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여자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7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손장순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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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들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읽어도 괜찮기도 하지만,

어떤 책들은 그 책이 나온 바로 그 순간에 읽어야 한다.

이 책, <위기의 여자>는 후자에 속한다.

남편과 여전히 사이가 좋다고, 서로 사랑한다고 믿었던 모니크는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차마 그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를 붙잡으려 노력한다.

최대한 관대함으로 그를 이해해주는 그녀가 보는 내내 마음에 안 들었다

이제는 추억밖에 남은 게 없는 그녀는 너무 가여웠고, 계속 해서 남편에게 매달리는 게 싫었다

하기야, 이 작품이 씌여진 60년대는 지금과는 많이 다르긴 했을 테지만

뭐. 주인공의 행동이 늘 내 맘에 들라는 법은 없지.

그렇지만, 9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모니크의 일기를 훔쳐보는 동안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넘어와 가슴 아팠다는 건 인정한다.

원제대로 고쳤으면 좋겠다. <지쳐버린 여자> <꺾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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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얼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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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그냥 '짝'이 아니라 '짝꿍' 이라야 하는데, 이렇게 '짝꿍'이라고 부를 땐

서로 말하지 않아도 의도를 알아채며, 남다른 끈끈함이 2배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볼 때(진실은 모르겠다. 물어본 적도 없으니) 로알드 달과 퀸틴 블레이크가 그렇다.

로알드 달의 책을 모두 다 읽었다고 할 수 없으니 90% 정도라고 할까?

모두 퀸틴 블레이크의 그림이 자리하고 있으니 그렇게 보인다는 뜻이다.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로알드 달의 책에 딱 맞는 퀸틴 블레이크의 그림.

이 둘이 짝꿍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행복한 아이였던 제임스 헨리 트로터에게 불행이 닥친 건

런던동물원에서 도망친 코뿔소가 부모님을 삼켜버린 뒤부터이다.

정말이지, 시작부터가 로알드 달 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이런 천연덕스런 이야기 전개에 감탄하게 된다니까..

그후 꼬챙이 고모와 물컹이 고모에게 맡겨져 아주 불행한 날들이 이어지는데,

어느 날 낯선 할아버지가 찾아 와 마법의 약을 갖다 주지만 실수로 인해 그 마법의 약은

정원에 쏟아지고 아주 커다란 복숭아가 하나 열리게 된다.

그 복숭아를 이용해서 돈을 벌려던 고모들은 제임스를 괴롭힌 댓가를 치르게 되고

복숭아 안으로 들어간 제임스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많은 일들을 격는다

그리고 결론은 당연히 해피앤딩이다.

 

나는 발이 많거나 적거나 벌레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에 골고루 애정을 표할 수는 없지만

말할 수 없는 장난감이나 동물들과도 충분히 친구가 될 줄 아는 아이들에게는

그냥 자기 세계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움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로알드 달에게 푹 빠진 아이들이라면 학년 구분없이 누구나,

기본적으로는 3학년부터 읽으면 무난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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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콜드 블러드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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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카포티..

처음 만나는 작가이다.

제목도 제목이려니와 작가 이력 속에 등장하는

하퍼 리가 괜히 반가워서

'어, 이 사람 친구야?'

 

이 책은 일가족 살인 사건에 대한 기록이다.

아니지, 이렇게만 얘기하면 안 된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하긴 했지만

깔끔하게 정리된 추리소설 같다.

두 살인자의 삶을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읽다가 살인자 중 한 인물에게 측은함을 느꼈다.

그가 교수형을 당할 때 마음이 안 좋았다.

보안관인 듀이가 그랬던 것처럼

그에게는 상처입고 돌아다니는 짐승의 오라가 느껴져서..

한 일은 비난 받을 짓이지만

사형제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딕이 말한다.

'나는 사형제에 반대 안 해요.

그거 다 복수하는 거지만, 복수가 나쁜 건 아니잖아요?

복수는 중요하죠.'

 

우린 그 옛날 함무라비 법전을 아직도 숭배하는 건 아닐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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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지음, 류경희 옮김, 정택영 그림 / 미래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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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걸리버 여행기라고 하면 아련한 잔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여기 겉표지에 등장한 것처럼 소인국에 갇힌 걸리버의 모습.
이번에 완역된 것을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 건
순전히 이 두께 때문이다.
난 두꺼운 책이 좋다.
오래도록 이야기가 지속되는 게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편을 안 읽는지도 모른다.
읽을 만하면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어쨌든 이 책을 다 읽고나서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기본 배경을 알아야 이 책을 이해하기 쉽다.
이 사람은 아일랜드 태생이다.
1713년에 더블린의 성 패트릭 성당 사제장으로 임명되었는데
다음 해 앤 여왕의 죽음으로 그가 지지하던 토리당이 몰락하고
정적이 있던 휘그당이 득세하자 주교 승진에 대한 희망이 사라졌고
그후 아일랜드에 상주하면서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그곳의 참상에
분개하여 많은 글을 썼다고 한다.
이 사람의 이런 배경들이 고스란히 걸리버 여행기 속에 드러난다.

'18세기 영문학 전공자의 완벽한 번역'
오호라..그렇단 말이지.
번역이 책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이 책을 집어드는데 이 한줄은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크게
릴리펏(소인국) 여행기
브롭딩낵(거인국)여행기
라퓨타, 바니발비, 그럽덥드립, 럭낵, 일본 여행기
휘넘국(마인국)여행기로 나누어져 있다.
소인국이나 거인국 이야기는 동화로 축약되어 대충의
이야기는 아는 바라 크게 동요될 부분도 없었으나
내 마음을 어지럽힌 건
휘넘국 이야기다.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그려 놓은 게 바로 '말'들이고
거기에 사는 인간(야후)들은 더럽고 야만적이고 무척이나 타락하여
이 세상에 존재 가치가 없는 동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걸리버가 집으로 돌아올 생각조차 안 하고
자신의 주인인 휘넘님의 밑에서 영원히 살기를 희망했을 정도로
휘넘국은 이상향으로 그려지고 있다
우정과 자비심이 넘치고 편애도 질투도 말다툼이나 불만도 없는 곳.
그래..
나도 그런 곳이 있다면 당장 달려가서 살고 싶을 정도다.

동화로만 알려진 걸리버 여행기를 다시 읽어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추한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걸리버가 주장한대로
거짓말하는 버릇, 책임을 전가하는 버릇, 속이는 버릇,
말을 얼버무리는 버릇들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만이라도
조금씩 없어진다면 ..

아무튼 이 책이 갖고 있는 정치색을 모두다 빼고 읽었다고 뭐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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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는 사람인가 인형인가 피노키오의 철학 1
양운덕 지음 / 창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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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야기는 언제나 조금 어렵다.

 

아니다. 이 책은 안 어렵다.

늘 주장하는 거지만

내가 모르는 분야를 처음 접할 때 제일 난감한 순간이

읽는 사람의 수준을 너무 높게 잡아

알아듣지 못하는 얘기를 줄줄이 늘어놓을 때.

 

이 책은 철학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어렵지 않아서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물론 머리하러 가서 읽은 게 대부분이니

시간을 제공해준 미용실에 감사드리고

(미스코리아 뽑는 분위기이지 않은가?)

^^

'피노키오가 사람일까? 인형일까?'

에서 출발한 물음은 사람의 조건에 부합하는 것이

과연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조건들이 동물과 사람을

구분짓는 조건들이 될 수 있는지를 물어보기도 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생각하기를 요구한다. 작가가 제시한 이유보다 훨씬 더

그럴 듯한 이유들이 남아있을 터.

 

깔끔하게 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는 않지만

그의 다른 책들 (시리즈가 4권이니 읽을 책이 3권이나 남았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을 다 읽어보고 나면

어느 정도 잡히는 게 있을 것 같다.

아..행복한 책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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