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새
미칼 스누니트 글, 나아마 골롬브 그림, 서애경 옮김 / 비룡소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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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은 하루종일 기운이 쪼옥 빠지는 게

내 맘대로 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럴 땐 내 영혼의 새가 '무기력'의 서랍을 열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내 영혼의 새와 나는 서로 소통이 안 되었음이 틀림없다

내가 요구한 건,

'활기참'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영혼의 새는 내 말을 못 알아듣고

'기운 없음'의 서랍을 연 모양이다.

 

동화책의 모양새를 하고 있으나

초등학교 6학년 이후나 되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만한 그런 그림책이다.

사람이 어찌 하여 내 맘과 다르게 행동하느냐를 쉽게 설명해주는 책

하지만, 결코 재미있지는 않다.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내일은 내 영혼의 새에게 이런 걸 부탁하련다

하루종일 '행복'의 서랍을 열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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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5일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28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호르스트 렘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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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가끔 써먹곤 하던 말이 있었다.

응..그거 2월 30일에 해줄게.

절대로 오지 않을 그런 날인 2월 30일이기에

어떠한 약속을 해도 편안했던 그런 거짓말.

5월 35일도 그런 날이다.

절대로 오지 않을 날이기에 아주 희한한 사건들만 벌어진다

 

우리나라 동화 작가들이 조금은 쭈볏거리면서

판타지 동화를 쓰는데 비해

외국 동화작가들은  아주 천연덕스럽게 한다는 건

언제나 아주 부러운 점이다.

조금은 뻔뻔스러워져야 판타지가 제대로 살아나는 법이다.

 

약사인 링겔후트 삼촌은 조카인 콘라트를 목요일마다 데려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날은 5월 35일. 무슨 일이 생겨도 놀라지 않는다는 그런 날이다.

콘라트는 수학을 잘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상력이 빈곤하다는 선생님의 판단 아래

남태평양에 관한 작문을 숙제로 받아 온다.

고민을 하면서 걷는 그들 앞에 검은 말이 말을 건네고

그의 안내로 옷장문을 열고 들어가서 남태평양으로 떠난다.

 

가는 도중에 만나는 게으름뱅이들의 나라와

위대한 과거로 가는 성, 거꾸로 나라, 엘렉트로폴리스 들.

정말 놀랐던 건, 이 작품이 씌여진 게 1931년이라는데

이 엘렉트로폴리스에 핸드폰과 무빙워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의 상상력에 경의를!

 

아무튼 결국 남태평양을 둘러 보고

거기서 만난 백마와 결혼하겠다는 검은 말을 남겨두고

삼촌과 콘라트는 집으로 돌아오고 무사히 작문 숙제를 한다.

 

이 책을 읽는 우리 모두는 수학을 너무 잘 해서

상상력이 빈곤하다고 판단을 받은 콘라트일 지도 모른다

언제나 아무런 꿈도 꾸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

가끔은 오지 않을 5월 35일도 꿈꿔보고,

어른이 어린이가 되는 거꾸로 나라도 꿈꿔보고.

 

오늘 밤엔 꿈 속에라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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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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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제 4장이었던 '회전목마'에서 잠깐

보여줬던 때문이었는지 첫 장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내가 언제 이 책을 읽었던가?' 심한 기시감에 시달렸다.

 

삼월의 나라에 2월 마지막 날에 전학을 온 리세.

2월의 마지막 날 전학을 오는 아이는 학원을 파멸로 이끌 거라는

불온한 이야기들이 퍼지고

실제로 리세가 온 이후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난다.

강령회에서 영매 역할을 한 리세에게 나타난 행방불명된

아이들의 겹쳐진 모습, 그리고 또 다른 죽음들

 

끝까지 읽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결말

아..진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렇게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그녀만의 매력에다가

독특한 이력을 가진 아이들의 집단이라는 것이

모두 모여 눈이 침침해져서 뻑뻑함을 호소하는 데도

모른 척하고 다 읽어내야만 했다.

 

이 책의 2부 격인 <황혼의 백합의 뼈>도 읽고 싶어진다.

고등학생이 된 리세는 또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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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비밀 일기장 - 문선이 창작 동화 푸른숲 어린이 문학 9
문선이 지음, 정문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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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솔직하게 쓰는 거라고 하면 아이들은 그런다.

'에이..그러면 엄마나 선생님들이 다 읽어서 안 돼요.

어떻게 엄마가 밉다고, 선생님이 이럴 땐 싫다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 애가 누구라고 쓰냐구요..'

맞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이 책은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한 보라의 비밀 일기장이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보라는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가

갑자기 새엄마와 재혼하겠다는 통보를 하자 놀라고 반발하면서

긴 생머리의 예쁜 새엄마를 애써 외면하고 힘들게 한다.

그러던 중 믿었던 엄마마저 다른 아저씨와 재혼을 한다고 하자

엄마와 아빠의 재결합을 바라던 보라는 동생을 사라지게 만들어

새엄마를 당황하게 하고 제풀에 놀란다.

 

새벽 남대문 시장에 새엄마의 손에 이끌려 가게 되면서

새엄마의 비밀을 듣게 되고, 마음의 빗장을 완전히 빼내게된다.

엄마와 아빠가 다시 결합하길 바라느라 스스로 막고 있었을 뿐

이미 새엄마와의 공통점을 하나둘 씩 찾으면서

가까워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엄마가 등장하는 책 중 <밤티 마을 영미네집>에 이어

두 번째로 마음에 드는 책이다.

새엄마에 대한 선입견을 이제는 좀 버릴 때가 되었다 싶다.

가족의 개념도 바뀌어 가고, 이혼 가정이 해마다 늘어

새엄마와 새아버지의 등장이 많이 흔해졌다

피를 나누지 않아도 서로 정을 나누는 사람들의 집단이라면

가족이라고 부른다.

일곱 개의 공통점을 발견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완성이 된

보라네 처럼 서로 보려고만 한다면

가족이 되는 일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모든 가족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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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를 빌려 드립니다 - 눈높이 어린이 문고 46 눈높이 어린이 문고 46
나가사키 겐노스게 지음, 신지식 옮김 / 대교출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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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래서 리뷰를 올리려고 마음을 먹게 된다.

책 제목이나 표지를 보고서는 절대로

고르지 않게 될 이 책을 누군가의 리뷰를 보고

읽어봐야겠다 마음 먹었었다.

그리고 감동 받았고

오늘 다시 읽어보면서 역시 좋은 책이구나 하는 걸 느꼈다.

 

손자를 빌려드립니다.

요새는 못 빌리는 게 없는 지경이다.

차도 빌려주고, 집도 빌려주고, 정수기도 빌려주고

책도 빌려주고, 신발도 빌려주고, 옷도 빌려주고

심지어 애인도 빌려주는 판국인데

손자라고 못 빌려주라는 법도 없다.

이런 사업도 꽤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기꾼 기질이 있는 유메노 씨는 스스로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가즈야에게 손주 노릇을 하면 일당 만원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하는 가즈야는

별다른 일 없이 손주 노릇만 하면 된다는 제안에

그까짓 거 뭐..하는 심정으로 다가서게 되고

한국인 김씨 할아버지와 아키코 할머니, 대나무 숲 선생님인

할아버지의 일일 손주 노릇을 하게 된다.

처음엔 그저, 하루 돈 벌이로 생각했던 일들인데

할머니, 할아버지의 진심이 전해져오면서

가즈야도 진심으로 그날 하루는 온전히 그들의 손주로 살게 된다.

 

옛날에는 대가족이었기 때문에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친근한 사람들이었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핵가족이 근간을 이루게 되면서 가족 제도 역시 달라져버리고 말아

이젠 일년에 한두 번 볼까말까한 사이가 되었다.

그러니 할머니, 할아버지 쪽에선 늘 그리운 손주들이지만

손주들 입장에서는 그립다는 감정을 느낄 새도 없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정신이 하도 없어서

애들이 이쁜지 안 이쁜지도 모르고 키우다가

손주를 보게 되면 그렇게 이쁘다고들 말씀하신다.

이렇게 이쁜 손주들을 자주 볼 수 없으신 어르신들은

어떤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려나?

이럴 때 가즈야 같은 일일 손주라도 나서서

팔다리도 주물러 드리고 말동무도 해드리면

섭섭했던 마음도 가라앉고 즐거우실 텐데..

 

손자만 빌려주지 말고

아들도, 딸도 빌려주는 사업이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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