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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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에 텔레비전을 이리저리 돌려보는데,

이경규가 김새론이라는 어린(?) 여배우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는 거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이 안 나는데, 이런 의미였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걸 생각하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게 좋다.

 

이건 어느 사회에나 어느 집단에서나 통용되는 규칙인데,

우리는 때로 너무 타인을 의식한다.

 

알라딘 서재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독서에 열중하다 보면 관계가 소홀해진다.

관계에 치중하다보면 타인을 너무 의식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독서의 진도가 더디다.

 

이럴땐 타인을 의식하는 걸 버리고,

내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때때로 아주 불편한 책들이 있다.

내겐 인문서적이나 사회과학서 따위가 때로 그러한데,

이 책도 그 연장선에서 불편했다.

 

그 이유는 내용을 잔뜩 벌여만 놓고, 어떤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사회현상을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게 아니라, 본인의 관점에서 얘기한다.

거기다가 미주를 조목조목 달았는데,

그냥 봤을땐 엄청 자상한것 같은데,

이 미주란 것이 책 뒤에 한꺼번에 나오고,

이 참고서적이나 자료를 읽지 않으면 두루뭉술 알겠어도,

명확하게 의미파악이 되지 않는다.

이쪽으로 더듬이를 열어놓고 어느정도 꾸준히 공부를 해야 내용이 이해되겠다.

 

제목은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라고 하는데,

프롤로그부터,

우리가 변하면 우리는 행복해진다. 좋은 사회를 희망한다면 스스로가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이지 않겠는가.(13쪽)

라고 하고 있는데, 사람들 개개인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이 너무 추상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서민들은,

스스로가 나쁜 사람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법률이나 규칙들,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어떤 사회적인 것들이,

그렇게 약속되고 통용되어 자신도 모르는 새에 그렇게 흘러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흘러가 버리는 조류에

그렇게 편승하게 되고, 

무덤덤히 그렇게 되버리는 것이다.

 

잘못된 것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감정의 오작동으로 분류하는데,

이게 과연 평범한 서민들의 문제일까.

평범한 서민 개개인의 문제이기 이전에 사회적 조류가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 아닐까.

 

PART 1의 일례로 드는 것들이, '백 번을 물어도 노키즈존은 혐오다' 같은 것들이다.

사람들은 '배제되어 마땅한 사람'을 일상에서 증오할 것이고 이렇게 고립된 누군가는 강력히 저항하게 된다. 약자의 저항은 강자가 만든 세상의 질서에 부합할 리가 없으니, 이는 약자를 향한 지금까지의 혐오가 정당화되는 증거가 된다. 사람의 행동이 아닌 사람 자체를 함부로 통제할 수 없는 이유다.(35쪽)

라고 하고 있는데,

어찌보면 그럴듯한 이 문장은 객관적 오류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약자는 '키즈를 데리고 존에 들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존에 갔다가 그 키즈로 인하여 마음을 상하게 되고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행동이 아닌 사람 자체를 함부로 통제할 수 없다며 여러가지 예를 드는데,

그래서 노스모킹존이 있는 것이고,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지 않는 것이다.

 

사회규범이 어떻고 백날 논쟁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그리고 이런 사회현상의 해법을 개개인에게 돌리고 강요해서는 안된다.

개개인과 사회가 어울려 함께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이 글의 앞으로 돌아가 이경규와 김새론의 대화를 기억하고 이 부분을 읽으면 느낌이 새롭다.

이책은 PART 1에서 절대적 죄의식이 부족한 우리들의 민낯을 비판하고, PART 2에서는 세상이 자신을 흉볼 것을 두려워하는 수치심 많은 인간들의 강박을 다루고 있다. 막연히 서양처럼 살자는 게 아니니 오해 말고 '우리'가 어떤 덫에 걸려 있는지 짚어 보자는 취지였음을 알아줬으면 한다.(235쪽)

 

이 책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나'부터 변하자'는 일종의 사회학적 자기계발서랄까...

하고 말꼬리를 흐리고 있지만,

사용법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해법은 제대로, 제때 성찰하며 사는 거다. 나중이 아니라 당장 해야 한다. '어떻게'가 고민일 때, 이 책이 기억났으면 한다.

 

하지만, 현실의 나라면 글쎄~--;

되는대로, 여력이 있을 때 천천히...정도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그렇게 살아도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에서 그리 많이 비껴가진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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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8-03-22 19:30   좋아요 1 | URL
모든 것을 개인의 탓이라고 꾸중하는 문화에서 살아와서 그런지, 그 비슷한 소리를 들으면 괜한 반감이 생깁니다. 인용해주신 부분을 두어 번 읽었는데 쉽게 읽히진 않네요. ㅋ 아마도 쉽고도 재미진 책을 보고난 뒤라 그런건가 봐요?!? 헤헤

양철나무꾼 2018-03-23 17:42   좋아요 0 | URL
쉽게 읽히지 않으셨다는 것은 제가 인용을 이상하게 해서 그럴 거예요~--;
이 책에서 얘기하려는 것과 제가 이 책에서 읽고싶었던 것 사이에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그렇게 얘기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이런 사람도 있고 하면서 자위하게 되더군요.
혹 님에겐 좋을 수도 있는데 제가 안내를 잘못한 건가 죄송하기도 하고요.^^
 
마지막 탐정 버티고 시리즈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윤철희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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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좀 늦게 들였다.

그동안 장르소설을 좀 멀리 했었는지,

소리 소문 없이 지나칠 뻔 하였다.

그래도 로버트 크레이스라고 하면, 마이클 코넬리와 더불어 웃질에 놓는 작가인데 말이다.

 

전에 어느 책에선가,

아마 둘 중 한명의 역자 후기에서였던것 같다.

둘이 한 동네에 사는 친구라는 걸 어디선가 주워들은 적이 있다.
그때 로버트 크레이스의 '라스트 디텍티브'에 해리 보슈가 카메오로 잠깐 등장한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땐 책으로 만나지 못했던 터라 그냥 그렇게 넘어갔었다.
'라스트 디텍디브'라 하면 '마지막 탐정'을 일컬을텐데,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는데, 우리의 해리보슈가 안 나오는거라, 슬프다~--;

솔직히 로버트 크레이스는 책의 내용이나 줄거리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그의 따뜻함을 좋아한다.
마이클 코넬리와 마찬가지로,

둘 다 외롭고 쓸쓸함을 마구 발산하는 캐릭터인데,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외롭고 쓸쓸함이 자기 자신을 잡아먹고 잠식당하도록 놔둔 채 안으로 파고드는 사람들이라면,
로버트 크레이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힘으로 전환시켜 자체치유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엘비스 콜의 단짝, 조 파이크의 꿀 케미도 한몫한다.

절망의 밑바닥에서조차 희망과 긍정을 얘기하는데,
그게 다소 대책없고 엉뚱하지만,
(내가 보기엔 불안불안 한데,)
퍼뜨리는 해피바이러스는 강력하고 힘이 세다.

이첵에 등장하는 경우에도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보슈라면,
겉으로 드러내 얘기하는 것조차 부질없다며,그냥 침묵하고 말았을텐데,
엘비스 콜은 차근차근 상대방을 이해시킨다.

"나는 비밀로 감춰뒀던 게 아냐. 어떤 일들은 보이지 않는 뒤쪽에 넣어둔 채로 잊어버리는 게 나아. 그게 다였어. 사람들은 과거를 뒤에 넣어두고 살아가. 그게 내가 하려고 애썼던 일이야. 전쟁 때 일만 랬던 것도 아냐."(172쪽)

이런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영상을 보면 사람들한테 기내의 기압이 떨어질 경우, 아이들에게 산소 마스크를 씌우기 전에 자신부터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하잖아요. 처음에 그걸 봤을 때 나는 생각했어요.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나한테 자식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애한테 먼저 마스크를 씌울 거야. 그게 당연한 일 아니겠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식을 구하고 싶어 하잖아.' 그런데 그 문제를 생각하면 할수록, 그 얘기가 사리에 맞았어요. 우리는 우리 자신부터 먼저 구해야 해요. 우리가 사아 있지 않으면 우리 자식을 도와줄 수 없다는 건 지당한 얘기니까요. 그게 바로 당신이에요, 콜. 벤을 돕고 싶으면 당신부터 마스크를 써야 해요. 집에 가요. 뭔가 튀어나오면 내가 전화할게요."(245쪽)

이 책을 읽으면서 엘비스콜이 전우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는 장면에서 나는 넘쳐나는 눈물을 주체 못하고 꺼이꺼이 울었다.
이런 나를 두고 누군가는 어이없어 하겠지만,
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무한 위로가 되는 경험을 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기실 이 책은 언젠가 읽었던 프레더릭 포사이스나 빈스 플린과 비슷한 설정이 등장한다.

폭력에 대한 자세한 서술도 나로서는 반가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로버트 크레이스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쾌하게 잘 읽었다.

카타르시스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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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8-03-14 21:19   좋아요 1 | URL
전 새로 나온 <서스펙트>를 읽고 있는데
로버트 크레이스 작가, 읽을 수록 재밌네요 :>

기존에 나온 조연들을 사용하는 방법도 아주
쏠쏠하구요 ~

양철나무꾼 2018-03-15 14:00   좋아요 0 | URL
‘서스팩트‘ 책 정보 들어가 봤어요.
이것도 잼날 것 같아요.
켄폴릿 ‘바늘구멍‘ 다음으로 줄세워놨습니다.
감사합니다~^^

psyche 2018-03-22 00:15   좋아요 1 | URL
로버트 크레이스 몰랐던 작가인데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마이클 코넬리꺼 좋아하거든요.

양철나무꾼 2018-03-22 14:25   좋아요 1 | URL
범죄의 종류나 전개 방식 등은 우리나라랑 좀 달라서 낯설 수도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따뜻해요.
전개인적으로 로버트 크레이스의 두 주인공 중 조 파이크를 좋아해요.
마이클 코넬리를 좋아하신다면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듯~^^
강추합니다~!^^
 
악당 7년 - 문(問):지승호 답(答):김의성
김의성.지승호 지음 / 안나푸르나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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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까지 이 책을 다 읽은 후, 프롤로그로 돌아가 책을 다시 읽었다.

그러자 느낌이 선명해지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이렇게 읽었고,

읽기를 잘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처음 읽기 시직했을때는 동치미 국물 없이 고구마를 먹는 것처럼 답답했다.

 

실은 지난번 페이퍼에서 인용하고 싶었던 구절은 프롤로그의 이 부분이었다.

 

책을 읽는 분들이 7년 동안 악당으로 살아온 비루한 배우와 조울증이 심한 인터뷰어 간의 이 한심한 대화를 통해 웃고 위로받기를 바라며, 혹 상처받는 분이 없기를 또한 바란다.(5쪽)

 

지승호 님의 인터뷰집은 분야가 다양하기도 하려니와 좀 많이 챙겨본 편이라서,

지승호 님쪽으로 힘을 실어서 보면 이 책이 막 새롭거나 하지는 않았다.

김의성 님이 누군지는 얼핏 알았지만, 내 머릿속에 크게 각인되지 않았고,

그랬기에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궁금하지도 않았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를 가끔 보기는 하지만 꼬박꼬박 챙겨보지는 않고,

때문에 그가 연기를 잘 하거나 못 하거나 해서 그가 극중에서 연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 지가 궁금하지도 않았다.

좋아하는 연예인이라고 하기엔 내 취향에서 좀  비껴가니까,

그냥 한 세대를 그렇게 보이게 보이지 않게 연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정도로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지승호 님의 인터뷰집이라고 해서 펼쳐들게 되었다.

이웃 알라디너가 지승호 님을 일컬어, '요란했던 우울의 포즈만 기억난다'고 했는데,

프롤로그의 '조울증이 심한 인터뷰어'란 말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였다.

 

고구마를 먹고 동치미 국물을 안 먹은 듯한 꽉 막힌 답답함은 중후반 정도까지 이어졌는데,

이게 김의성 님의,

'지킬게 많아서 조심할거다(317쪽)'의 일환이란건 이 책 말미에 가서 깨달았다.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너무 겸손하니까...

단어 하나 하나를 갖고 의미를 수정하고 정의를 다시 하고,

같은 질문을 쪼개고 뭉치면서 이러저러하게 다시 질문을 시도하다보니까 진도가 안 나가는 느낌이었다.

 

이게 인터뷰집이니까 대화다 생각하면 얼마나 휙휙 지나갔을런지 모르겠지만,

난 아직 이 분이 낯설고,

어떤 표정과 어떤 의도로 말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황을 듣는게 아니라,

상황을 읽다보니까,

글이 중량감 있게 다가와서,

'되게 잘난체 하네'라는 느낌이 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 분이 어떻게 이미지 관리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지금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신다니까,

그런 점들은 좀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미지 관리법이나 행복해지는 법을 배우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나보다 살짝 연장자이긴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해야 하고,

영화하는 사람으로서, 같이 어울리고 이끌어주고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지를 모색하는 것이 좋았다.

내가 사는 이 곳에서 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이것이 내가 책을 읽는 이유이고,

외롭다 외롭다고 하면서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낯선 것은 조금 있으면 낯이 익어지잖아요. 낯익어졌을 때 제 무기가 있지 않으면 다시 똑같아지는 거니까요.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기 전에 뭔가를 해야 된다는 부담은 좀 있었죠.(웃음)(19쪽)

 

내가 좋아하는 '중식이 밴드'를 언급하는 부분도 좋았다.

이건 공권력이나 이런 쪽 뿐만 아니라, 반대로 이쪽 진영에서도 누군가의 밥줄을 끊으려고 하는 것 있잖아요. 그건 너무 만만한 사람들만 고르는 것 같아요. 중식이 밴드 같은 만만한 사람들, 실제로 밥줄이 끊어지거든요. 진짜 비겁하다고 생각해요. 공권력만큼 사람들도 비겁하다고 생각해요.(29쪽)

 

뭐, 그렇다고 이 분이 전부 다 마음에 들었다는 건 아니다.

홍상수 감독 작품으로 데뷔했고,

홍상수 감독을 좋게 생각하는 것이나,

다른 배우들에 대해 목소리를 이렇게 저렇게 내는 부분 따위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같은 사람도 있고...정도로 감정 정리를 했다, ㅋ~.

반가웠던 건 이 분 또한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고,

서울에서 살았던 갈현동이란 곳이 내게도 익숙하고 친근한 지명이라는 것이다.

 

(인터뷰집인데도 불구하고) 책의 앞부분에서는 말을 많이 아끼는 것 같았는데,

중후반으로 넘어갈수록 김의성 님 부분의 얘기도 길어지고,

웃음도 묻어나는 것이,

대화가 진행되는 느낌이 드는 게 좋았다.

 

암튼 이 책을 읽고 나서,

김의성 님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반가웠고,

그 색깔이 독특한 것이되 혼자 우뚝하거나 두드러지는 것이 아니라,

어울리고 섞여서 또 다른 독특한 색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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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8-03-09 17:08   좋아요 0 | URL
지승호 님 인터뷰 책을 예전에 몇 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새로운 책이군요. 배우 김의성과의. 기대 이상이라니 급 관심이 생깁니다.

양철나무꾼 2018-03-09 17:21   좋아요 0 | URL
꽃이 피려는지 날씨가 쌀쌀해요, 프레이야 님~^^
님은 영화를 많이 보시니, 이 책이 더 재밌으실 수도 있겠어요.
저는 김의성 님에 대한 기억이 없었던 터라,
새롭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

프레이야 2018-03-10 10:47   좋아요 1 | URL
지난해 biff 개막식 때 여배우 조민수랑 같이 입장하는 그를 봤어요. 꽤 유머러스하고 약간의 쇼맨십도 보이는 재미있어 뵈는 인물이었습니다. 의식도 있는 듯 비치긴 하는데 하도 겉과 속이 다른 일들이 많으니 보이는대로 믿지는 않기로 하구요 ㅎㅎ

양철나무꾼 2018-03-10 10:38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저는 이 분에 대한 사전지식이 거의 백짓장에 가까워서 신선하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이 분이 나오셨다고 언급한 영화나 드라마, 내지는 이분이 힘주어 언급하는 감독의 지난 작품들을 구태여 찾아볼 것 같지 않아서 더 신선했을 수도 있구요.
저도 보이는대로 다 믿지 않으려구요~^^

AgalmA 2018-03-12 17:13   좋아요 1 | URL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네요.
홍상수 감독 첫영화에서
소설가 효섭(김의성)이 민재(조은숙)의 선물을 패대기치며 그녀를 길바닥에서 구타하던 장면...그리고 지긋지긋하게 얽히던 관계들...
김의성 배우가 이때부터 주목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홍상수 감독에게 츤데레 할 수밖에요ㅎ
요즘 metoo로 여기저기 불안불안한데 연루된 일이 없길 바라며^^;;

양철나무꾼 2018-03-12 17:32   좋아요 0 | URL
그게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인가 보군요.
홍상수 감독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 많던데,
저는 그닥~--;
코드가 저랑 안 맞더라구요.

김의성 님이 하신 애기, 제가 하고싶었던 얘기,
리뷰에 적극적으로 기록하지 않았는데,
명확하게 읽어내신 님, 좀 멋지십니다~^^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문학동네 시인선 101
문태준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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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문학계라고 해야할까, 시(詩) 판이 하도 시끄러워서,

읽고싶지 않다가도,

이럴때 일수록 시집 한권 읽으며 마음을 달래야겠다 싶어서 펼쳐든 시집이다.

 

제목이 고와서 집어들었고,

'문학동네 시인선 101'이라는데 나름 의미를 부여했다.

 

문태준의 시는 다른 건 기억나는게 없고 '가자미' 정도이다.

오히려 '이영광'의 어느 시집의 해설을 멋드러지게 썼던걸 기억한다.

'죽음을 흠향하는 시인'이라나.

 

그래서,

문태준을 잘 몰라서 이렇게 용감무쌍할 수 있는 거겠지만,

'가자미'때와는 좀 바뀐 것 같다.

시도 표제시인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말고는,

확 잡아 끄는 매력이 없었다.

어찌됐건 그동안 내가 알던 '가자미'란 시 쓰고, 이영광 시집의 해설을 쓰던 그 문태준은 아닌것 같다.

세월이 흘렀으니 바뀔 수도 있는 거겠지.

오히려 그대로이면 고인 물이 되어 썩는 거겠지, 뭐 이런 생각으로 치환해본다.

 

호수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한 바퀴 또 두 바퀴

 

호수에는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물위에서 어루만진 미로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 시를 읽는데,

시가 이쁘고 잘 읽히기도 하는데 무슨 뜻인진 잘 모르겠다.

언젠가 읽었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은 다함이 없다'로 시작하는 

'마이클 코넬리'의 '로스트 라이트' 첫구절이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시는,

'외할머니의 시외는 소리'였다.

 

외할머니의 시외는 소리

 

 내 어릴 적 어느 날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어머니가 노랗게 익은 뭉뚝한 노각을 따서 밭에서 막 돌아오셨을 때였습니다

 누나가 빨랫줄에 널어놓은 헐렁하고 지루하고 긴 여름을 걷어 안고 있을 때였습니다

 외할머니는 가슴속에서 맑고 푸르게 차오른 천수(泉水)를 떠내셨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을 등지고 곡식을 까부르듯이 키로 곡식을 까부르듯이 시를 외셨습니다

 해마다 봄이면 외할머니의 밭에 자라 오르던 보리순 같은 노래였습니다

 나는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가 울렁출렁하며 마당을 지나 삽작을 나서 뒷산으로 앞개울로 골목으로 하늘로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해보니 석류꽃이 피어 있었고 뻐꾸기가 울고 있었고 저녁때의 햇빛이 부근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할머니는 시를 절반쯤 외시곤 당신의 등 뒤에 낯선 누군가가 얄궂게 우뚝 서 있기라도 했을 때처럼 소스라치시며

 남세스러워라,남세스러워라

 당신이 왼 시의 노래를 너른 치마에 주섬주섬 주워 담으시는 것이었습니다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를 몰래 들은 어머니와 누나와 석류꽃과 뻐꾸기와 햇빛과 내가 외할머니의 치마에 그만 함께 폭 싸였습니다

 

해설을 보니 내겐 '7번국도-등명이라는 곳'으로 기억되는 '이홍섭'님이다.

시보다 해설이 더 쉽게 읽히는건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나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인의 말'이 제일 앞에, 제일 멋지게 등장한다.

 

새봄이 앞에 있으니 좋다.

한파를 겪은 생명들에게 그러하듯이.

 

시가 누군가에게 가서 질문하고 또 구하는 일이 있다면

새벽의 신성과 벽 같은 고독과 높은 기다림과 꽃의 입맞춤과

자애의 넓음과 내일의 약속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한다.

우리에게 올 봄도 함께 나누웠으면 한다.

 

다시 첫마음으로 돌아가서

세계가 연주하는 소리를 듣는다.

아니, 세계는 노동한다.

 

여름 장맛비 같은 봄비가 내린다.

언땅을 녹이고 새싹을 올리는 봄비이다.

오래간만에 메마른 마음도 말랑말랑하게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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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8-02-28 21:3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 비도오니까 시집 ... 그러고 싶은데 요즘은 시도 ... 에잇!! ㅎㅎㅎ 3월 멋지게 맞으세요! ^^

양철나무꾼 2018-03-09 17:09   좋아요 1 | URL
덧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3월을 좀 바쁘게 맞고 있습니다.
이 봄 아프신데는 없으신지요?
몸도 마음도 강건하시길~^^

[그장소] 2018-03-09 22:04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도 건강한 3월의 날들 보내고 계신거죠?^^
비 온 후 ~ 개인 닐들처럼요! 오늘도 굿굿한 날되세요!^^

책읽는나무 2018-02-28 22:50   좋아요 2 | URL
시집 그닥 즐겨 읽지 않았지만,언제고...시가 좀 땡기는 날이 문득 생겼었죠.
헌데 하~~~~~남자들이 쓴 시집은 읽지 말아야겠구나!! 생각하다가..... 또 진짜 시인들은 가슴 아픈 피해를 보겠구나!!!싶은게...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랄까요?

이제 이곳은 제법 비가 그쳐가는 듯 합니다...내일은 해가 짠!! 하겠죠?^^

양철나무꾼 2018-03-09 17:15   좋아요 1 | URL
이 시집을 읽고 리뷰를 썼을 때의 그 ‘필‘로다가 댓글에 덧글을 달아야 하는데,
너무 오래간만이라 느낌이 살아나지 않아요~--;

전 시집을 종종 읽는데,
이 시집은 뭐랄까, 좀 밍밍하고 심심했어요.
하지만, 뭐 도드라지고 버라이어티 해야만 하는건 아니죠.
이런 시집을 읽고 싶은 날도 있는것이구요.

전 시인들의 그것에 대해 뭐라고 코멘트를 하기가 힘든데,
박진성 님 같은 경우를 보게 되면,
더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꽃샘추위라고 좀 쌀쌀한데,
이 꽃샘추위도 꽃이 피면 사라지겠죠?^^
님도, 댁에도, 감기 조심하시구요~^^

서니데이 2018-03-01 17:50   좋아요 2 | URL
어제는 비가,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추운 날이예요.
그래도 3월입니다.
즐거운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셨으면 좋겠어요.
양철나무꾼님, 좋은하루되세요.^^

양철나무꾼 2018-03-09 17:1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 반가워요.
늘 이렇게 따뜻하고 애정어린 관심 보여주셔서 감사드려요.
이렇게 꽃이 피느라 추운 날들도...지나가겠죠?
님네 다육이들은 잘 지내나요?^^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저도 어렵습니다만 1
이정모 지음 / 바틀비 / 201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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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글 재밌게 잘쓴다.

이 책이 잡문으로 분류되는 거 같은데,

이런 종류의 잡문집이라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

보통 잡문집이라고 하면 개인의 느낌이나 감정선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이 책은 거기다가 과학과 논리를 장착했다.

그러니 글이 힘이 세진다.

 

어디에서 읽은 구절인지 모르겠는데,

이 책 어디에선가 읽은 구절일수도 있는데,

시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다.

삶에 대한 사랑을 받아내는 그릇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런 구절이었다.

 

과학도 마찬가지 아닐까.

과학이 자체만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삶에 적용시킬 수 있고,

삶 속에서 화학변화를 일으킬때, 그 의미를 갖는다.

 

이분의 책도 그러한 것 같다.

책이란게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듯,

이 책도 과학 뿐만이 아니라,

정치, 소설 음악 등 우리들의 삶 전반에 거쳐서 중의적으로 아우른다.

 

그러면서 털보관장님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라는 책 제목을 달고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의 이런 제목이 가장 쉽게 이해되었던 부분은 이 부분이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 그리고 세차운동과 우주의 좌표가 빠진 별자리 이야기는 그냥 신화다. 신화만 이야기하면서 과학으로 아이들을 이끌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일화만 얘기하고서 부력을 설명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과학의 대중화란 어렵다는 이유로 본질적인 빼고 주변 일화를 설명하는 게 아니다. 본질에 접근하는 수준에서 문화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대중화다.

  별자리는 과학이 아니다. 그래서 천문학과에서는 별자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별자리는 어린이를 과학으로 인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별자리 교육이 느닷없느냐 의미가 있느냐는 얼마나 과학적인 내용을 담느냐에 달려 있다. 그저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고 해서 과학 대중화 운동은 아닌 것이다.(240쪽)

 

이 책이 멋진건 이런 구절때문이다.

재미있을뿐 더러, 과학 외적의 것들과 연결하여 힘이 세진다.

 

특히 옥타비아 바틀러를 얘기하면서 타임슬립을 얘기하다가 백남기 농민을 얘기하는 부분에선,

글이 점점 단단해져서 백남기 농민을 지지하는 무기가 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백남기 농민은 내가 다섯 살이던 1968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박정희 독재에 맞서 유신 철폐 시위를 주도하다가 무기정학 처분을 받고 수도원에서 수사 생활을 했다. 내가 고등학교2학년이던 1980년에 대학에 복학해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았지만 전두환 휘하의 계엄군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했다. 그리고 내가 쉰세 살이던 2015년 11월 4일 민중총궐기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317일간의 의식불명 상태를 겪은 후 2016년 9월 25일 오후 소천하였다.(159쪽)

 

그렇다고 글이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똑 떨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격돌을 애기하면서,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았던 이세돌에게 위안을 받은 것이다. 이세돌의 품성에서 우리 인류는 인공지능에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본 것이다.(47쪽)

라고 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적인 감성을 폭폭 뿜어낼 때도 있다.

 

암튼 이런 책이 좋다.

지식을 축적할 수 있을 뿐더러 생각할 거리도 제공한다.

재미있는 건 덤이다.

내가 그동안 읽던 이런 종류의 책들 중에서 단연코 으뜸이다.

 

 

이건 책이랑 관련없는 얘긴데,

좋아하는 알라딘 이웃, 의 글이 뜸하길래 안부인사차 몇 자 끄적이다가

죠지의 보트에 미쳐있다고 했더니,

아, 글쎄~--;

죠지의 boat를 모르는지,


죠지의 ‘보트‘는 뭡니까ㅎㅎ
각자 바쁘게 재밌게 살고 있네요ㅎ

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죠지의 boat를 모르다니,

모를 수 있는건데,

그동안 모든 공감의 추억들은 까먹은 듯이,

호자 서럽고도 아쉽다.

 

계절을 좀 거스르는 감이 없지는 않지만 참 좋은 곡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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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8-03-15 13:23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또 투잡 하느라 정신없지만 ^^ 읽고 싶은 책이에요. 이 책을 읽으면, 왠지 저도 같이 조금은 더 단단해질 것도 같고, 위로받을 것도 같은 책이에요. 제목이 참 호감간다니까요~! 올려주신 음악을 들으면서 댓글 중~

2018-03-15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15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