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꼬박 앓고 일어났다.
사람은 욕심 때문에 망하는 일이 제일 많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금요일은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맥주를 마시고
토요일엔 선배들과 만나 소주와 맥주를 섞고
일요일엔 아버지와 제부들과 함께 해산물에 '공부가주'와 양주를 털어넣었다.
괜찮았는데 월요일이 지나는 밤 무렵부터 배가 빵빵하게 불러오더니
기운 좋은 장정 서너명이 밟고 지나간 듯 만지기만 해도 아파서 입이 쩍쩍 벌어질 지경이 되었다.
결국, 밤새 한 숨도 못 자고 만삭 임산부 모양새로 배를 부둥켜 안고 좀 편안 자세를 찾아 헤매다가
퀭한 눈으로 아침을 맞았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서 수업을 취소하고 물만 마시며 견디다
병원을 찾았다.
"장에 가스가 가득 차 있네요. 큰 일은 아니지만 오늘 하루는 굶으시는 게 좋구요.
내일도 괜찮으시면 굶으십시오. 이 약은 빈 속에 드셔도 되는 거니까 잘 드시고 나면 나을 겁니다.
그래도 불편하면 다시 나오세요"
혹시나 술 마셨나고 물어보면 어쩌지? 생각했는데 안 물어봐도 다행이다.
아직 다 낫지 않았노라고 뱃속에서 기운을 전해 오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살 것 같다.
하루 음식을 쓸어넣지 않은 게 이렇게 상쾌할 수도 있구나.
먹는 욕심이 과했던 내가 하루를 굶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아픈 탓이었지만
어떤 욕심이든 지나치면 이렇게 화를 부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달았으니
이젠 조금씩만 먹어줘야겠다. 그게 음식이든 술이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