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나폴리 4부작 4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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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읽었다.

이 책은,

3개의 직선으로 9개의 점을 다 지나가게 그리는 것처럼 사유를 확장시킬 수 있게 해준다는 부분에 의의를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줄거리라고 해야 할까, 사건의 전개가 점점 커지다가 어느 시점에서 급하게 마무리 되고 작아지는게 느껴지는데,

그게 4권이다.

고백하자면 이탈리아의 역사는 차치하고서라도 공산주의, 사회주의 따위의 이념도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불리워지는 이런 개념들과 이탈리아의 그것들은 차이가 나는 것인지,

나는 이러한 용어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게다가 페미니즘 관련 부분에서도 급 소심해지고 말았다.

 

책에 관해서만 얘기하자면,

난 이 책의 어느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다.

너무 가난해서 불편했는데,

그 가난이 지엽적인 것이어서 더 불편했다.

성적으로 너무 자유분망한 것도 부담스러웠고,

지독한 가난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는 어려운 수학공식마냥 외우기는 했어도 증명을 해보이지 못 하는 것처럼,

읽기는 하였으나 이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어떤 책을 읽든 쉽게 몰입을 하고,

쉽게 눈물을 흘리고 하여 수도꼭지라는 별명을 달고사는 나인데도,

이 책을 읽으면서 딱 한번 울었는데,

그게 4권이었나, 프랑코 부분에서 였다.

어느 누구 한사람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줄거리를 두드러지게 하기 위하여 슬픔이나 어두움 따위를 과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다 읽은 후 더 확고하게,

소설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담담히 적어내려간 것이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소설이라면 이런 식으로 결말이 날 수 없는 이야기이다.

최명희의 '혼불'처럼 이야기를 장황하게 벌여놓기만 하고 마무리를 급조하였으나,

그게 '끝'은 아니다.

이 얘기도, 그 후의 삶은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또 다른 얘기들이 나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번역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외국소설들을 읽고 감동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인데,

이 책은 몰라서 빠져들 수 없었고,

아직 진행 중이어서 열린 결말이기 때문에 감동을 즐길 사이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린다.

 

이건 책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고지식한 삶을 살아왔고,

때문에 그런 사고방식이 은연중에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다 읽어냈다.

심적으로 많이 불편해서 재미있었다고 하긴 힘들지만 의미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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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3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3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3 1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3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2-23 16:40   좋아요 1 | URL
문학 작품 이해에는 그 나라 또는 민족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농담이나 유머를 공감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 읽기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되네요... 요즘 이웃분들께서 나폴리 4부작을 많이 읽고 계시는데 많이 부럽습니다.^^:

양철나무꾼 2018-02-24 10:00   좋아요 1 | URL
그동안 이태리 하면 잘생긴(?) 조각같은 외모의 사람들, 피자와 스파게티, 지중해 연안,
내가 좋아했던 장르소설 ‘몰타의 매‘정도만 생각날 뿐이었습니다.
아, 또 이태리에는 없다는 이태리 타올도요, ㅋ~.
요번 소설을 읽으면서,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한 이탈리아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좀 많이 부족하다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작품 속에서 성적으로도, 폭력에 대해서 자유분망한 것들이,
너무 불편해서,
공부를 하다가 또 접하게 되고,
그리하여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오류가 생기는 건 아닐까,
두려워지기도 했습니다.

4권을 합치면 엄청난 두께의 책을 읽은게 많이 대견한 책읽기였습니다~^^

책읽는나무 2018-02-23 19:06   좋아요 2 | URL
오호~다 읽으셨네요?^^
전 아직 2권에서 헤매고 있습니다.다른 책들과 겹쳐 읽느라요!!
저는 이탈리아 역사를 잘 몰라서인지? 그런부분에서 명쾌한 설명이 없으니 헷갈려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나?문득 그런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리고...시대상으로 우리나라나 이탈리아나 그 시절 남자가 여자에게 가해지는 가정폭력을 못본척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비슷했구나!!싶은 마음이...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무겁게 하는지? 책을 좀 더디게 읽게 되더군요.
1권은 재미나서 몰입했는데 2권부터는 읽을수록 재미보다도 좀 충격이 가해지고 있는 느낌이 들더군요.
읽고 나면 굉장히 인상적인 독서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나무꾼님의 리뷰를 읽어 보니 시이소오님의 끝나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고 쓴 글이 생각 나네요.
결말이 그렇겠군요....어쨌든 빨리 다 읽고 싶어지네요^^

양철나무꾼 2018-02-24 10:12   좋아요 0 | URL
중간에서 잠시 주춤하시는 분들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전 님이 말씀하시는게 어떤 것들인지 알 수 있겠고,
백프로, 이백프로 공감할 수 있겠는데,
스포일러가 될까봐 격하게 동조할 수 없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 책은 페미니즘을 지향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님이나 저나 여자여서 성적인 부분 내지는 가정내 폭력 따위 앞에서 저항심이랄까, 반발이 생기는 걸 어쩔 수 없더라구요.
님 말씀처럼 점점 더 충격적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 충격이 소설이기보단 실제에 가까워서, 우리의 예측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 열광내지는 흥분할 수 있었던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독서였으나,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않은 독서체험이었습니다~--;
 

설 명절 전에 책을 덩치로 사들였다.

시작은 '나폴리 4부작'이었다.

4부작의 첫 권인 '나의 눈부신 친구'를 들이면서,

명절에 이어 읽을 책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4권을 차례로 주문했다.

관심을 가졌던 여러권을 끼워서 주문하는 식으로 말이다.

 

 

 

 

악당 7년
김의성.지승호 지음 /

안나푸르나 / 2018년 2월

 

책탑 중 처음 관심을 갖고 들춰본 것은,

지승호와 김의성의 인터뷰집인 '악당7년'이었다.

프롤로그를 보니 이런 말이 나온다.

두서없던 이야기들을 묘하게 말이 되게 연결한 그 솜씨에 또 놀랐다.말이란 것은 것은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고, 오해의 소지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능한 한 손대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인터뷰를 옮기려 한 지승호의 의도를 짐작하기에, 부끄럽고 두렵지만 가감 없이 그대로 책으로내는 것에 동의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가능한 한 손대지 않고 날것 그대로의' 라는 구절이 와닿았다.

이게 '지승호의 의도'이기도 할테지만,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이기도 할것이다.

 

인터뷰 집을 읽는 이유는 이렇지만 소설은 어떠할까?

내 고민을 엿보기라도 한듯,

'한길사' 홈페이지에 가보니 '엘레나 페란테'와의 서면 인터뷰가 있다.

일부분을 발췌해 왔다.

친구와 연인, 가족 사이에 욕설이 오가고, 폭력, 섹스, 불륜 장면도 자주 등장합니다. 어떤 대목은 ‘막장 드라마’ 같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시시콜콜 쓴 것은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저는 독자들이 소설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제가 알고 있는 기술을 총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야기 속에 들어오면 독자들은 잘 만든 대중소설에서 나올 법하다고 기대했던 예상이 모두 빗나가는 것을 경험하게 되지요. 저는 ‘진짜’에 관심이 있지 진짜와 유사한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독자들을 잠들게 하지 않고 소설가로서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을 존경합니다. 소설이 정말로 생명력을 잃는 것은 독자가 생명력을 잃을 때입니다.

 

나는 소설에 관해선,

'저는 ‘진짜’에 관심이 있지 진짜와 유사한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라는 부분에 동의하기 힘든데,

소설은 이 부분을 '그럴듯한' 한 단어로 축약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생하고, 진짜 같고, 그럴듯하면 충분한 것이지,

그게 꼭 '진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만약 '진짜'라면 우린 그걸 소설이라고 부를 필요 없이,

자서전 내지는 전기라고 부르면 될테니까 말이다.

 

이 부분이 이 책이 불편했던 이유이기도 하고, 이 책이 열광받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떡떡 숨이 막히고 욕지기가 나서 읽기가 버거웠는데,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 책을 놓기가 힘들었는데,

진짜로 일어났던 일이라면,

누군가는 이런 삶을 진짜로 살았다면,

얼마나 지난했을까?

어쩜 이것이 엘레나 페란테가 전면에 자신을 내세울 수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암튼 나는 명절 연휴를 할애해가며 '나폴리4부작'을 읽었다.

1권 '나의 누부신 친구'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불편했고,

3권까지 읽기를 마친 지금 숨고르기가 필요할 것 같다.

 

번역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아님 편집의 실수라고 해야 할까,

깔끔하지는 않다.

큰 틀에서의 번역은 완벽하지만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의 사사로운 실수들 말이다.

 

 

 

 

 

 

 

내 어머니의 아버지는 건축 공사를 하다가 건물 아래로 떨어져 죽었고

알프레도 펠루소 아저씨의 아버지는...(1권, 33쪽)

아무래도 아랫줄과의 운율을 맞추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 어머니의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이다.

 

우리 가족은 3층, 그녀(멜리나)는 4층에 살았다.(1권, 41쪽 8째줄)

처음에는 멜리나네 집의 위층인 건물 4층 꼭대기 층에 살던 도나토 사라토레 아저씨(1권, 41쪽 24째줄)

 

멜리나가 4층에 살았으니,

멜리나네 집 위층이면 5층이 되어야하고,

4층건물의 꼭대기가 옥상을 이르는 것이라면 옥탑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런 번역이라면 혼란스럽다.

 

1958년 12월 31일, 그 다음장에서 다시 한번 확인 하면서 섣달 그믐날 밤이란 표현을 하는데,(113쪽,115쪽)

이 또한 적당한 표현은 아니다.

12월 31일은 양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을 얘기하지만,

섣달 그믐날이란 표현은 음력이니까 말이다.

 

 

 

 

 

 

 

 

아직 4권을 남겨두고 있지만,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란 제목만 보고 4권의 내용을 짐작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짐작대로 펼쳐진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것도 같다.

 

여러 사람들이 열광을 한 코드가 뭔지 알겠지만,

내가 몰입할 수 없었던 바로 그 코드이기도 하다.

이태리 역사를 알면 좀 달라질 수도 있으려나?

개인적으로 엘리나 페란테 보다는 켄 폴릿의 '20세기 3부작'을 추천하고 싶다.

훨씬 우아하고 깊이도 있으며,

무엇보다 재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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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madology 2018-02-20 18:20   좋아요 1 | URL
나폴리 4부작은 2권을 도서관에서 일단 빌려왔는데 명절때 못 들고가서 읽지를 못했네요. 혹시나 스포일러가 있을까 무서워하며 페이퍼를 보았습니다. 켄폴릿의 20세기 3부작..이란 것도 알고갑니다.

양철나무꾼 2018-02-21 10:00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댓글 남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전 리뷰고 페이퍼고 그때 그때 기분을 따라서 휘리릭 써내려 가기 때문에,
스포일러를 피한다고는 하나,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ㅠ.ㅠ
그런데 ‘나폴리 4부작‘ 같은 경우는 워낙 버라이어티하고 스펙터클하게 흘러가버려서,
살짝 스포일러가 나와도 책을 읽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님도 어여 페란테 열풍에 빠져 보시길~^^

프레이야 2018-02-21 09:45   좋아요 1 | URL
참고 있는데 점점 지름신이 더욱 가까이 옵니다. 나폴리 4부작.ㅎㅎ
진짜 새해가 밝았네요. 으샤!!

양철나무꾼 2018-02-21 10:04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 님처럼 문화 예술계 분들과 교류가 활발하고 직접 글을 쓰시는 분은,
더 재밌게 읽으실 수 있으실 듯.
재미만 따라 가기엔 전 이러저러한 이유로 어려운 책이랍니다~--;

제가 개띠인데, ㅋ~.
황금 개띠해래요.
더 으싸 으샤하게 되는 거 있죠~^^

알케 2018-02-21 16:25   좋아요 1 | URL
지승호씨 여전히 글 쓰는군요. 요란했던 우울의 포즈만 기억나서...아이고 ㅜ
4부작 재미있겠네요. 저는 요즘 과학책에 꽂혀서 아주 그냥...ㅎ

2018-02-21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2-23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나폴리 시리즈에 열광이 안되어서 1권만 읽고 중단한 상태예요...

양철나무꾼 2018-02-23 14:28   좋아요 0 | URL
열광이 안 된다는 부분, 충분히 공감합니다.
4권까지 다 읽은 지금, 읽어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나는 달에 갈 거다 푸르른 숲
엘리 테리 지음, 이은숙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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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래간만에 가슴이 말랑말랑해지는 책을 읽었다.

마치 내가 고양이가 된듯 낮게 엎드려 누워 기분 좋은 듯 가르랑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고 해야할까.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책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초등학교는 남녀공학을 나왔지만,

그때는 남녀 사이의 말랑말랑한 감정을 잘 몰랐었고,

(나는 아무래도 또래보다 늦었던것 같다.)

중ㆍ고등학교는 여학교를 나온대다가,

남들이 뭐라고 하든지 나는 나의 길을 가겠다는 부류여서,

주변에 동요하지 않고 공부만 하면서 보냈던 학창시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ㆍ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어서 였겠지만,

그렇게 재미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

 

친구들이 로맨스소설에 열을 올리던 그 시절에도 나는 무협지라고 불리는 장르소설을 읽었던 터라,

참으로 오래간만에 청소년 대상의 책을 읽었고,

그들의 사랑얘기가 너무나도 예쁘고 대견해서,

읽는 내내 분홍분홍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투렛증후군이란걸 접하게 됐는데,

이게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이광수가 연기하던 그 '뚜렛증후군'이었다.

틱장애와 비슷한 것이라고 해서, 그런 것인가보다 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틱장애와는 약간 다르다.

유전적인 요인, 뇌 이상, 출산시 뇌의 감염 등이 주요원인이란다.

어쩌면 우리가 '틱'이라고 알고 있는 가벼운 것들은 일종의 버릇이고,

이런 유전적인 것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투렛증후군에 걸리면 '시도 때도 없이 괴상한 몸짓을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낸'단다.

게다가 매번 남자친구를 갈아치우는 엄마 때문에 학교에 적응할 새도 없이 전학을 다니게 되고,

그런 캘리에게 친구가 없다.

그런 그녀에게 학생회장까지 하는 멋진 진송(중국계)이 다가와서 친구가 된다.

 

이 책이 아름다운 건,

젊은날(=청소년)의 사랑을 담고 있어서도,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도를 해서도 아니다.

이 책이 아름다운 건,

자신의 장애를 직시하고,

병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든지 아이이든지, 청소년인든지 간에,

이름 붙일 수 없어서 그렇지,

누구나 자신만의 장애를 끌어안고,

거기에 침잠해버리곤 한다.

 

때론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그 순간,

장애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

 

이런 구절은 통통 튀는 것이 예뻤다.

 

한무리의 아이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간다.

어디론가

급히 가느라

책가방이

엉덩이 위에서 통통 튄다.(84쪽)

 

어릴적 친구였던 베아트리스는 캘리를 따돌린다.

하지만 캘리는 그런 베아트리스를 이해하고 용서한다.

 

'베아트리스'라는 시를 보면 캘리의 마음을 알 수 있다.

 

베아트리스

 

떠나버리고

남겨지고

버림받고

포기해 버리고.

 

분명히 엄마는 내게 적절치 않은 충고를 했고,

엄마의 데이트 결정은

내 삶을 망쳐 놓았지만,

그래도 엄마는 나와 지지고 볶고 있다.

 

적어도 나는 엄마가 있다.

(266쪽)

 

 

 

암튼 캘리는 달에 가는 열세번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캘리가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의 꿈을 응원한다.

 

나는 칼리오폐 준.

달까지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네.

그곳엔 나를 비웃거나, 뚫어지게 쳐다보거나,

팔불출이라고 놀리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겠지

 

물론 그렇겠지만,

그녀와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고,

적어도 대화를 나눌 사람도 그곳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달에 날아갈 때 쯤이면,

아마 달나라 여행이 패키지 상품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곳에서 그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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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2-09 06:47   좋아요 0 | URL
모두 달에 보내 버리고 저는 지구에서 달을 볼래요 . ㅎㅎㅎ 혼자 남아도 좋을 거 같아~ ㅋㅎㅎㅎ
달에 가면 , 달에 가버리면 내 등뒤는 누가 따라오나요 ... 그럼 , 슬플거 같아 . 하핫~
참 ! 배웅을 할게요~!! 그래도 되겠죠~^^?

양철나무꾼 2018-02-09 09:18   좋아요 1 | URL
역쉬 [그장소]님은 재기발랄한 댓글이 일품이죠.
여기서 달나라는 제가 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 책의 주인공 칼리오페 준=캘리가 자신에게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에게서 탈출구로 생각한 곳이예요.
그래도 혼자가면 심심할테니까 말동무 몇 사람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달을 바라보며 저 달에 내가 배웅한 누군가가 있다 생각하는 것도 운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장소] 2018-02-09 12:08   좋아요 1 | URL
ㅎㅎ저는 열네번째 응원자가 되서 달을 , 양철나무꾼 님이랑 나란히 볼게요!^^ 흐흣~

북극곰 2018-02-09 10:31   좋아요 2 | URL
나무꾼 님의 리뷰를 읽으니 되려 제 맘이 말랑말랑, 따땃~해집니다. 고마워요~ ^^

갤리가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라 그런지 막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고, 적어도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게 되어 다행이에요.

달나라 패키지 매력적이네요, 하지만 저는 우주선 타는 거 무서워서 지구에서.. ㅎㅎ

양철나무꾼 2018-02-10 09:53   좋아요 0 | URL
책이 완전 좋아서, 제 리뷰가 말랑말랑 따땃~해진것 같습니다.

님도 저랑 [그장소]님 곁에 따악 붙어서,
지구에서 바라보며 응원하자구요~^^

서니데이 2018-02-15 15:42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양철나무꾼 2018-02-20 17:2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즐거운 설 명절 보내셨어요?
명절 지나고 날이 춥지 않아서 살만해요.
이렇게 이렇게 봄이 오려나 봐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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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아니 책을 읽으며 책 속의 그림을 보는 내내,

내가 좋아하는 '만석꾼 며느리 뽑기'라는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쌀을 빌어서 죽을 쒀 먹을 것이 아니라,

그 쌀을 팔아서 고기도 사먹고 밥도 한 솥 지어 든든히 먹은 후,

일거리를 구하여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쌀을 사먹는다는 얘기.

 

이 책에 나오는 모지스 할머니도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사실, 1860년에 태어나 101세까지 살다 가신 할머니에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뭐, 그림이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시고,

어떤 화풍이나 전문적인 솜씨를 지닌 것도 아니다.

돌아가신 해를 기준으로 따져도 1960년인데,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컨츄리풍이고 촌스럽다.

퀼트 벽걸이에 등장하는 그림처럼 생겼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퀼트 벽걸이를 보고 좋다고는 하지만, 열광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 할머니의 그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76세라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해서 101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꾸준히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아니었을 지라도,

모지스 할머니가 유명해지면서 그림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할머니는 좌절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신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말이다.

사람들은 날 보고 설경을 그릴 때 음영을 더 넣으라고도 하고, 파란색을 더 쓰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봐도 눈밭에서 파란 빛깔은 보이지 않더군요.나무 그림자처럼 그림자가 조금 보이긴 하지만, 내 눈엔 파란색이 아니라 회색으로 보입니다.(260쪽)

 

이 책을 읽으면서, '만석꾼 며느리 뽑기'라는 옛날이야기가 생각났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 였다.

내가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거예요. 지금도 닭은 키울 수 있습니다. 나는 절대로 흔들의자에 가만히 앉아 누군가 날 도와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진 못해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여러 번 말했지만, 남에게 도움을 받는니 차라리 도시 한 귀퉁이에 방을 하나 구해서 팬케이크라도 구워 팔겠어요. 오직 팬케이크와 시럽뿐이겠지만요. 간단히 아침 식사처럼 말이에요. 그림을 그려서 그,렇게 큰돈을 벌게 되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늘그막에 찾아온 유명세나 언론의 관심에 신경 쓰기에는 나는 나이가 너무 많아요.(272쪽)

 

인종차별이라고 해야할까, 흑인에 대해선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게 느껴져 껄끄러웠던 부분도 있는데,

남북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났고 시대적,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몸에 배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남녀 차별에 대해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걸 보면 말이다.

애나가 집을 떠나기 전에 나는 처음으로 투표를 했습니다. 나는 여자도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일하는데 목소리를 못 내서야 되겠습니까? 남자보다 일을 잘 하는 여자도 얼마든지 있고요. 여자가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고 해도 가정을 돌보는 것에 관한 자기주장을 펼 수 있어야 하지요.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여성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고된 허드렛일도 예전보다 줄었지요. 교육을 받고 투표를 함으로써 자녀들의 학교 문제에도 더 많은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집안일에서는 손을 떼야겠지요. 둘 다 잘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225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늘날의 우리는 한 명의 사람으로써의 여자가 아니라,

'원더우먼'이란 로봇을 기대하는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든 걸 다 잘 할 수는 없다.

두 손에 쥐고있다가 넘어지면 코가 깨질 수도 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놓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의 나라면, 두손 다 빈손인채로 욕심없이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랜 직장 생활에 길들여져서,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자유시간들이 주어지면 어쩌지 못할 것 같다.

 

나만의 취미생활이라고 할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취미를 개발해봐야겠다.

그게 돈벌이로 연결되면 더할 나이가 없고 말이다.

 

좋은 그림이 여럿 있었지만,

'산타할아버지 기다리기(1960)'란 그림이 좋았다.

 

'5월;비누만들기, 양떼 씻기기(1945년)'란 그림도 좋았는데, 박공지붕 위로 펼쳐진 하늘의 구름과 하늘 색깔이 사실적이어서 좋았다.

사람과 양떼들은 다소 만화적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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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8-02-05 18:34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이 추천하는 책은 항상 기대를 하게 되는데 매번 실망을 하지 않게 되네요. 이 책도 읽어 봐야겟어요.

양철나무꾼 2018-02-05 20:37   좋아요 1 | URL
항상 엄청 바쁘신줄 잘 아는데, 이렇게 관심 갖고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 님이 추천해주시는 책이 다 좋았는데, 저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자신이 없습니다. 이 책 이쁜고 따뜻한 그림 좋아하는 제겐 일종의 힐링이었어요~^^

서니데이 2018-02-06 09:23   좋아요 0 | URL
이 화가의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인지는 모르지만, 보고 있으면 편안한 느낌이 들어요.
그린 사람에게는 무척 익숙한 풍경이나 일상 같은 느낌이고요.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추운 아침이예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양철나무꾼 2018-02-07 12:51   좋아요 1 | URL
그림은 다정하고 따뜻하게 여겨지지만,
그래서 편안하기도 하지만,
그림을 조금이라도 그릴 줄 아는 사람의 고정관념으로 보면 불편할 것도 같습니다.
저도 처음 그림을 볼때, 구도나 명암이나 음영 따위를 따지려 들었으니까요.

어떤 그림은 그런 걸 따지지 말고 봐야 좋은 그림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그냥 편하게 보자,
그랬더니 좀 여유로워 지더라구요~^^

님도 날은 춥지만, 따뜻함 가득한 시간들 보내세요~^^

개과천선 2019-10-13 22:40   좋아요 1 | URL
글을 그림그리듯 하시고 그림을 글쓰듯 하시는 모지스 할머니와 양철나무꾼님~^^* 따뜻한 공감대를 이루시는 공통점이 있으시네요~
인생의 4/4분기에 새로운 취미로 활기찬 일상과 사회활동을 겸하신 모지스 할머니께서는 많은 중장년들에게 귀감이 되시고 닮고 싶은 모델이 되셨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나이로 인해 주저하는 인생이 아니라 마음으로 극복하시고 도전을 서슴치 않으셨던 노년의 패기가 청년 못지 않으셨을 것이 분명하실테죠~
양철나무꾼 님도 인생의 전반전을 지나 후반전으로 접어드실 것 같네요~
마음을 잘 다스리시고 절대주권을 가지신 분께 항상 기도로 도움을 구하셔서 멋지고 활기찬 후반전을 펼쳐가시길 축원드립니다~♡
 
신영복 평전 - 시대의 양심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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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이 기대했던 것만큼 그리 재밌지는 않았다.

'전기'체 특유의 장황하고 화려한 수사로 쓰여져서 이미지가 반감된다고 해야할까.

내가 이런 얘기를 했더니 친구가,

평전은 글을 안 쓰는 사람의 경우 필요하지,

신영복 님은 당신의 글로 충분하다고 하는거라.

리영희 선생 같은 경우야, 말년에 편찮으셔서 글을 못 쓰셨으니 그나마 평전이 선방을 한 것 같다.

 

암튼, 전기 특유의 화려하고 장황한 문체가 기선을 제압하며 설레발을 치는데,

신영복을 죄다 읽은 나로서는 겉도는 것처럼 느껴졌달까.

수수하고 잘 손질된 깔끔한 옷을 입는 스타일이신 분한테,

예우를 한답시고,

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꿰매서 만든 트레이닝복(일명 츄리닝)을 입혀드린 꼴이라고나 할까?

 

글의 곳곳에서 인용하는 것이, 빼대가 신영복 님의 책들이고,

가끔 '신영복 함께 읽기'같은 책을 인용하기도 한다.

 

책의 처음부터 이탈리아의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와 닮거나 다르다고 하는데,

인용을 하고자 한 의도는 충분히 짐작하겠지만,

신영복 님은 신영복 님일뿐, 그람시와의 비교 자체가 무색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서울대 졸업'인 그의 출신 고등학교는 '부산상고'로 노무현 전대통령과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뭐, 특별한 까닭에서가 아니라,

한층 더 친근하고 푸근하게 와닿았다고나 할까?

 

책 전체에 감옥에서 썼던 안부편지가 주로,

나머지도 신영복 님의 저작들이 인용되는데,

이 안부편지들은 나중에 책으로 묶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신영복 산문'이라는 장르를 개척하였단다.

그런 신영복을 일컬어 소설가 조정래는 이렇게 말했단다.(86~87쪽)

그이의 글의 마력과 매력은 뜨겁고 강하고 아픈 이야기를 낮고 조용하고 부드럽게 하는 데 있다. 그러면서도 뜨거움을 자각케하고 정의로움을 일깨우며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그건 단순히 글재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깊고 진솔한 사색의 열매여서일 것이다. 그이는 웅변과 글이 어떻게 다른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하는 삶과 길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조정래, '세번째 봉우리', '신영복함께읽기'재인용)

 

정재승과의 대담집, 한구절인 이런 구절은 많은 걸 생각케한다.

제가 무기징역 받고 추운 독방에 앉아 있을때, 왜 자살하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했죠.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거든요.

가장 큰 이유는 햇빛이었어요. 그때 있었던 방이 북서향인데, 하루 두 시간쯤 햇빛이 들어와요. 가장 햇빛이 클 때가 신문지 펼쳤을 때 크기 정도구요. 햇빛을 무릎에 올려놓고 앉아 있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내일 햇빛을 기다리느라 안 죽었어요.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비록 20년의 감옥 속 삶이었지만 결코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태어나지 않은 것과 비교한다면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ㆍㆍㆍㆍㆍㆍ

또 한가지 이유는 내가 자살하면 굉장히 슬퍼할 사람들이 있었어요. 부모, 형제, 친구 ㆍㆍㆍㆍㆍㆍ자기의 존재라는 것이 배타적 존재서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린왕자』를보면 리비아 사막에 비행사가 불시착하잖아요. 살아날 가망이 없으니 모래톱을 파서 무덤을 준비합니다. 그 대목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죠. 너만 조난자인가. 너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은 조난자가 아인가.

  우리 삶이란 게, 존재성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저도 근대적 교육을 받았기에 사고방식도 근대적이었죠. 같은 무기수이면서도 다른 재소자를 일단 타자화했어요. 딱 거리를 두고 분석을 해요. 죄명, 형기, 출신, 학력 등 한마디로 대상화하는 거죠. 겉으로는 친절하지만요. 나중에 알았지만, 제가 5년간은 왕따 였어요. 특별하게 따돌리진 않지만,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지 못했던 시기였죠. 그 후 그 사람들의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여럿이 함께하면 길은 뒤에 생겨난다', 정재승 대담,'손잡고 더불어',재인용, 92쪽)

아무래도 이 책은 취지는 좋았지만,

신영복 님의 그것들이 궁금하면 신영복 님의 책들, 그리고 '신영복 함께 읽기' 정도, 내지는 신영복 대담집 '손잡고 더불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신영복 선생님 2주기 추모 형식으로 만들어진거라면 모를까,

신영복 선생님의 다른 책들을 읽고 다른 형식으로 접한 사람들이라면,

선생님에 대한 의미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고,

김삼웅님에 대한 소회가 반감될 수는 있겠다.

 

신영복 님의 저작이야 다들 여러가지 방법으로 알 것이고,

신영복 님의 번역인 '사람아, 아 사람아'와,

신영복 님이 유세종 님과 같이 번역한 '루신전' 정도를 더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좋은 사람은 다시 봐도 정겹고, 좋은 책은 다시 볼때마다 곱씹을 구절이 생긴다.

오늘은 1977년 6월 8일자 아버지에게 쓴 편지의 내용이라는 이 구절이다.

 10년. 저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124쪽)

내가 이런 저런 욕심을 줄이고 미니멀라이프를 살겠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도 이렇게 쉽고 응축되었으면서도 단정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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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1-31 16:03   좋아요 0 | URL
일단 깜짝 놀란것은 양철나무꾼님은 신영복 선생님의 저서를 다 읽으셨군요.
저는 아직도 많이 남았어요. 신영복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경한다는 말이 무색하군요.
이 평전 나온 것 보고 선생님 저서를 다 못 읽었으니 이것만이라도 챙겨 읽어야겠다 결심했었는데,
양철나무꾼님 페이퍼 읽고 나니, 선생님 저서를 찾아 읽는것이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사람의 생각과 느낌이 글로 그대로 드러날테니까요,
단정한 글을 쓰고 싶다는 양철나무꾼님 결심이 마음에 딱 와닿네요.
저는 어떤 순간에도, 유머의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 사람이라,
단정하고 웃긴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많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양철나무꾼 2018-02-02 09:37   좋아요 0 | URL
저는 신영복 님의 저서도 다 읽은 것 같고, 번역본도 제법 읽은 것 같아요.
‘강의‘ 같은 것은 한권짜리지만 만만치가 않아,
지금도 곁에 두고 심심할때마다 넘겨보곤 합니다.
당신의 책을 읽었다는 것만으로 당신의 큰 뜻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튼 뿌듯해 하고 있습니다~^^

단정한 글은 부단히 노력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웃긴 글은 코드를 읽어야 하는지라,
아무래도 똑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웃긴 글 쓰는건 그래서 언감생심,
읽는 것은 좋아합니다.

제가 읽으러 열심히 드나들테니,
웃긴 글 마니 써주세요~^^

박균호 2018-01-31 18:55   좋아요 0 | URL
<검사내전>이란 책 재미납디다. 일독을 권해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고...

양철나무꾼 2018-02-02 09:41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
지금 ‘나폴리 4부작‘에 목매고 있어서 새 책을 들일 여력은 없는데,
또 님을 향해선 마냥 팔랑귀란 말이지요~^^

님도 건강하시고, 건필하셔야 합니다~ㅅ!

책읽는나무 2018-01-31 18:58   좋아요 0 | URL
저도 신영복님의 책을 먼저 읽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나무꾼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생각했네요.
자꾸 사서 쟁여놓기만할뿐...이젠 진짜 읽어야겠다.라고.....^^
저도 단발머리님처럼, 단정하지만 자꾸만 웃긴 글을 좋아해서 그런지?
저도 결국엔 글이 웃기게 변하더라구요.
저도 차분하고 단정하게 글을 써보리라!마음은 먹었는데 쓰다 보면.....^^
그래도 전 단정한 글을 읽는 것은 무척 좋아합니다.
단정한 글 많이 써주세요^^

양철나무꾼 2018-02-02 09:59   좋아요 0 | URL
전 김삼웅 님도 좋고, 신영복 님도 좋아요.
제가 범접할 수 없어서 그렇지 단정한 글도 좋고, 웃긴 글도 좋고요.
게다가 책읽는 나무 님처럼 예쁜 글, 다정한 글도 좋고 말이죠.
근데 뭐니 뭐니해도,
이곳에서 알라딘 이웃들 마실 다니면서 글을 읽고 글을 쓰고 하는게 제일 좋아요~^^

순오기 2018-01-31 20:42   좋아요 0 | URL
최근 격주로 만나 신영복 선생님 글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함께하는데 그 깊이와 감동으로 먹먹해집니다~ 신영복 선생님 자체로 훌륭한 삶의 교본 같은 분이시죠!♥

양철나무꾼 2018-02-02 10:34   좋아요 0 | URL
순오기 님은 부지런하실 뿐만 아니라 열정적이신것 같아요.
님의 그런 삶을 배울 엄두는 못 내고 부러워만 할 뿐입니다.
신영복 님도 물론이지만,
전 순오기 님을 먼저 배워야 할텐데 말예요~--;

페크pek0501 2018-02-01 12:53   좋아요 0 | URL
신영복 님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팬이 되었고 그 다음에 선택한 책이 <담론>이었어요.
저에겐 글의 깊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해 주셨던 작가였죠.
더 많이 글을 쓰셔야 했는데...

양철나무꾼 2018-02-02 10:42   좋아요 0 | URL
페크 님, 그러셨군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담론‘도 물론 좋았지만,
전 개인적으로 ‘강의‘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전 아직도 ‘강의‘를 옆에 두고 이리저리 넘겨다보고 있는 걸 보면 말예요.
깊이는 말할 처지가 못 되고,
전 가끔 읽게 되는 님의 글을 보면 단정하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그걸 님께 배우고 싶어요~^^

북극곰 2018-02-02 09:40   좋아요 1 | URL
친구 분이 하셨다는 ˝평전은 글을 안 쓰는 사람의 경우 필요하지,신영복 님은 당신의 글로 충분하다˝ 이 말에 공감하게 되네요. ˝수수하고 잘 손질된 깔끔한 옷을 입는 스타일이신 분한테,예우를 한답시고,이태리 장인이 한땀한땀 꿰매서 만든 트레이닝복(일명 츄리닝)을 입혀드린 꼴˝이라는 게 어떤 건지도 완전 알것 같아요.

저도 집에 있는 신영복 선생님 책을 좀 펼쳐봐야겠습니다.

양철나무꾼 2018-02-02 10:49   좋아요 0 | URL
님의 이 댓글을 보니, 제가 친구를 잘 두긴 좀 잘 둔것 같습니다~^^
좋은 친구는, 좋은 스승과 더불어 삶을 풍성하게 해주죠.
그런 의미에서 신영복 님도 좋은 스승일 수가 있겠고,
좋은 책도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8-02-02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2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5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05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