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닥스 선생님이 싫으냐? 일공일삼 44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허구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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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사람들의 인식에 주는 영향은 언제나 지대하다.

아무리 못된 짓을 저지른 범인도 그가, 혹은 그녀가

잘 생겼거나 예쁘게 생겼다면 범죄 자체를 의심 받는다.

반면에, 못 생긴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두 배 혹은 세 배의 댓가를 주고 싶어하는 게 사람들 마음이다.

그러니, 닥스 선생님도 처음에 그런 평가를 받을 수밖에.

 

4학년이 되어도 리츠코는 즐겁지 않다.

가정교사는 매일 오고, 수요일과 토요일에 학원에 가야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나도 할 수 없는데 엄마는

"다, 너를 위해서야~"라고 일축한다.

그런데다 새로 담임 선생님이 된 사람은 사이옹지 야스타카.

자신의 입으로 닥스훈트를 닮았다고 거침없이 말씀하시는

뚱뚱하고, 키는 작고 배가 볼록 나온 닥스 선생님.

 

전혀 선생님답지 않은 말투와 행동으로 아이들의 비웃음을 사는가 싶더니,

점점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와 아이들과 하나가 된다.

모든 아이들의 행동에 이유가 있다는 걸 꿰뚫어 볼 줄 알고 있는 그대로 봐주는 멋진 선생님.

반 대항 합창회가 있던 날,

종합학급에서 공부하는 동이가 낯선 환경에 놀라 달아나버리자

동이가 없는 상태에서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면서

그동안 선생님과 대립점에 서 있던 기요코가 무대에 올라가

 

우리는 오늘을 위해 날마다 열심히 연습했어요.

우리 선생님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방법뿐 아니라

노래의 마음을 가르쳐주셨어요. 저마다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하나의 일을 해내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는 사실도 가르쳐주셨죠.

우리 반엔 종합 학급에서 공부하는 동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방금 전에 동이가 여느 때와 다른 분위기에 놀라 어디론가 달아나버렸어요.

동이는 우리의 소중한 친구예요. 우리는 동이 없이는 노래할 수 없어요.

동이가 없는데도 노래를 부른다면, 그것은 4학년 1반의 합창이 아닙니다. ..

부탁이 있어요. 동이와 우리가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그동안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 게 너무 좋아서 내 일인 것처럼 기분 좋아서

그렇게 책을 끌어안고 한동안 벅참을 견뎌야했다.

 

이 이야기는 실제 모델을 바탕으로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근사한 선생님한테 배우는 아이들은 전생에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한 걸까?

 

좋은 선생님을 한 분 더 만나서 너무 행복하다.

* 쉬운 책이라 2학년부터 읽어도 될 것 같지만 이 책 안에 담긴 걸 제대로 이해하려면 3학년 이상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책이 품절이 되었다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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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1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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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아이들이 수업 전에 하는 행동은 비슷하다.

조용한 경우는 십중팔구 만화책에 빠져 있는 경우이고,

왁자지껄한 경우는 볼 만화가 다 떨어져서 컴퓨터 게임에 모두 달라붙었을 때다.

역시 조용한 어느 날, 두 녀석의 자리 새로 보이는 만화책.

처음 보는 책이다.

"뭐냐?"

"이거, 우리 엄마 책인데요?"

"<신의 물방울>?"

일기장과 독서록을 가방에서 꺼내라 이르고 잠깐 촤르륵 넘겨보니

오호라, 와인 이야기일세?

 

처음 와인을 마셨을 때가 생각난다. 스무 살 무렵이었던가? 나름대로는 기분 낸다고

친구들과 함께 월미도 카페에 가서 와인을 시켰는데 와인 쿨러에 담긴 얼음을 잔에 넣고

밍밍하게 와인을 마셨던 기억이..^^

달디 단 와인으로 시작한 내 와인 역사는 지금은 아주 드라이한 쪽으로 취향이 바뀌었지만.

어쨌든 그래서, 와인을 주제로 한 이 만화책이 몇 장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도 참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작가가 아주 진지하게 쓴 게 나타난다고 할까?

집에 돌아오자마자 9권이 전부인 줄 알고 몽땅 신청을 하고 드디어 받아 본 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가 다시 첫 권부터 보기를 몇 번!

와인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게다가 와인을 마실 때마다 마신 느낌을 표현하는 대목에서 나는 탄성을 질러야 했다.

진짜 이 와인을 마시면 이런 느낌이 난단 말이지?

꼭 마셔야 하는데..이렇게 수첩에 적힌 와인도 수십 병에 이른다.

에고, 이걸 언제 다 마셔보나...

 

요즘엔 와인을 마실 때마다 세심하게 살펴보게 된다. 생산지며 포도 품종, 생산년도까지.

그리고 꼭 라벨을 사진 찍고 마신 느낌을 써놓은 간단한 일기장도 마련했다.

뒤꼭지에 작가가 밝혀놓은 부록도 짭짤해서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재미있다.

빨리 13병의 와인을 다 찾아냈으면 좋으련만..언제 10권이 나오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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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네버랜드 클래식 1
루이스 캐럴 지음, 존 테니엘 그림, 손영미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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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멋진 글이라는 것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차라리, 중간중간 뛰어넘어가 줄거리를 따라가는 글이었다면 혹시 모르겠다.

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 굴 속으로 들어가 여왕도 만나고 공작부인도 만나고

홍학을 들고 고슴도치를 공으로 하는 크로케 경기를 하는 장면을 읽거나

키가 줄었다가 늘었다가 애벌레의 이야기도 듣고, 그리펀 같은 등장인물을 만나

그때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간단하게 보는 책이었다면

내가 이렇게 어정쩡한 기분을 느꼈을까?

 

등장인물이 나누는 대화를 자세히 싣다보니 생긴 일이었겠지만

<거울나라의 앨리스> 때와 마찬가지로 어지간히 실망이다.

마치,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개그를 보여주고 있는데 나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도대체 왜 웃어?" 라고 물어보았다가 다른 사람들이 설명을 해줘야 그때서야

한 박자 늦게 웃어제끼는 꼴이다.

 

예를 들어, 그리펀과 함께 가짜 거북을 만났을 때 나누는 대화 중에

"바다거북이라면서 왜 민물거북이라고 불렀어?"

가짜 거북이 화를 내며 말했다.

"우리를 가르쳤으니까 민물거북이라고 불렀지. 넌 정말 멍청하구나!"

이렇게 봐서 제대로 알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겨우, (우리를 가르쳤다 (taught us)와 민물거북(tortoise)은 영오로 말하면 발음이 비슷하다-옮긴이)

이 각주를 보고난 후에야 아하! 하고 이해를 하고 있으니 씁쓸했다.

다른 작품들도 물론 각주를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니지만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중간 깔깔대며 같이 웃어줘야 할 부분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건 자꾸 가던 길을 막는 것과 같다.

 

이 작품을 제대로 맛 보려면 원서로 읽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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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시간표 보림문학선 1
오카다 준 지음, 윤정주 그림, 박종진 옮김 / 보림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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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다 준을 만난 건 내게 정말 행운이었다.

표지가 별 볼일 없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던 <꼴찌 천사>에서도 그렇게 큰 감동을 주더니

이 책 <신기한 시간표>는 어른들은 모르는, 아이들은 언젠가 한 번씩은 꿈꾸었을

학교에 대한 아름다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서 서로 다른 계절, 서로 다른 시간에 생긴 이야기-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등교를 해서 하교를 하기까지 다양한 시간들에 다른 공간에

다른 주인공을 내세우면서도 질서정연하게 이어지고 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이야기는 '꿈꾸는 힘'인데

자습시간에 어디선가 나타난 할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꿈꾸는 힘을 도둑맞고 있다.

상상하거나 공상하는 힘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꿈꾸는 힘을 빨아들이려는 자가 있어. 어둠이라고도 할 수 있지....

너희가 그 장치를 파괴해야 돼....어둠은 너희의 눈을 뜨게 하려고 너희들 마음에 속삭일 거야.

그래도 절대 눈을 뜨면 안 돼. 꿈꾸는 힘을 지켜야 한다..

 

신이치는 꿈꾸는 힘을 지키려고 사력을 다하지만

선생님과 아이들은 단순히 신이치가 꿈을 꾼거라고 웃어 넘겨버린다.

 

작가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 더불어 어른들에게 바라는 건 바로 이 '꿈꾸는 힘'을 지키라는 것이 아닐까?

 학교 공부나 학원 생활에, 컴퓨터에 매달려 더이상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에 갇혀 버린 어른들에게 주고 싶은 강력한 메시지다.

 

* 3학년 후반의 아이들부터 읽어도 좋다. 아, 너무 삭막한 어른들한테 권해도 그만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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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준 - 안도현 시인의 인물이야기 산하어린이 148
안도현 지음, 김세현 그림 / 산하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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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무렵이었나?

엄마가 사주신 한 질의 위인전을 받고 너무나 기뻐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

읽을 거리가 없어서 늘 아빠가 읽으시던 소설책을 뒤적이던 내가 안쓰러워 보이셨던 덕분에,

난 그 책들을 선물로 받게 되었고 아직도 제일 기억에 남는 생일선물로 남아 있다.

 

내게 위인전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기분 좋은 책으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따분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위인전을 나는 재미있게 보는 편이다.

사실, 옛날에 보던 위인전들이란 인물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기 보다는

과대포장에 상상력이 마구 충만된 동화같았다면, 요즘 보는 인물 이야기는

인간적인 삶에 초점을 맞춰서 가능하면 제대로 된 일생을 돌아보게 한 점들이 다르다.

 

가끔 수업에 지쳐 몸을 비비 트는 아이들에게 노는 맛으로 시키는 게 빙고게임인데

동물이나 꽃, 도시, 나라, 주인공, 위인을 주제로 내보면 다른 것들은 대부분 쉽게 하지만

위인의 경우는 고작 쓴다는 게 다른 나라의 음악가, 미술가, 탐험가 들이 주류를 이룬다.

우리나라 위인은 이순신, 세종대왕, 유관순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 아이들에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애쓰셨던 전봉준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나 어릴 적 불렀던 이 민요 속에 파랑새는 청나라 군사를, 녹두밭은 우리나라를,

녹두꽃은 전봉준 장군을, 청포장수는 백성을 뜻한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왜 이런 노래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스스로 찾을 수 있게 이 책을 권해주면 좋다.

 

안도현 시인이 머릿말에 얘기한 것처럼 이 책을 읽고나서 전적지를 찾아보는 건

역사 공부까지 아울러 하게 되는 셈이니 시간이 된다면 그렇게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역사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5학년 이후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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