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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평점 :
가끔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달리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고,이것은 인간의 삶과도 닮았다.
"적어도 달리는 동안은 누구와도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24쪽)"
라고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용하는 김보일님의 글로 이 책은 시작한다.
(물론 '추천사'와 '책머리에'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내게 책을 골라 읽는 것은,또 음식을 골라 먹는 것과도 비슷하다.
<먹기 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는 책도 있는데,나는 먹기 싫은 음식은 잘 안 먹는다.
읽기 싫은 책을 읽을때는 힘주어 영혼의 편식을 피하고 산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뷔페음식이 아니라,솜씨 고운 이가 정갈하고 맛깔스럽게 잘 차려낸 상차림 같다.
보통 어떤 사람의 서평집을 읽게 되면,그 사람의 독서편력을 꿰뚫어 알게 되는 장점은 있지만,
그 사람의 취향 중 나와 비껴가는 부분,이를테면 내가 먹기싫어하는 음식을 일부러 먹어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신선하고 새로운 음식이지만,각자의 개성을 고스란히 살려냈고,그 개성들이 잘 어울려 맛깔스럽다.
다시말해,이 책은 나의 독서편력에서 과감히 뛰쳐나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고,그 프로포즈는 아주 매력적이다.
또 하나,책을 읽는 사람에게서 흔히 발견하게 되는...앉아서 책만 읽으라고 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충분히 느끼고,느낌을 권하고 나누고,실천에 옮기라고 까지 얘기한다.
물론 마라톤을 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고,왜냐 저질체력이니까~
stella09님처럼 편지글 쓰기는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분의 글들은 삶이 배재되지 않아서 좋다.
편지글이라는 것이 그렇다.
추상적인 대상이라도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이 편지 글이고,
때문에 편지글의 대상은 소통이나 솔메이트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울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자서전은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을 반성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교본이 아닐까?
노대통령의 자서전<운명이다>를 놓고,'눈물로 읽은 자서전'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나도 울컥하였음을 창피하지만 밝힌다.
'그런 것을 보면,어쩌면 인간 심리 저 밑바닥엔 언제든지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솔 메이트를 진정 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91쪽)'
라는 구절을 건너뛰었다고 하더라도,
이분의 반짝거리는 영혼을 엿보고 싶어지고...충분히 되돌아오는 울림도 있을 것으로 믿는다.
실천하시는 감은빛님께는 다시 한번 '건강하세요.응원합니다.'따위의 말들을 건네고 싶어진다.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을 읽으면서,가장 큰 깨달음은 '인간 중심의 독선'을 반성하게 해준 것이다.
그동안 내게 있어 독서는 '인간성 회복'-다시말해,나의 내면을 말끄러미 들여다보고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자 하는 과정이었다.
박은영님은 그런 의미로 '소로'의 <월든>과 <모모>을 인용했다.
'남과 보조를 맞추는 일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는가를 생각하면,너무나 위안이 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32쪽)'
'그래서 이 책들은 우리에게 다 때려치우고 빈손으로 숲으로 들어가 원시인처럼 살라고 말하는 것일까?그렇지 않다.이들이 하는 이야기는 그저 남의 걸음에 맞추려 종종거리다 웃음을 잃어버리지 말고 제 걸음오로 걷자는 것이다.시간의 꽃을 차지하려고 입에 문 시가를 놓쳐 자멸하는 회색 신사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자는 것이다.(35쪽)'
는 문구가 살아나서 내 마음을 쓰다듬었다.
김보일님은,'나탈리 앤지어'의 <살아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예를 들며,인간이 생태계의 중심이라는 오만한 제국주의적 사고를 반성하게 하였고,
<만들어진 전통><민족주의는 반역이다><한국의 민족주의를 말한다><세계의 역사 교과서>와 같은 책을 인용하며,'나'에서 '탈아'로,'인간'에서 '생태'로,'아'에서 '비아'로,민족주의에서 보편주의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쇠똥구리,잡초,지렁이를 말해주는 책들 역시 인간이라는 편협한 자기중심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은연 중에 촉구하고 있었다.(271쪽,272쪽에서 인용)
책을 앉힌 품새도 맘에 든다.
쪽수가 옆 1/3자리에 적힌것.인용된 책들이 들어갈 위치에 대한 배려 등등이 무엇 하나 소외시키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져 책의 격을 높인다.(표지는 좀 산만한 느낌이다~ㅠ.ㅠ)
이렇게 간단하게 리뷰를 쓰고 치워버리는 게 아니라,옆에 두고 필요하거나 생각날 때 마다 참고서처럼 찾아볼 필요가 있겠다.
암튼,좋은 글쓰기의 교본을 보는 느낌이었다.
생각이나 느낌을 발전시켜 한편의 글로 만들어 내는 힘을 배웠다.
나는 그중에서 실천가의 글쓰기,실천가의 독서법을 제일 앞에 놓고 싶다.
그들은 내게...책을 읽고 읽은 느낌을 글로 쓰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실천으로까지 옮기라고 조용하지만 단호히 설득한다.
오랫만에'아~좋다'소리가 절로 나오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