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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내내,
아니 책을 읽으며 책 속의 그림을 보는 내내,
내가 좋아하는 '만석꾼 며느리 뽑기'라는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쌀을 빌어서 죽을 쒀 먹을 것이 아니라,
그 쌀을 팔아서 고기도 사먹고 밥도 한 솥 지어 든든히 먹은 후,
일거리를 구하여 일을 하고 돈을 벌어서 쌀을 사먹는다는 얘기.
이 책에 나오는 모지스 할머니도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사실, 1860년에 태어나 101세까지 살다 가신 할머니에 그렇게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쳐들었다.
뭐, 그림이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시고,
어떤 화풍이나 전문적인 솜씨를 지닌 것도 아니다.
돌아가신 해를 기준으로 따져도 1960년인데,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컨츄리풍이고 촌스럽다.
퀼트 벽걸이에 등장하는 그림처럼 생겼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퀼트 벽걸이를 보고 좋다고는 하지만, 열광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 할머니의 그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생각에는 76세라는 늦은 나이에 그림을 시작해서 101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꾸준히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아니었을 지라도,
모지스 할머니가 유명해지면서 그림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할머니는 좌절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신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말이다.
사람들은 날 보고 설경을 그릴 때 음영을 더 넣으라고도 하고, 파란색을 더 쓰라고도 하는데, 아무리 봐도 눈밭에서 파란 빛깔은 보이지 않더군요.나무 그림자처럼 그림자가 조금 보이긴 하지만, 내 눈엔 파란색이 아니라 회색으로 보입니다.(260쪽)
이 책을 읽으면서, '만석꾼 며느리 뽑기'라는 옛날이야기가 생각났다고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 였다.
내가 만약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아마 닭을 키웠을 거예요. 지금도 닭은 키울 수 있습니다. 나는 절대로 흔들의자에 가만히 앉아 누군가 날 도와주겠거니 기다리고 있진 못해요. 주위 사람들에게도 여러 번 말했지만, 남에게 도움을 받는니 차라리 도시 한 귀퉁이에 방을 하나 구해서 팬케이크라도 구워 팔겠어요. 오직 팬케이크와 시럽뿐이겠지만요. 간단히 아침 식사처럼 말이에요. 그림을 그려서 그,렇게 큰돈을 벌게 되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늘그막에 찾아온 유명세나 언론의 관심에 신경 쓰기에는 나는 나이가 너무 많아요.(272쪽)
인종차별이라고 해야할까, 흑인에 대해선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게 느껴져 껄끄러웠던 부분도 있는데,
남북전쟁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났고 시대적,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하면 몸에 배어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남녀 차별에 대해서 이런 목소리를 내는 걸 보면 말이다.
애나가 집을 떠나기 전에 나는 처음으로 투표를 했습니다. 나는 여자도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일하는데 목소리를 못 내서야 되겠습니까? 남자보다 일을 잘 하는 여자도 얼마든지 있고요. 여자가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고 해도 가정을 돌보는 것에 관한 자기주장을 펼 수 있어야 하지요.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여성들은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고된 허드렛일도 예전보다 줄었지요. 교육을 받고 투표를 함으로써 자녀들의 학교 문제에도 더 많은 의견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집안일에서는 손을 떼야겠지요. 둘 다 잘 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225쪽)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오늘날의 우리는 한 명의 사람으로써의 여자가 아니라,
'원더우먼'이란 로봇을 기대하는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모든 걸 다 잘 할 수는 없다.
두 손에 쥐고있다가 넘어지면 코가 깨질 수도 있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놓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요즘의 나라면, 두손 다 빈손인채로 욕심없이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랜 직장 생활에 길들여져서,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자유시간들이 주어지면 어쩌지 못할 것 같다.
나만의 취미생활이라고 할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취미를 개발해봐야겠다.
그게 돈벌이로 연결되면 더할 나이가 없고 말이다.
좋은 그림이 여럿 있었지만,
'산타할아버지 기다리기(1960)'란 그림이 좋았다.
'5월;비누만들기, 양떼 씻기기(1945년)'란 그림도 좋았는데, 박공지붕 위로 펼쳐진 하늘의 구름과 하늘 색깔이 사실적이어서 좋았다.
사람과 양떼들은 다소 만화적 요소를 지니고 있지만,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