런 것 하나 없어서야 인간이라 할 수 없다.(29쪽) 

 

누구도 믿지 않겠다.사진 속의 중년 남성 내부의 소년이 카메라를 향해 말하고 있다.그 대신 그 누구에게도 신뢰를 사지 못해도 상관없다,라고. 
나는 혼자다.
그렇게 마음 깊이 각인한 소년이 사진 속 남자의 내부에 살고 있다.(90쪽)

 

암벽을 오르는데 위험한가,위험하지 않은가,그런 고려는 그에게 필요하지 않았다.어떤 코스로 가야 정상까지 가는데 가장 가까운가,하부에게는 그런 선택의 여지밖에 없었다.(104쪽)

 

바위를 오른다는 행위에는 등반자의 노력만으로 다다를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그건 어떠한 이름이 붙은 기술이나 방법도 아니다.재능이라는 모호한 호칭으로밖에 부를 수 없는 것이다.체력에 배포도 있고 기술까지 고루 갖춘 클라이머라면 실수하지 않는 한 별 문제 없이 오를 수 있다.하지만 경력이나 기술,체력 면에서 분명하게 뒤지는 초심자에 가까운 사람이,베테랑도 일정 속도 이상 내기 힘든 암벽을 너무나 가볍게 올라버리는 일이 있다.그건 천성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105쪽) 

 

하부씨,하부 씨 하며 기시는 하부를 따랐다.누군가가 자신을 따른다는 데 하부는 익숙하지 않았다.기시가 따르는 만큼 하부는 기시를 혹독하게 다루는 모양새가 됐다.(119쪽)

 

그 산에 오르지 못한 건 산 탓이 아니다.산은 그 등산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그 등산가가 산에 오르지 못했다는 건 그 등산가가 자기 자신에게 졌다는 것이다.그뿐이다.(142쪽)

 

"인간은 양손에 짐을 든 상황에서 또 다른 짐을 들 수는 없지.일단 양손의 짐을 버리지 않으면 다음 짐을 들 수 없으니까." (335쪽) 

 

 지상의 반 이하의 산소 속에 있으면,렌즈 포커스를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 숨이 차온다.셔터를 누를 때 한순간 숨을 멈춘다.그 극히 잠깐의 호흡 정지 상태가 불과 2초 길어진 것만으로 셔터를 누르고 난 뒤 가뿐 숨을 토하게 된다.셔터를 누르고 나서 하악하악 소리 내며 호흡을 한다.결국 고통스러워 눈앞이 캄캄해지고,정상적으로 호흡하기까지 2~3분 동안은 그저 괴롭게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만 한다.(363쪽) 

당연히 자연이나 환경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고, 
이런 언급이 있기에 이 책이 빛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최근 토박이들마저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기가 불편해졌습니다.그런다고 소의 대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가스나 석유를 사용하게 됐죠.하지만 가스나 석유는 돈이 듭니다.그걸 외국에서 사 올 돈이 네팔에는 없습니다.그 돈을 벌기 위해 관광객을 이 나라에 불러야만 합니다.이 나라의 관광은 히말라야와 산림,즉 자연입니다.그런 자연이 관광객이 오면 올수록 사라져 갑니다.......이 악순환은 누구도 멈출 수 없지요.장작만의 문제가 아닙니다.네팔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파고들면 종극에는 이 나라의 빈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위로 오른다는 건,아래에서의 일을 차례차례 저편으로 밀어 지워가는 작업일지도 모른다. 아니,그렇지 않다.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지워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반대로 생생해지는 것도 있다.여러 기억들이 멀어지며 피로 속으로 사라져가는 대신,이때까지 지우지 못한 게,남겨놓은 게,한층 분명히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그건 가요코의 일이라든가 혹은 료코의 일이라든가.(384쪽)

 

인생도 날씨와 같다.사람은 살아가며 조우하는 모든 일마다 매번 결론을 맺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대부분은 그대로 미뤄둔 채 살아간다.살아간다는 건 뭔가를 미루며 걸어간다는 것이다.번거롭다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다 내버리고 혼자만 고고히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496쪽)

 

힘내라는 말은 할 필요도 없고 들을 필요도 없다.하부나 후카마치나 이미 온 힘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말은 필요 없다.
이제 어떤 말로도 격려할 수 없다.
도와줄 수도 없다.협력할 수도 없다.
그저 혼자.자기 혼자만의 힘에 의존할 뿐이다.(559쪽)

'인간의 발이 밟지 못한 거인이 세계에 즐비했던 시기의,그 꿈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264쪽)<------이 문장은 도통 해석 불능이다. 

이 책에 애착이 간것은,하부 조지가 또 다른 나인 듯 여겨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하부는 모든 인간 관계나 삶의 목표를 산을 통하여 배운다.
인간관계를 인간에게서 배우지 않고 말없는 산을 통하여 배우려고 하니,자연 인간 관계가 삐그덕거린다.
하지만,그를 의심하거나 오해했던 사람들도...그의 우직하고 한결같음을 알고 신뢰하게 된다.  

어떤 사람이 좋다,싫다 하는 건 참 애매모호하고 의미없는 말이다.
어떤 일과 관련하여 믿을 만 한가,그렇지 않은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 말이다.
일상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버거울 때 일독을 권한다.

그의 전작들을 찾아 읽겠지만,한동안은 이 책의 여운 때문에 어느 책도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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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좋아 2010-11-02 18:53   좋아요 0 | URL
어제 집에 가는 길에 황석영의 <입석부근>을 생각하며 걸었었어요. 알지 못 하는 생소한 산악장비와 등반 용어들... 근데 너무나 생생했었던 그 소설... 갑자기 <입석부근>을 왜 떠올렸을까 싶지만, 어쨌든 어제 걸어가면서 그 생각을 했었어요.
손가락끝에 모든 힘을 줘야 하는 암벽등반의 힘겨움이 생생했던 그 소설.

에베레스트 보니까 또 생각나네요.

양철나무꾼 2010-11-02 23:49   좋아요 0 | URL
음,암벽등반 하던 그 사람은 손가락을 쫙 펴서,또는 손가락 하나로 팔굽혀 펴기를 하는 묘기를 부렸었는데 말이죠~

저도 에베레스트 가고 싶어요~^^

cyrus 2010-11-02 20:15   좋아요 0 | URL
등산이라는 것 자체가 어찌보면 인간의 삶과 비슷하고
땔래야 땔 수 없는 활동 같네요,
저 유명한 등산가도 말했잖습니까. 기자가 등산가에게 산을 왜 오르냐고
물어보니깐,,,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산이 저기에 있으니깐 산에 오른다"고요.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도 힘든 에베레스트 산을 오르고 있는 등산가와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책 내용이 좋다보니, 포스트잇이 많이 붙여 있네요.^^


양철나무꾼 2010-11-02 23:51   좋아요 0 | URL
저는 도그지어를 못하고 저렇게 포스트잇을 붙여요.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알록달록한 적은 없었는데,
어찌보면 전위 예술 같지 않아요?^^

oren 2010-11-02 22:15   좋아요 0 | URL
자주 산에 오르지 않고도 산악소설에 심취할 수도 있는가 보군요. 아무튼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게 한때나마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이런 책들에 그다지 커다란 감흥을 별로 못느끼는 걸 보니 저도 '열정'이 많이 식었나 봅니다.

'인간의 발이 밟지 못한 거인이 세계에 즐비했던 시기의, 그 꿈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264쪽) ---> '거인'으로 번역된 부분이 영어의 Giant에 해당하는 단어였다면 거봉(巨峰), 혹은 거벽으로 해석하면 뜻이 이해되지 않을까도 싶군요. 등반사를 보면 황금시대(몽블랑 초등~마터호른 초등까지, 1786년~1865년), 은의 시대, 철의 시대(암벽등반,동계등반) 등등을 거쳐 히말라야 8,000m 등반이 이뤄졌는데(1950년 안나푸르나를 초등한 이후 1964년 시샤 팡마를 끝으로 14좌가 모두 정복됨), '인간의 발이 밟지 못한 거봉이 즐비했던 시기'란 아마도 8,000미터급 14좌와 더불어 7,000미터급(350개)조차 정복되지 못한 시기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저 혼자만의 생각입니다.)

1950년 인간으로서 처음 고도 8,000미터 안나푸르나(8,091m)에 오른 프랑스 원정대장 모리스 에르조그는 그의 원정기를 아래와 같이 맺었다고 합니다.
* * * * *
"안나푸르나는 우리가 빈 손으로 갔지만 앞날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다시없는 보물이다.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우리 인생의 새 장이 열렸다. 인생에는 또 다른 안나푸르나들이 있다."




양철나무꾼 2010-11-02 23:56   좋아요 0 | URL
저 책은 산악소설이 아니고,실은 장르소설로 분류돼요.
근데 초반부터 훅~잡아끌어 눈을 뗄 수 없게 하는데,참 좋았어요.

산이라면,동네 뒷산도 싫었었는데...
(저희집이 연신내여서 주말이면 등산 갔다 내려온 사람들의 뒷풀이로 몸살을 앓거든요~ㅠ.ㅠ)
에베레스트가 오르고 싶어 기초를 다질려구요~^^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싶었다고 하시니,동지애가 샘솟는 것이...
언제고 궁금한 거 있음 막 여쭤봐도 돼죠?^^

oren 2010-11-04 00:30   좋아요 0 | URL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꿈은 아무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게 아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그 누구에게나 불가능할 것은 전혀 없다고도 생각됩니다.

저는 1994년에 암벽등반을 배운 이후로 '생각보다 너무 일찍' 더 나아가기를 포기한 걸 늘 아쉽게 여기지만, 그렇다고 그걸 엄청 후회하는 것 같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살다 보니 아까운 많은 시간들을 '바위에만 매달리기엔' 해보고 싶은 일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싶기도 하더군요. 그렇지만 암벽만 배우고 '빙벽'까지 나아가지 못한 건 지금도 후회하고 있답니다. 그 때 조금만 더 욕심을 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지요.

양철나무꾼님의 글 덕분에 새삼스레 등산학교 다닐 때 배웠던 암벽등반의 '4가지' 성격들을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① 열정 ② 각오(진지함, 사려깊음) ③ 삼매경(카타르시스) ④ 안전(편법과 변칙은 안된다)

이 책의 작가가 얘기한 [이 이야기에 변화구는 없다. 직구. 온 힘을 다 쏟아부은 스트레이트] 부분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숨이 달린' 고난도의 숭고한 도전 행위에 있어서 변화구와 같은 '편법과 변칙'은 허용될 여지가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양철나무꾼 2010-11-04 00:40   좋아요 0 | URL
oren님의 댓글을 보니,와락 눈물이 나려고 해요~^^
이건 감동과 감격의 눈물이라고 해야 할까요.

실은 이 책에 주인공이 마지막 등정을 하는게 마흔 하나로 되어 있어요.
저도 그 마흔 하나고요.

전 제 삶이랑 관련,이 부분이 가장 좋았어요.
"인간이란,갖가지 사정을 품고 살아가게 마련이다.이런 사정을 하나씩 결말짓지 못한다면 그다음 일을 시작할 수 없다.그렇게 말해버리면 인간은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인간은 다들 다양한 사정을 품고 과거지사를 마냥 질질 끌다가 정리하지 못한 채 다음의 일로 나아가곤 한다.그러면서 풍화할 것은 풍화한다.풍화되지 않고 화석처럼 마음 속에 한없이 방치되는 것도 있다.그런 것 하나 없어서야 인간이라 할 수 없다."

에베레스트는 오를 수 없을 거예요.
다만 네팔 땅이라도 밟으려면 동네 뒷동산이라도 올라야 하겠지요.
님의 댓글이 제게 동네 뒷산을 오를 수 있는 힘을 주셨어요.
감사해요,꾸벅~(__)

oren 2010-11-04 22:44   좋아요 0 | URL
친한 친구 가운데 한 녀석이 5-6년쯤 전에 마포에서 돼지갈비를 안주 삼아 쐬주 한 잔 나눌 때 툭~ 던졌던 말을 오랫동안 잊지 못하겠더군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지. 히말라야에 가 본 사람과 거기에 가보지 못한 사람들... 푸하하하....' 나도 몰랐던 사실이었지만 그 녀석은 그 때 이미 히말라야에 '가 본 사람' 축에 들어 있더군요.

이 친구는 워낙 돌아다니기를 좋아해서 몇 년 전부턴 캐나다에 가서 살고 있는데, 한국에 있을 때도 40대 중반에 해남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가지를 않나, 해남의 어느 이름모를 산사에서 반년씩 살다 올라오지를 않나 하여튼 베가본드처럼 살던 친구였죠.

제가 참 존경하는 또 다른 한 분의 얘기도 덧붙이고 싶군요.

14년 전쯤 일부러 오후 시간에 근무시간을 틈내서 '여의도에서 남대문시장까지' 저를 데리고 가서(그 분의 승용차로), 방풍자켓과 슬리핑백이며 암벽화와 안전벨트, 카라비너와 슬링 등 온갖 장비들을 꼼꼼하게 골라 주시던 제 직장 선배분 얘기인데, 그 분 또한 '진작에' 히말라야를 다녀오셨다는 사실을 몇년 전에 우연히 알았답니다. 어찌되었건 저도 살아생전에 꼭 히말라야를 가볼 참입니다.(영화 '버킷리스트'의 주인공처럼 거기서 영원히 잠들어도 좋겠지만, 저는 잠들면 따로 갈 데가 있답니다. 아내에게 가끔식 농반진반으로 '내가 죽거든 깔끔하게 우주로 날 쏘아올려 달라'고 부탁해 놓았거든요.)

양철나무꾼 2010-11-05 12:53   좋아요 0 | URL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인간의 발이 밟지 못한 거인이 세계에 즐비했던 시기의, 그 꿈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264쪽)
이 부분은 님의 해석이 맞답니다.

제가 아무거나 의인화는 쫌 잘하는데,
제가 산처럼 자이언트한 인간이 아니어서 그랬나,
산을 의인화한다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었네요.

저,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뒷산에 올랐습니다여~^^

oren 2010-11-08 14:56   좋아요 0 | URL
암벽등반을 통해 고봉을 '등정'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자이언트'라는 용어를 흔히 쓰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동네 뒷산을 오르기 시작했으니 '신들의 봉우리'가 새로운 기원을 열어준 뜻깊은 책이 되겠군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0-11-09 01:1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꿈꾸는섬 2010-11-03 11:30   좋아요 0 | URL
ㅎㅎ에베레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부터 뒷동산에 올라보심 어떨까요?

양철나무꾼 2010-11-03 22:30   좋아요 0 | URL
오늘은 넘 추워서 안되고 날 풀리면 뒷동산에 꼭 오를게요,불끈~^^

꿈꾸는섬 2010-11-04 11:3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아무래도 내년 봄이 되어야겠죠.^^

양철나무꾼 2010-11-05 12:56   좋아요 0 | URL
흠,흠~
이 양철나무꾼을 뭘로 보고...
저 오늘 아침 뒷산에 올랐거든요.

제가 올라보니 '뒷동산'수준이 아니고 제겐 '에베레스트'더군여.
저 지금 벌써 졸립고~노곤하고~졸다가 퇴근할 듯~^^

꿈꾸는섬 2010-11-06 07:06   좋아요 0 | URL
ㅎㅎㅎ나무꾼님 너무 잘하셨어요.^^
뒷동산에 오르는 기분이 참 좋죠?

2010-11-04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5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5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4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05 13: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